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정임
은구슬 같은 물방울 아슬아슬
꽃잎에 매달려 떨어지지 못함은
내 마음속 미련
그 갈증 때문일까
고향을 놓아두고 떠나던 그날
두 손 가득 봇짐 쥐고 막아서던 그 친구
동구 밖까지 따라와 내 손 놓지 못해
눈물 훔치며 등 돌리던 모습
네 눈에 맺혀있던 이슬
그것은 봄비였나 보다
미당 시 문학관에서
이정임
문학기행으로 달려간 고창
선운사를 둘러싸고 있는 동백나무 숲
역사의 순간순간을 나이테에 새겨
말없이 대웅전을 지키며 기억하고 있다
고즈넉이 자리 잡은 미당 서정주 시 문학관
침묵의 언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일제 강점기 민족 수난 시대를 살기 위해
본심은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울림 없는 글
목숨과 그 무게가 같았을까
쓰지 않으면 죽음이요 쓰면 친일이니
살아야 기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찬 서리 꼿꼿이 일어서던 밤
잠 못 이루는 갈등으로 제 살 깎는 아픔
뼈 마디마디에 심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깊이를 무엇으로도 잴 수 없다
금광호수 둘레길
이정임
바람이 밀어 일어선 물비늘
호수를 노 젓는 사공은
천천히 오물을 낚아
넓은 물길 정화 시키며 떠 간다
누군가 놓치고 간 흔적
하나하나 건져 울려
가득 채워진 쓰레기봉투
어깨에 둘러메고 돌아본 순간
금광호수 맑은 물결 위로
뭉게구름 들어앉는다
금광호수: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오흥리 계곡형 금광호수는 민물낚시와 얼음낚시가 잘 되어 겨울철 빙어 낚시터로 많이 찾는 곳
경기지역대학 3학년 글타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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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비에서 서울의 달이 그려지네요.
발자국 마다에 시어들이 뚝뚝 떨어집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