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40428) 강춘근 목사(한국교회) ‘창조신학’ 논쟁을 접하며
최근 본인이 속한 교단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창조신학을 둘러싸고 교양학부 박영식 교수가 ‘창조과학’을 거부하고 이른바 ‘유신진화론’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됨에 따라 교계 안팎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창조론과 유신진화론이다. 창조론은 창세기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을 변증하는 학문으로 한국창조과학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신진화론은 진화를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되, 이를 하나님이 행하신 창조의 방법으로 해석하려는 관점이다. 진화론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기에 아직도 논쟁과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자는 진화론을 배격해야 하는가, 아니면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가? 성경과 과학의 관계성은 최근 복음주의 서클 안에서 뜨거운 논쟁의 주제이며, 과학계와 성서학계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빅 이슈다. 하지만 이런 과학과 성서의 문제 앞에 점점 쇠약해져 가는 한국교회의 현실 앞에서 신앙공동체의 형제들끼리 으르렁거리며 싸워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일선 교회 등 교계에선 성경적 창조론이 진화론적 입장에 도전을 받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창조는 초과학적 사건”이라는 창조론을 견지하는 한국창조과학회에서는 이번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촉발한 논쟁이 ‘창조과학’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지난 4월 16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우리는 하나님에 의한 창조를 기록한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진화론과 빅뱅우주론 및 이들 이론과 타협한 유신진화론을 부정할 뿐”이라고 밝히며, “유신진화론을 강의한 교수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 한국창조과학회 및 본 학회 소속 회원들을 비난하고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논쟁과 갈등의 당사자인 학교측에서는 일반대학과 신학대학은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며, 학교측의 이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일반 대학에서는 유신진화론을 가르쳐도 되지만, 목회자를 길러내는 신학대학에서 유신진화론을 가르치는 건 절대 안된다”며, “교수 임용 때도 교단 신학에 따르겠다고 서약했으니 약속 파기”라고 밝히고 있다. 또 서울신학대학교 총장은 2021년 신학검증위원회를 꾸리고 박영식 교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위원회는 박 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창조의 신학>과 강의, SNS 게시글 등에서 유신진화론만을 옹호하고 창조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깎아내린 점, 소속 교단의 창조론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내리고 중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또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부 교수진은 학교 측 입장을 지지하며, 지난 4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신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창조교리를 창조신학의 중심으로 삼는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무로부터 창조하셨고 오늘도 자연적 및 초자연적 섭리와 개입을 통해 세계를 다스리고 계신다”며 “진화론과 유신진화론은 그리스도의 구원에 관한 고백과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서울신학대학교에 속한 교수들은 “학교가 학문 연구의 자유를 탄압한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교수진은 “박 교수의 창조신학이 본 성결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학자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집필하고 발표한 저서가 학교의 검열과 징계의 대상이 된다면 학문의 자유는 이미 죽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전국 조직신학자 54명도 “본래 신학자의 과제는 특정한 역사적 상황과 지적·문화적 상황을 배경으로 형성된 과거의 신학 이론을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데 있지 않다. 그리고 설령 신학자의 작업이 교단의 신학과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것의 진리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적 논의와 비판적 검증을 통해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과학자 9명, 교수와 전문인 25명, 신학자와 목회자 27명 등이 참여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학대가 ‘교단의 창조론’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독교의 창조론이 현대과학과 대화해야 한다는 교수의 주장을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기독교를 반지성적인 종교로 오인할 여지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본 교단의 총회장을 지낸 지형은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들의 학문적 양심과 소신, 이사회 행정의 신중함과 정당성, 이미 외부로 확대된 여러 상황의 원만함이 절실하다”면서 “우리 교단 외부에서 온통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교단이 떠밀려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필자 역시 서울신학대학교와 성결교단에서 자칫 이같은 논란으로 인해 한국 기독교계 내부의 소모적 논쟁으로 확산되지 않기를 바람과 동시에 본 교단의 선교적 확장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진화론, 유신진화론, 창조론, 창조과학 이론 등 이러한 이론적 논의가 기독교회에서 가르치는 올바른 진리의 복음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에 무의미한 논쟁에 시간과 자원을 허송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새로운 신학적 도전에 직면하여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시대적 물음들과 소통하여 설득력있는 응답을 제시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린 신학과 신앙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