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波 吳銀鎬
그리움 춤추는 안도리 마을 최 씨 부부와 식구들이 건넛방이라 불리는 곳에 짐을 풀고
아줌씨에게 행여 넉넉하지 못한 가슴 들킬세라 후다닥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헐렁바지에 빨간 장갑을 들고 먼발치서 맴돌며 나를 기다리다
그리움이 먼지 되어 쌓일 뻔했다는 말에 아자씨와 나는 오랜만에 너털웃음으로 화답을 하고
백금포 해수욕장 가는 트럭 뒷 칸에 올라 밀어 올릴 머리카락도 없으면서 ‘키득키득‘
연신 머리털을 쓸어 올리며 영화 속 한 장면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백사장에는 몇몇 사람들이 낚시하고 있었고
난 행여 누가 될까? 살금살금 다가가자
안도리 이장님이 함박웃음으로 두 손 맞잡고 반갑게 맞아 주시더이다
한잔 두잔 술잔이 오가고
석양의 노을처럼 우리의 얼굴도 붉게 변했지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였던 이곳을
다시 찾아오기는 했지만 조심스럽지 않았던 지난 기억을 생각하면
재차 방문의 발자취에 오점 남길까 두려움에 떨어 보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수협 옆 슈퍼마켓 상분이 아줌마의 하늘 닮은 인자한 미소가 좋았고
이층집 할머니의 구름 닮은 친절함이 늘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었고
금호호 선장님의 바다 닮은 넉넉함과 함께 하고 싶어
행여 투박은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남도의 깊이로 포근하게 안아 주더이다
그 넘쳐나는 애정에 눈물이 번집니다
그 넘치지 않아도 모자라지 않는 넉넉함에 행복이 만세를 부릅니다
진정 안도리 품에 안기어 이 행복 다 가져도 되려는지요?
나의 이 짓궂은 한마디에 토닥토닥 마당에 장작불로 불 밟히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용치에 초장을 듬뿍 찍어 막소주로 아싸! 가오리 건배를 하면
밤은 깊은데 별빛 달님은 주무시지 않고 훔쳐본다고 수줍웁 많던 나씨 아저씨의 그리움이 생각납니다
기억만 하면 그리움 춤추는 안도리 마을 누이 형님들은 지금 뭐할까?
보성 낙안읍성 민박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