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백신 1
신천지의 실상을 알려주는 바른 계시록
양형주, 두란노서원, 2020
12-14쪽 발췌
신학교를 갓 졸업한 전도사 시절, 필자가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요한계시록 성경공부반을 인도할 때였다. 어느 날 담임 목사님이 부르시더니, 신천지에 미혹된 성도가 있는데 필자가 인도하는 성경공부반에 갈 것이라며 요한계시록을 잘 가르쳐 보라고 하셨다. 순간 긴장이 되 었다. 그러면서도 말로만 듣던, 신천지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분에게 요한계시록을 가르칠 기회가 있다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며칠 후 정말 그 성도가 싱경공부반에 왔다. 필자는 애써 태연하게 성경공부반에 모인 성도들에게 정통 요한계시록 해석을 역사적 배경을 곁들이며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신천지에 빠졌다는 그 성도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처음에는 ‘그래, 어떻게 가르치나 보자’ 하 며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경계의 표정이 차츰 실망의 표정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끝에 가서는 무시와 경멸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마치, ‘여기서 말하는 요한계시록이 별거 아니네, 엉터리네’ 하는 표정이었다. 요한계시록을 차분하게 잘 설명한 것 같은데 그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후 그 성도는 필자가 인도하는 성경공부반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성도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를 깨단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알고 보니 필자가 가르치는 요한계시록에는 그 성도가 기대하던 두 가지가 빠져 있었다. 하나는 신천지가 강조하던 정교한 풀이였고, 다른 하나는 요한계시록 안에 담겨 있다고 믿었던 실상이었다. 하지만 신천지의 요한계시록을 접해보지 않고는 이것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필자가 섬기는 대전도안교회에는 성도들의 필수적인 성경공부 과정으로 ‘바이블 백신’을 운영한다. 정통교리와 함께 이에 대한 이단 교리를 점검하고 이를 성경적으로 반중하며 견고한 교리를 확립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단에 빠졌다 돌아오는 이들이 꽤 있다. 교회는 이들을 환대하며, ‘바이블 백신’을 통해 믿음을 다시 견고하게 세워가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에 신천지에 빠졌던 성도들이 요한계시록에 대해 불쑥불쑥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이들과 질문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이 비록 신천지가 이단 단체라는 것도 알고, 그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요한계시록 해석만큼은 신천지가 진짜가 아닐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비록 몸은 신천지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한구석에는 신천지에는 기성교회에 없는 실상이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만약 신천지가 참된 요한계시록 해석을 하고 있다면, 신천지에서 나온 이들은 생명책에서 지워져 구원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있었다.
신천지에 빠진 이들이 약 24만이라고 한다. 이단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신천지에 빠졌다 나온 이들도 24만 정도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단 단체를 나와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다시 기성교회로 돌아갔다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기성교회에 가서 이전에 신천지에 있을 때 그렇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요한계시록 말씀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기성교회가 성경의 최종 열매인 요한계시록을 가르치지 않으니, 이 교회가 정말 ‘바벨론 교회’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이제 한국교회는 건강한 요한계시록에 대한 성경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이단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을 반증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쏟아져 나오는 이탈자들을 상대하고 이들을 올바로 세우고 인도할 수 있다. 게다가 영생불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교주가 죽게 되면 이들의 이탈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제는 교회마다 이단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을 올바르게 반증하고 바른 요한계시록 해석을 제시하여 건강한 신앙으로 세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