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곳과도 다른 환경에 둘러싸인 제주. 공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야자수나 피부에 닿는 녹진한 습기에서부터 제주의 개별성을 체험한다. 제주의 멋스러운 풍경과 맛 그리고 문화를 발견해보자. 1. 제주로 들어온 물방울의 신전, 제주도립 김창렬 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한쪽 현무암을 닮은 굳건한 건물 1채가 서 있다. 예술인 마을의 개성 있는 건물과 정원 사이에서 김창렬 미술관은 유독 검고 단단해 보인다. 반듯한 육면체 형태의 건물 파사드에 기둥이 도열한 듯한 구조 때문에 현대적 신전 같기도 하다. 김창렬 작가는 이곳을 설계한 홍재승 건축가에게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신전’ 혹은 ‘무덤’ 같으면 좋겠다고.
2016년 9월 개관한 제주도립 김창렬 미술관은 이름대로 김창렬 작가를 기념하기 위해 지었다. 흔히 ‘물방울’ 작가로 알려진 그는 한국 모더니즘 회화를 이끈 주역 중 1명이다. 벌써 90세에 가까운 나이지만 국내외에서 여전히 러브 콜을 받고 있다. 고향은 평안남도의 산골 마을 맹산으로, 멀리 떨어진 제주와의 인연은 운명이라는 단어로 설명해야 할 듯싶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마저 버린 채 1952년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1년 6개월간 경찰로 근무하며 피란 생활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후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화가로 활동하다 프랑스로 이주해 45년을 살았고, 고국에 돌아와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 짙고 검은 회색 콘크리트로 지은 단층 미술관 건물은 위에서 볼 때, ‘回’ 자 형태다. 입구를 통해 실내로 들어가면 그윽하게 빛을 담고 있는 중정부터 눈에 들어온다. 중정의 바닥은 연못처럼 물을 채워 건물의 선과 하늘을 반사한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 <삼신>이 놓여 있다. 비라도 내리면 온갖 물방울의 파문이 잔잔한 연못을 흐트러뜨린다. 중정을 지나쳐 복도를 따라가면 높은 천장의 전시실 2개가 이어진다. 김창렬 작가는 이 미술관에 자신의 대표작 220점을 기증했다. 많은 작품이 <물방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완성 시기는 물론 시각적 구성 요소도 다양하다. 오직 물방울만 작업의 연속성을 드러낼 뿐이다.
투명한 물방울의 묘사 앞에 서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받는다. 전시 소개 리플릿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물방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행위였고 그들의 영혼을 보호하기 위한 정화 의식이었다.” 그 문구처럼 김창렬 미술관은 순연한 제주에 잘 자리 잡은 듯하다.
제주도립 김창렬 미술관 8월 27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김창열 소장품전 <물처럼>을, 6월 11일까지 제2전시실에서 기획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을 연다. 입장료 1,000원, 064 710 4150,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kimtschang-yeul.jeju.go.kr 2. 자연의 맛은 제주의 맛이다, 김지순의 낭푼밥상 사방 주위에서 나는 것들을 취하던 제주의 음식은 맛보면 맛볼수록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다. 제주 유수암 한쪽에 자리한 김지순의 낭푼밥상은 제주의 식문화를 살려 멋을 담아내는 곳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실내외 공간에서부터 이곳이 추구하는 차별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여섯 가지부터 열세 가지에 이르는 코스 요리를 준비하며, 제주향토음식명인 김지순 씨가 50여 년간 지켜온 전통 조리법으로 제주산 식자재만 사용해 요리한다.
“제주도 음식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각각의 향이 숨어 있고 맛이 숨어 있죠.” 김지순 명인의 자제인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말한다. 그는 낭푼밥상에 적합한 식자재를 수급하기 위해 제주의 여러 생산자들을 만나며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자연의 맛을 살리려면 최상급 식자재를 수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낭푼밥상은 놋그릇이나 양푼에 보리밥을 그득 담아놓고 식구나 이웃이 둘러앉아 먹던 제주의 풍습을 말한다. 김지순의 낭푼밥상은 그 문화를 올곧게 오늘날의 상차림에 올린다. 제주 토종 참기름을 곁들인 독세기(달걀)반숙부터 시작해 바릇(바다)죽, 옥돔구이, 구쟁이(고동) 톨무침, 마육편채 등의 전식이 연이어 등장한다. 바다와 육지에서 수확한 고기와 채소가 제주식으로 심심하다 싶을 만큼 담백하게 조리되었는데도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감돈다. 본식인 낭푼밥상도 옛 그대로다. 제주의 극소수 농가에서 생산하는 밭벼와 보리를 혼합한 지실(감자)밥, 바릇국, 조피볼락(우럭) 콩조림, 자리젓(자리돔 젓갈), 쌈 채소, 제피된장 등을 정갈하게 차려낸다. 특히 미역, 전복, 몸(모자반) 등을 담은 바릇국은 서너 술을 떠먹어봐야 그 맛을 가늠할 수 있다. 바다의 맛을 그대로 가져온 내음이 몸속 깊이 전해온다.
“나이 든 어른이 가족과 함께 찾아오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 음식을 먹으면서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손자나 손녀에게 말씀하시곤 해요. 제주의 옛이야기도 들려주면서요” 양용진 원장이 말한다.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몸에 각인된 기억은 본능적으로 오래 남는다. 한 번의 상차림을 통해 경험하는 역사와 문화는 이렇게 전해지는 것이다.
김지순의 낭푼밥상 예약 필수, 점심 특선 3만 원, 저녁 B코스 7만7,000원, 전통주 6종 페어링 1만1,000원,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 평화길 162, 064 799 0005, www.nangpoon.com 3. 작은 숲이 품은 천혜, 동백동산습지 숲길을 걷고 있는데, 앞선 이가 순간 멈칫한다. 그러고는 살며시 숲속을 응시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나뭇잎이 조금 흔들린다. 노루 1마리가 빼꼼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동백동산의 동물은 그렇게 이방인을 맞는다.
선흘리에 위치한 곶자왈의 동백동산습지. 20여 년생 동백나무 약 10만 그루가 두터운 숲을 이루고 있다. 독특한 용암 지형으로 인해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은 제주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동백동산이 속한 일대는 상록활엽수가 빼곡하고 연못과 동굴이 산재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이곳은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습지’라는 설명이 붙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숲길은 초입부터 나무의 터널을 이룬다. 바람이 불면 지천의 나뭇가지가 흔들려 빛살도 물결친다. 수풀 사이로 작은 개울 같은 습지가 나타나고 주위에는 온갖 이름 모를 식물들 천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의 일부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가장 큰 습지는 먼물깍이라고 부른다. 곶자왈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이룬 연못인데,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물을 긷거나 가축을 데리고 와서 물을 먹였다고 한다. 먼물깍의 수량은 겨울철에 잠시 숨죽은듯 줄어들다 여름이 올수록 만개한다. 철에 따라 참개구리, 제주도롱뇽, 소금쟁이, 물방개 등이 주위를 떠돌고 다양한 수생식물도 계절에 따라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섭리를 따른다. 동백동산습지는 그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동백동산 9am~6pm, 동백동산습지센터의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064 784 9445,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12, ramsar.co.kr
4. 섬과 바다를 품는 길, 송악산 둘레길 송악산 둘레길 주차장은 빗방울 날리는 평일 오전에도 부산하다. 사계와 모슬포 사이에 있는 송악산. 해발 104미터로 그리 높지 않지만 바다를 면한 뛰어난 경치가 높이보다 더 큰 감흥을 주는 곳이다. 접근성도 편리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행렬이 송악산을 놓칠 리 없다. 다행인지 아닌지 둘레길을 완주하는 사람들은 주차장에 도열한 차만큼 많지는 않다.
약 8킬로미터 길에 이르는 송악산 둘레길은 올레길과 겹쳐져 산자락을 돈다. 정상 탐방로는 자연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폐쇄되어 있지만, 둘레길은 발길을 허락한다. 목제 덱으로 길을 조성해놓아 다가서기도 쉽다. 주차장을 출발해 100여 미터만 걸어도 자랑할 만한 경치가 사방에 전개된다. 절울이오름, 즉 ‘절(물결)이 우는 오름’이라는 옛 이름처럼 뭍으로 연이어 몰아치는 파도의 포말이 바다를 수놓고 멀리 해안을 따라 화순항과 산방산이 보인다. 화창한 날에는 거기에 한라산까지 어울려 독특한 풍경을 발한다. 바다로 고개를 돌리면,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가 아스라한 수평선에 살짝 걸치듯 자리해 대양으로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둘레길 후반부는 거친 멋을 뽐낸다. 산자락 초원에서 방목해놓은 몇 마리의 말과 염소가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으며, 파도는 퇴적된 해안 절벽에 부딪히기를 반복한다. 멀리 제주도 남서쪽 끄트머리를 향해 이어지는 형제해안도로에는 드문드문 차량이 달리고 있다. 송악산 서쪽은 평지가 넓은 편이라 먼 곳까지 시선이 닿는다. 섬 너머 바다 그리고 그 너머 어디인지 모를 곳까지. 대략 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길의 풍경은 언제나 찾아도 다채로움이 만발해 있을 것이다.
송악산 둘레길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421-1. 5. 청보리의 섬, 가파도 매년 봄, 4~5월의 가파도는 초록이다. 청보리가 달아올라 섬 안에 초록 파도가 물결친다. 그 초록빛 바다 너머로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 그리고 여러 오름이 조화를 이루는 장관은 시리도록 눈을 자극한다. 또한 가파도는 우리나라의 존재를 서양에 알린 계기가 된 곳이다. 1653년 네덜란드의 선박 스패로 호크(Sparrow Hawk)호가 가파도에 표류했고 그 배에 승선하고 있던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이 13년 후에야 고국으로 돌아가 당시의 사건을 책으로 남겼기 때문. 그 후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가파도는 마음을 달래주는 경관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날씨의 변화는 여전하니 배의 출항 유무를 사전에 꼭 체크하자. 섬을 걸어서 1한퀴 둘러보는 데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어부와 해녀의 안전을 기원하던 제단인 할망당, 널찍한 운동장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가파초등학교, 거나한 상차림으로 유명한 가파도식당 등에서 가파도를 체험해보자.
가파도 성인 왕복 1만3,100원(모슬포항에서 여객선 탑승, 064 794 5490, wonderfulis.co.kr),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6. 모델이 된 목장과 카페, 성이시돌목장 & 우유부단 지금 제주 여행자의 인스타그램에서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는 장소는 성이시돌목장이라 하겠다. 정확히 짚어보자면, 목장 내의 아치형 건축물인 테쉬폰과 그 앞에 있는 카페 우유부단. 사람들은 순례자처럼 이곳에 와서 마치 식순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촬영에 임한다. 일단 성이시돌목장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줄을 서서 우유곽 형태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테쉬폰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은 후, 우유부단에서 밀크 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식이다.
의도하지 않게 셀피의 성지가 되었지만, 사실 성이시돌목장은 천주교 성지다. 목장과 피정의 집, 금악성당, 클라라관상수녀원, 호스피스 병원 등이 함께 들어서 있다.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테쉬폰도 비슷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목장을 세운 패트릭 J. 맥글린치(Patrick J. Mcglinchey, 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고향 아일랜드에서 건축 기술을 배워와 1960년대부터 짓기 시작했던 것이다. 농장의 숙소나 돈사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테쉬폰이 한때 제주 전역에 200채나 있었다고.
2016년 문을 연 우유부단은 성이시돌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우유만 사용하고, 수익금을 제주도의 복지시설과 청년 지원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벽안의 신부가 키워가던 사회적 공동체의 꿈을 조금은 이어가고 있는 셈. 또한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우유를 넣은 커피와 티는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셀피 촬영을 끝냈다면, 밀크 티를 1잔 들고 나와 목장의 초지로 잠깐 산책을 떠나보자. 너그러운 자연과 초지를 거니는 말들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성이시돌목장의 역사를 새삼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
성이시돌목장 제주시 한림읍 금악동길 35.
우유부단 시그너처 밀크 티 4,500원, 수제 아이스크림 4,500원, 10am~5pm(수요일 휴무), 064 796 2033, 제주시 한림읍 금악동길 38, 인스타그램 @uyubudan
제주도 남동쪽 위미리의 명물이라 하면 누구나 감귤을 꼽는다. 하여 짙푸른 바다와 은근한 오름, 매끈한 동백보다는 마을에 펼쳐진 감귤밭과 낮은 돌담의 어우러짐이 위미리다운 풍경이다. 제주도 곳곳에서 으름장을 놓는 난개발도 이 동네에서는 드물다. 감귤 농사 덕분에 부촌으로 자리 잡은 곳이기에 땅을 내놓지 않고 오래 거주하는 주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미리의 한적한 골목, 키 작은 감귤밭 옆에 들어선 4층짜리 건물 1채. 별다른 간판 없이 입구에 놓인 아이맥의 모니터가 문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작년 12월 문을 연 콴도 제주다. 낮은 현무암 담장을 두른 새하얀 건물 외관부터 이곳이 괜찮은 휴식처라는 것을 은근히 알려준다. 깔끔하게 정돈된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휴게 공간의 창 너머 정원이 눈길을 끈다. 정원과 감귤밭, 방풍림이 마치 조경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듯 군더더기 없이 자리한다. 오픈 키친의 통창으로도 위미리의 소소한 환경이 오롯이 들어온다. “제주의 바다와 그 외의 풍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설계에만 6개월 넘게 걸렸죠.” 콴도 제주를 짓고 운영하는 전용한 씨가 말한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제주에 내려와 위미에서 마음에 드는 부지를 정말 운 좋게 찾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방음을 위해 벽을 두껍게 하고, 객실의 화장실을 중문으로 분리했어요. 총 4개의 객실이 있는데, ‘좀 더 줄였어야 했나’하는 고민도 드네요.”
콴도 제주의 하이라이트는 객실의 전망이다. 객실은 모두 정남향인데, 대청마루처럼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창가 쪽 바닥을 살짝 높였고, 그 위에 낸 창으로 위미리의 풍광을 그득 담았다. 감귤나무와 단층의 지붕들, 위미항의 등대와 쪽빛 바다 그리고 지귀도가 그 속에서 숨 쉬듯 다가온다. 이런 곳에서라면 멍하니 앉아 몇 시간이고 흘려 보낼 것 같다. 콴도(Quando, 언제) 제주에 오든지 말이다.
콴도 제주 객실당 2인까지 투숙 가능, 평일 13만 원부터,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151번길 14-12, 010 4491 1996, quando.jeju.kr 구좌읍의 오랜 바닷가 마을들에는 예부터 해녀가 많이 거주했다. 김녕, 월정, 평대, 세화, 하도리 등. 제주시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북쪽에서 부는 드센 바람에 맞서 파란색, 주황색, 연두색으로 칠한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몫 좋은 자리에는 현대식으로 지은 카페와 펜션도 많이 들어서 있다. 세화포구를 지나 하도리에 들어설 때부터는 잠잠해지고, 현무암의 거친 멋이 바닷가를 장식한다. 해안도로 옆으로 띄엄띄엄 서 있는 건물 중 1곳에 원색의 페인트를 칠한 카페 이슬라가 자리한다.
고승의, 송혜령 부부가 제주에 내려와 문을 연 이슬라는 요모조모 친근하다. 우선 주변과 동떨어지게 홀로 세련된 건물이 아니라서 그렇고, 언제든 쉬었다 가도 좋게 캠핑용품과 목조 가구를 실외에 놓아둔 것도 그렇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 앉아도 입구의 창을 통해 하도리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가끔 창에 부딪히는 해풍 소리와 함께. “이 동네의 해녀들이 알음으로 사용하던 창고였어요. 저희가 직접 여기저기 손봐가며 카페로 만들었죠. 2층에는 아직도 집주인 해녀 할머니가 거주하시는데, 물질해서 건져온 것을 저희한테 그냥 주시기도 해요.” 고승의 씨가 말한다. 부부는 2011년에 결혼기념일을 맞아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국내부터 시작해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 그리고 중남미까지. 들락날락하며 여행은 1년 넘게 넘게 이어졌고, 그 사이 송혜령 씨는 여행 책도 냈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생활이 달라졌다. 급기야 부부는 제주도에 정착, 2015년 초에 이슬라를 열게 됐다. 카페의 알록달록한 색은 중남미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색감을 재현한 것이다.
이슬라에서 내는 메뉴는 계절을 탄다. 즉, 간단한 먹거리라도 제철 식자재를 잘 활용한다는 말. 9월에는 풋귤 에이드, 12월부터는 감귤 주스, 1월부터는 한라봉 주스를 준비한다. 과일 철이 지나면 당연히 메뉴도 중단된다. 겨울과 봄 사이에만 먹을 수 있는 한라봉 피자는 얇은 토르티야 도에 한라봉을 담뿍 올려 내는데 제철의 향 이 풍성해 구미가 동할 수밖에 없다. 중남미의 색에 제주도의 향이라 이곳이 편안한 것일지도. 6월 수국이 제철일 때는 카페 주위에 온통 파랗게 물든다고 하니, 부러워할 만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겠다.
카페 이슬라 청귤 카푸치노 5,500원, 한라봉 쥬스 6,000원, 토르티야 허니 감귤(한라봉) 피자 1만 원, 10:30am~8:30pm, 화요일 휴무, 064 783 1989,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708. |
첫댓글 간다간다 하면서 못가네요, 제주~
알차고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사진 너무 멋있게 찍었네요...한번 가보고 싶네요..
한번 추진해주신다면 버선발 신고 같이,,,,
제주...이름만들어도
설레고가고싶은곳...
사진멋지고 넘좋네요~~
아~~ 당장떠나고싶다~~^^
돌아서면 다시 달려가고픈 그리움의 제주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기에 머리속에 입력해ㅂ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