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6월의 일기, 범사에 감사하며/자화상
검정색 카니발이 멀어지고 있었다.
2023년 6월 14일 수요일 오전 7시 40분쯤 해서, 우리 고향땅 문경의 이웃인 예천군 풍양면사무소 앞에서의 일이었다.
멀어지는 카니발은 71보 6290 우리 차였다.
문경에서 400리 길인 대구까지 걷기 도전에 나선 이틀째로, 풍양에서 문경까지 80리 길을 역방향으로 걸은 전날에 이어, 이날은 풍양에서 대구쪽으로 순방향으로 걸어 내려갈 작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차를 몰아 풍양면사무소 앞까지 달려왔었고, 이제는 동승했던 아내가 그 차를 몰아 다시 문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 차가 까마득히 멀어질 때쯤에 발걸음을 돌렸다.
돌린 발걸음 앞에 찰옥수수 노점상이 전을 펴놓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부부였다.
아침 요기 삼아 찐 옥수수 하나 사먹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옥수수를 찌진 않았다 했다.
그냥 돌아설까 하다가 이렇게 한마디 물었다.
“대구까지 걸어가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해요?”
길을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다.
꾀죄죄한 내 모습을 보고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싶어서, 내 상황을 알려주는 뜻도 있었고, 일흔을 훌쩍 넘어선 내 나이에도 그 먼 길을 걸어가겠다고 도전에 나서는 나를 보고, 인생사 세상사에서 부딪치게 되는 모든 어려움들을 잘 감당해내기를 바라는 뜻도 있었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남편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길 안내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답을 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바로 그 앞에 볼록거울 반사경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반사경에 허름한 복장의 상거지차림인 내 모습이 비쳐져 있었다.
자화상이었다.
그래도 그 차림에서 챙길 것이 하나 있었다.
티셔츠였다.
지난해인 2022년 연말에 우리 문경중학교 12회 동문이신 김영철 선배님께서 딸아이가 사는 미국을 다녀오시면서 기념으로 선물해주신 것이었다.
그 표티를 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즉석에서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내드렸다.
그 메시지, 곧 이랬다.
‘형님이 선물해주신 티셔츠를 입은 제 자화상입니다. 이 모습으로 지금 풍양면사무소 앞에 서 있습니다. 대구로 걸어가기 도전 이틀째인데, 이제 막 이틀째의 그 첫 발걸음을 내디딜 참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하겠습니다.’
그러고나서 이날의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