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길을 유혹하는 광약 파는 아저씨의 유혹까지 이겨내고 토요일까지 간신히 모아낸 돈이 40원.
'어디서 10원을 더 구한다...?'
동네 골목에 나가보니 마침 새 구슬을 산 동네 친구가 새 구슬 자랑을 해댄다.
곧바로 구슬 따먹기가 시작되었고, 빠꼼이란 별명이 붙은 내가 친구의 구슬을 따먹는 것은 식은 죽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구멍넣기로 후루룩 친구의 구슬을 말아먹었다.
"새 거 끼워서 10원에 20개. 됐나?"
새 구슬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친구 집안에서는 친구가 제 엄마에게 10원 달라고 떼쓰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나는 그 친구에게 금방 딴 새 구슬에다가 주머니에서 찰랑거리던 헌 구슬 열다섯 개를 보태 건네주고 10원을 받았다.
그 즉시 발걸음 가볍게 영화관으로 달려가 보았던 동시상영 두 편의 영화들...
지금도 그때 본 영화들 중 많은 수의 영화 장면들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렇게 영화 보기를 즐겨했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은데 반해 초등학생이었던 내 용돈은 턱없이 부족해서, 그땐 엄마 몰래 신문팔이를 해볼까 심각하게 궁리하기도 했었다.
중학생이 되고도 영화 보는 나의 열정은 식지가 않았다. 바뀐 것이 있다면 3류 극장에서 2류 극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것.
"야매로 초대권 사는 데 알키주까? 30% 싼데..."
영화에 대한 나의 열정을 들은 내 짝이 어느 날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귀가 번쩍 뜨였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 나의 용돈은 월급으로 바뀌어 한 달에 500원이 되었는데, 그 당시 2류 극장인 송죽극장과 자유극장의 입장료는 150원에서 200원 정도였으니, 다른 거 거의 안 쓰고 버티면 한 달에 두 편 정도는 볼 수가 있었다.
그런 형편에 30%나 싸게 살 수 있다면...??
암산을 안 해봐도 세편을 보고도 3류 극장 한 프로 값이 그냥 남는 장사. 앗싸! 이런 노다지!!
"저... 자유극장... 초대권 있어요?"
마치 죄를 지어 주눅 든 것처럼 어눌하게, 친구가 일러준 대성다방 골목 안 구멍가게에서 가게를 보는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께 물었다.
"무슨 영화 볼라 카는데?"
주섬주섬 영화 초대권들을 뒤져 내가 찾던 영화 초대권을 덤덤하게 건네주시던 아주머니.
쭈뼛거리며 초대권을 건네고 영화관을 들어섰는데, 혹시나 싶던 마음과는 달리 아무 이상 없이 무사통과 되었을 때의 그 날아갈 것 같던 기분, 그 또한 작은 노다지를 만난 기분이었음이 분명했다.
그 가게가 없어질 때까지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은 그 구멍가게와 그 가게에서 건네주는 초대권 덕분으로 참 행복하였었다.
그 시절엔 영화 내용보다 영화 속 멋진 사나이들에게 푹 빠져 살았다. 노도의 십 대였으므로. ㅎ
말론 브란도
알랑드롱
챨스 브론슨
스티브 맥퀸
크린트 이스트우드
알 파치노
제임스 코번
테렌스 힐...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수많은 멋진 영웅들과 그들의 투쟁을 만났었고, 그때의 그 행복한 경험들은 내 어쭙잖은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영화에 관한 노다지였지만, 노다지 1에서 같이 쓸 수는 없었던, 그렇지만 빼먹기엔 뭔가 아쉬운 또 다른 노다지 1의 이야기.
첫댓글 자유극장 송죽극장 이야기가 나오니
대구 보리문디네~ㅎ
옛날엔
가게문에 영화포스트를 붙여주고 영화 초대권을 댓가로 받았지요.
만경관 바로 옆에 살면서도 만경관엔
들어가지 못하고
자유 송죽으로 원정갔던..
그리고 딴 구슬을 팔아서 영화초대권을 구했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는 듯혀서
방가우이~~ㅎ
이스케이프
스티브 맥퀸!
쥑이쥬~ㅋ
만경관은 일류라 더 비싸기도 했고 위치가 좀 옆으로 비켜나 있어서 시 중심지에서 적근성이 좋았던 자유 송죽이 이류였지만 더 인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스티브 맥퀸 팬이셨군요. ㅎㅎ
나도 중 고등학교 다닐때에 영화광 이었습니당
돈이 없으니 삼류 극장에서 동시 상영을 보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러다가 고삼때에 공부한다고 영화 구경을 딲 끊었는데?
엄청난 금단 현상이 생깁디다
대학교 시험친 후에 입학하기 전까지 42 일 동안 영화를 48 편을 보았던게 기억이 납니당
내가 영화광이된 계기는 뭐니 뭐니 해도 국민학교 6 학년 때 보았던 벤허 이었습니당
내 나이 40 살이 될때까지도 영화 구경의 취미가 계속 됩디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제가 처음 본 영화가 벤허인데
그때 제 나이는 네살 정도였습니다.
태평성대님과 제 나이 차이가 딱
그만큼이네요. ㅎㅎ
벤허의 동생이 실수로 기와장을
떨어뜨리던 장면과 마차 경주 장면이 어린 눈에 오래 기억되었습니다.
물론 벤허는 커가면서 여러번 다시 보았죠.
명작 중의 명작이죠.
저도 영화광이어서 고교시절 홀로 극장 찾은적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남배우 몇명추가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게리쿠퍼, 벤허의 촬톤헤스톤
자이안트의 록허드슨, 로마의 휴일 그레고리펙
여배우는 잉그리드버그먼, 오드리헵번, 태양은 가득히에 나왔던 마리라포레가
생각납니다
언급하신 배우들...
다들 1950~60년대 최고의 배우들이고 저도 무척 좋아하는 배우들입니다.
노틀담의 곱추의 안소니 퀸과
대장 부리바의 율 부리너도 빼놓을 수 없는 배우지요.
제가 명명한 배우들은 70년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입니다.
학창시절에는 왜 그리도 영화가 보고 싶었는지
굴레방다리에 살다보니 봉래극장과 대흥극장을 수시로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납니다
지금은 그자리에 아파트단지가 생겼어요
서울에서 사셨으면 더 영화 볼
기회와 추억이 많았겠어요.
영화 이야기 나오면, 기 죽습니다.
위에 열거된 유명 영화는
거의 본 영화지만,
학교에서 단체 영화 관람이 아니면,
못 본 영화도 많지요.
구슬 따서 돈이 생기는 것은 상상도
못하였답니다.
일찍, 마음자리님은 경제 관념이 샌
학생이었네요.ㅎ
사업을 하면 성공할 타입인데요.^^
맞아요.
저희도 여고때 단체관람이 아니면
영화 보기 힘들었어요.
시청각교육 시켜달라고
선생님을 조르던 때가 생각나네요.ㅋㅋ
여긴 어제부터 추수감사절 연휴라
모처럼의 휴식 즐기고 있습니다.
사업은 ㅎㅎ 한국에선 나쁘지 않았는데 미국와서는 여러번 바닥을 보았어요.
요즘 길 따라 다니는 일이 살며 가장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학교 단체 영화 관람을 통해 명작 영화들을 싸게 볼 수 있었던 것이 학생들에게 참 좋은 세계와의 접촉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고나면 꼭 단체관람을 시켜주곤 했어요.
저도 대형 명작들은 그 단체관람을 통해 많이 보았어요.
제가 따로 본 건 ㅎㅎ 외국 액션영화나 무술영화, 한국 건달영화 같은 거였어요.
마음님의 구슬따먹기 ㅋㅋㅋ
구슬장사로 10원을 벌어서
영화를 보셨군요.
제 남동생들은
다마치기라고 일본말을 사용했던거 같아요.
그당시 남자아이들의 놀이문화였지요.
산골에서 초등6학년 때쯤
전깃불이 들어온 산골소녀와는
비교가 안되는 문화혜택을 받으셨네요.
나중에 제가 좋아했던
미녀배우들은
브룩실즈
소피아로렌
잉그리드 버그만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좋아했지요.
도시 변두리 아이들이 돈 벌 수 있는 건 구슬이나 딱지를 파는 것이었지요. ㅎㅎ 하루에 용돈 십원 받은 거 모으고 구슬이나 딱지 팔면 얼추 두 주에 한번은 영화보러 갈 수 있었어요.
세상 아름답고 볼륨 있는 여배우들을 좋아하셨군요.ㅎ
저도 좋아했던 여배우들입니다.
기억력이 대단하십니다.
구슬 따먹기로 영화관 자금 마련이라니 ㅎ
수필방 분들은 옛적 영화 펜 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그 감수성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수필방에 머무르는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의 보물창고는 무엇인지
기대해 봅니다. 건강하세요.
한스님
알씀대로
그 감수성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수필방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대부분의 추억들이 영화 화면처럼 기억이 되어 있어요. 기억 찾기를 시작하면 필름들이 돌아갑니다. ㅎ
맞아요. 수필방 분들은 영화나 책 읽기를 대부분 좋아하셨을 겁니다.
얼마나 영화가 보고 싶었으면
넘나 귀여운 골목대장 이예요.
저도 잼난 야그 하나 놓고 갈께요.
제가 장녀라서 영화는 아버지하고 같이
황금박쥐같은 만화영화만 보러 갔었는데요.
중학교 가니까 월말고사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가는거예요.
맨 처음 본 영화가 로미오와 줄리엣 였는데요. 얼마나 가슴이 설레였던지 이 삼일을 밥 안 먹어도 배고픈 줄을 몰랐다니까요.
나무랑님
TV에서 보기는 했는데
60년대 개봉되었던가요?
@혜전2 올리비아 핫세가 줄리엣으로 나왔던 작품인데요.
중1때니까 1970년에 봤어요.
본영화 시작 전에 보여주는 예고편을 보며 다음에 볼 영화를 찍다보니 끝없이 이어졌어요. ㅎㅎ
동네 친구들과 같이 보러갔던
만화영화들도 기억 납니다.
홍길동,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그때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면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을 했던 그 영화지요?
ㅎㅎ 대단했지요. 저도 애 좀 태웠습니다.
@나무랑 올리비아 핫세
그렇군요.
군에 있을 때라
그 때 본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일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는 아주 어릴 적 한 다섯살 무렵에
어머니 동전을 꺼내 설탕 발린 알사탕
사먹다가 들켜 집 오동나무에 묶여
혼난 트라우마가 있어 지갑에 손 댈
생각은 못해봤어요. ㅎㅎㅎ
봉산동 대봉동 거기서 거기..
대도극장 주변 풍경과 반월당 오르막 길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임스 코번, 시니크한 매력이 풀풀
풍기던 제 영웅 중 한 분이었지요.
그당시 영화가 유일한 문화의 장이었죠?
저도 단체 영화 보는 날만 기다렸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부쩍 내. 마음이 커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렇지요?
저는 외국영화 보고 나면 그 나라
그 시대를 여행하고 온 것 같았습니다. ㅎㅎ
그 옛날 국민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구슬치기는
잘 하지를 못해
거의 안했습니다.
자치기는 자주했구요.
영화는
외당숙이
극장 기도할 때
서부영화만은
그냥 보게 했습니다.
미국의 광활함을 보게한 영화
미즈리대평원등
제목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여주인공은
아마도
진시몬즈
아니면 데보라카 나왔던 영화인데
아무튼 여주인공은
이뻤습니다.
그때의 잔상이 남아
있는지
지금도 좋아하는
스타일을 묻는다면
그 여주인공의
스타일일거라
생각합니다.
자치기와 팽이치기도 좋아했는데
훗날 골프를 배울 때, 아... 자치기와 팽이치기 성인버전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
진 시몬즈와 데로라 카도 대단했지요.
진 시몬즈와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했던
스팔타커스 기억나고요,
데보라 카와 로버트 테일러가
주연했던 쿼바디스도 기억납니다.
@마음자리 쿼바디스는
중1때 본 기억이
납니다.
남자 주인공은
로버트 테일러 였군요.
진 시몬즈는
스파르타커스에
나왔었구요.
잠시나마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기억력 대단하다는 댓글이 보이네요
저도 공감합니다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묘사한 그동안의 여럿 글을 보면
아무튼 대단한 기억력임에 틀림없어요 ~ 외우는 과목 잘잘 하셨을 겁니다 ㅎ
잘 맞추시네요. ㅎㅎ
외우는 과목은 정말 잘 했습니다.
대신 중요과목인 영어와 수학 물리에
애를 먹었지요.
수학에 그렇게 약하면서
우째 기계 전공을 했는지 ㅎㅎ
아직도 제가 한 선택이 이해가 안 됩니다.
야매표도 구하시고
영화를 진짜 좋아 하셨습니다.
은근 장사 수완도 있고,
마음자리님은
볼수록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네. 영화 빼면 약관 이전의 추억
절반 이상이 날아갑니다. ㅎㅎ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더 재미있다 합니다. ㅎ
60년대의 영화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요아래 새벽이의 새벽일기를 읽으며
그당시 감명깊게 보았던 광활한 택사스를 무대로한
영화 자이안트를 떠올렸었는데.....
영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으로 늙으막의 리즈 테일러와 록 허드슨이
멕시칸 며느리와 손자를 태우고 집으로 가다가
간이 식당에 들렀을때 백인 전용이라고 우기는 식당 주인(?)과
한판붙는 늙은 록 허드슨의 모습이 거인(자이안트)같아
보였는데 ....
거대 농장의 땅한평 받아 시추공 뚫어서 원유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며 석유왕이
되고나서도 리즈를 사랑하는 제임스 딘 . .,.
유정의 철탑들이 숲을 이룬듯한 택사스의
벌판모습들을 지금도 볼수 있느냐고
새벽이 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었는데...
저도 자이언트 영화를 아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 이번 주 초에 새벽이 데리고
서부 텍사스를 돌았는데 그때 찍은
사진 보내 드릴게요.
요즘은 유정 펌프들이 옛날 보다
세련되어 드문드문 흩어져 있습니다.
@마음자리 며칠 전
손수건님의 댓글에
손수건님,
제라님,
마음자리님께
행주산성의
비빔국수를
대접해드린다고
했었는데
가끙 마음자리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자리님께서는
미국에서 새벽이와
함께 하시는 줄은
깜빡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오신다면
손수건님,
제라님,
콩꽃님,
한스님,지인님,
푸른비님,부밍런님,
태평성대님,
나무랑님,
모렌도님,그산님,
정동진님,구봉님,석촌님등
그리고 미국에 계신
단풍들것네님께서도
한국에 계신다면
수필방회원들과
행주산성에서
한자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토요일저녁 시간이겠군요.
즐거운 휴식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혜전2 감사합니다. 혜전님.
내년 봄에 단풍들것네님 나가시니
1차 행주산성 비빔국수 드시고
그 후 제가 나가거든 2차로 다시 한번
더 가시지요.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