분당 신도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서현동을 ‘분당의 압구정동’, 정자동을 ‘분당의 청담동’으로 각각 부른다.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과 분위기가 비슷한 때문이다. 두 곳은 서울 강남 못잖은 상권을 형성하고 있고, 아파트값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세를 선도하고 있다. 전철 역세권(서현역ㆍ정자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둘러봤다.
서현동 ◇‘분당의 압구정’ 서현역 상권=서현역의 삼성백화점 동서쪽으로 나란히 연결된 ‘로데오거리.’ 차량통행이 금지된 약 20m 폭의 거리 양쪽으로 상가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삼성백화점 동쪽의 1층 점포 매매가는 최고 평당 6500만원이나 된다. 서울 강남대로 변의 웬만한 상가 시세를 웃돈다. 백화점 북쪽 이면도로변 상가 매매가도 평당 3500만원 선이다. 서현동 현대공인중개사무소 박우원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형성된 상권이 몇 번의 불경기에도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며 “백화점과 일반상가가 적당히 섞여있어 10~20대의 젊은 소비층이 많이 찾아 서울의 압구정동 상권과 비슷한 형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장사를 하려는 임차 수요가 많아 권리금이나 임대료도 강세다. 로데오거리 1층 점포는 전세 기준으로 평당 1500만~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제까지 한 번도 임대료가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점포 찾기에 혈안이다.
당연히 권리금 시세도 하늘을 찌른다. 로데오거리 10평짜리 알짜배기 점포의 경우 1억원을 웃돌고 전용 20평은 3억원 정도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하모(48ㆍ여)씨는 “3년 전 권리금 6000만원을 주고 입점했는데 지금은 1억5000만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상권이 이렇게 성장한 데는 서울 강남권에서 몰려온 중소 규모 기업들의 가세도 한 몫 한다. 일대의 사무실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전세 기준으로 평당 350만~400만원으로 1년전보다 평당 50만원이나 뛰었다. 서현동 천지공인 관계자는 “이런 데도 빈 사무실이 없고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범단지 아파트도 인기=지금은 거래가 많이 끊겼지만 서현동 시범단지는 1992년 입주 이후 분당 신도시 아파트값을 이끌고 있다. 삼성한신아파트 32평형 시세는 현재 5억2000만~6억3000만원. 올 초 4억2000만~5억원에서 1년도 안돼 1억원 이상 올랐다.
이 가격은 중앙공원 조망권을 가진 샛별마을 우방 32평형과 비슷하고 분당의 다른 일반아파트보다는 3000만~1억원이나 비싸다. 주거환경이 다른 동네보다 좋다는 이유로 전셋값도 최고 시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범단지 해내밀공인 이효성 사장은 “중앙공원을 낀 데다 전철역, 백화점 등의 교통ㆍ편의시설이 좋다는 점이 집값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8ㆍ31 부동산대책 이후 약보합세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자동 ◇분당의 청담동?=분당 정자동 파크뷰 아파트 남쪽에서부터 분당벤처타운으로 연결된 왕복 2차로의 백궁로. 이곳 사람들은 이 도로를 ‘청담로’라고 부른다. 도로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카페나 제과점ㆍ음식점에다 명품의류점 등이 서울 청담동 분위기를 풍긴다.
분당의 신흥 상권인 정자동은 최근 1년 사이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해 7000여가구나 되는 주상복합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상가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곳 상권은 백궁로 주변과 정자역 일대 벤처타운 주변으로 나뉜다. 백궁로에는 유럽풍 카페와 고급 식음료점이 많아 일대 가족 단위 고객과 분당 주부들이 모임장소로 주로 찾는다. 1층 상가 매매가가 평당 4000만~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이맘때 평당 3000만~3500만원이었다가 1년새 평당 1000만원이나 뛰었다. 이마저도 시세일 뿐 실제 거래가는 중개업소들도 잘 알지 못한다. 매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자동 센추리21현대공인 김학문 부장은 “장사를 하려는 수요가 넘쳐나 임대료도 전세기준 평당 1500만원을 웃돈다”며 “일대 고급주상복합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된 올 초부터 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년 전에는 없던 권리금이 지금은 7000만~8000만원(전용 10평 기준)이나 된다.
정자역 주변의 벤처타운의 경우 70여개 상가 빌딩이 들어선 가운데 상권이 활성화됐다. 지난 8월 벤처타운 내 킨스타워 빌딩이 완공되면서 5개동의 오피스빌딩과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SK C&C와 NHN이 입주하면서 연관업체들이 대거 이사왔다. 벤처타운내 사무실 임대료가 평당 500만원으로 서울 강남권과 비슷하다. 주변 소규모 빌딩 임대료는 전세기준으로 평당 250만~3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랐다.
◇주상복합아파트가 가격 선도=파크뷰 아파트는 분당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33평형 매매가는 6억9000만~7억9000만원이다. 올 초보다 1억원 이상 올랐고 50평형대 이상은 3억~4억원이나 급등했다. N부동산 관계자는 “판교 신도시 개발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새 대단지 아파트에 일대가 고급 주상복합촌으로 형성되면서 최고 주거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궁로를 따라 아이파크, 위브파빌리온, 상떼뷰, 파라곤, 제니스, 미켈란 등의 중대형 주상복합아파트도 평당 2000만원을 넘나드는 매매가를 형성하면서 강남에 못지 않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양도세 면제 요건인 입주 3년이 되지 않은 때문인지 매물도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