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5·끝] 고령화·저출산 탈출구는…
(출처; 조선일보, 오이타=선우정 특파원: 2010.12.17)
"국내 일자리 뺏는다" 日, 이민확대도 인재유입도 꺼려
'開國'으로 일어선 일본 '쇄국'으로 장기 불황에…
외국인 日 직접투자 규모 OECD 회원국 중 꼴찌
온천도시로 유명한
일본 벳푸(別府)시.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달리자 한적한 산중에 APU(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 캠퍼스가 나왔다. 2000년 개교한 이 학교의 학생 6040명 중 해외 유학생은 2837명. 국적은 85개국에 이른다. 역사는 짧지만, 남태평양 통가에서 국회의원 동문까지 배출했다. 이례적인 다국적 학교다.
이 학교에서 언론·미디어를 전공하는
한국 학생 김석진(3학년)씨에게 "일본 전체가 취직난인데…"라며 졸업 후 진로를 물었다. 그러자 "일본의 외국기업에 취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 학교 외국인 졸업생의 취직률은 일본인 졸업생과 같은 수준인 90%. 일본 내 178개 기업에 고용됐다.
APU는 김석진씨가 다니던 부산외고에서 입학 설명회를 열고 있다.
그가 APU를 택한 것은 설명회에서 들은 높은 취직률 때문이었다.
"일본이 취업난이라고 해도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외국을 잘 아는 학생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고 그는 말했다. 교통이 불편한 곳이지만, 매년 400여명의 일본 기업 채용 담당자가 이곳을 찾는다.
일본어와 영어, 현지어를 구사하는 다국적 인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외국인 유학생 취업 설명회…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외국 유학생 대상의 취업설명회. 최근들어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한국·인도 등 외국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마이니치 제공
일본 최고의 명문 도쿄대는 외국인에게 담장이 높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가 작년에 받아들인 외국인 유학생은 2555명.
도쿄대에서도 권위를 자랑하는 법학·정치과의 석사 과정 학생은 63%가 외국인이다.
하마다 준이치 총장은 "활기있는 유학생들이 일본인 학생과 연구자를 자극하면서 전체 연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저출산·고령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대학이다. 작년 사립대 559개교 중 39.5%인 221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필사적으로 담장을 낮추면서 외국 학생을 수용하는 이유다. 역설적이지만, 일본 대학은 가장 충격이 컸기 때문에 가장 빨리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은 12만명 수준. 10년 동안 두 배 늘었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학부 유학생은 2005년 이후 늘지 않았지만
석사 이상 유학생이 3만명 늘었다. 고급 인재를 수용한다는 대학의 전략 때문이다.
일본은 개국(開國)으로 일어선 나라다. 하지만 대학과 달리 지금 일본의 전체 모습은 쇄국(鎖國)에 가깝다.
일본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22%. 세계은행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8개국 중 175위다. 일본보다 낮은 나라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자원이 풍부한 미국·브라질뿐이다.
일본과 같은 공업국인 한국과 독일의 무역의존도는 60∼80%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은 사활을 걸고 개방에 매달린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외국의 직접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다. 개방에 따른 제조업의 고용 불안과 농업 구조조정의 정치적 부담을 지난 20년 동안 회피한 탓이다. 그 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경제구조를 적응시키지 못했다.
이케오 가즈히토 게이오대 교수는 "(구조조정의) 아픔은 덜었지만, 일본은 시대 변화에 걸맞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고령화 문제는 복잡한 방정식이 아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靑山)학원대 교수는
"고령화로 국내 시장이 줄어들면 기업은 해외로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외에서 번 돈으로 국내 산업과 시장을 고도화시키고,
국내 젊은 인재가 부족하면 해외에서 인재를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다.
키워드는 개방과 개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완만한 충격'의 무서움이다.
"말이 쉽지 제조업만한 산업이 있느냐"며 정부가 앞장서서 풀세트 제조업 체제를 보호했다.
해외에서 번 돈은 체제의 말단에 있는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는 데 투입됐다.
해외 인재는 "일본도 취업난인데…"라며 진입을 막았다.
그러는 동안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나라 전체가 이상한 모양으로 뒤틀린 것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다국간 자유무역 협정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헤이세이(平成·일본의 연호)의 개국"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근대화시킨 메이지유신, 일본을 선진국으로 만든 전후 고도성장처럼
또 한 번 개국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자는 것이다.
올해 일본에선 개국과 개혁의 영웅인 사카모토 료마 붐이 다시 일었다.
하지만 선거만 하면 개방·개혁을 외치는 쪽이 늘 참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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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실리콘밸리 과학자·엔지니어 절반이 이민자
(출처; 조선일보, 도쿄=차학봉 특파원, 2010.12.17)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문제가 본격화화면서 결국 이민(移民) 말고는 인구감소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1995년을 정점으로 50년간 매년 1.2%쯤 감소해
2055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일본 정계와 경제계에서 이민에 대한 공식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003년 '이민 1000만명' 구상을 발표했고,
자민당의 외국인재교류 추진의원연맹도 "이민 1000만명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민 확대 주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금융위기로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민자가 일본 국민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1%대로 10% 전후의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지금 일본은 이민 확대를 통해 고령화를 극복할 것인가,
인구감소로 나라가 쪼그라드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저출산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은 이민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민이 많은 미국은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는 신생아 수)은 2.1명으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아 인구가 2005년 3억명에서 2050년 4억1900만명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더군다나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이다.
실리콘밸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중 50%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이다.
실리콘밸리 기업 CEO의 30% 이상은 중국·인도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하지만 다문화에 대한 전통이 없는 일본이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채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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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5·끝] 고령화·저출산 탈출구는…
(출처; 조선일보, 이성훈 기자, 2010.12.17)
인력 유치는커녕… 한국온 이민자 5년새 1만여명 줄어
反외국인 정서 강하고 교육·의료 시스템 문제…
값싼 노동력 몰려오는데 고급 두뇌는 한국 외면
"에너지가 넘치는 개방형 사회로 가기 위해
10~15년에 걸쳐 모두 200만명의 아시아계 이민자를 받아들이자."
삼성전자를 10여년간 이끌었던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요즘 어디를 가나 이 같은 주장을 강조한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생산연령 인구(15~64세) 감소가 국가 경쟁력 추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는 탈출구는 외국의 노동력을 들여오는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해도 부족할 판에 올해까지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외국 이민자는 53만4800여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만6000여명이 줄었다(유엔경제사회국 조사).
◆고급 인재는 한국 외면
그나마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중소기업 생산현장, 식당 종업원 등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 오는 값싼 노동력이 90%를 넘는다.
일부 금융업을 제외하고, 고급 두뇌는 여전히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양천구에 있는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2층에 있는 중국 체류관리·여권교부 사무실은 외국인 등록증을 받으려는 중국 동포 1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면 전광판에는 '대기인 57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 ▲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우리나라로 온 해외 유학생은 8만3800여명, 이 중 중국을 제외하면 2만6000여명 수준이다. /김용국 기자
비슷한 시각,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글로벌인재·투자외국인 유치 지원센터는 딴판이었다.
이곳에서는 기업체 임원이나 투자자, 교수 등 소위 전문직 외국인을 대상으로 체류 관련 서류 작성과 행정 절차를 도와준다. 5개의 상담 부스는 텅텅 비어 있었다. 센터 직원은 "하루에 한두 명 오는데, 오늘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단기(短期) 체류하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위주의 수혈(輸血)로는 경쟁력을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문제는 숙련 노동자와 고급 인력에 대한 문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하는데, 국내의 제도적·문화적 폐쇄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 ▲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겉으로 드러난 우리 국민의 글로벌화에 대한 믿음과 열정은 상당한 편이다.
국제경쟁력 평가로 유명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화에 대한 태도' 부문에서 한국은 13위를 기록해 18위를 기록한 일본이나 21위를 기록한 캐나다보다 앞섰다.
◆후진적 교육·의료시스템이 인재 유치 막아
하지만 실제 모습은 외부 세계에 개방돼 있지 못하다.
영국 출신 엔지니어 B(38)씨는 지난 2007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돼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부인과 딸을 영국으로 돌려보냈고, 그 역시 계약이 끝난 지난 8월 영국으로 돌아갔다. B씨는 "딸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했는데,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등 교육 여건이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세계화에 대해 부족한 우리들의 의식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LG전자에 근무하는 마두커 구룽(Gurung·32)씨는 인도 명문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이다. 그는 최근 길을 가다 외국인 단속반으로 보이는 사복 차림의 한 남자로부터 여권 제시를 요구받았다. 불법 체류자로 의심받은 것이다. 그는 "남아시아계 사원들은 이런 일을 종종 겪게 된다"며 "회사에서도 인도·파키스탄계 사원들에게는 여권 사본과 LG 사원증을 항상 갖고 다니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뒤떨어진 교육·의료 등 사회 시스템은 고급 외국인력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단순 노동 인력을 수입한 독일은 심각한 인종 갈등을 겪는 반면,
전문직을 적극 받아들인 캐나다는 산업 생산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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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日本에서 배운다] "고급인력 유치, FTA만큼 중요…
법 개정해 인력장벽 낮춰야"
(출처; 조선일보,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0.12.17)
우리나라처럼 경제 규모가 작고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세계화와 개방화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풍부한 인력과 지식의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경제는 수출 확대를 위해 무역 자유화에 힘써왔다.
하지만 인적·문화적 개방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비대칭 개방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구조조정이 매끄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배턴을 이어받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아, 고용과 성장의 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문화적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 유치해 전문적 집단의 경쟁과 효율화를 촉발시켜야 한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의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2009년까지 40년간의 노동생산성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앞의 20년에 비해 최근 20년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았던 나라는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4개국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4개국의 공통점은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하는 '해외 고급인력(High-Skilled People) 유치 환경' 부문의 상위 4개국(인구 1000만명 미만 제외 시)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무역 비중을 높이고 관세율을 낮추는 식의 개방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과학, 공학, 법률 등 우리에게 부족한 분야의 고급 인력이라면 피부색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민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