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전거 가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쓸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자전거를 ‘과시용’으로 타고 다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자전거 마니아들은 기능성, 견고함, 가벼움, 건강 등을 이유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항변한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교통사고를 내면 양쪽 다 불행하다.
자동차 운전자는 형사처벌의 위기에 몰리고 자전거 운전자는 심각한 부상후유증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은 여기에 더해 물적 보상 부담까지 가중된다.
지난 15일 서울 한남동에서 자신의 코란도를 몰고 가던 K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Y씨와 부딪쳤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운동하러 가던 Y씨는 이 사고로 뇌진탕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K씨는 수리비와 병원비를 책임지겠다고 했다가 Y씨의 자전거 가격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1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였던 것이다. 자전거는 손잡이 등 7군데가 파손됐고 모두 합쳐 400여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피해자인 Y씨도 부상을 당한데다 애지중지하던 자전거가 파손돼 크게 낙담했고 사고경위 등을 담은 3장짜리 진술서까지 경찰에 제출해야 했다. 진술서에는 자전거가 파손된 곳의 위치 등을 일일이 적었다. K씨는 결국 안전운전의무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얼마전 대전의 G씨는 승용차에 자전거 앞바퀴가 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G씨는 수개월간 어깨 통증에 시달렸고 승용차 운전자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자전거 수리비용을 물어줘야 했다.
충남의 한 소도시에서도 승용차가 후진하던 중 주차돼 있던 고가의 자전거를 들이받아 100여만원을 물어주는 일이 일어났다.
사고를 낸 자동차 운전자들은 한결같이 치료비와 자전거 수리비용을 약속했다가 상상을 초월한 청구서에 깜짝 놀란다.
고가의 자전거를 타는 대다수 라이더들도 비싼 부품가격이 불만이다. 메이커로 불리는 자전거의 부품은 100% 외제이고 프레임도 대다수 수입품이다. 외국산이기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부품을 교체하고 소모품을 살 때마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전국 매장이 입을 맞춘 듯 천편일률적인 가격을 책정·판매하기 때문에 수입원가가 얼마이고 얼마나 많은 마진을 남기는지 알 길이 없다.
수입상과 판매상의 담합에 라이더들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과 각 판매장의 자전거 매출액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고급 자전거 시장은 수입품 일색이다. 자전거 제작기술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2006년 12월 22일(금) 오후 8:02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