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귀목봉 산행 편지
2010. 7. 11일(일)
영아,
이번에는 포천의 청계산에서 보냅니다.
수도권에는 청계산이 3곳 있습니다. 경기도 과천, 양평 그리고 이곳 포천에 있습니다. 포천의 청계산은 대중교통이 어려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한북정맥이 지나가는 나름대로 유명한 곳입니다. 봉고차를 타고 청계저수지에서 하차합니다. 장맛비가 내린다고 하여 긴장하였으나 마침 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져서 남부에만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에는 이슬비를 뿌리고 이것도 오후에는 그친다는 예보입니다. 다행입니다.
회장님, 지인님, 그린님, 무공님, 감초님, 영심이님, 지현님, 나나님, 머쩌님, 우씨님 그리고 설송, 이렇게 11명의 일방 꾼들은 배낭을 꾸리고 출발합니다. 펜션들을 뒤로하고 좁은 산길로 접어듭니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쓰고 가자니 나뭇가지가 걸려 신경이 쓰이는군요. 길매재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설송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실은 길마재를 가려면 우측으로 돌아가야 정석입니다. 다만 비가오고 있어서 길마재에서 올라가는 곳이 미끄럽고 다소 위험할 것 같아서 좌측으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해야 맞습니다만 좌측 길을 선택한 것은 아주 우연이었습니다. 길이 좁아지고 한참을 된비알로 치고 올라갑니다. 잠시 초조해지고 걱정이 앞섭니다. 만약 길이 잘못나면 어쩌나 하는 그런 마음이죠. 그러나 점차 하늘이 열리고 능선에 닿습니다. 길이 확연히 잘 보입니다.
이곳이 어디쯤 될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옆에 있는 그린님이 다가와서 이상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잘못왔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선택을 잘 한 것입니다. 밧줄잡고 올라갈 것도 없고 보아하니 정상가는 도중에 길마재에서 오는 길과 마주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길을 통해 정상가는 등산로를 하나 더 찾은 것입니다. 우연이지만 길은 가끔 이렇게 찾아오기도 하지요. 곧 이정표를 보게 되는데 정상까지는 700m 남았습니다.
좀 쉽게 정상을 다가갑니다. 전망대가 나옵니다. 하늘은 서서히 개고 있어서 전방이 훤해 집니다. 웅장한 산이 앞에 서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운악산입니다. 길매봉 뒤로 운악산의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상부의 테라스 형태는 이곳에서 보아도 여전히 그 형상을 보여줍니다. 그 테라스를 알면 어느 장소에서 바라보아도 운악산임을 쉽게 알 수 있죠. 다시 정상 300m 전입니다. 정상까지는 나무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들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달려갑니다.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 그런가요?
정상에는 다른 산꾼들이 자리잡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좁은 정상은 곧 만원입니다. 정상석이 바뀌었습니다. 예전보다 상당히 큽니다. 가평군에서 새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도 일부 베어 버렸는지 이제는 전망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먼저 주변을 살펴봅니다. 좌측으로 890 봉이 능선 끝에 걸려 있고 그 우측으로 이어진 봉우리는 당연히 귀목봉입니다. 명지 2봉은 구름에 감쳐져 있군요. 다시 우측으로는 연인산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산할 상판리는 그 중앙에 있는 것입니다. 깨끗한 자연 그림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3년전에 그린님과 이곳에 왔을 때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주변을 조망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시야가 많이 확보됩니다. 홀로 그림을 감상하다가 식사를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쉬운 길입니다. 능선따라 오르고 내려가면 되는데 그럴만한 곳도 거의 없는 편안한 길의 연장입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산행은 행복합니다. 피톤치드가 뿌려지고 있는 듯 마음이 아주 편안하군요. 암릉도 없고 흙산이니 걷기가 편합니다. 890봉에 도착합니다. 여기가 귀목봉 갈림길입니다. 이곳에 오면 무언가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한북정맥의 길이 끝나서 그럴까요? 혹시 한참을 걷고 왔기에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가 아닐까요? 이곳에 서면 강씨봉과 민둥산 그리고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이고 그리고 저멀리 명성산 자락도 보이는 시원한 그런 곳입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나나님이 가져온 복분자도 마셔봅니다. 이제 귀목봉을 향하여 우측으로 들어섭니다. 약 1Km를 가야합니다.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사람 키보다 큰 철쭉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바닥은 문제없으나 얼굴부근을 자주 막고 있어서 힘들게 빠져가야 하죠. 그런 다음에는 고된 길을 치고 올라가야합니다. 주변에는 다양한 야생화도 피어 있을 법 한데 꽃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군요. 그런 길을 지나면 드디어 귀목봉 정상입니다.
정상은 좁습니다. 예전에 없던 정상석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망대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서면 운악산과 지금까지 산행한 뽀죽하게 솟은 청계산과 그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연인산도 함께 보여 집니다. 아, 시원한 전경입니다. 각자 멋있는 사진을 남기고 출발합니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푹신한 산길입니다. 작은 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그런 길입니다. 그린님과 함께 7년만에 다시 걸어보는 하산길입니다. 옛일을 회상하며 귀목고개로 내려갑니다. 지난 3월 하순에 상판리 이곳에서 올라 아재비고개와 명지산의 3봉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왔던 기억이 아른거립니다. 당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찬바람이 불면서 상고대가 활짝 피어 신선의 세계를 잠시 본 그 기억입니다. 지금은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와 비교한다면 너무도 상이하죠? 귀목고개에 모두들 모여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통을 꺼내 한 모금씩 마십니다.
(현재 사진) (지난 3월 사진)
하산은 가파른 길을 내려서고 전나무 길을 지나면 거의 완료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울가에서 세면과 족탕을 하고 상판리 종점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하얀 개망초 꽃으로 덮인 천상의 화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꼭 메밀꽃이 피어 있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3월 하순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풍경이 지금 눈앞에 보여 지고 있는 것입니다. 멀리 운악산을 배경으로 개망초 사진을 담아봅니다. 곧 상판리 종점에 당도합니다. 우리를 싣고 갈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로써 오늘의 산행이 종료됩니다.
영아,
당초 오늘 장마 비가 상당히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우중산행이 예상되었으나 정마전선이 남부지방에 주로 머무는 관계로 오전 한때 이슬비가 내린 이후 날씨가 개어서 산행하기에 아주 적당하였고 거기에 산바람까지 불어주어 무덥지 않게 산행을 하였습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쉽게 산행을 할 수 없는 청계산이었으나 일방 식구들이 있어서 7년만에 다시 찾은 산입니다.
다음 산행 편지는 어디에서 띄울지 모르겠으나 7월의 무더위를 슬기롭게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 여름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니 건강도 유념하십시오.
안녕 내사랑..... 설송.
산행코스 및 시간 :
청계저수지(09:45) ~ 능선 도착(11:05) ~ 정상 300m 전 (11:40) ~ 길매봉 갈림길(11:50) ~ 청계산 정상(12:00) ~ 점심 35분 ~ 귀목봉 갈림길(13:45) ~ 귀목봉(14:45) ~ 귀목고개(15:30) ~ 족탕 10분 ~ 상판리 종점(16:50)
산행시간 : 6시간 20분 (점심 제외)
첫댓글 영아에게 보낸 편지 즐겁게 읽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설송 대장님!
앞으로 많은 산행 하고 싶군요. 사진모습 잘 보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ㅜ^
다시한번 산행 즐겁게 잘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이렇게 멋지게 산행편지를 쓰실 줄 알았으면...아깝도 몬소린줄 아시죠!~고맙습니다 덕분에 멋진 산행 했습니다!~~
몇년전에 가본 느낌과는 또다른 맛을 가질수 있는 좋은 코스로 안내해준 대장님 수고 많았습니다~~~~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진과함께후기가더많이생생한감동을-----
리딩하시느라구 수고하시고 이렇게 고운 편지후기 맛깔나네요..
조목조목 사진과 함게 후기글을 쓰셧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잘..읽었습니다..^^
이제봐내요 어쩌면 그리도 길게 잘써요 수고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