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위인, 사카모토 료마.
사카모토 료마는 사무라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개항기 시대에 메이지유신을 이끈 인물이다. 료마는 도쿄에서 쿠로후네(미국 함대)를 보고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깨달았다. 이후 일본 내 반목하던 지역 간의 통합(삿초동맹)을 이루어냈고, 막부의 권력을 천황에게 이양하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구상하여 이루어냈다. 일본 근대화의 서막, 메이지유신은 료마의 작품인 삿초동맹과 대정봉환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졌다.
조선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시행할 때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문물을 적극 수용하여 아시아 유일의 열강으로 발돋움한다.
한동훈 장관은 과거 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으로 불렸다. 20여 년간 특수통 검사로서 굵직한 정·재계 인사들을 수사하면서 생긴 영광스럽고도 재밌는 별명이다. 그리고 1년 전 한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취임하면서 조선제일검은 칼을 내려놓고 펜을 들게 됐다. 범죄자 수사나 처벌이 아닌 우리나라의 법무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 법률시장의 개항기가 펼쳐져 있다.
현재 국내 법률시장에는 쿠로후네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의 AI 서비스는 더 이상 법률이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 플랫폼, 법률서류 자동작성, 소송금융 서비스 등 해외의 리걸테크 서비스들이 계속하여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다. 로톡에는 2000여 명의 변호사가, 로앤굿에는 1000여 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고, AI 기반의 법률상담, 판례검색, 서류작성, 소송금융 등의 새로운 법률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이에 국내 법률시장은 혼란과 내분이 극심한 상황이다. 최근 52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는 ‘법률 플랫폼에 대한 정책방향’을 두고 후보 진영이 극명하게 양분되었다. 2만 7000여 명의 변호사가 투표권을 가졌는데 양 진영의 득표 수는 불과 130여 표 차이였다.
심지어 두 진영은 외부 플랫폼 세력의 선거개입 의혹을 두고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한 반목은 지난 2년여간 언론, 국회뿐 아니라 수사기관, 헌법재판소, 공정위 등 여러 국가기관에서 로톡을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제 모두의 시선은 법무부를 향해 있다. 이 극렬한 개항 논쟁이 현재 법무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현재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다. 만약 법무부가 징계를 취소하면 변협의 징계권 행사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무부가 징계를 인정하여 변협 손을 들어준다면, 징계 받은 변호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법무부가 리걸테크 논쟁의 키를 쥔 상황이다.
법무부의 고민은 깊어 보인다. 올해 3월 예정이었던 심의 일정은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3개월 연기되었다가 결국 다음 달에야 처음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국회에서는 여당 중심으로 규제개혁추진단이,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규제개혁위원회가 이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였는데 법무부는 그 성과를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으니 법무부도 더 이상 결정을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최근 법사위에서는 법무부가 서둘러 심의하지 않으면 변호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압박이 나오기도 하였다.
혼란에 빠져있는 국내 법률시장에는 료마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계속된 다툼과 반목, 그리고 미지의 두려움 속에서 앞을 내다보며 통합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일본 역사상 수많은 사무라이가 있었지만, 료마가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를 굽어보며 처단하는 것은 쉽다. 미래를 내다보고 이끄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영웅은 대부분 무사가 아니라, 혁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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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민명기 변호사(리걸테크 로앤굿 대표)
첫댓글 잘보고가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공 파이팅😃
잘보고 갑니당 ~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