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올렸어야 하지만.. 쿨럭; 생각보다 글이 안풀리더구나..ㅠ 처음 시도해보는 거긴 한데........ 흠...; 아무튼.... 생일 축하한다. 참고로 뒤편이 있는데.. 이건 올릴까 말까 고민 중..키ㅣㅣㅣㅣ;
10월 5일, 생일 축하한다. ...시험기간이라 생일이 생일 같지 않았겠지만 시험 잘보고, 끝난 후 즐겁게 놀려무나. 사실 집이 가깝다면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크흡; 거기까지 가기엔 좀 멀더구나... 킈;;;;;
아무튼 축전을 받아주길 바래. 나 열심히 썼어. 비루하다고 욕하지말구... . 사실 후편을 못올리는 이유는.. ......공지에서 지정하는 것보다 수위가 높아서..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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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존재를 느꼈다. 머릿속에 박히는 그려지는 이름. 세이라키아. 난 존재만 느껴지는 그에게 약간의 불쾌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이 사랑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하루에도 몇번씩 너를 찾아갔지.
짧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투명한 은발 머리를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클로네의 왕이자 나의 아버지인 '라휄'의 봉인을 풀기위해 북령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서령을 도착해 북령으로 가는 루트를 아스카에게서 전해 들은 뒤, 아스카는 세메이온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아스카가 떠났지만 우리의 일행 수는 줄지 않았다. 배에 있던 노예 중 검은 머리의 소년을 결국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세리지는 난감해하면서도 결국 나의 고집을 들어주었다. 왠지, 무언가 보일 듯 말듯한게 그대로 두고 오면 후회할 것 같았달까?
키온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버려졌다고 했다. 아직 어린 그가 어디가 미웠는 지는 몰라도 버려져 있던 것을 한 농가에서 주워다 키웠는데, 술주정뱅이인 남편과 달리 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띄며 자신을 아들처럼 키워주었다고 했다. 결국 부인 몰래, 남편이 아이를 노예상단에 팔아넘겼다고 했다. 우리가 물어보긴 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키온의 모습에 우리는 당황하고 말았다.
세리지도, 헤오나 파피라도, 탈리스도, 이레이도.. 라스조차도. 모두 놀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지만 난.. 키온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바라봤을 뿐이다.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던 에페스는 오히려 날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나?
의식을 전달해오는 그에 의해 난 놀랐지만 내색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색하게 웃어줄 뿐이었다. 이런 거.. 정말 최악이다.
서령을 통과하기 위해 마시장에서 간단하게 말을 샀는데, 나와 키온을 제외한 모든 클로네들을 말을 탈 줄 알았기에 난 에페스와 함께, 키온은 세리지와 함께 말을 타게 되었다. 마차를 타도 되었지만 마차는 값이 비쌌고 나중에 처분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서령을 일직선으로 통과하는 루트로 잡은 우리는 아스란 제국 최북단 피케스 남작령에서 아스카와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파릇파릇 솟아난 잔디들을 보니 설핏 생각나는 누군가의 얼굴에 난 입술을 깨물었다. 은회색 머리칼에 연초록빛 눈동자의 그. 온전한 나만을 바라봐주던 그에게 난 정말 잔인한 짓을 했다. 내가 썼던 단 세줄의 말.
죄송합니다, 카밀님.
당신은 저와 나아갈 길이 다릅니다.
그러니 함께 가시겠다는 청은 거절하겠습니다.
잠시 눈을 감으면 또렷히 생각나는 그 때의 글. 그 메모를 집어 든 순간 카밀의 마음이 어땠을 지는 뻔했다. 나보다 날 더 아껴주던 그였기에, 나보다 날 더 생각해주던 그였기에. 그에게 날카로운 말을 한 순간 순간이 내게 비수가 되어 다가왔다. 미안했다. 미안해서, 떠나왔다. 내가 그의 발걸음에 걸림돌이 되면 안되기에.
잠시 생각을 하다보니 일행들보다 조금 뒤쳐진 곳에서 나와 에페스가 있었다. 에페스는 말을 잠시 멈추고 있었다. 난 멈춰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에페스에게 말을 걸었다.
"일행들보다 많이 쳐졌군요. 어서 가야겠습니다. 에페스?"
내 말에도 아무 말이 없자 나는 그를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는 말 고삐를 잡은 손을 놓고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난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아픕니다. 에페스. 그만 놔주시죠. 일행들이 벌써 저곳까지 갔습니다."
"....그 정도는 금방 따라잡는다. 너는 그가 좋나?"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라니.. 설마, 내가 생각한 것을 듣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던 게 아닌 생각이 그에게 들릴리가 없었다. 난 얼굴을 찡그린 채로 입을 열었다.
"그라니요? 누굴 말하는 겁니까, 에페스."
".. 됐다. 어서 가도록 하지."
에페스는 나의 말에 살짝 한숨을 쉬며 말을 채근했다. 그의 말대로 얼마 걸리지 않아 일행들과 같은 속도로 갈 수 있었다.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여관을 잡았다. 서녘 하늘엔 붉은 노을이 파스텔을 부빈 것 마냥 부드럽게 그려져있었다.
여관을 잡은 세리지는 에페스에게 열쇠 하나를 주었다.
"세이는.. 음, 에페스랑 같이 방 쓰도록하고, 나는 라나랑 쓰도록 할게. 그리고 이레이는 탈리스랑 같이 써. 라스님은 키온이랑 같이 쓰시구요. 헤오나님은 1인실을 사용하세요."
열쇠를 나눠준 세리지는 라나(인간체다)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탈리스는 어느 새 입이 귀에까지 걸려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레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라스는 키온을 데리고 들어갔다. 에페스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들어가지."
난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대충 노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있자 어느 순간 잠들어버렸다.
-후우, 이제 참기 힘들단 말이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그의 의미모를 소리를 들으며....
* * *
평상시와 같이 일을 하였다. 실무부에 배속되었지만, 요 며칠 서류 잔업 때문에 외부에 나가진 못한다. 세이가 있었을 때에 비해 업무처리 속도가 2배 이하 저하 되었다라는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갑갑하기만 하다. 서류를 처리하다보면 내게 서류를 처리하라던 농담을 진지한 표정으로 해서 놀라게 한 세이가 생각난다. 세이와 친하게 지내던 로일도 전보다 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
다.
세이를 찾아도 될까? 괜히 이제와서 행복해하는 그를 뒤흔드는 건 아닐까. 그를 지킨다는 영혼의 반려 즉, 가디언을 들었을 때부터 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뿌려졌다. 나의 어린 형제. 형제라는 이름으로 밖에 가둘 수 없는 내가 미웠다. 투명한 다홍색 눈동자. 그 신비로운 눈동자가 날 바라볼 때마다 난 기분이 묘해졌다. 나만이 그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나.. 할아버님께 나 때문에 세이를 그토록 버려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내가 바보 같았다. 세이는 이미 그 전에 알고 있었겠지. 내가, 바로 내가, 그에게서 유일한 가족이자 버팀목을 빼앗았다는 걸.
상념에 빠져있다보니 어느 새, 퇴근시간이 가까워왔다. 서류처리를 더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우울해진 나는 적당히 정리하고 처리한 것을 상부에 올렸다.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이 나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루스터 공자!"
누군가가 날 부른다. 평범한 인상의 남자였지만 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피케스 남작."
아스란 제국 최북단의 영지를 가지고 있는 피케스 남작이었다. 서글서글한 아주 평범한 인상의 그는 요 며칠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제 때문에 수도에 머물고 있었다.
"예. 저번 루스터 공작님께서 개최하신 파티에서 뵙고 처음인 것 같군요.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아, 퇴근하던 길입니다. 피케스 남작은요?"
"전 이제 영지로 돌아갈 차비를 하려고 합니다."
"꽤 멀겠군. 조심히 가길 바라오."
피케스 남작은 내게 간단한 예를 취한 후 바삐 사라졌다. 집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마르님은 요 며칠 집무실에 돌아오시지 않았다고 에드밀님이 그러셨다. 난 이마를 짚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세메이온님이 가수면 상태라는 것에 빠지시고 며칠이 지났다. 하마르님과 나는 매일 업무가 끝날 때, 교대로 여관에 들리고 있었다. 마티님은 한숨을 내쉬며 방에서 나무를 바라보고 계셨다. 라일락 향이 강하게 풍겨왔다. 처음과 같은 취할듯 강렬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아름드리 나무를 바라보며 난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왔나?"
"예."
마티님이 언제나처럼 무심한 눈으로 인사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간 침묵 속에 시간이 흘렀다.
"카밀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
"난 잠시 동령에 다녀올... 음?"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내게 말을 하던 걸 멈추고 벌떡 일어난 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 거렸다.
".......이리로 오고 있는 건가? 대충 맞췄군. 잠시만 여기서 세메이온 좀 보고 있게나."
말을 마친 그는 공간이동 해버렸다. ...저거 분명 대단한 거 아니었나? 아빌 양이 함께 있었으면 알 수 있었을텐데. 난 다시 무료하게 세메이온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른한 한낮이었다. 가볍게 지나가는 바람에도 그가 생각난다.
* * *
세이와 헤어진 뒤, 아스카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세메이온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듯 싶었다. 세메이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생각하던 아스카는 아스란 제국의 수도 이르아킨으로 목표를 잡았다. 숲의 전언을 들었다면 그는 이르아킨으로 갔을 것이다. 숲이 모두 죽었는데도 그린 드래곤 마커티스가 별 반응이 없는 건 세메이온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으리라. 아스카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랬다. 너무 늦었다면 겨우 나이트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며칠을 달렸을까. 이르아킨에 꽤 가까이 다가갔을 무렵,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놀라서 급히 주변을 경계하던 내 앞에 진녹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나타났다. 인위적인 색채가 강한 머리칼을 보며 아스카는 그의 이름을 외쳤다.
"마커티스!"
"이런, 아스카. 세메이온에게 오던 중이었나?"
"그래, 세메이온은 어디 있지? 지금 가수면 상태에 빠졌지 않나?"
"그래. 지금 이르아킨에 있지. 나무로 돌아갔어. 이동하지."
잠시 동안 마커티스의 몸 주변으로 밝은 빛이 감싸고 돌았다. 아스카와 마커티스는 그대로 세메이온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건물 앞엔 커다란 라일락 나무가 보이고 있었다. 세메이온이었다. 아스카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 손에 상처를 내 주변에 피를 흩뿌렸다. 아래의 흙에 피를 떨어뜨리니 부글거리며 점차 흡수되듯 사라져갔다. 뚝뚝 피가 떨어지던 그 동작 그대로 멈추어있으니 마커티스는 약간 굳어진 얼굴로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라일락 나무의 가지가 조금 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아스카는 손을 마커티스에게 내밀었다.
"치료해줘."
"[치료] ...이제 된 건가?"
"곧 정신을 차릴 것 같군. 마커티스, 그댄 어떻게 할 텐가? 우리와 함께 북령으로 가겠나, 아니면 레어로 돌아가겠나?"
"흠, 후계를 찾은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때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달려왔다. 은회색의 머리에 초록빛 눈동자의 소년. 카밀이었다.
"자, 잠시만요. 세이를, 세이를 찾은 겁니까?"
"그래. 넌 누구지?"
"제 이름은 카밀 폰 루스터라고 합니다. 세이와는 사촌이죠."
"세이의 사촌이라고? 그럼, 루스터 공작의 손자겠군. 그래, 세이는 찾았다. 지금 각성까지 마친 상태지."
"각성... 이라구요?"
아스카는 더이상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피식 웃으며 마커티스에게 눈을 돌렸다.
"그래서, 마커티스. 그대는 북령에 갈건가?"
"됐어. 이만 레어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 빌어먹을 마물족 놈들이 수맥에 독을 퍼뜨려서 숲이 다 망가졌거든."
"그렇군. 그럼 세메이온은 내가 데리고 가지."
마커티스는 그길로 레어로 돌아갔는지 텔레포트를 해버렸다. 아스카 역시 세메이온이 깨어날 때까진 이곳에 머물어야됨을 상기하고 얼굴을 찌뿌렸지만 카밀의 안내로 원래 세메이온과 마커티스가 묵던 방으로 들어갔다. 이틀 정도면 깨어날 것이리라. 본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테니. 하지만 늦는다고 하더라도 아스카에겐 크게 상관이 없었다. 어린 후계는 그 나이 답지 않게 신중하고, 신중했다.
"당신도 클로네 족 입니까?"
"그래. 클로네의 나이트, 아스카다."
"세, 세이는.. 세이는 지금 어디있습니까?"
간절히 외치는 그의 얼굴엔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스며져있었다. 아스카는 무심한 얼굴로 세메이온을 지켜보다가 지나가는 말투로 한 마디 했다.
"지금쯤이면 첫번째 마을에 닿았겠군. 지금 북령으로 가는 중이다. 나와는 피케스 남작령에서 만나기로 했지."
"저도..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굳이 그러고싶은 마음은 없다. 왕께선 너의 조부와의 약속을 충분히 이행했다. 또 세이는 널 그다지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이니까."
딱딱한 아스카의 말에 방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카밀은 떨리는 목소리로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말했다.
"조부와의 약속? 그런건 저와 관계 없습니다. 그리고 전 세이의 형제입니다. 세이와는.. 반드시 만나야만 합니다."
카밀의 눈동자에는 의지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한 구석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걸 본 아스카의 얼굴엔 살며시 실망감이 감
돌았다. 곧 차가운 본래 얼굴로 돌아온 그는 터벅터벅 창가로 걸어가 창틀에 걸터 앉았다. 그런 아스카를 카밀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먼 곳을 주시하는 그의 얼굴엔 약간의 의연함도 감돌고 있었다.
"저어, 아스카님?"
카밀이 주저하는 듯한 어투로 그를 부르자 그는 피식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의 의지는 너만의 것. 굳이 나를 따를 필요는 없다. 세메이온이라면 널 이대로 두고 가진 않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지만은 확실해보이니까. 아직 우리는 출발할 일정이 없다. 이틀 정도 후에 출발할 것 같으니 함께 북령으로 가고 싶으면 그 때 오도록 해라. 오늘은, 그만 쉬고 싶군."
"예. 그럼 이틀 후에 뵙겠습니다."
단정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아스카는 하늘을 보며 낮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잘 한 것이겠지?"
허공을 떠도는 목소리에는 누구에겐지 모를 서글픈 감정이 가득했다. 아스카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 * *
언제 잠든 것일까? 어슴프레한 주위를 둘러보며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댔다. 아직 빛이 없이 깜깜한 걸 보니 새벽인 것 같았다.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조금씩 불어들어왔다. 조용한 방안에 앉아있자니 잊으려 묻어두었던 기억이 가득히 밀려들었다.
공작가에 처음 들어갔을 때였다. 작은 방 하나를 내 것이라고 받았다. 낮에는 카밀도 찾아오고, 백작님도 찾아오시고, 백작부인도 찾아오셨다. 부드럽게 웃으시는 그 분위기에 두려웠지만 따뜻했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방안에서 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 없이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 없이 울었다. 외롭고 두려워서..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그렇게 울었다. 정신이 들었을 땐 온몸에 열이 들끓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의원은 그저 오랜 여행과 피로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날도, 많은 사람들이 날 보고 갔지만 딱 한 사람. 공작님 만큼은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다. 공작님께 그렇게 차갑게 말을 할 때도 난, 서글펐다.
"이런, 이런..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나, 아무튼 못말리는 도련님이라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둠 속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머리카락, 그러나, 어스름한 달빛이 빛이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아름다웠다.
"에..페스..?"
"울지 마라."
짧은 한마디. 그 순간 흘러 내리는 한 방울 눈물에 난 당황하고 말았다. 에페스는 작게 쯧하고 소리를 내곤 내 앞으로 다가왔다. 꽤 가깝다 생각할만큼 다가왔을 무렵, 난 무심코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신비로운 그의 눈동자 안에 내가 담겼다. 구슬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다가왔지만 그의 눈동자에 정신이 팔려 에페스가 하려던 것을 눈치챈 것은 잠시 후였다.
"읍..?"
내 목에 손을 받치고 부드럽게 내 입술을 탐하는 그의 얼굴이 진지해 밀치지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에페스의 행동에 그대로 사고가 멎어버린 것이다.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내게서 떨어진 그를 봤을 때, 난 울컥 화를 내버렸다.
"뭡니까? 장난이라면..."
그러나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말했다.
"장난이라... 훗, 내가 너에게 장난을 쳐야할 이유 따윈 없다. 사랑한다, 세이라키아.
태어날 때부터 너의 존재를 느꼈다. 머릿속에 박히는 그려지는 이름. 세이라키아. 난 존재만 느껴지는 그에게 약간의 불쾌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이 사랑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하루에도 몇번씩 너를 찾아갔지.
슬슬, 참기 힘들었을 뿐이다. 넌,"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한 마디가 나오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지한 그의 표정에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았다.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뭐라 말을 해야할 지 단 한글자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말을 끊은 그가 날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는 재차 입을 열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지? ..나를."
살며시 눈을 떴다. 에페스의 얼굴은 붉어져있었다. 헤오나 파피라의 눈동자 색보다 더욱 붉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민하던 내가 바보 같았다. 내가.. 한 순간이라도 이렇게 마음을 놓은 상대가 있었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에페스를 만난 그 순간부터 나를 옥죄고 있던 불안감을 사라졌다. 적어도 난 그를 매우 좋아하는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에페스와 같은 감정인 지는 모르겠다. 내가 거절하게 되면 에페스는 날 떠나게 되겠지? 거기까지 생각하진 나는 아찔해졌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공허한 그의 표정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가 떠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였나, 착잡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에페스의 옷을 붙잡았다. 붙잡았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난 너를 사랑한다. 세이라키아. 그건 어느 때이든지 달라지지 않을 거다. 내가, 단언하지. 그러니.. 그렇게 불안해 하지마라."
"에페..스.."
"그렇게.. 날 바라보면 나도 더이상 참기 힘드니, 가보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의 계로 돌아간 건가? 처음으로 느낀 서운한 감정에 나 자신도 놀라고 말았다.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서운해할 것도, 바라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검푸른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 에페스 레티미온. 그가.. 나를 좋아한다니..
날이 밝아 아침이 되었지만 에페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의아해하던 일행들은 에페스가 6개월 이상 소환되있던 것을 상기했는지 (그게 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에페스가 돌아올 때까지 이레이가 나와 함께 타기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일행들은 그저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했다. 말 위에서 공허하게 있었다. 그 순간 생각나는 건, ....어젯밤의 에페스였다.
"...이! 세이!"
"아, 네. 이레이 형."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골몰하고 있어? 예정했던 에피 마을에 도착했어. 이제 내려야 할 거야."
피식 웃으며 말하는 그의 말에 난 말없이 말에서 내렸다. 여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전날과 똑같이 방을 나눴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흘렀고 우린 내일 쯤이면 피케스 남작령에 도착할 것이다. 아스카가 도착해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푹쉬자 이제는 익숙해진 이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뒤 에페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이, 많이 걱정하지마. 잘 될거야."
"네, 이레이 형."
말들이 지쳐 쉬고 있을 즈음, 에페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일행들을 바라보던 그는 단 한번도 나와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나는 애써 웃으며 세리지에게 말을 걸었다.
"세리지 씨. 피케스 남작령까진 얼마나 가야되나요?"
"음, 한 세시간 정도 말을 타면 될거야. 아스카님이 세메이온님과 함께 도착해 계시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우리는 그곳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거지?"
"일주일 정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여관을 일단 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응, 그나저나 무슨 일 있어?"
"예?"
"아니, 요즘 더 창백해진 것 같아서.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약간 수척해진 것 같기도 하고. 혹시.. 긴장하는 거야?"
"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그래. 그러자."
세리지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일행들에게 가서 알리며 잠시 분주해졌다. 세리지의 말대로 약 세시간 정도 말을 타고 가자 곧 성이 보였다. 그렇게 웅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경 방향에 위치해서 그런지 견고해보이는 요새와 같았다. 중심가에 있는 여관을 잡았다. 한 일은 없지만 피로했다. 세리지의 말처럼 긴장하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곤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으니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의논하고 방으로 돌아간 나는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에페스를 보고 움찔하고 말았다. 에페스의 눈동자는 서늘하게 가라앉아있었다. 난 다시 나갈까 하다가 관두고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침대에 앉았다. 나와 에페스가 서로를 마주보는 상황이 되었다.
".....에페스?"
"...왜 그러지?"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난 두눈 질끈 감고 아무거나 나오는 데로 물었다.
"본계에 가계셨던 겁니까?"
"그래. 아무리 나라도, 고백한 직후에 얼굴을 보는 건 어색하거든. 어때? 내 고백에 대해선 생각해 봤나?"
이렇게 대놓고 답을 물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침묵을 거절이라고 생각했는지 에페스의 표정은 서늘히 식어갔다. 벌떡 일어난 그는 나에게 다가왔다. 키가 큰 그였기에 올려다 보려니 목이 아팠다. 그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이... 좋습니다."
"...지금..뭐...라고?"
에페스와 만난 후, 그가 이렇게 당황한 것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곧 언제 당황했었냐는 듯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부딪혀왔다. 부드럽게 치열을 훑는 느낌에 난 깜짝 깜짝 놀라고 말았다. 키스를.. 해본 적은 없기에 내 입속을 휘젓는 그에 의해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어있었다. 숨이 막혀 온다고 생각할 즈음, 에페스는 나에게서 떨어져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행복을 느낀 것은 단 세번이다. 첫번째는 너라는 존재를 느낄 때, 두번째는 너에게 내가 각인되었을 때, 그리고 세번째는... 지금이다. 세이라키아. 나의 .. 달빛이여."
따뜻하게 끌어안아오는 그를 느끼며, ....처음으로 행복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첫댓글 오옷, 세이가 카미리를 버리고 에페스에게 가버렷군요+_+ 아아, 개인적으로는 카밀세이가 더 좋긴 하지만.. 에페세이도 좋아하니깐...(웃음)
후후.. 그렇게 됐네요.;;;;
으아아ㅠㅠㅠㅠ언니 미안 지금 봤네ㅠㅠㅠㅠㅠㅠ언니 이런 멋진 글을 써주다니ㅠㅠㅠㅠㅠㅠㅠ
난 정말 무한 감동이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언니언니 정말 내가 난 언니 생일 때 겨우 그림 한장 줬는데 언니가 이런 보배로운 글을 주니 난 어쨰ㅠㅠㅠㅠㅠ언니 정말 언니는 언제 봐도 존잘러여!!!!으아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
언니정말 고마워 이 글은 내가 영원히 영구소장하겠으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언니 정말정말 고마워ㅠㅠㅠㅠ
*스..스크렙이 안되는 이 슬픈 현실..:Q
에페스 다정돋네ㅠㅠㅠㅠㅠㅠ세이 잘해쓰 역시ㅠㅠㅠㅠ에페스에페스ㅠㅠㅠ으아 에페세이모에다ㅠㅠㅠㅠ
스.. 스크랩.. 흠.. 내가 메일로 보내줄께.. 헤헷;; 에페스가 다정돋는다니 내가 미친게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