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일까
백인성 (변호사) 기자
입력 2019.03.04. 17:40
[the L] 사유재산 출재하지만 설립 이후엔 현행법상 '학교'..세제혜택·보조금 받아
(사진생략)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일부 사립 유치원이 개학 연기를 한 4일 오후 경기도 권선구의 한 개학 연기를 통보한 사립유치원 놀이터가 텅 비어 있다. 2019.3.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한유총은 지난달 28일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이달 초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철회했습니다.
이를 두고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에서부터 "사유재산의 처분권은 원장에게 있는 게 맞다"고 맞서는 주장까지 중구난방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일까요?
◇사립유치원? 비영리법인 겸 학교
사립유치원의 지위를 명시한 유아교육법은 '법인 또는 사인(私人)이 설립·경영하는 유치원'을 사립유치원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을 설립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시설과 설비 등의 설립기준만 갖춰 인가를 신청하면 됩니다.
사립유치원이 '사인의 출재'를 기본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은 설립된 후에는 현행 민법이 규정하는 비영리법인인 동시에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됩니다.
실제로 사립유치원이 출자자의 사적인 재산에 속한다면 그 운영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고, △사립유치원을 설립·경영하는 자가 유치원을 폐쇄하려는 경우나 △유치원의 설립·경영자·목적·명칭·위치·교육시설의 평면도 등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유치원규칙의 개정 △예산 및 결산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 △급식 △방과후 과정 운영 △유치원 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선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합니다.
◇학교'라는 공공성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도 받고 있어
게다가 사립유치원은 인가받은 '학교'라는 공공성으로 인해 학원과 달리 여러 경제적 혜택까지 받습니다.
△사립유치원 설립비 △사립유치원 수석교사·교사의 인건비 및 연수경비 △그 밖에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비 등을 운영에 드는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보조받고,
소득세법상 교육서비스업의 예외가 돼 원장의 급여를 제외한 모든 수입에 대해 사업소득세 면제 및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습니다.
재산세와 취득세에 있어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상속세 납부 유예 후 장기납부 등도 허용됩니다.
이는 법률적으로 유치원 교육이 국민에게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비영리적 성격을 지니고, 이를 국가 대신 책임을 맡아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이 재산적 손해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재산의 출자는 사인이 했지만 국가가 규정한 교육과정 내에 편입돼 있다는 점에서, 사립유치원은 민간과 공공 두 영역에 모두 발을 걸친 이중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에듀파인 도입 후 '시설사용료'…정당한가
또 한유총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시설사용료 도입' 역시 궁금한 대목입니다. 시설사용료란 도대체 뭘까요.
한유총은 설립자가 개인 비용으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이니 유치원 수익금 중에서 ‘시설사용료’ 명목으로 설립자가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바로 시설사용료입니다.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 도입하더라도 에듀파인 메뉴에 시설사용료 항목을 추가해 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 동안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설립자가 직접 원장을 하지 않아도 회계 공개 의무가 없어 불투명한 회계관리를 통해 수익을 축적해왔습니다.
가족 운영 업체에 방과후 교실을 맡기거나 유치원 직원으로 가족을 앉히는 식이었습니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을 사립유치원에 도입하게 되면 앞으로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해 이같은 방법을 쓰긴 어렵게 됩니다.
갑자기 시설사용료를 보장하라는 주장엔 이같은 배경이 뒤에 깔려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입니다.
교사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지난달 28일 설명을 내고 "사립유치원 시설은 본인들이 유치원 개원을 위해 필요조건이었던 유치원 시설과 부지를 확보한 것이지 국가가 강제로 쓰게 한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공공적 목적을 감안하며 사업소득세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려왔던 것"이라며 "병원이 병원 시설 사용료를 국가에게 내라는 것과 같은 주장으로 전혀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유총은 시설사용료 인정 없이 에듀파인을 도입하는 건 사유재산을 공공의 필요에 의해 제한할 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에 위배된다고 맞서는 실정입니다.
◇마침내 "한유총 해산" 카드…실제 해산될까
4일 다수 사립유치원들의 개학 연기가 실제 이뤄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을 두고 연휴 기간 중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요. 실제로 개학 연기를 한 유치원들이 나타나면서 이를 주도한 한유총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일단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입니다.
민법상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 등 단체 행동을 불법행위이자 유아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본 겁니다. 따라서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입니다.
다만 이 단체행동이 교육청의 주장처럼 '공익을 해하는 행위'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전망입니다.
정부의 처분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유총은 이익단체 입장에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당연하며, 개학연기 자체로는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