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6월의 일기, VIOLINIST 박민 독주회
“부탁이 하나 있어.”
지난 6월 초 어느 날의 일로, 국민 학교 동기동창 친구들 몇과 어울려 점심을 같이 한 자리의 막판에, 옆자리 권숙희 친구가 내게 그렇게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부탁?”
내 그렇게 되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사연을 알아야 그 부탁을 들어주거나 말거나 할 것이기에 그랬다.
내 그 되물음에, 친구는 부탁의 사연은 말하지 않고 이렇게 또 다시 되물음의 답을 하고 있었다.
“이달 말일, 그러니까 6월 30일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그 답을 듣는 순간, 내 잠시의 주저도 없이 답을 했다.
그 답, 곧 이랬다.
“그럼, 낼 수 있어.”
내 그 답에 친구의 표정에서 조심스러움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그 부탁의 사연을 풀어내고 있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손녀가 있는데 그 손녀가 바이올린을 전공한다 했고, 간혹 연주회를 하면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오는 6월 30일에 구미에서 독주회를 하게 되어 있어서, 거기에 나를 비롯해서 가까운 주위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바로 2023년 6월 30일 금요일 오후 8시, 경북 구미시 산동읍 신당 1로 1길 17-7, 5층 카페 바로크에서 열리는 ‘VIOLINIST 박민 독주회’가 바로 그 음악회였다.
음악회에 대한 친구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 내 이렇게 역 제안을 했다.
“더 좋아. 내가 음악을 참 좋아해서 웬만한 음악회는 안 빠지려고 하는 사람이야. 잘 됐어. 우리 차 카니발을 몰고 가면 여덟은 탈 수 있으니까. 우리 친구들도 동행하자.”
그렇게 해서 내가 갔고, 아내가 갔고, 휘덕이 친구가 갔고, 부인 유미순 여사도 갔고, 같은 국민학교 동기동창인 연호 친구 금순이 친구가 갔고, 숙희 친구 또한 갔다.
다들 고마운 발걸음들이었다.
더 고마운 발걸음이 있었다.
우리 문경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이태 전에 세상을 뜬 권강호 친구의 부인 손일순 여사의 발걸음이 그랬다.
그렇게 우리 함께 발걸음 한 그 밤, 우린 풋풋한 바이올리니스트 박민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며, 참 행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