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희(趙明熙,1894~ 1938)는 일제강점기의 작가이자 시인이다.
발굴 이전에는 좌파 계열의 카프 문학가로 치부받았지만, 1988년 발표된
「월북문인의 해방이전 작품 공식해금조치」 이후에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선구자이자 고려인 문학의 아버지로
재평가받은 문학가이다.
본관은 양주(楊州)이며, 자는 경덕(景德), 호는 포석(抱石)), 필명은 적로(笛蘆), 목성(木星), 포석(包石), 조생이다.
"나는 이날까지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를 허다히 보아왔다. 내 나라에서나, 남의 나라에서나-.
그러나 내 눈에 비친 그런 시인 중에는 포석처럼 자기자신에 대해서 준엄한 시인은 없었다."
김소운. "비규격의 떠돌이 인생(22) 포석 조명희". 중앙일보, 1981년 1월 30일,
이 편지는 교과서에도 등재되었다 하는데 매우 사적이며 솔직하고 포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글이다.
김소운은 자신에게 준엄한 시인으로 그를 평가했지만 소련으로 망명후 스탈린에게 일본스파이로
숙청당한 비운의 시인으로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이다.
이번에 제2신 전문을 전재한다
第2信
자네가 한 편지 답장은 바다 보앗네. 차입(差入)하야 둔책 000도 바다서 닑어 보앗네.
그리나 이러한 책갓흔 것으로는 별로 무슨 흥미도 늣길 수 업슴으로 차라리 묵상(黙想)갓흔 것으로나
또는 그저 우두커니 하고 안저서 시간을 보내고 잇네.
이 묵상이란 것도, 처음에는 마음이 뒤숭숭하야, 잘 되지 안테.<3>
그 까닭을 대개 들어 말하면 배곱흔 것이 제일 만히 괴롭게 구는 것
이 배곱흔 것을 이저 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성(性)에 대한 충동(衝動)
성욕의 충동이 곱이를 넘기고 나면 정욕(情慾)에 대한 충동
(이 정욕의 충동은 지금 내 안해라는 사람에게 대한 것이 아니라, 알 수 업는 엇던 이성(異性)에 대한 것이란
말일세.)
또는 자긔 과거의 잘못한 것을 뉘우치는 생각,
집에 대한 걱정 이 박게도 괘심한 것은 생리상(生理上)으로, 정신상으로 오는 답답증,
이런 것으로 인하야 견댈 수 업더니 그것도 오래 되닛가 지금은 매우 가라 안께 되엿네,
오래 되닛가, 창자가 구더서 배곱흔 걱정 갓흔 것은, 지금은 아조 업서지다십히 되엿네.
그리하야 묵상갓흔 것도 인제는 제법 좀 하게 되네.
그러나 각금 가다가, 폭발되는 증세는 참으로 견데일 수가 업슬 만콤, 괴로워.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남이 집에 게시다가 몸이 불편하서셔 집에 와 게시다고,
생각건대 필연코, 나만흔 로인이 남의 집 드난사리를 하다가,
고생과 근심이 과한 끗헤 병환이 나서 와서 누어 게신 모양일세 그려.
여보게 이 사람!
우리가 평시에 부모 처자가 아모리 참혹한 정상에 빠저잇다 하더래도
그것 만을 도라다 볼 수가 잇섯겟나 마는, 생각하여 보게.
그러한 애처로은 꼴을 눈 압헤 보아가며 억지로 살어 나가는 사람들이 마음세를...
우리 어머니가 내 마음에 말 할 수 업시 불상해.
그 마음에 내 어린 누이도... 하기는 어린 누의가 칙은한 생각이 더 몹시 나네.
어린것이 주림에 시달니고, 학령(學齡)은 되엿서도 학교도 못 단이고...
여보게, 내가 잇때껏 내 누의동생을 면회 한 일은 한번도 업네 마는
이 편지 보는 대로 내 누의를 곳 좀 드려 보내여 주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어린것에게 대하야 넘우도 잔혹(殘酷)한 일인 줄 아네 마는,
나는 그 지긋지긋한 꼴을 좀 참어가며 보고 십헤..
요전에 내 안해란 사람의 말을 드르닛가 면회하러 오던 날 그 잇흔날부터
무슨 고무공장에 드러가 직공노릇을 하겟다고 월급은 한 십여원가량 되겟다고,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면회도 전과 가티 자조하러 올 수 업다고,
그리고 또, 엇던 영화회사(映畵會社)에서 활동사진 배우가 되여 달나는데,
그것을 하고 보면 수입(收入)이<4> 상당이 잇다고 하나
자긔는 그런 것을 안이 한다고 거절하엿노라고 말하데.
그 위인이 인물조차 고흘 것은 업지마는, 아직 나이가 젊으닛가 그러한 유혹이 더러 드러 오는 듯 십에.
그리고 그 사람이 요전에 그 츙악한 중증(重症)을 치르고 난 뒤에
아직까지 건강이 들 회복된 모양인대, 그러한 공장에를 단인다니 엇지 될 셈인지를 모르겟네.
이러한 걱정과 잔말을 하지 말자지 마는, 제절로 작고 나오게 되네.
막 잘너 말하면 내 마음 가운대 가장 걸니는 이때 사람(우리집 식구)
차라리 이것들이 한때 한꺼번에 몰사(沒死)를 당하는 꼴을 보앗스면 참으로 통쾌하겟네.
언졔까지던지 이 모양으로 나의 신경만 작고 끄실니기는 견데일 수 업는 노릇일세....
내가 무슨 인정에만 어린 사람이 안인 줄은 자네도 알겟지. 전에도 자네가 말하기를
「자네가치 괄괄한 사람이 안해에게 대하야는 넘어 약하게 구느니..」
세상에서 말하기를, 범가튼 사나이도, 계집에게는 빠진다고,
자네가 이런 뜻으로 말하기는 괴이치 안으나 그러나 내게 대해서는 그런 것이 안닐세.
소위, 우리 부부란 사람들의 내막을 알고 보면...
내가, 잇때 것, 우리 부부의 내력이야기를 자네에게 하지 안은 까닭으로,
자네가 나의 하는 일을 미흡하게 생각하기도 쉬운 일일세.
내가 어느 때에 세상밧겻으로 나갈는지 모르닛가,
내 처 말하는 김에 우리부부의 내력 이야기와,
나 일신의 멧해동안 지내여 온 일을 자네에게만 하여 둘가 하네.
내가 XX군 읍내에 잇는 교회당에 가서 교회의 권사라는 직책과,
그 교부속소학교의 기리치는 일을 보고 잇슬 때일세. 그때가 긔미운동 뒤 끗이라,
아모리 미미한 사립학교라도 남녀학생이 물미듯하야 남교원도 더 느리고 녀교원도 만히 와야 하겟다고 해서
서울로 부탁하야 내려 온 녀교사란 사람과 그 밧게 또, H란 사람과,
그 밧게 또 한 사람이 남교원이 새로 오게 되엿네.
넘우도 쓸쓸하던 학교가 별안간에 남녀교원이 느르닛가, 새로운 공긔가, 긴장하여지며
새로운 엇던 성(性)의 냄새가 돌며 전일에는 그닥지 안턴 목사-<5> 즉 학교 교장-까지도
행여나 남녀 교원 새이에 풍긔가 물난하야질가바 그러 하는지,
때때로 교원들에게 주의를 식히며 내게 대해서도 까닭업시 전보다 매우 위염끠 잇는 태도를 보*데.
그러나, 나는 그 송마리아라는 녀교사에게 대하야는,
무슨 성(性)에 냄새를 맛기는 고사하고, 나 혼자 속으로, 「저러한 녀자하고도 련애를 할 사람이 잇슬가?」하고
생각까지 하엿섯네.
그러나 그는 여러 사람이 떠들석하는 곳에서도,
말 업시 한구석에 쪼고리고 안저 잇는 모양이라던지,
아모때나 보아도 무슨 실음업는 태도와, 웃을 때에도, 마지 못하야 웃는,
엇던 고적한 빗이 떠도는 것이라던지 또는 그이 얼골이나 눈 속에는 남의 종이나 밋며누리에게서
흔이 보는 학대와 공포에 시달닌 자최가 잇서서 보이데.
이 여러 가지를 미루어, 그의 성격과 행동이 엇던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것을 알 수 잇데 그려.
(그가 고아(狐兒)로, 고아원에서 자라나, 교회덕분에 공부까지 하엿다 함은 그 뒤에 드러서 알엇지 마는)
그래 나도 「그 가엽슨 사람이로구나」하는 생각은 가지게 되엿슬 뿐일세.
그 뿐 안이라, 내가 아모리 마음으로부터도 그에게 본체만체하고 지나갓다 하더래도,
그 가엽스게 된 사람이, 어지 갓지 안케 말업시 무엇에던지 침묵을 직혀가지고 가는 태도,
그 하염업는 그 침묵-그것이 멧달 동안을 두고 보닛가, 내 마음 속에 무슨 엷지 안은 인상이 박히는 것 갓데.
그때, 나하고 갓흔 교원이던 H란 청년이 잇는데,
그는 문학의 취미를 만히 가젓다는 사람으로 영문학 갓흔 것을 탐독하며 말솜씨나 행동이 퍽,
센치멘탈하야 보이며, 때때로, 마리아에 대하야, 동정이나 매우 하는 듯 하는 태도를 보이데 그려.
인정에 주린 마리아도 이 센치멘탈한 H에게 끌니엿는지는 물나도,
각금 단두리 안저서, 무슨 니야기를 주고 밧고 하데 그려.
음흉하고 눈치 빠른 목사는 그 눈치를 알고 유심히 그 두 사람의 뒤를 살피는 모양인대,
한번은 하학 후에 교장되는 목사가 나하고 H와 마리아 세 사람을 불너 세워 노코,
서실이 시퍼런 태도로 하는 말이
「이 학교는 다런 학교와도 달너서 신성한 교회의 학교인데, 이러한 대서 남녀교원간에 추한 일이
생겨서는 <6> 도저히 중대한 일이요.
그런대 저 H와 마리아의 행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업소.
이 학교에서 물너가는 것은 물논이요, 출교까지라도 식혀야 되겟소.
또는 수석교원의 자격을 가진 당신(나를 차르처)도, 책임이 업슬 수 잇슬가?」
이때에 마리아는 그의 버릇인
쪼고란 태도로 한구석에 안저서 얼골이 새파라케 질녀가지고 벌벌 떨고 잇슬 뿐이요
H는 붉어진 얼골에 눈에는 눈물이 글성글성하며
「목사님, 저하고 마리아씨하고는 절대적 그런 일이 업슴니다.
제가 간밤에 마리아씨한테 놀너간 일은 잇지마는 하나님께 맹세코, 그런 일은 업슴니다.」
이 말을 이여, 마리아도 발발 떨니는 입솔을 간신히 열어
「하나님께 맹세코, 그런 일은 업슴니다.」하고는 교외에 혼절(昏絶)하는듯기 쓰러저 울데그려.
나는 이 두사람의 행동만 보아도 애매한 것인 줄을 짐작하고
「목사님! 저 두사람의 태도만 보아도 그 일이 애매한 것 갓슴니다.」
말하닛가, 목사는 마치 닭을 노리는 살광이의 눈모양으로 마리아를 노려보며
「애매타니?! 안되오, 출교라도 해야되겟소.」
지금부터 칠팔삭전에 목사가 상처를 하엿서고,
또 두달전에 마리아가 온 뒤부터 그에게 마음을 두고 내려오다가,
얼마전에 슬며시 통혼을 하여보앗는대, 엇지하야 그리하얏던지,
마리아가 거절하얏다는 소문을, 일전에야 누구에게 드른 생각이 펼적 나며,
그때 또, 반은 죽엇던 마리아가, 몸을 이르키며 약간 독살스러운 눈씨로 목사를 처다보며
「그것은 목사님이 사람을 애매하게 잡는 것이에요.」하닛가 목사는 흠상스러운 태도로 펼적뛰며
「조런! 잡다니?!」하고 소리를 지르데.
이때 내 생각에는 목사가 분명히 질투를 하야 그리하는 것인줄 알고 분한 생각이 슬몃이 나며
「여봅시오. 목사님, 지금 저 사람들이 애매한 줄도 짐작하겟고, 또는 남녀간에 정당하게
서로 사랑한다하면 <7> 그것이 무엇이 올치 못한 일일까요?」
「정당하다니. 남녀간의 사통이란 것은 십계명의 하나 들어가는 것이닛가,
첫재 하나님 뜻을 거슬니는 것이란 말이요.」
「간음외에 정당한 사랑이란 것은 하나님 뜻을 어기는 것이 결코 안닌 줄로 암니다.
만일에 사랑이나 간음을 갓흔 의미로 성경에 긔록하야 잇다면, 그것은 성경을 뜨더 곳칠 필요가 잇지요.」
이 말에 목사는 어이가 업는 듯이 노리고 보다가,
「저런 무리는 바리새교인 이상의 무리다. 별 수 업시 모다 출교해야하겟다」
「안되오. 출교라니? 목사부터 우리 이상의 죄악을 진 사람이요.」
「무엇 엇재?... 출교좀 당해보아라!」
이때 사환아이가 드러오며,
그골 군수영감이 차자왓다는 말에, 목사는 황황급급히 이러한 손님을 마치러 밧글 뛰여나갓다.
그때 그길로 나는, 교회의 권사고, 학교교원이고 그만 다 사직을 하여버리고,
배교(背敎)를 하고 바로 그 이웃동리에 잇는 지금갓치 가친 C군의 집에 가서 지내게 되엿네.
그 뒤에 전도사라던지 여러 직원들의 권고로 그 두사람의 출교일절은
그만 그럭저럭 파무더두게 된 모양이고, H는 얼마잇다가 다런 곳으로 갈녀간 뒤,
훨신 잇다가 한번은 밤에 마리아가 나를 차저와서 이런말 저런말도 업시 안자잇기만 하다가 도라가데그려.
그리고난 잇흘만에 마리아에게서 내게로 편지가 잇는데 그 편지사연이 나를 무슨 사랑한다는
의미의 말이 씨여잇데.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그녀자에게 끌일만한 무엇을 그닥지 늣기지 못한터이나,
성(性)에 긔갈증이 들닌 나로서는, 그대로 사랑을 바다볼가 하는 충동이 솔곳이 이러나다가도,
「대단치 안은 녀자에게...」하는 생각이 나며, 도로혀 불쾌한 감정이 이러나데.
그뒤에 편지 오고 또오고 하나, 나는 이내 답장 아니하얏네.
그리다가 냥종에 마지막 단언을 할는 셈인지 자긔의 사랑을 바더주지 안으면 자긔는 죽기까지라도
하겟다고 하얏데.
여긔에 이르려서는, 나도 또한 어느 <8> 정도까지 마음이 움지긴 것은 사실이나,
위로하는 말로 답장을 하랴다가, 엇재 오즉지 안은 생각이 나서 그만 두고 마럿지.
한 주일이 지난 뒤, 일요일날 저녁에, 편지가 또 왓는대 떠여 보닛가 놀나울 말이 씨여잇지 안턴가.
마지막 유언서(遺言書)모양으로 쓰고, 맨 끗흐로는 「나는 이 길로 죽음의 나라로 감니다.」고 하엿데.
이 구절을 본 순간에 「무슨 깁흔 인연도 업시, 편지 몃번하다 말고 죽는다는 것은 다 무엇이야.
소견이 짤고, 속이 옹색한 녀자로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나다가도 「참으로 죽어?」하고 혼자 소리로 말하며
, 그래, 나는 정신이 펄적 나서 밧그로 뛰여나가 교회당 근처로 가랴닛가, 교회당 대ㅅ들 압해 여러 사람이 모혀
서서 수군수군하고들 잇데 그려.
나는 그 여러 사람들을 피하야, 딴 길로 가랴닛가, 예전에 갓치 잇던, 학교교원 하나이 내 엽흐로 달녀 들며
「여보, XXX씨 오래 간만이요. 그런대 저 송마리아가 독약을 먹고 자살하랴다가 발견되야서,
지금 병원에 드러가 잇는데, 나 혼자만 짐작하는 노름이지마는, 아마 XXX씨(내말) 까닭인 줄 암니다.」
그래 나는 가슴이 덜넝하야 지며
「대관절 생명은 엇지 되얏나요?」
「죽지는 안이 하얏는대, 엇더 할는지 아즉 모르겟슴니다. 그러기는 발서 아츰 일인데-」
나는 두말 아니하고 병원에를 달녀 갓네.
남녀교인들이 모혀 잇는 것도 세아리지 안코 닷자고자로,
마리아가 누은 엽헤 과이 멀지 안은 곳에서, 바라보고 섯섯네.
혼수상태에 드러 잇는 마리아의 모로진 얼골빗은, 핼숙하기 끄른 조희ㅅ빗 갓데. 마침 의사가 지나가기에
「저 환자가 죽지는 아니 하겟슴닛가?」
「예, 매우 돌녓는대, 좀더 기다려 보아야 알겟지요.」
나는 멧 거름 더, 뒤로 물너 나와 서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섯슬 때
「나 때문에 저런 가엽슨 생명이 죽어 업서지다니!」하는 생각이 문득 나며 곳 달녀가 환자의 손목니라도,
쥐고<9> 십흔 생각이 나나, 억제로 억제하고 얼마 동안을 서서 잇자 닛가
환자의 닙솔이 발작적(發作的)으로 발을발을 하더니, 고개를 약간 흔들흔들하다가,
답답한 드시 긴 한숨을 내여 쉬며, 고개를 저쪽으로 돌니데.
그 한숨을 따라, 여러 사람들도 마음을 인자 노켓다는 듯이, 모다 일시에 한숨을 쉬데.
그러나 나도 그 환자의 한숨뜻이 무슨 의식이 잇서서 그럴 니는 만무련만은,
까닭 업시 무엇이 내 가슴을 몹시 울니며 뭉쿨하야지데.
조곰 잇다가 의사가 나와서 환자에게 간단한 진찰을 하고는
잇다는 확실히 념녀업다는 말이나오자, 모혀 잇던 사람은, 하나씩 둘씩 헤여저 가데.
나도 환자의 정신이 회복되기까지는 멋업시 잇슬 까닭이 업서서 나와 버렷네.
내 가슴 속에는 무슨 묵직한 덩어리를 집어는 것 갓치 쉴새 업시 울렁울렁하야짐을 깨다럿네.
그날밤에 나는 또다시 차저 가서 마리아의 정신이 쾌히 돌음을 보고
그 주위에 여러 사람이 둘너 잇슴도 관게치 안코 달녀가 마리아의 손목을 잡엇네.
마리아는 평시에도 무슨 의심의 안개가 끼인 듯 하던 눈이 좀더 검은 빗을 떼이고,
나의 마음을 뚜를 듯이 드려다 보는 눈찌는, 무슨 저주(咀呪)의 빗이라 할지, 애원(哀願)의 빗이라 할지,
또는 무엇을 의문(疑問)하는 빗이라 할지, 여러 가지 복잡한 표정이, 나의 눈으로 향하야 오데.
나는
「당신을 불상히 여기고 사랑하겟노라」는 결혼의식(意識)에서 저절로 울어나는 듯한 마음으로 그
의 눈을 바라보앗네. 그리하야 두 사람 두 눈의 시선(視線)은, 한참동안이나,
짤은 공간(空間)에 무지개나 슬 듯이 마조처 머물러 잇섯네. 나는 떨니는 목소리로
「마리아씨, 미안함니다. 내 마음을 미더주시요.」하닛가, 그는 돌니엿던 고개를 돌처, 과연 그러타는 듯이,
의문의 눈빗으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눈을 다시 감고, 다시 고개를 저쪽으로 돌니는,
엽 볼에는 긴-눈물 자욱이 줄줄흘너 불빗에 빗나데 그려.
나는 다시, 그의 손을 힘잇게 한번 쥐엿다 노앗네.....
그 뒤에 그는 병원에서 나오자, 출교까지 당하야, 내게로 영영히 오게 되고 마럿네.<10>
그리하냐 나는 이 찐덥지 못한 새 사랑을 어더 가지고 조선도 잇기가 실키에 그만 동경으로 건너가 바렷네.
동경 생활은 별 생활니 업섯네.
다만 나의 생활의 큰 전환(轉換)을 준 것 뿐일세. 그것은 말하자면, 사상생활(思想生活)이 전환이겟지.
그때는 한참, 일본 천지에 사회사상이 물끌틋 일어날 판에
나 역시 지식상으로 또는 생활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사상이 나의 피를 뜰케하던 때닐세.
나는 또한 갓혼 동지를 모다 열럴한 선전운동에 착수하엿네.
여보게, 이사람. 사람이 사람이 새로운 생활이 진리(眞理)를 어더서, 새로운 창조(創造)의 길을 나가는 것처럼,
감격(感激)과 정렬(情熱)에 넘칠 때는, 또다시 업즐 것일세.
동지와 동지사이에 밋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던지
모힘애 발을 드려 노을 때 감격한 마음이 이러나는 것이라던지, 인간 사회에서는 이보다 더 큰 위태한
무엇은 업는 것 갓치 생각되데.
엇더한 무서운 사회악의 더럼이라도 이 뜨거운 불길 압헤는 다 타고 녹을 듯 십데.
말하자면, 이것이 동경시대(憧憬時代)에 풋 정렬리라고 할는지.
그러던 것이 이 긔분운동(氣分運動)에서, 실제운동(實際運動)으로 드러 갈 때에는,
그 갓치 미더으던 동지들에게나 환멸이 닥처오데 .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결졈이 다 드러나고 그네의 의지의 약함과 불순한 야심이 드러다 보일 때에
나는 그네를 미워하지 안으면 안니 되엿데.
그런 가운대에도 언제까지던지 순실하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지금 갓치 드러온 C군 하나쯤은, 례외로 하고,
그 밧게는 다 미들 놈이라고는 별로 업것데.
내가 좀, 경솔한 탓일는지는 모르나, 그때부터 나는 모든 인간이란 것을 다 의심하고 미워하게 되엿데.
내 사상의 「니히리스틕」하고 「테르리스틔」한 경향을 띄게 된 것도, 그때부터일세.
닥치는 대로 죽이고, 업새고 십흔 생각이 나데.
그 뿐 안니라 내 자신도 미운 생각이 낫네.
나도 남과 갓치 약한 대가 잇고 불순한 곳이 잇슴을 인제서야 발견하고...
이 우주의 모든 것을 다 눈 흘겨보게 되엿네, 여긔가, 몹시 위험한 곳이데.
깍딱하면 히네꾸레루... 비트러<11> 지기가 쉬운대닛가.
그러고만 보면, 영영, 것잡을수 업시 타락의 길로 드러 가기가 쉽데.
그러나, 나는 속이지 안코 지신에 대해서도 순실히 싸와 나가며 자신을 붓드러 나가랴 드럿네.
이러한 가운데, 소위 내 안해라는 사람은 귀가 닛서서 드르닛가 새사랑을 아는체 하나,
실상인즉 아모 것도 모르는 숙맥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데.
그러하니, 나라는 사람을 리해할 것이 잇겟나. 그러하냐, 그 사람조차 미운 생각이 펄적 더 나데.
하로 품파리 하야 하로 먹고 사는 우리 부부의 처지라, 엇던 계뇨.
화증이 나기 해가 저서 품삭을 바다 가지고 나오는 길에 그만 빠ㅅ짐으로 드러가서,
갓튼 로동자끼리 술 먹고 놀다가 밤이 드러서 집에를 도라와 보면,
안해라는 사람이 저녁도 못 끄려 먹은 주제여, 방 한구석에 쭈그리고 누어 자는 것을 볼 때에는,
그만 불상한 생각이 왈칵 나서 쪼처 가서 안고 볼을 대며 닙을 마추며 하얏네.
이 따위의 대단치 안은 연극이 몃칠 건너 한번식은 의례히 잇섯네.
그리하다가 나는 직졉 행동에 나스랴고, XXXXX단체에 참가하야 무슨 일을 하랴다가 동경감옥에 드러 가서
일년을 치르게 되엿네.
내가 감옥에 드러간 뒤 얼마 잇다가 내 안해되는 사람은, 홀로 동경서 살수가 업슴으로 조선으로 나왓네.
조선을 나온 뒤에 그는 적어도 한 달에 수삼차씩 내게 편지를 하는대, 그 편지는 대개 자긔의 설운 사정 내 걱정,
또는 내가 간절히 보고 십다는 말 갓흔 것닌데,
새삼스레히 사람이 그리운 나의 고적한 마음은 오고 오는 편지다, 가고 가는 때를 따라,
그에게 대한 걸닌 마음과, 보고 십흔 생각이 갈수록 더 하야 가매 마치 새로운 련정(戀情)에나 걸닌 것 갓데.
그리하냐 하로밧비 나아가서 그를 보고 십흔 생각이 간절하엿네.
사람이란 것이 경우에 따러 정이 이 갓치 변하는 것닌지?!
동경감옥에서 나오자, 불야불야 고향으로 나와,
외갓집에 게신 우리 어머니를 뵈이러 가지 안니 하엿겟나. 안해되는 사람은 마음 부칠 곳이 업다고
서울로 시굴로 왓다갓다 하며 요전에 멧달동안 와서 잇다가 다시 어대로 갓는지 모른다고 그리하데 그려.
그런데 놀나운 말이 들이지 안켓나. 우리 어머니 말을 비려 하자면<12>
「그대가 태중인대 거진 팔 구삭이나 되얏는대, 배는 불너 가지고 어대로 그리 단니는지 모르겟다.」
나는 이 말을 드를 때 아모리 하야도 그 말이 고지 들이지 안니하야
「태중이라니요? 안니지요. 아마 다런 병이겟지요」
「안니야. 분명 태중이다. 그리지 안어도 처음에 내가 의심이 나서 무러 보닛가
저도 첫 아이라 남이 붓그러워 그리하는지 소기던구나.
그러나 녜펜네가 녜펜네 일을 모르겟니, 동경서 나온 달을 따저 보아도 별로 틀님도 업고.
그래 나는 우리 갓튼 처지에 걱정은 되지마는 한엽흐로는 반가운 생각도 나던구나.」
이 말을 드른 나는 의심이 안니 날 수 업데 그려.
별안간에 상렬이 됨을 깨다르매 금방 내로 두통이 이러나데.
질투와 분란의 감정이 것 잡을 수 업시 폭발되데 그려. 우리 어머니는, 동경서 나온 달수 따지지마는,
내 요량에는, 부부가 동거한지가 발서 일년 사개월이나 되는 까닭일세.
그리고 또, 최근 수삭을 두고, 편지 한 장이 업는 것만 보아도, 꼭 의심이 나게 되얏네.
그래나는 거듭 뭇기를
「그래, 어대로 간다는 말도 업지요?」
「글세. 요전의, XX로 간다고 그랫는대, 과히 멀지 안은 곳에 잇스면서, 아모 소식이 업는 것을 보아도,
거긔 업기에 그리겟지.」
나는 어머니의 만류도 듯지 안코, 곳 길을 떠나서 T역에를 가서,
그의 잇는 곳을 탐지하얏스나 월전에 어대로 가고 그 뒤에는 살 수 업다는 말밧게는 더 알 길이 업데 그려.
그래나는, 거긔서 서울로 향하야 오며 찻 속에서, 곰곰히 생각하야 보앗네.
「과연 그가, 성적고독(性的孤獨)을 이기지 못하야서, 그런 짓을 하얏슬가?
그러면 나를 그갓치 열렬하게 사랑한다고 하엿슬가? 아무리 멧달전 일이지마는...과연 그럴수가?...
평일에 보아도 어느 정도까지는 꼭 하게 생긴 위인닌대, 아모리 유혹이 잇다하더래도...
그리나 계집이란 것은 약한 것이 잇가, 더구나 그 단지 싯까리하지도 못한 위인이다..」
「그러면 지금 어대 가서 잇슬가?...엇지 하야 그런 유혹에 빠젓다가, 지금 당하야 뉘우치는 생각이 나고,
<13> 또는 나를 대할 낫이 업서서, 그 보다도 압흐로 열일 큰 공포를 이기기 어려워서 혹시...
여긔까지 생각한 나는 갑작이 딴 의심이 펄적 나게 무서운 생각이 낫다.
「그가 과연 남모르게 어대가서 자살을 하얏슬가?... 아! 과연?」
여긔까지 생각이 나매, 그의 최후의 뒤ㅅ그림자를 마음 가운대 그려보매
인자는 무엇보다 불상한 생각이 더럭 나데 그려.
「좌우간 셔울로 가서 알어보아야 알 일이지.」하고는 서울로 완네 그려.
서울가서 이리저리 차저 단니매 알어보아도 알길이 전연히 업데 그려.
인자는 조선천지에서는 달니 더 알아 볼 길이 업는 것 갓치 생각되데.
이리하야 갈스록에 내 마음은 그의 죽은 혼을 조상하는 듯한, 슬험이 그를 생각할 때마다, 이러나데 그려.
이 모양으로 한 십여일이나 지내엿네 그려.
엇던 날 나는 내가 쓰는 방안에 흘노 드러안저, 문득, 그의 불상한 생각을 하고 마을이 매우 조치 못해서
잇슬지음에 누가 와서 찻는다고 하기에 방문으로, 고개를 쑥 내미러 보자닛가, 이것 보게나!
안해되는 사람이 문밧게 서잇네 그려.
그를 본 순간의 나는 곳 그를 잡어 먹을 듯이 미운생각이 나며,
그를 바라다 본 나의 눈도, 이러한 살긔가 응당 띄여 잇섯겟지.
나는 그만 본체만체하고, 몸을 홱 도리켜 방으로 드러가 안저 잇자닛가,
그는, 갈팡질팡 쪼차 드러가 쓰러지더니 내 무릅을 붓들고 울기를 시작하데 그려.
나는 련방 내 몸에 가서 닷는 손을 뿌리치며 냉정한 태도로
「에-에-왜 내 몸에 다 손을 대여?」
차고 뿌리처도 들고 늣겨 울며 또 손이 와서 닷기에 그만 발길로 냅차서 내미럿네 그러.
방 한구석에 가서 모들뚝이로 고라진 그는 죽을지 살지를 모르고 컥컥하고 울매 울음에는 긴 목소리로
「내가 발... 발서부터 죽으랴고 하얏지마는... 다... 다만 한번... 한번이라도 만나보고서..」
「만나를 건 무엇잇담.」<14>
「내가... 내 손으로 죽... 죽는 것 보다 입편소... 손에 죽는 것이 원이 돼서.」
「내가 죽여?! 드러운 피를 내 손에다 뭇처?... 「...엑...」
소리를 치고는 밧그로 튀여 나왓다.
길바닥도 캄캄한것 갓데. 그 길로 빠고다 공원에 와서 널판지쪽에 거리 안저,
땅만 굽어보고 고대로 언제까지던지 잇섯네.
그가 죽는 것을 또다시 마음에 그러어 보매 생각하야도
「무엇? 죽어야 맛당하지.」
하고, 막 잘으는 마음이 먹어지다가도, 죽을 모양을 그려보고는, 또, 걸이는 생각이 솔곳이 이러나고,
이러다가는 또, 미운 감정으로 뒤밧고나 지고 그리다가는 또 , 칙은한 생각으로 변하야지고
이 반복(反復)되는 감정이 쉴새 업시 번득이네 그려. 그리다가 야종에는
「그래도 죽으면은 안 되켓다!」하고 벌덕 이러날제, 발서 날이 어두음을 까닷겟데.
그 길로 잇던 처소로 향하야 달녀 오자잇가,
아니나 다를가! 집에 도라와서 보닛가 그는 간 곳이 업고 방바닥 한 가운대에는
, 것봉을 연필로 쓴, 편지 한 장이 잇기에 얼는 뜨더보니 그 안에도 또한 연필로 희미하게 써 잇는데
「나는 당신께 아모 것도 바라지 안슴니다.
다만 내가 죽엇다는 말을 드르신 뒤에, 그때에야 나를 용서하시겟다는 마음이나 가지시게 된다면,
나는 죽은 뒤에라도 아모 한이 업슬 것 갓슴니다. 이 보기실은 몸이 두 번재 뵈이지 안니할 터이여요!」 하엿데.
나는 앗가 이 골목 밧겻헤 도러올제, 저쪽 골목 전등불 밋흐로 흘끗 지나가던 녀학생이
혹시 그이나 안닌가 생각하고 밧그로 나오매 주인 아이보고 무러보아도 나간제 얼마 안니된다고 하기에
곳 그 골목길을 쪼차, 줄다름을 처서 한참 달녀 가자닛가
이것은 참, 요행이다! 저 골목 끗흐로, 마치 실성한 사람이나, 술 취한 사람으로 발도 잘 뛰여노치 못하며
, 벗척벗척 작고 가는 사람이 과연 그 사람이데 그려.
아마 정신이 극도이 혼란(混亂)을 격고 또는 임신<15> 만삭이 되야, 몸이 무거워 그리는 모양이데.
나는 쪼처가 딱 붓들고
「여보! 갑시다. 나 잇는 대로, 내가 다- 당신의 죄를 용서할터이니...」
더퍼노코 끌고 처소로 왓네 그려.
그래 그는 여전이 울며불며 자긔는 아모리 한 대도, 살기를 바랄 수는 업다고 하매, 어느 때까지,
긋질 줄을 모르고 드리 울데 그려.
나는 어대까지던지 쾌히 용서하겐노라고 타닐느며 나 역시 심사가 공연히 센치멘탈하게 되야,
얼마 동안을 마조 붓들고 울어 대엿네. 그리하야, 일이 진정은 되얏지마는.
그리고 보니, 사람이 견데일 수가 닛던가? 참으로 말니지, 이러고 난 뒤 얼마ㅅ동안은,
내 평생에 정신상 고통이라고는 가장 극도로 바든 때닐세.
불는 배를 하여 가지고 내 엽헤 잡버진 그를 바라다 볼 때에는,
미운 마음이 돌고 이러나매, 당장에 칼로 질너 죽이크 십흔 생각이 왈칵 나서 그만 발길로,
냅더 차던지고는 한참씩 밧그로 뛰여 나갓다가도,
불상한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 것 잡을 수 업시 쪼처 드러가 그를 끼안는다 볼을 대닌다하매
예전에 동경서하던 연극이상의 연극을, 하로에도 멧 차례썩 하게되네.
그때 나의 가정을 비유해 말하면, 마치 놋코 날카라운 봉오리 우에 슨 것 갓해서,
이 쪽은 음달이요 저 쪽은 양달이라면, 가 한번 삐뜨하는대 따러서,
멧 천길의 차(若)을 내이는 셈이라고나 할는거.
야종에 나는 그 날카로운 신경을 죽여버리려고 드럿네.
안니 감정의 깁히가 어대까지 인가 그 꿋가는대까지 가보리라는 생각이 나서 그 무서운 갈등의 감정이
북바칠 때면, 일부러 더 궁덩이를 부치고 박고 안져서 이 무서운 인생의 사실,
밉고 더러운 동물(안해의 말)을 응시(凝視)하면서, 견듸여 나간네.
이 우에 더 변하되여 나간 나의 감정이란 것은 , 여긔서 더, 말하지 안네. 그것은 자네 상상에 맛기고 말겟네.
그 뒤에 내 안해되는 사람은,
다행히 사내를 나코 무사하게 되고, 또는 그 뒤부터 나의 감정은, 전날에 변격하던 것이다.
어대로 사라저 가고 말엇네,
그때 내가 꿈속에 무슨 난잘난질한 첨탑(尖塔)이나 듸듸고<16>섯든듯한 긔억만 남을 따름일세.
그리고 나자나는 이번 일을 저질느고 이리로 드러온 일은 자네도 알 일일세.
좌우간 우리 부부의 지난 경과가, 이러하네. 말이 넘우 지리하얏네. 그만두네
.
갓치잇던 죄수는 일전에 딴 방으로 올마갓네. 내 방에 빗치엇던 햇빗도, 점점 더 줄어 드러가네 그려.
얼마 잇다가는 그것도 또한, 업서지고 말겟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