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안컵은 대회가 진행될 때보다 대회가 끝난 뒤 더욱 말이 많아 보입니다. 특히 한국축구와 관련해서 그렇습니다. 이번 대회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원래 인간의 진면목은 잘 나갈 때보다 뭔가 망가질 때 그 겉과 속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 축구의 살림을 맡아보면서 전체적인 면에서 책임을 지는 대한축구협회의 이해할 수없는 행정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창립되고 나서 이렇게 대다수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적도 없는 듯 합니다. 축구와 관련이 없는 듯한 정치인들까지 지적을 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축구가 총체적 난국임에 틀림없는 모습입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국내외 언론들과 축구 전문가들도 한국의 우승확률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4강전 요르단과의 경기는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략도 전술도 작전도 선수들 기량도 패기도...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감독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아해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패배원인을 분석하겠다고 한 감독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기자들은 감독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가 발견된 곳은 미국에 있는 그의 집이었습니다. 며칠후 축구협회관계자들과 함께 경기 패배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해놓고 그냥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또 요상한 뉴스가 퍼졌습니다. 4강전 요르단전을 앞둔 저녁 한국축구팀 선수들끼리 충돌이 생겼고 그 결과 주장인 손흥민이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온전한 상태에서도 힘든 경기를 부상까지 당하니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끼리 충돌이란 것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습니다. 주장 손흥민과 막내급의 이강인이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신체충돌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급기야 한국 선수들 가운데 고참들이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의 출전을 막아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게 이해가 됩니까. 무슨 동네 양@@들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것도 한국 언론이 아닌 영국의 그저 그런 신문에서 터져나왔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확인에 나섰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참 이상합니다. 감독이 행방불명일 때 축구협회는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당한 시간을 끈뒤 확답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팀 선수들의 충돌에 대해서는 질문후 2시간도 안돼 확언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축구협회의 그동안의 관행 즉 확인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그 관행을 완전히 뒤집은 것입니다. 신속 정확하게 확인해준 것이죠. 뭔가 상당이 요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뭔가 한국축구팀의 패배를 감독과 협회차원이 아닌 선수차원으로 국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의구심이 들게 만듭니다. 지금 온나라가 축구팀 감독의 경질과 축구협회 회장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그렇습니다.
한 집안을 놓고 말해볼까요. 축구팀 선수들을 자식들이라고 한다면 감독은 아버지 그리고 코치진은 어머니입니다. 축구협회는 한 집안의 어른들이 모인 문중 최고 모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이 싸워 동네 망신이 될 상황에도 아버지와 어머니 등 부모와 집안 어른들은 자식들을 감싸고 그런 문제가 생긴데대한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콩가루 집안 망신을 부모와 문중 어른들이 지는 것이 아니고 어린 자식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그런 행위라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충돌이 사실이라고 쳐도 그것을 국내 언론이 취재한 것이 아니고 영국의 그것도 그다지 신뢰도를 갖지 않은 언론에서 특종이라면서 치고 나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 언론의 기자는 한국의 손흥민을 대상으로 취재를 했을텐데 손흥민이 그런 이야기를 했겠습니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도 손흥민은 주장으로 어떻게해서든 감추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기자는 어떤 루트로 특종 기사를 획득할 수 있었을까요. 국내 기자들이 지금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 취재 경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이번 아시안컵이후 한국축구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려졌던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질타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성역처럼 굳세게 높은 성벽을 치고 그 안에 안주하는 축구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쓴소리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축구협회는 무응답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과연 이 협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그냥 선수들이 무책임하게 충돌해서 경기에 졌다면 끝이겠습니까. 그런다고 감독과 축구협회의 책임이 사라집니까.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아니고 뭐겠습니까.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로 인해 나름 한국 축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던 수많은 한국민들에게 이렇게 배신을 주는 행위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2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