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들어가며 Ⅱ.조사방법 및 조사과정 Ⅲ.220가지의 감정을 다루는 바리스타 1.바리스타로 카페를 열기까지 2.카페라는 공간 3.바리스타의 고민 4.카페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Ⅳ.나가며 |
강의명: 사회조사실습
담당교수님: 조성윤
소속학과: 사회학과
이름(학번): 부미정(2011101249)
Ⅰ. 들어가며
커피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카페베네 15개, 엔젤리너스 8개, 스타벅스 7개, 이디야 7개, 투썸플레이스5개, 할리스 2개점으로 총 44개 점이다. 이외에 개인이 문을 연 카페를 더하면 664여개의 카페가 제주도에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카페 덕분에 제주도 어딜 가든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통에 금방 문을 닫는 카페들도 생겨난다. 그 와중에도 제주도민, 그리고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며 그들만의 특별함을 갖춘 카페들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카페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바리스타들이 있다.
커피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카페라는 공간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곳,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라는 의미가 컸다. 그러다가 커피를 조금씩 마시게 되면서 카페라는 공간의 의미와 커피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커피를 직접 내리고, 손님들과 눈을 맞추며 자신의 커피를 내미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커피전문점 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으로의 발걸음이 더 잦았다. ‘어떤 점이 나를 이런 곳에 커피를 마시러 오게끔 이끄는 것일까?’라는 의문으로부터 바리스타와의 만남이 시작 될 수 있었다.
Ⅱ. 조사방법 및 조사과정
자신이 커피를 내리면서 직접 카페를 경영하는 CEO 겸 바리스타인 사람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조사지역은 제주의 중심상권에 위치한 카페와 그렇지 않은(외곽지역)곳에서 카페 한군데씩을 정했다. 중심상권에서의 카페 운영과 외곽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분명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을 찾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찾거나, 입소문이 난 카페, 커피 맛이 좋은 카페를 우선적으로 알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연동에 위치한 ‘더 스트롱 홀드’의 사장님과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풍림다방’의 바리스타 두 분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인터뷰에 필요한 질문목록의 큰 틀은 일괄적으로 유지하지만 조사하게 될 카페의 상황, 형태 등에 따라 질문이 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다. 다음은 인터뷰에 활용한 질문 목록이다.
*이 일에 종사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혹시 이 전에 하셨던 다른 일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바리스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리스타‧커피 디렉터 가 되기 위해 하셨던 노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떤 계기로 ‘0000’를 열게 되었는지?
*준비과정은? 어려운 점은?
*일할 때 가장 힘든 점은?
*‘0000’ 뿐만 아니라 이 근처 상권에는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등 대규모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있다. ‘0000’만의 손님을 이끄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주라는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이 분야에서 유명하신 것 같다. 강의요청이나 컨설팅 제의는 어떠한가?
*요즘 ‘0000'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가?
*앞으로 ‘0000’이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가?
*카페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위 표에 제시된 질문을 가지고 바리스타의 커피와 관련된 삶, 카페창업, 카페라는 공간, 카페의 차별성 등을 조사하면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았다.
조사과정에 있어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시간과 관련된 문제였다. 본인이 바리스타이면서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 카페영업시간에 인터뷰를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 스트롱 홀드’는 그나마 몇몇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하고 있어서 인터뷰 약속 시간을 잡기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풍림다방’의 경우 사장님 본인 혼자서 카페 운영을 하셨기 때문에 영업시간 이후에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장님의 개인적인 용무가 끝나고,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인터뷰를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직접 연락하고, 간단한 선물도 챙기고,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신선한 일이었기에 준비과정이 나름대로 의미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십사하고 부끄럽게(?) 제의를 건냈을 때 두 분 다 아무 조건 없이 제안을 받아주시고, 인터뷰 내내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주셔서 인터뷰하는 동안에는 마치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Ⅲ. 220가지의 감정을 다루는 바리스타
1. 바리스타로 카페를 열기까지
스홀: “여행도 좋아했고, 사진찍는 것도 좋아했어요. 참고로 뭐 학생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도 경험 하곤 했는데,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커피도 호기심으로 시작한 거라서 여전히 10년을 하고 있는 것도 그 호기심에 대한 해소를 못 해준거 같아요.”
바리스타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스트롱홀드(이하 스홀) 사장님께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이 참 애매했다. ‘호기심?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바리스타가 되기로 했다고?’ 라는 물음을 마음에 담아두고,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서 물었다.
처음에 그는 일본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커피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가 미국에 공부를 넘어갔다가 인종차별과 생활고를 겪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캐나다에서부터 직장 제안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 서양은 커피 문화가 발달 된 나라라서 커피를 접하기 쉬웠으며, 그가 커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이태리, 콜롬비아를 가면서 더욱 더 커피를 연구했다. 커피의 상업적인 면, 예술적인 면 등 커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면을 시도해보고 경험했다고 한다. 해외에서의 생활로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어질때 쯤 그는 제주도로 돌아왔다. 그가 호기심을 가지고 접했던 커피에 대한 정답을 알기 위해선 소비자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 돌아가서 커피를 하는 건 어떨까?’하며 한국에서, 그리고 제주도에서 커피를 하기 시작했다.
스홀 사장님과 비슷하게 풍림다방(이하 풍림)사장님도 커피에 대한 관심이 그를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이끌게 했다. 풍림 사장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IT관련 일과 유통업일을 하다가 고향인 부산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통업관련 회사에서 푸드시스템사업부에 들어가 커피사업부를 만들고 3년 정도 시스템 운영을 했다고 한다. 일을 하면서도 커피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다. 따로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해서 커피를 알 수는 없기에, 그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로스팅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쯤, 부산이 일본이랑 가까워 핸드드립식이나 로스팅하는 커피가 서울만큼이나 활발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풍림: “그때 당시만 해도 누가 누구 가르치는 게 아니고요, 어깨너머로 배우는거 였어요. 그러다가 그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배워간다 생각하면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요. 커피 쪽이 굉장히 폐쇄적 이었어요. 지금처럼 개방적이지 않고. 그래서 누가 누굴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그러다가 이제 조심조심 배웠죠.”
커피사업부에서 퇴사를 하여 여행으로 왔던 제주도에서 2년정도 밭일도 해보고, 커피도 가르쳐보고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결국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카페를 열게 되었다.
2. 카페라는 공간
스홀과 풍림다방 두 경우 모두 카페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들만의 카페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우리들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스홀: “제 인생에서 150평을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공간을 좋아할까’가 카페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죠. 15평 10평에서 장사하던 놈이 150평을 가자니 하루 해야할 생각을 15일 동안 해야된다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공간이 제일 좋을까 라는 답을 찾는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풍림: “제주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거죠. 저는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뭐가 더 생기고 번화해 질 수록 밸런스가 안맞아요. 그리고 여기에 오시는 손님들이 제주스러운 걸 좋아하는데, 물론 이제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집을 더 올리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돈은 벌지 몰라도 제주나 주민들하고 밸런스는 안맞죠. 예를 들어서 되게 조심 하는 건데 저희 집은 저녁장사를 늦게까지 안해요. 그리고 불빛이 많이 없어요. 다른 분들 다 일찍 주무시고 농사일 하셔야 하는데 저희 집만 음악소리 나오고 불빛 환하고 사람들 왔다갔다 하고. 이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사 상가 같으면 해도 괜찮아요. 저희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절대적으로 농업 어업을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스트롱홀드의 경우, 시내 상권의 중심지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공간을 위해 고민했다. 반면 풍림의 경우 제주라는 지역과, 공동체의 삶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을 위한 고민을 했다. 두 경우 다른 차원에서의 공간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손님들에게 앞으로 스홀이, 풍림다방이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두 분 다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부르디외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이들이 꿈꾸는 카페의 공간은 재현공간이다. 소수의 도시 계획자, 재벌기업, 관료들에 의해 고안된 공간재현이 아닌 이것에 대항해서 그들만의 문화 공간,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홀: “소통이라던가, 문화 공간창출 이라던가, 공간 비즈니스라던가, 그런 걸 같이 함께 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오감만족이라는 거를 더 느끼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더욱 프랜차이즈들이랑 경쟁하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에요. 여기가 단순한 커피집이 아니고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아지트, 요새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스홀이 탄생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스홀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아지트가 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이 곳에서는 바리스타 교육도 이루어지고, 한달에 한번 사장님 친구들의 멋진 공연도 이루어진다. 카페 곳곳에는 여러 사람들의 사진과 그림을 접할 수 있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이익을 내면서 동시에 문화를 창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샘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간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항한 그들만의 특별함과 차별화전략이 숨겨져 있다.
스홀:“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주변에 즐비해 있다는 건 저희한테 큰 이점이죠. 그 쪽이랑 차별화만 두면 돼요.”
스홀의 경우엔 주변 프랜차이즈가 가지지 못한 문화적 자본을 끌어다 카페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여 스홀 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사실 동일업종이 주위에 많다는 것은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일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기만 한다면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풍림: “사실 제주도의 옛날집을 그대로 활용을 했어요. 별로 변화를 안하고 대신에 어떤 인테리어 대상을 가지고 그걸 현대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고 제주도에서 나는 나무라던지 그런 것들의 빈티지나 인테리어적인 포인트만 조금 변화를 줘서. 약간 의외성이죠. 밖에서 보면 허름해 보이다가도 안에 들어가면 세련된 카페가 되는거죠.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서 어떤 시너지가 생기면 제주도의 집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요. 거기에 있어서 제주도의 집을 아주 잘 활용한 케이스로써도 이야기를 받고 있죠.”
풍림은 제주만이 갖고 있는 ‘제주스러움’을 그대로 활용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허름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빛나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풍림다방이 있는 평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월정리에는 제주의 카페거리라고 불릴 만큼 많은 카페들이 있다. 월정리의 카페들은 풍림다방에 비해 인테리어도 세련되어 있고, 위치 자체가 우위선상에 있다. 하지만 손님들은 풍림다방의 커피 맛에 처음으로 반하고, 두 번째는 풍림다방만의 느낌에 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나간다. 풍림만이 가지고 있는 제주스러움 자체가 하나의 공간활용의 전략으로써 작용되었기 때문이다.
풍림과 스홀의 공간활용 모습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확실한건 그들만의 공간철학이 프랜차이즈는와는 다른 차별화를 낳았고, 손님들의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카페가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문화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3. 바리스타의 고민
바리스타이면서 카페의 CEO인 이들은 카페운영을 혼자한다는 것에 고충을 겪고있었다. 스홀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지만 그들은 커피에 있어서 전문가 아니다. 때문에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줄 서브 매니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게 까지 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욕심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풍림도 같은 답변을 늘어놓았다. 스홀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지만 풍림은 정말 사장님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림:“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까 서비스면이 좀 부족하긴 해요. 시간도 많이 딜레이 되기도 하고요. 바쁜 타임에는 손해는 가지만 인력을 좀 확충해서 하는 것이 좋은데 커피 기술이라는 게 누구한테 하루 아침에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저희 집에 와서 일을 하시려는 분들은 일을 하려는 부분보다는 커피 배우려는 분들이 많아서 거기에 대한 이해관계가 좀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부분을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그냥 혼자 하는 거죠.”
스홀: “내가 혼자서 일을 한다면 뭐, 모든 일에 만족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못 하는 일들을 다른 친구들에게 맡기고 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걸 만족시키기가 제일 어렵죠. 일 할 때는. 그리고 ‘내가 했었더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이런 걸 포기해야 될 때가 왔다 라는 거? 그런 게 제일 힘들죠.”
이처럼 전문적인 커피기술을 단기간에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없는 점, 인건비 문제,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 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페 특성상 커피에 관련된 전문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면 커피의 질, 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해관계를 따지다보면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아마 대다수의 카페들이 풍림과 스홀 사장님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풍림 사장님의 “좋은 생두를 확보해서 좋은 커피맛을 내고, 그러기 위해서 좋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그런거죠.”라는 대답에서도 바리스타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특히 커피를 전문적으로 내세우는 카페라면 더더욱 커피맛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전국 어디라도 카페라는 곳은 커피에 대한 맛이 없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커피 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고민을 한다.
풍림: “뭐 고민은 딴거 없죠. 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거였어요. 어떻게 하면 커피를 가지고 좋은 인상을 주고, 맛을 내고,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잔의 커피에서 시작해서 끝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건 사실은 뭐 없어요. 다른 건 다 주가아니고 부죠. 항상 좋은 커피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좀 더 나은 커피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그게 최고의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죠.”
그래서일까. 풍림도, 스홀도 자가 로스팅을 하는 방법을 쓴다. 이를 통해 좋은 생두를 확보해 좋은 맛을 내는 원두로 재탄생 시킨다. 이 과정에는 이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그동안의 내공이 담겨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표준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균형 잡힌 커피 맛을 내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특히 풍림은 ‘스페셜티 커피’라는 세계시장 상위 1~2%에 속하는 최상위급 생두를 받아서 자가 로스팅을 한다. 제대로 된 커피맛을 내기 위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4. 카페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스홀과 풍림 사장님 두분께 물었다. “카페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던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커피에 대한 열정이다.
스홀: “저한테 컨설팅 의뢰가 하루에 열건 스무건 정도까지도 오거든요. 근데 항상 얘기를 해요. 커피숍을 할 것인지, 커피를 할 것인지 그거에 대한 정의를 내리시면 된다고. 해답을 드리는 건 제가 아니라서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냥 그 컨설팅에 대해서 자기가 생각하게끔 유도를 해주고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제가 해라마라 할 사람도 아니고. 결정은 생각하는 사람이 결정해야 하고, 책임도 생각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해요. 저는 그냥 도움만 줄뿐이고 도움에 있어서 조금 느끼시게 끔만 하는 사람이지, 제가 결정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뭐 조언이라면 그냥 커피숍을 하고 싶은지 커피를 하고 싶은지 그거를 다시 되묻고 싶어요. 그 사람들한테. 그거에 대한 해답만 찾으신다면 커피숍 하시는거, 커피 하시는 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풍림: “모든 일이든 간에 처음은 있을 수 있거든요. 처음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뭔가 창업을 해서 실패를 하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데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요즘에는 뭘 하든 그 부분의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부분에 대한 기술적인 것을 확실히 쌓고 나서, 내가 과연 비교우위에 있고 또 이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가 생각하고 난 다음에 일을 시작하는 것. 시작해봐서 어떻게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현재 상황은 뭔가를 시작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데 대한 관대함이 없어요. 그런 부분들을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렇기도 하다. 사업실패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타격을 주는 경우를 뉴스로 종종 접한다. 커피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턱대고 너도나도 카페를 열다보니 그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금방 문을 닫는 카페들도 생겨난다. 단순히 커피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라면 일을 하면서 생기는 고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처럼 커피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열정이 있고, 커피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려하고 그리고 커피를 소통의 매개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홀 사장님의 말처럼 카페를 하든 커피를 하든 상관없을 것이다. 힘들어도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으며 커피 한잔이 지닌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바리스타의 기본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페창업이 젊은 세대들에게도, 퇴직을 하고 노후준비를 하는 세대들에게도 각광받는 만큼 그 반짝이는 이면에는 어려움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커피에 대한 열정, 즉 커피를 통해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려움을 견뎌내고 그들만의 카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Ⅳ. 나가며
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커피의 세계가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더 스트롱 홀드와 풍림다방의 사장님을 만나면서 그들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커피만큼이나 사람을 이끄는 힘을 지녔다는 느낌도 받았다. 여담으로 어떤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시는지에 대한 질문에 스홀 사장님은 감정대로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감정? 무슨감정? 이라는 궁금증이 확 떠오를 때쯤 ‘커피에는 220가지 맛이 있다. 나는 이커피가 220가지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분 다 커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소비자가 있는 카페를 열게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직업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힘들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리스타와의 인터뷰였지만 앞으로 내가 갖게 될 직업에 대해 얘기를 나눈 기분이다. 당장 눈앞에 현실을 생각하면 빨리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야 하지만 내 나이 이제 23세. 평균수명이 늘다보니 앞으로 60년을 더 일해야 하고, 그 이상을 일해야 될 수도 있다. 그 60년이라는 세월동안 과연 한 가지 직업만 하고 살까? 단언하건데,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되나 보다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더 생각이 굳혀졌다. 카페를 경영하면서, 바리스타로 살면서 그들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카페 공간에, 손님을 대할 때, 커피의 맛에 나타나고 있었다. 앞으로 내가 갖게 될 직업에도 나만의 철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생각이 이름표마냥 따라다니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을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표가 났으면 한다.
인터뷰는 신기한 힘을 갖고 있다. 단지 얘기를 나누는 것일 뿐인데 그 사람의 삶이, 감정이 느껴진다. 인터뷰이의 눈빛이 반짝할 땐 나도 같이 눈이 커지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나도 따라 숙연해진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진정성을 인터뷰는 가지고 있다. 인터뷰의 이런 특징이 구술사 연구를 주목하게끔 하는 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인터뷰 할 때는 어색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즐겁다. 그리고 그들의 얘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하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다. 과제를 위한 인터뷰였지만 깨달은 바가 많다. 반성도 하게 된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스홀과 풍림다방 사장님께, 한번 더 나를 돌아보게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교수님께, 직업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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