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부터가 참을 수 없는 난해함에 첫 참석이라는 무게가 더해져 저는 더욱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첫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초심자가 절반이 넘어 약간의 무거움 속에서 모임이 시작되었으나 대추라떼님의 ‘우리 모임은 LQ(Low Quality^^)를 지향합니다’를 듣고나니 편안한 가벼움이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제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오역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뭘 참을 수 없다는 것인지 참을 수 없이 헷갈렸던 참이었습니다. 영문 제목이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이므로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맞다는 것이지요. 존재가 참을 수 없도록 가볍다는 뜻. 우리네 인생, 우리의 한 번 뿐인 인생(존재)은 결국 너무나도 허무한, 가벼운 존재란 의미일까요? (혹시 저는 불어나 체코어로 된 원제는 봐도 모르니 영문 제목만을 보고 오역이라고 동의하고 있으나 영문 번역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불어나 체코어의 원제를 아시는 분은 이 부분 코멘트 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4명의 삶을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측면에서 토론하면서 각자는 누구와 가장 가까운지, 누구를 가장 공감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2시간은 부족하더군요. 너무나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책이기에 아쉬움이 큰 것은 당연한 것이었겠죠?
대추라떼님께서 언급하신 내용 중에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책 표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민음사(이재룡 역) 책인데도 다른 겉표지로 된 두 종류의 책이 있는 것이었는데요, 왜 이렇게 같은 번역에 전혀 다른 표지 그림들이 가능했을까요? 제 나름의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프란시스 피카비야(프랑스)의 ‘열대’ 라 합니다. 책의 내용과 나름 끼워 맞추면 여자는 테레자이고 남자는 토마시로 보이네요. 여성의 여섯개 눈은 토마시라는 운명적 사랑을 만나기까지의 여섯 우연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에 매료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는 반면,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는 작가의 주장을 듣고 있는 듯 각 눈들은 제각기 다른 우연을 열심히 찾고 있는 듯 합니다. 토마시에게는 세 가지 종류의 눈이 있군요. 위에 있는 뜬 눈은 테리자를 두고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성을 찾는 눈이고, 가운데 감고 있는 눈은(이 눈이 가장 눈 다운 위치에 있는 눈이군요) 테레자와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을 나타내는 눈이며, 마지막 작은 여섯 눈들(눈이 아닐수도^^)은 테레자가 보낸 여섯 운명의 눈들이 찍혀진 것 같군요. 토마시는 끝내 테레자를 버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벨기에)의 ‘The Man in Bowler Hat’이라 합니다. 중산모자라...책에서 중산모자란 사비나를 중심으로 토마시, 프란츠를 연결하는 ‘모티브’였습니다. 작가는 ‘사비나의 삶이 음악이었다면, 중산모자는 그 악보의 모티브였다. 이 모티브는 영원히 되풀이되었으며 매번 다른 의미를 띠었다. 그 모든 의미는 마치 물이 강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듯 중산모자를 거쳤다’ 고 하였습니다. 사비나는 중산모자를 통해 토마시와는 ‘의미론적 강물의 속삭임’을 들었던 반면, 프란츠와는 '논리적 의미'만을 이해하는 관계로 그치게 됩니다. 가운데 하얀 비둘기가 남성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이는 중산모자의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가림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쯤 읽고 나면 나름의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의미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내용을 알면 알수록 미궁으로 빠지네요. 모임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들으면서 저의 부족함을 더욱 뼈져리게 느끼게 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 존재의 가벼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느낌입니다.
첫 모임이라 많이 부족했구요, 앞으로 고전소설이란 '모티브'를 통해 많은 훌륭한 분들과 접속하고 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추라떼님을 포함하여 참석하신 9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그림에 대한 해석이 공감이 되요^^ 좋은 리뷰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만에 그림 공부도 하게되었습니다~
파르메니데스, 니체의 영혼회귀사상, 우연과 필연, 키치 등 생각해야 내용들이 너무 많아 두시간의 토론으로는 부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를 수 있게 후기 잘 쓰셨습니다~
네네 정말 많은 내용들을 쏟아내는 책이네요...아참! 추천해 주신 글쓰기 온라인 강의 저도 신청했습니다~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이번에 바빠서 참석못했네요ㅎ
다음 독서선정은 뭘지^^두둥
책 표지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추라떼님께서 말씀하셔서 궁금했는데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음...그림 해석은 제 상상력이 동원된거라 출판사의 의도는 아닐 수 있는 점 참고하셔요^^
열정적이면서도 차분히 말씀을 풀어가시던 더지씨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말씀과 해석도 감사합니다. 큰 공부가 되었네요. 앞으로도 귀한 만남 계속해서 이어 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모임 이끄시는 모습 좋았습니다! 잎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뒷풀이 때 글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후기를 읽으면서 그 말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길 바랄께요~
좋은 정리에 한 번더 참석한 느낌이 듭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 처음 읽었을때 감정선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두번은 읽고 싶지 않을정도로요.그리고 얼마전에 다시 읽다가 요즘 바뻐서 내려놓았는데 후기를 보니 다시 읽고 싶네요 특히 첫번째 표지 그림에 대한 해석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서 공감이 많이 가요.좋은 후기 감사드려요^^
그림에 대하여 공부도 또 하시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했고 막연한 물음표(?) 였었는데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서 저와 같이 생각히기도 하고 또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더지씨님의 후기를 통해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어렵게 읽은 책이라 참석하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ㅠ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