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고비용으로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에 진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공단 조성사업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희망업체 1천여개사 웃돌아
급기야 지난 19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측과 현대아산이 개성공단에 시범공장을 짓겠다며 통일부에 협력사업자 승인신청을 했다.1만여평에 내년 상반기까지 의류·섀시·주방용품 등의 생산공장 5개를 건설,가능성을 확인한 뒤 정부나 다른 기업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협력사업 승인은 한달내에 가부를 통보토록 돼 있어 통일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2000년 8월 이후 지금까지 개성공단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1100곳에 달한다.이들의 절반가량은 지난해 이후 의향서를 냈다.
유형별로는 기협중앙회가 250여개사,섬유산업연합회 230여개사,기계산업진흥회가 20여개사를 신청했다.나머지는 현대아산과 현대종합상사에 의향서를 냈다.여기에는 태평양물산,백양,한일합섬,쌍방울 등도 포함돼 있다.
●고임금 고비용에 사업경쟁력 악화
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거나 중견기업이다.이들의 사정은 매우 절박한 편이다.이미 3년전에 신청을 했던 기업 중 일부는 고임금·고비용구조로 인해 치열한 국내외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곳도 많다.
개성공단 조성 방안은 2000년 8월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지난 6월에야 착공을 했을 뿐 더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게다가 입주는 오는 2007년으로 예정돼 있다.다급한 국내 중소기업의 실정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강득수 팀장은 “시범공장을 지어서 괜찮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다른 기업들이 안심하고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시범공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금·분양가 국내 10분의 1수준
국내 공단의 공급가는 대략 평당 40만∼100만원.시화공단은 56만원선이다.그러나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평당 100만원은 줘야 입주할 수 있다.또 현재 조성 중인 충북 청원 오창과학지방 산업단지가 평당 44만원이고 구미공단은 42만원이다.가장 싼 대불공단이 23만원이다.
이들 공단의 경우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돼 대부분 정부가 기반시설을 깔아줬다.이것이 없었더라면 분양가는 70만∼1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개성공단은 남측 기업이 입주할 공단인 만큼 정부가 남한 국가공단처럼 지원을 해주면 평당 10만원대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대략 원가는 30만∼4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추정한다.
저임금도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꼽힌다.현재 현대아산과 북측이 계산하고 있는 임금은 월 65달러.이는 한화로 환산(환율 1150원)하면 대략 7만 5000원이다.국내 급여의 10분의 1수준인 것이다.
●언어 같고 수출여건도 中보다 유리
게다가 북한의 인력은 같은 언어를 쓸 뿐 아니라 기술력도 중국인력과 비할 바가 아니다.또 서울과 가까워 원자재 수급도 육로로 할 수 있다.수출시 우리 항만을 통해 수출할 수 있는 방안도 가능하다.
현대아산 이정우 이사는 “개성공단은 입지나 인력 등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 공단보다 훨씬 낫다.”면서 “정부가 하루빨리 기반시설 조성 등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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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매일 신문 게재일자 : 2003년 08월 09일 ( 16면 )
中企 “가자! 개성공단”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 이후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열기가 뜨겁다.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자금난과 인력난 등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되자 북한지역의 생산기지에 입주,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경영난을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200개사 25일 1차 방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장래가 불투명한 것과 상관없이 당초 일정대로 오는 25일 개성공업지구 입주 희망업체 대표 200여명의 공사현장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8일 밝혔다.
기협중앙회는 이같은 뜻을 조성사업 주체측의 하나인 현대아산측을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북측의 초청장이 도착하는 대로 통일부에 방북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아울러 25일 1차 방북에 이어 모두 3차례에 걸쳐 공사현장 방문을 추진키로 했다.개성공단의 개발 주체는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신청받은 개성공단 입주 희망업체는 8일 현재 947개로 집계됐다.입주 희망업체의 기업 규모를 제한하지는 않았으나 947개 모두 종업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올 연말에 기본설계를 마칠 1단계 100만평 규모의 공단에는 300여개 업체만 입주할 수 있어 신청업체들은 3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입주할 수 있게 된다.
개성공단에 1만 5000평의 부지를 신청한 대구에 있는 한국양산(陽)공업협동조합 강하윤 전무는 “협동화단지를 만들어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물류비를 감안해도 가격경쟁력을 국내보다 3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에서 가진 ‘남북관계와 경협추진방향’이라는 주제의 중소기업대표 간담회에서 “정몽헌 회장의 타계 이후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소강 국면을 맞고 있으나 개성공단 사업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특히 “현재 공단조성을 위해 현장측량,토질조사 등을 진행중”이라면서 “북측과 고용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65달러(약 7만 8000원) 선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600개 대기업 78.4% 입주에 무관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몽헌 회장의 사망후인 지난 7일 매출액 기준 6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78.4%는 “개성공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돼도 입주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특히 58.3%는 “앞으로 남북경협 환경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경협사업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응답했다.앞서 지난 6일 정 회장의 빈소를 찾은 전경련 관계자는 “같은 현대가(家)인 현대자동차도 ‘대북사업의 승계는 없다.’고 밝혔듯이 대북사업은 리스크(위험)가 커 기업들이 쉽게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