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10, 9, 8, 7, 6, 5, 4, 숫자를 따라 세고 있다 3, 2, 1, 제로라는 외침과 함께 팡파레가 울린다.
많은 사람들은 감격해 마지 않는다. 어떤 여자들은 서로 안고 눈물도 흘리고 있다.
이어서 아나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달을 정복한 나라이며, 무려 42년 만에 인간이 다시 달을 정복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개발한 우주선 선저우 22호의 달 착륙 실황 중계이다.
화면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반복적으로 2015년 10월 19일 오후 2시 2분 10초를 보여주고 있다. 선저우 20호가 달에 착륙한 시간이다.
조금 있다고 중국과 러시아 각지의 반응과 외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현장 리포터들이 격양된 목소리로 전달한다.
한참 후에 중국의 우주 정복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래된 흑백 화면에서부터 2003년 10월 최초로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하는 장면과 지난해에 선저우 20호가 달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들이 나온다.
이윽고 이번 탐사의 성공으로 인해서 우주에서 러시아와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두 나라간의 우호도 더욱 증진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과학원 류전싱 연구원과 러시아의 체르닌코 박사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번 달 착륙을 계기로 우주 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2017년까지 화성에 무인 우주탐사선을 발사하여 화성의 구성성분과 대기에 대한 분석과 실험을 할 계획이고 일련의 계획들이 순조롭게 되면 2035년 화성까지 정복이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근래에 미국의 우주개발이 지지 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기에 중국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미국에 앞서 화성을 정복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한다.
중국의 넘치는 자신감을 보는 것 같다.
‘자 출발하세 이렇게 하다가 늦겠다.’ 나는 쿡 실장에게 말했다. 쿡 실장이 오늘은 타이호우에 가서 바람이나 쐬면서 기분 전환하자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우리가 타이호우에 간다는 사실을 등부장이 눈치채고 모시겠다고 해서 거절하지 못해.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등부장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내가 다시 쿡 실장의 옆구리를 찌르자 그제서야 등부장보고 가자고 재촉한다. 우리는 등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리무진에 올랐다.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이며 곳곳에서 경음을 울리고 질주하는 차량들이 눈에 띤다. 오늘 중국인들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분일 것이다.
1시간 정도 달리니 타이후호가 보인다. 엄청나게 큰 호수다. 바다 같다. 옛날 일본의 비와고란 호수를 볼 때의 그 경외감이 밀려온다.
호수 안내문을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타이후호는 면적 2,213km2, 깊이 4m, 남북길이 약 70km, 동서길이 59km이다. 옛날에는 바다였으나 양쯔강[揚子江] 어귀의 삼각주가 발달함에 따라 형성된 담수호이다. 호수 주위의 서쪽과 북쪽에는 구릉이 있고, 호수 가운데에는 시퉁팅산[西洞庭山] 등의 작은 섬이 있다. 구릉에서 흘러내린 하천은 서쪽 호안으로 유입하고 동쪽 호안에서는 우쑹강[吳淞江]과 황푸강[黃織江] 등으로 유출한다. 수면(水面)은 이동이 심하기 때문에 연안지대에서는 홍수가 자주 일어 송 ·명(宋明) 시대부터 치수공사에 힘썼다. 근년에 수리시설이 건설됨에 따라 안정된 벼농사 지대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담수어장이다.”
호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폰이 울렸다.
얼굴을 보니 김사장이다. 자기가 일본으로 출장을 갔는데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늦게 도착해서 일 보는데 시간이 걸렸기에 오늘 저녁에 만나는 시간을 1시간 정도 늦게 10시에 호텔 지하 카페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김사장과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김사장은 원래 LG반도체에 있던 사람인데 일진다이아몬드가 고온폴리 실리콘 TFT-LCD 패널 사업에 뛰어들면서 스카우트 되었고 공장 건설 프로젝트 때 유틸리티 영업할 목적으로 수차례 만났고 만날 때마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처음 뵐 때는 차장이었는데 나중에 일진다이아몬드의 유틸리티를 관리하는 유진사의 사장이 되었다.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은 유틸리티를 전부 외주 관리하는데 그 이유는 노조가 파업을 해도 회사를 계속 돌리기 위해서다.
얼마 전에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그 동안 메일 함에 저장되어 있던 메일 중 6000여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김사장의 메일이 꽤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이 남는 것은 2009년 8월경의 메일에 고온폴리 실리콘 TFT-LCD에서 일본의 소니와 세이코엡슨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어서 기쁘다는 내용과 2011년 중국 TCL자회사인 TCL LCD사의 기술 부총경리(부사장)으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 뇌리에 스친다.
우리는 타이후호에서 저녁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중국의 우주 개발이며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등부장은 자신감에 넘쳐나고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중화 사상에 빠져 있지 않나 의심이 갈 정도이다.
등부장은 자신이 작년에 퇴역한 공군 중령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야기의 방향은 군대로 옮겨 갔다. VFX에서 탈락한 F-11기의 후속기인 F-12기에 대하여 이야기 해 준다.
“F-12기가 실전에 배치되면 향후 공중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한다. 전투기 역사상 최초로 마하 3을 돌파한 최대 속도 마하 3.5에 이르고 슈퍼크루징(후기 연소없이 아음속을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랩터에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운항시 속도가 마하 2이다. 이정도 속도를 내려면 고출력의 엔진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원을 액화 수소를 사용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항속 거리는 4800km이고 전투 행동 반경은 2200km에 달한다.
문제는 피격되었을 때 액화 수소 저장통을 보호하는 것이 그 동안 가장 어려운 기술이었는데 프랑스 베스비우스사에서 나노기술을 응용한 저장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를 라이센스하게 됨으로써 해결하였다.
F-12의 개발 목적은 미국의 F-22 랩터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F-22를 능가하도록 설계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 F-3다목적 전투기 개발시에 포기했던 탄소 복합소재(F-2 지원기에 사용했다. 실패한 기술)를 채택했는데 이는 최근에 간이 탄소 복합소재 용접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탄소 복합소재로 만든 기체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에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데 반해 이 기술의 도입으로 현장에서 이상이 있는 부분만 간단하게 용접하는 기술이다. 어떤 부위라도 10분 이내에 용접이 가능하고 바로 출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될 모든 전투기의 동체는 탄소복합소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전투기의 양산 시기는 2022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등부장은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런 개괄적인 내용보다 디테일한 기술적 이야기가 더 관심이 있는데 등부장은 기술적인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식사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밤거리는 화려하기 그지없고 혼잡하다.
나는 쿡 실장에게 중국의 차기 전투기의 디테일한 것들을 베트남어로 물어 봤다.
특히 중국이 어떻게 수소 엔진을 개발 했는지와 엔진 분사 방법이 궁금했다. 쿡 실장은 자기는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디테일한 것에 대하여 작년에 나한테 설명을 들었는데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항공기 수소 엔진 분야는 내가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작년에 한국의 연료전지 학회에 논문도 기고 했고 많은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 논문을 다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이라 바로 지하 카페로 갔다.
김사장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저야 반도체 분야 떠나면서 기억을 다 헌납하고 갔죠’ 나는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애써 감추었다.
‘그런가’ 하면서 김사장님은 중국 반도체의 역사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중국 반도체 역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드래곤칩이라고 명명된 CPU의 개발이다. 드래곤칩은 2002년에 개발되었는데 그 당시 클록수는 팬티엄1 수준에 미달하는 제품이었는데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서 2005년 가을에 1GHz제품으로 시장에 나왔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2006년 SMIC가 이 기술을 정부로부터 이전 받음으로써 급격히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다.
SMIC는 비메모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2.2GHz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중국정부가 인민 PC사업의 정식 CPU로 채택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하였다.
그 이듬해 인도의 국민 PC산업에 이보다 업그레이드된 2.5GHz가 채택됨으로써 물량 기준으로 인텔을 능가하였다.
2009년 노트북 시장을 공략할 드래곤 알파칩을 시장에 출시하였고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이 칩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세계 반도체 경기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SMIC는 약진할 수 있었다.
SMIC는 2011년 CPU칩 시장에서 처음으로 AMD사를 추월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서 인텔을 맹 추격중이다. 2014년 CPU시장에서 출하량은 SMIC가 많았으나 금액 기준으로 인텔이 더 많았다.
내년에 신제품 드래곤 알파7칩이 출시될 것인데 12나노미터의 선폭으로 클록속도가 12GHz인데다 플래시메모리와 DRAM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크기가 가로 세로 각각 1cm인 제품이다.
이 칩이 시장에 나오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 확실하기에 내년이나 내 후년에 완전히 인텔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중국은 CPU시장 뿐만 아니라 메모리 시장에도 상당히 성과를 나타냈는데 2012년 메모리 반도체 대국 한국을 추월하였고 올해에는 그 폭을 더욱 넓히게 될 것이다.
중국이 메모리 분야에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4년에 전략을 대폭 수정했기 때문이다.
2004년 초에 중국 반도체 학회에서 내린 결론은 DRAM에서 삼성을 추월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그 대안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McRAM이었다.
McRAM은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칩에서 모든 메모리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비휘발성 플래시메모리와 휘발성 D램 및 S램을 한 셀에서 구현한다는 개념으로 한국의 오투아이시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SMIC가 라이센스 생산을 함으로써 한국에 도전장을 냈다.
McRAM은 플래시와 램(RAM)을 붙이면 램이 고전류에 못이겨 산화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공급전류를 피뢰침 원리를 적용, 1㎂로 낮춰 셀 단위 통합을 실현시킴으로써 1셀당 프로그래밍 전류가 경쟁사 대비 500분의 1 수준인 1마이크로암페어(㎂), 인스톨 시간이 80분의 1 정도인 1초에 그치기 때문에 휴대폰 배터리 수명을 수일에서 수십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또한 다종의 메모리 기능을 한 셀에 통합했기 때문에 기존 MCP에 비해 비트당 30∼80%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품으로 이것을 노트북까지 적용 가능하도록 발전시킴으로써 메모리 대국인 한국을 누를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오랜만에 만났다고 계속 술을 따라 주어서 나는 거의 치사량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총경리님 어떻게 TCL LCD로 오시게 되었습니까’ 벌써 발음이 세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호칭도 김사장님에서 부총경리님으로 왔다 갔다 한다.
‘아, TCL은 2004년 중국 핸드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회사인데….
그 해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 10대 메이커로 급부상하였지요. 그 이후로 이 회사는 해마다 한 계단식 뛰어 올라 2010년에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문제는 2009년의 기점으로 중국의 핸드폰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가 되었지요. 그래서 이 회사에서 유기 LCD 분야로 진출하기로 했고, 내가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이 회사 지금은 핸드폰 시장 점유율이 세계 넘버원입니다.’
‘그런데 고온 폴리 실리콘 TFT-LCD와 유기 EL은 틀리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유틸리티 원리는 똑 같지, 그리고 내가 일진 갈 때 고온 폴리 실리콘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갔나 더 어려운 DRAM했으니까. 한번 도전해 본 것이지. 이것도 재미있네. 요즘은 엄청 안정화 되어서 세계 최대의 수율이 나오니까.’
‘대단하시네요.’
‘그러고 보니까 김사장이 나보다 먼저 유기EL에 관심이 많았잖아. 예전에 일진에 와서 한번 설명했지. 브레이크였지.’
‘그랬죠.’
기억이 난다. 브레이크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한번 찾아간 적이 있다. 일반 TFT-LCD는 제품이 완성되면 기판을 절단하는데 그렇게 되면 칩이 기판 위에 남게 된다. 그러면 초순수로 세정하면 된다. 그런데 고온 폴리 실리콘 TFT-LCD나 유기EL은 수분에 약하다는 치명적이 단점이 있다.
그래서 완전히 절단을 하지 못하고 유리기판에 금을 주어서 브레이크로 부순다. 이 과정이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다. 유리 기판에 금을 줄 때 칩이 기판을 손상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부술 때도 일직선으로 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있을 때 인터넷에 보니까. 엘리아테크가 중국 회사로 분류되던데. 중국에 팔린 것인가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했었고 그 때 엘리아테크와 관련된 내용을 잠시 본 적이 있어서 물어봤다.
‘엘리아테크, 정말 대단한 회사가 되었지. 소니를 추월하는 것 시간 문제지…’
‘일본쪽에서는 아직도 소니를 추월하기는 어렵다고 보던데요.’
‘아. 아직 공시는 안했지만…. 얼마 전에 6세대 라인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는데 소니를 능가하기 위해서 6개월 시차를 두고 12만장과 15만장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네. 중국이 일본보다 공사 기간이 짧으니까. 아마 엘리아테크 공장이 먼저 가동에 들어갈 것 같은데…’
‘놀라운 이야기네요. 그럼 삼성SDI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죠.’
‘요즘 삼성SDI는 좀 부진한 편이지, 삼성이 사업을 너무 다각화해서 그 후유증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유기EL 기술은 삼성 SDI가 가진 것이 아니잖아요. NEC와 합작한 삼성SNDI가 가지고 있었던 아니에요’
‘맞지. 맞아요’
‘빨리 삼성도 투자를 해야 할 것인데…..’
‘그런데 엘리아테크가 왜 중국으로 이전했죠. 그리고 한국에는 아예 없나요’
‘한국에는 R&D 센터가 아직도 있지요. 엘리아테크가 중국에 이전한 것은 중국 정부의 유인정책으로 옮겨왔지.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유기EL기술을 획득하길 원했고. 엘리아테크는 도약을 위해서 공장이 필요했는데.
공장 하나 세우는 것이 엄청난 비용이 들잖아. 엘리아테크 자체 조달로 이런 공장을 짓을 엄두를 못내지… 결국 중국 정부의 이해와 엘리아테크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서 이곳에 공장을 짓은 것이지 ’
‘아. 네 그렇군요’
‘김사장이 항공 회사를 차렸다고 해서 첨에 놀랐지.’ 하면서 이야기를 바꾼다.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아서요. 그러니까 정작 메인이 없는 것이죠. 부총경리님처럼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좋은 겁니다.’
술이 거나해지자 우리는 가라오케에 가서 목청껏 울부 짖다가 헤어졌다.
목이 말라서 잠에 깼다.
어떻게 룸까지 왔는지 기억이 없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면서 생각해 봤다. 가라오케까지 간 것은 생각이 나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다.
김부총경리는 잘 들어갔는지 걱정이다.
물을 마셔도 갈증은 계속된다. 그래서 생수를 통째로 다 마셨다. 창문을 열었다. 약간 싸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홍콩과 또 다른 바람이다. 홍콩이 약간 끈적한 느낌인데 반해서 여기는 상쾌하면서 약간 춥다는 느낌이다.
시계는 새벽4시를 가리키고 있다. 잠은 오지 않고 머리는 무겁고 띵한 느낌은 정말 싫다.
그래서 TV를 켰다. 여기는 전세계 채널이 다 나왔다. 유럽의 한 채널에서 포르노가 모자이크 되어 나온다. 하나도 알아 들을 수는 없어도 내용상 짐작해 보면 생방송 같다.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중국에서 TV로 포르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곳이 호텔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서 그런 줄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충격이다.
채널을 돌렸다.
인도의 영어 방송이 나온다. 세계의 군사 강국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물인데 중국 군사력에 대하여 하고 있어서 잠시 봤다.
“중국은 2005년 인원 감축 이후 국경지대에서의 소규모 분쟁에 대비한 군사력 유지를 위해 군 인력, 조직, 장비, 훈련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실시하였으며 군사력 건설의 중점을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한 원거리작전 수행능력, 수송.보급 능력, 신형 무기체계 획득 및 군.병 종간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했다.
최근 중국의 지상군은 7개 군구, 24개 집단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속대응능력 및 합동훈련 능력제고에 중점을 두고 현대화를 완료했으며 해군은 해양권익이 국가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원거리작전 수행능력 및 방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배수량 10만톤급의 항모와 신형 함정 및 무기체계의 개발.획득하였다.
공군은 현대식 전투기 및 생산기술을 획득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과의 항공기술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최근에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F-22의 후속기인 F-23을 월등히 능가하는 F-12전투기를 445억 위안(202억 달러) 들여 개발 중에 있으며 늦어도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까지 실전 배치될 것이다.
이 F-12기가 실전 배치가 완료되는 2027년 되면 그 동안 미국에 비해 열세였던 항공 전력도 우위에 설 것이 확실하다. 또한 핵.미사일 전력의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계속해서 2015년 3월 스톡홀름 국제평화 연구소가 발표한 군사 전력이 도표로 나온다.
총 병 력2,630,000명
< 지 상 군>사 단 : 95개, 장 갑 차 : 15,500대, 전 차 : 19,200대, 공격용 헬기 : 2200대
수송용 헬기: 1200대.
<해 군> 항모: 2척(배수량 52,002톤 1척, 100,020톤 1척) 순항함: 12척(배수량 1만톤 이상 8척), 잠 수 함 : 202척(핵 잠수함 25척), 구 축 함 : 45척, 기타수상함정 : 824척, 항 공 기 : 315대
<공 군 > 폭 격 기 : 320대, 전 투 기 : 2,500대 기타항공기 : 1,080대
<핵 전 력 > ICBM : 37기, IRBM : 70기”
이어서 개별 무기에 대한 설명들이 나온다.
지금은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스퀄이라는 미사일형식의 추진체계를 갖춘 어뢰를 소개한다.
“스퀄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세르고 오르조니키제 항공연구소에서 1995년에 개발한 초고속 어뢰이다.
보통의 어뢰들이 뒷쪽으로만 추진력을 분사 시킨다면 스퀄은 뒷쪽으로 가는 추진력의 일부가 앞쪽으로 분사되어서 물속에서 가스캡슐을 형성한다.
물에 의한 마찰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보통의 어뢰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개발 당시에는 속도가 약 200노트(시속 360km)에 유도장치도 없었으나 나중에 유도장치를 부착하고 속력도 300노트(시속 540km)까지 향상시켰고. 2011년 다시 330노트(시속 595km) 로 속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예전에는 제어가 문제가 되었는데 최근에 유도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여 모든 해상 무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되었다.
이 어뢰는 처음 잠수함을 떠날 때는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다가 어느 정도 안전거리에 이르면 액체 추진제를 태우면서 로켓과 같이 발사된다.
중국은 이 어뢰를 2007년부터 연간 100기 구매하여 600기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어뢰의 실전 배치는 2008년부터 되었으며 그 동안 해군력에서 미국에 비하여 열세였던 점을 만회할 수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무기들을 소개한다.
“항모 타이푼이다. 중국 최초의 캐터필러 타입의 항모이며 배수량이 100,020톤으로 미국의 니미츠급에 해당한다………...”
흥미가 없어서 채널을 돌렸다 한국 방송이다.
외신 뉴스가 나온다. 지난 4일 있었던 일본 베이징 대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는 일본 대사를 소환했다고 하며 중국 정부에 다시 항의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의 입장을 바꾸어 일본의 모병제 발의를 철회하면 사과할 뜻이 있음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서 성명을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내일 있을 중의원에서 모병제가 통과할 경우에는 모든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할 것이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재 천명했다. 이런 입장은 한국과 조선인민공화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병제 문제는 국내 문제이므로 지금 중국과 한국, 북한이 하는 행위는 내정간섭이며 일본 정부는 내정 간섭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피곤하여 TV를 켜 놓은 채 다시 눈을 감았는데 외신 토막 뉴스가 흘려 나왔다. 일본에서 기무라 아태 국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는 내용이다.
깜짝 놀랐다.
2주전에 일본 방문 시에 술에 취해서 그렇게 총리 욕을 하더니만… 보복을 당한 모양이다. 아님 진짜 비리가 있던지…
아침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쑤저우 항공으로 이동했다. 쑤저우 항공은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 3층에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천회장이 반갑게 맞는다. 먼저 회의실에서 쑤저우 항공에 대한 소개 및 앞으로 전개할 사업 방향에 대하여 설명한다.
중국의 항공 정책의 변화로 인하여 앞으로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한다. 작년에 AA –100시리즈를 6대 판매했지만 올해에는 판매량이 7대로 늘었으며 최신형 AAZ-100 시리즈도 벌써 2대를 예약 받았고 납기는 10월말까지인데 납기를 잘 지켜 달라고 말한다.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에이전트 계약서에 서명 날인했다.
이로써 쑤저우 항공은 중국 남부의 5개 성에서 당사 제작 모든 항공기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부여 받았다. 천 회장은 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잘 해 보자고 인사를 건넨다.
점심은 한식당에서 했다. 식사 도중에 주인이 직접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자기들은 모든 것을 한국에서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맛이 한국하고 똑 같다고 자랑을 한다. 음식을 먹을수록 맛을 많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음식의 종류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것으로 미루어 그 동안 한국도 음식 문화가 퓨전 스타일로 바뀌지 않았나 추측을 해 본다.
귀국길에 공항 서점에 들려서 일본어로 된 <중국의 석유확보 전쟁>이란 책 한 권과 월스트리트 저널 영문판을 구입하고 면세점에서 와이프가 좋아하는 티파니 목걸이를 하나 샀다.
쑤저우에서 호치민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반 거리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공항 서점에서 산 잡지를 봤다.
월스트리트 표지는 위안 파워라고 써 있고 위안화가 달러를 밟고 있는 자극적인 삽화가 그려져 있다. 5페이지에 그와 관련된 칼럼이 나온다.
“위안화가 아시아를 지배하는 통화가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더욱 세력을 넓힌 위안화는 미국의 주무대인 중남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달러로 결재할 때는 미국과 거래 관계가 있을 경우에 한정되고 있으며 중남미 제국 상호간의 거래에서 유로화를 대체하여 위안화가 빠르게 결제 통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과 중남미간의 교역에서도 빈번하게 위안화 결재가 이루어 지고 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중략>
미 달러화의 영향력은 멕시코, 캐나다, 영국, 아프리카 몇 개국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멕시코도 빠르게 탈 달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조만간 위안화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 20분 정도 보니 잡지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봤다.
제목은 <중국의 석유확보 전쟁>으로 발행일을 보니까. 아직 일주일도 되
지 않은 따끈 다끈한 일본책이다.
책의 내용은 중국이 향후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앙아시아 진출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와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이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결론은 중국도 예전에 미국처럼 결국 팍스 차이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3류 예측서이다. 다만 다음 부분은 인상적이다.
“ ….. 중국은 올해 인구가 14억 1천만에 달하고 국민 소득이 1만 불이 넘어 자동차 구매 욕구가 매우 강해서 자동차 등록대수가 1억3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유 수입량은 작년보다 7천만톤이 늘어난 6억8천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세계 석유 거래량의 30%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최근에 수소 자동차의 보급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내년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600만대의 90%는 여전히 가솔린 기관이 될 전망이기 때문에 석유 수입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추정 매장량이150억톤에 달하는 타림분지의 유전 개발이 활성되어서 내년부터 수입물량의 일부 대체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지금과 같이 급격히 수입이 증가되는 실정에서 원유수입 감소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에 고유가가 지속되는 것도 중국의 폭발적인 수입의 영향이다. ….”
중국이 모든 면에서 슈퍼 파워가 되어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은 주변국을 위협하기 보다는 공동 번영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멀리 남지나해가 보인다. 참 아름다운 바다이다. 조금 있으면 호치민 국제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