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특파원 칼럼
[특파원 리포트] 독일에서 본 한국의 명암
조선일보
베를린=최아리 특파원
입력 2024.03.02.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correspondent_column/2024/03/02/QJQOCW2C4VAYXJDYSQLCGRJJ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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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처음 도착하고 느낀 것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이었다. 10여 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왔을 때만 해도 “일본에서 왔느냐? 중국에서 왔느냐?”는 말이 먼저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쪽인지 북쪽인지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길거리에서 “한국인이냐?”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먼저 물어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함부로 한국어 욕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 나쁜 표현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한국 친구와 얘기하면 종업원이 먼저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 인사를 하거나, 마트 직원이 한국 사람인 걸 알아보고 “(드라마) 도깨비를 좋아한다”며 한국 배우를 바탕화면으로 한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축구는 잘 안 본다는 프랑스 친구도 “너네 나라에는 ‘손(손흥민)’이 있잖아”라고 하고, 아시아 마트에서 장을 보다 “김치찌개를 하려는데 이 재료가 맞느냐”고 물어오는 학생들도 만났다. BTS,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기자는 미처 몰랐던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의 이름을 줄줄 대는 외국 친구들도 있다. 나는 한 게 없는 데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호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이와 다르게 독일에서 한국인이기를 포기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초등학생 아이 두 명을 둔 40대 부부는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찌드는 게 싫어 독일을 택했다.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와 공연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아 기쁘다고 했다. 한 30대 회사원은 합리적인 ‘워라밸’을 찾아 독일로 왔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일을 더하려 하자 “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상사에 놀랐다.
연차와 병가를 눈치를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것도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노후 안정이 보장되지 않아, 직장 생활의 감정 노동에 지쳐, 비교하는 문화가 싫어 등 각자 한국을 떠나온 이유를 얘기하다 보면 공감대가 쌓여 금방 성토의 장이 됐다. 타향살이가 쉽지 않지만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 이유들이다.
모두에게 내가 살 나라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자유롭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때 한국은 얼마나 경쟁력 있는 나라일까. 어떤 이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선뜻 지금의 한국 사회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을 떠나온 이들이 말하는 이유가 하나하나 공감돼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 ‘0.65명’이라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이를 해결할 제도와 정책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지금,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권력 싸움에 몰두한 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최아리 기자
삼족오
2024.03.02 06:53:34
독재 독선 종북 굴종 정치세력만 쓸어내면 살고 싶은 나라 망설임 없이 선택 받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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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iluki
2024.03.02 07:11:21
애들 입시경쟁 싫어서 독일갔다는 사람들 ㅎㅎ 한국에서도 공부하기 싫으면 안하면 됨..독일 김나지움이 얼마나 빡센지 모르나보네 한국보다 난이도가 3,4배는 높을듯한데. 하긴 독일에서도 공부안하고 놀러다니며 애 레알, 하우프트슐레 보내면 공부스트레스는 딱히 없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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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4.03.02 07:57:48
격세지감이라고하나? 경제발전시대에는 남들보다 조금더 일하고 조금더 공부하는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내가 중요한시대라 워라벨이니 하면서 내자유가 중요한시대가 됐나? 한국의 그경쟁이 한강의기적을 만들었다. 싫든좋든 그결과물이다. 지금 나만을 위하는 정신이 머리에 박히면 자칫 독일로 떠난 그사람들이 될수있다. 이제 선진국에 들어가는 찰나에 배부른소리로 들린다. 이제 시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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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탁
2024.03.02 05:48:44
투자하면 거둔다. 1년에 50조씩 출산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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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산
2024.03.02 08:36:11
대한민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 그들이 좋아하는 독일에서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아가기 바란다. 가진 자, 배운 자들이 지잘난 이유로 떠난 이상 조국에 불평할 일도, 이를 제3자가 전달할 필요도 없다. 훗날 조국으로 유턴하는 자들은 그때 또 독일의 단점을 말할 것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탈자일 뿐이다. 국내에 있는 그들보다 못배우고 적게 가진 우리는 대한민국이 최고의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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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join2018
2024.03.02 08:13:33
선진국 독일에 가보면 히잡 쓴 여자들 천지다. 지금은 저녁이 있는 삶인지 모르겠으나 그 삶을 위해 치룬 댓가가 이민자고 아직 사회적 댓가는 치루지도 않았다. 왜냐고? 아직 이민 1세대가 주류라서다. 유럽이 죽어가고 있음을 못보고 왔으면 관광만 하고 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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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3.02 08:46:08
내 나라에서 내가 본 한국인은 예의가 부족하다. 공공질서가 부족하고 불친절하며 지저분하다(길거리의 담배 꽁초. 휴지하며...) 반면 오지랖이 넓다. 개인 성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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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Kim
2024.03.02 07:55:11
아주 잘 짚었다고 본다. K 컬쳐로 포장된 그 이면에는 문제점도 많다. 산책로를 걸을 때 마주쳐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과연 이 나라에 희망이 있는가? 싶을 때가 너무 많다. 너무 무표정하고 아무 생각없는 느낌, 애써 눈길을 피할려는 모습에 절망감 마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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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rdidrn
2024.03.02 07:05:15
이 글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저 출산율을 해결할 제도와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를 앞두고 권력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 라는 글인데 나는 마지막 글자를 이렇게 바꾸고 싶다 --- "사람"을 "짐승"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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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03.02 07:02:01
출산정책을 뭉그적거리는 걸 보면 덜 답답하다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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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an mie중화
2024.03.02 09:08:59
르뽀라며 유투브 쇼트같이 해놨네. 이건 ‘broken report’입니다. 백인들의 얄짤없음을 겪고 귀국하는 한국인 여성들이 중요한 군상중의 하나인데 쏙 빼먹고 어디서 구라치고있어. 출산률0.6을 만든 586과 그 딸내미 방식 그대로 유럽에서 살아가는 브로큰인생들 with 브로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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