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은 돈이나 물건을 마구 사용하거나 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은 연산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술과 여자에 빠져 지내던 연산군은 채홍사(採紅使)라는 관리를 전국에 파견해 각 지방의 아름다운 처녀를 궁궐로 뽑아 오게 하였는데 그 숫자가 무려 만여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외모가 예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 여자들을 “흥청(興淸)”이라 불렀는데 연산군은 그 “흥청”들을 모아 놀다가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망하고 말았다는 뜻에서 백성들은 이를 “망청(亡淸)”이라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Think Tank)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공공부채를 모두 합하면 나랏빚이 1,132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연금 등, 충당 부채까지 합치면 2,300조 원이 된다고 한다. 이런 숫자는 OECD 평균 실질적 부채비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를 정부 채무만 따로 떼어서 보면 낮은 편임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 부문 부채를 합산하고 여기에 공무원연금 등, 충당 부채를 합산한 넓은 범위의 국가 부채인 일명 “D4” 부채는 지난해 기준 약 2,300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부채(Debt)는 D1에서 D4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D1은 국가채무, D2는 D1에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 D3는 D2에 공기업 부채를 더한 것, D4는 D3에 미지급 연금 부채를 더한 것이라고 한다. 2088년이 되면 국민연금 누적 적자액이 1경7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모두 미래세대가 상환해야 할 빚이 된다. 즉,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꼴이 된다. 이에 대해 D4라는 개념은 “잘못된 개념”이며 우리나라의 연금충당부채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의 성격을 따지자면 D4가 아니라 “재무제표상의 부채”로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하는 주장도 있다.
국제적으로 D4 개념을 사용하는 곳은 기획재정부 아닌 국제통화기금(IMF)이다. IMF는 이 D4라는 지표를 “보험, 연금,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표준화된 지급계획(insurance, pension, and standardized guarantee schemes)”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의 정부부채 정의에는 D4라는 개념이 없다. 기재부는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미래 예상 지급액을 포함한 정부 부채를 재무제표상의 부채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IMF가 정한 D1~D4 정의는 “정부의 빚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기준으로 국채, 차입, SDR, 연금 등을 포함하여 정한 것이다. 이에 반해 기재부가 정하고 있는 D1~D3는 정부의 범위를 중앙정부, 지방정부,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부채를 정하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당연히 국가부채의 규모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주머니 돈이 삼짓 돈이듯 나라 안에 있는 부채는 그 형태를 불문하고 최종적으로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갑돌이 빚과 갑순이 빚은 갚을 주체가 다른 별개의 빚이지만 국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국민의 부채임이 틀림없다.
일부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다른 선진국은 이미 연금 개혁을 진행하여 충당 부채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실질적 부채비율은 사실상 OECD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 부채와 연금 부채는 분명 대한민국의 범위 안에 있는 부채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를 포함하느냐 제외하느냐는 숫자놀음은 될 수 있어도 국민부담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결국 공기업들과 연금관리자들이 아무런 책임감 없이 흥청망청 써놓고는 공기업 부채와 연금 부채는 국가부채가 아니라 기업부채라고 발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기업이 망하면 또 연금공단이 망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길뿐이다.
미래세대에게 빚더미를 떠안기는 그런 숫자 놀음과 해당부처 놀음은 전형적인 폭탄돌리기가 아닐까? 국가 돈을 자기 돈처럼 흥청망청 쓰고 있는 공기업들이여, 연산군 같은 비극적 최후를 마치기 전에 당장 그 망청(亡淸)할 흥청(興淸) 놀이를 끝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