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만든 오카리나에 다음 글귀를 새겼다. " 돌이켜 보면 언제나 남는 것은 사랑,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못난 내 모습"
그 글은 내 인생의 요약이고 북해도의 소감도 그러하다.
겨울에 무슨 대수로운 관광이 있을까하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배운 바가 크다.
요약하면 깨끗하다, 커다. 사람들이 아름답다.
면적이 남한 크기와 비슷한데 500만 정도가 모여 살고 그나마 150만이 삿뽀르에 모여 살다보니 아직 손 타지 않은 자연이 아름답다. 첫 날은 삿뽀르에서 보냈다. 맑은 공기가 너무 좋고, "눈 축제-유끼 마쯔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과 마음이 아름답다. 제각기 맡은 구역에서 자신들이 상상한 눈 조각을 웃고 즐기면서 만들어 나가는 모습들이 그네들의 성실과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나도 뛰어 들고 싶을 만큼 부럽다. 자정이 되어 사람들이 들어 가고 가로등 불빛에 눈 조각들이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둘째 날은 오래 된 항구도시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짧은 운하 구경과 과거의 항구의 정취를 느껴 보았고 오르골 박물관에서 기념품을 사고 점심을 먹었다. 저녁은 도야 호주 주변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셋째 날도 "에도시대를 모방한 민속촌"에서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요괴, 고양이 사찰, 기생쇼, 닌자쇼를 보고 "노보리베쯔" 온천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돌아오는 짧은 일정이었다.
특기 할 것은 담장이 없는 집들이 거의 대 부분이고 낮은 건물에 넓은 경작지로 미국의 일부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무공해 자연을 살려 일본의 농축산업 기지로 활용되고 있고 풍성한 해산물도 맛있었다. 올 겨울이 따뜻하기는 이곳도 마찬가지라서 3월의 날씨가 계속되어 눈 축제가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오래지 않아 인간이 만든 재앙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이곳에도 북미 인디언들의 고난의 역사처럼 월래의 주인이던 아이누족 사람들이 북해도 개척 과정에서 무차별로 학살되었고 이제는 2-3만에 불과한 사람들이 보존 지역에 있다고 한다. 힘의 논리는 예외가 없다.
한국에 돌아 오면 못난 내 모습이 보인다. 이 좁은 땅에서 남이 잘되는 것을 못 보고 험담하고 끌어내리고, 텔레비젼에서는 쥐잡기 놀이가 유행이고 노조는 파업중이다. 우리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을까?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물음은 언제나 마음을 힘들게 하네요..^^
거울(?)에 투영된 내 모습이 가끔은 절 새롭게 만들어 줄때도 있더라구요.^^ 북해도하면 러브레터때문에 왠지 낭만적인 느낌이 들던데..가족끼리 가셔서 더 좋으셨을듯...:)
제가 꼭 가보고 싶던곳에 다녀오셨네요~ 내년겨울엔 북해도에 갈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