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 캄 스바하 훔 캄 스바하 ……. 미치겠다. 환청이다 아직도 머릿속이 윙윙한다. 아아, 일하기 싫어라 분명 힘들어 빨리 돌아갔으면 하고 너무도 많이 되새겼고 내 다신 안 오리라 수없이 다짐했건만 회향 수 삼일이 되지 않아 그 곳 생각뿐이네 달이 차면 기울고 논에 물이 차면 다시 흘러야 함이 세상의 이치요 자연의 도리임을 낸들 모르랴. 사박 오일 기도 정진 잘 마쳤으니 이젠 생활로 돌아와야 함에도 밖으로 빙빙 돌고 마음을 잡지를 못하겠다. 얻은 건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일까 구하는 건 또 무어고 구하긴 구한 건가. 얻기는 얻어 왔는데 뭘 빠뜨리고 온건 아닌가.
부처가 세상에 나투신지 2551번 해가 바뀌었고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지 2007년이 흐른 여름 23일째 되는 날이다. 그 날 새벽 백련암 여름 해제에 맞추어 있는 아비라기도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원래 기도 입재일은 8월24일이지만 보통은 하루 전에 들어가서 심신을 정비하고 대기한다. 보살님들은 수백 명이나 되는 워낙 많은 인원 탓에 자리 확보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잘 알려진 비밀이다 서울 쪽에서는 45인승 전세버스를 대절하여 가고 있는데 갈수록 인원이 늘어나 작년 12월 아비라 때부터 서서 가는 이가 생기기 시작해 그 수가 차츰 많아지니 서서 가는 사람도 힘들어하고 앉아서 가는 이들도 괜시리 죄스럽고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 이번에 용강인 보살님의 보리 발심으로 버스를 2대 예약했다고 한다. 새벽 전철 안에서 과연 다 찰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하였지만 결국 도착해 보니 내가 올라탄 버스는 텅텅 비어 겨우 열 서너 명만 있다 이걸로는 백만 원이 넘는 왕복 교통비에 어림도 없을 텐데 걱정을 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보살님이 알아서 하겠지. 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기도나 생각하자' 버스에 미리 와있던 반가운 묘천 거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 끝에 백련암에 도착한다. 그는 원택 스님과 동문인데 그 나이에 난 뭘 했을 까며 내심 그가 부럽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노나니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뒤늦어 진리를 찾아본다. 침침한 눈으론 글 읽기가 수월치 않네. 손이 떨려 받아 적기 힘에 겨워라 신심 일어나니 절이라도 해야겠네. 몸 따로 마음 따로 거참 말을 안 듣네, 눈떠보니 화엄 첫장 석달 열흘일세.
뜬눈으로 밤새워 외워 보나 한칼 도마소리에 놀라 달아나고 애처롭다 관세음보살을 불러보나 목젖이 이미 쉬어 버렸구려. 세상탓 니탓 내탓 세월탓 원망마소 지팡이 원망말고길 나서세. 묵은 업장 앉고서고 씻어내고 털어내고 허리 세워 합장하니 극락세계 불러보세.
이 번 아비라기도에 참가한 도반들 중 아무나 붙잡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가고 묻는다면 너도나도 더위와 땀에 젖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입재 첫날(8월24일) 새벽 세시 새벽예불 입정에 들었을 때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예불 마치고 바로 이어서 삼백 배 예불참회를 하는데 땀이 비오기 시작한다. 새벽 네 시 경이다. 절을 마쳤을 땐 속옷은 물론이고 법복도 완전히 젖어 버렸다. 이거 안되겠다 싶어 오전에는 관음전앞 임시로 마련된 옷가게에 법복을 사려고 간다. 백련암에서 파는 옷이 소문에는 시중보다 싸다고 한다. 내 생각엔 법복들이 너무 비싸다고 본다. 어쨌든 내게 맞는 작은 사이즈 옷이 없어 그냥 땀에 대비한 런닝과 속옷만 사고는 돌아온다. 개량복은 맞는 사이즈가 있었지만 그걸 입고 싶지는 않다. 영암거사가 아주 싫어하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아비라 때 백련암에서 동방을 샀었는데 좀 커서 애를 먹었다 밖에서는 태도 안 나고 집에서는 일과하는데 조금 커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결국은 수선 집에 맡겨 기장만 대충 줄여서 입고 있었는데 그나마 자주 빨아서 많이 낡아졌다 이번 아비라 때는 나도 제대로 된 법복을 입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몇 번 거래한 적이 있던 부산의 법복전문점으로 전화를 해서 동방을 주문을 해서 옷이 도착했는데 너무 큰 게 왔다 이상해서 전화로 물어보니 스님용 법복이라고 한다. 며칠 전 법복을 주문할 때 여름용으로 하고 신장 허리 몸무게 등을 얘기했었는데 색깔은 어떤 걸로 할까요. 묻길래 아무 생각 없이 회색이라고 하니 그분 사장님이 같은 회색이라도 여름용은 진하고 덜 진한 회색 두 가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덜 진한 회색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 나는 가을에도 입어야 하니까 좀 짙은 회색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 당시에 난 아무 생각 없이 회색이라고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입고 있는 법복은 회색이 아니라 청색이 가미된 회색이다. 그것을 옷집 사장은 스님용으로 알아들었는가 보다 사실 옷감이 너무 고급스러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다 어쩔 수 없이 되돌려 보내는데 이래저래 법복과는 인연이 없는가 보다 시간은 없고 백련암 가서 한 벌 더 사야지 하면서 혹시 몰라 헤진 동방을 베낭에 챙겨 두었다. 결국 닳아빠진 그 옷으로 사박오일을 소금물에 담갔다가 왔다.
백련암에 도착하니 여장을 풀기도 전에 환자들이 몰려든다. "침놓는 데가 여기 맞나요?" "침 잘 놓는다는 거사님이 이곳에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이 쪽으로 오면 침 맞을 수 있다고 하데예." 입소문 그 중에 코리아보살들의 입소문은 참 빠르고 대단하지. 명철거사와 함께 공양간에 갔을 때는 이미 밥이 다 떨어진 뒤였다. 첫날 꼴뚜새벽부터 땀을 흘렸는데 오전 사시예불쯤 부턴 대지가 본격적으로 부글부글 달아오르기 시작하는데 산속이라 좀 낫지 않겠나 하는 분들은 꿈 깨시라 오전 열시 반 맑고 청아한 스님의 스피커 소리에 맞춰 절을 하는데 땀이 얼마나 나오는지 닦아도 닦아도 쏟아진다. 사시예불을 마치고 나니 11시경 쉴 틈도 없이 바로 용맹정진으로 들어간다. 일명 입재라 한다. 첫 파트 시작부터 땀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그 정도는 견딜 만 했다. 오후 1시경 둘째 파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기도에 들어가는데, 역시 첫날은 잠이 화두다 내 경우엔 그저께 밤에 네 시간 정도 잤고 간밤에도 몇 시간 못잔 듯하다. 특히 입재 전날인 어제 저녁 8시경 전기불은 껐지만 평소에도 퇴근 후 집에 가면 아홉 열시인데 눈이 감기지도 않고 잠도 올 리가 없다 어찌어찌 뒤척이다 잠 좀 잘만하면 새벽 두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 다들 그럴 것이다. 어떤 분들은 이왕 잠도 안 오는 거 아예 고심원에 올라가 절, 능엄주 등을 하며 밤을 새기도 한다. 입재 당일은 하루 내내 눈이 푸루퉁퉁하니 티미하기도 하고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우리 업장도 이리 무거울까, 큰스님은 알고 계실까 대중들 눈에 안 띄는 곳에 숨어 잠깐이라도 눈꺼풀 좀 내려 봤으면 싶지만 보이는 만물은 사람이요 들리는 소리도 사람 천지라 이 또한 쉽지 않네. 설사 그런 장소가 있다손 치더라도 입재 후엔 지정된 시간 이외에는 잠을 자서도 안 되고 아무데나 등을 기대도 있어서도 아무 때나 눕거나 해서도 안 된다. 해서 이번엔 방법을 바꾸어 본다. 아예 초장부터 소리를 크게 질러 잠을 달아나게 하는 거다 오후 한 두 파트는 그런대로 먹혔는데 셋 넷째 파트에선 잠이 쏟아져서 몸을 가눌 수가 없다 한참 진언하다 보면 이리 흔들 저리 휘청하는 내 몸이 인지된다. 그 순간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고 잠을 쫓아 보는데 그도 잠시 다시 오물오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나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저 눈 한번 감아 봤으면 눈꺼풀 잠궈 봤으면 다른 생각은 없다 나만 그런가하여 귀를 쫑긋하니 전체가 고요한데 다들 나 같지는 않을 거고 아마도 조는 게 아니라 삼매에 들었겠지. 이도 깨침인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 역시 잡생각은 없어지고 한 생각 오직 한 일념뿐이니 별무소득이 없지는 아니하지 않은가. 오오 고요하여 고요하네 육십여 선남자 더위 좋아 강남 가는 제비 따라 왔는가 더위 싫다 올라가는 기러기 따라 왔을까 먼 길 이정표 천안 대전 대구 고령 찍고 합천 가야면 치인리 짠짠 짜짜짜짜 짠짠~ 걸어 왔는가 뛰어서 왔는가 눈감고 왔겠지 눈뜨고야 왔으랴 하루 걸려 왔는가 환갑 맞아 왔겠지 쉬고 싶은가 쉬고야 쉽겠지 깨지도 말고 소리치지도 말며 엎어지지도 말라하네 이 무신 소리고 눈 한번 크게 감으세 모든 고통 기쁨 다 물거품이라네 숨 한번 크게 쉬세 삼천대천세계 다 내게로 돌아온다네 깨고 깰 지이니 깨어 있으라 알겄는가 알리야 없겠지. 묻는 심소 졸고 있네 가만 내 지금 뭐라 했소
대체로 첫날은 무릎이 아프지는 않는 거 같다 하지만 잠을 쫓느라 큰소릴 질러 댔더니 오후엔 목이 벌써 쉬어 버렸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이 쉬었다. 우리 거사림 도반들이 지난 오월부터 시도한 게 있는바 다름 아닌 우리 거사들도 이제는 제대로 된 능엄주를 하자는 것이었다. 즉 중구난방으로 하질 말고 보살들처럼 통일된 목소리 톤 리듬을 타고 잘 해 보자는 거였다 지난 5월 아비라 때 처음 시도했는데 조금은 맞았던 거 같다 그래 이번에는 좀 기대들을 했는데 잘 안 된다. 잘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리드를 해 나가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된다 할 수 없이 맨 앞줄의 영암 혜도 덕도 등이 큰소리로 리드를 해 가니 비로소 우리 대중들이 따라 간다 이때 난 영암거사가 목이 쉰 걸 처음 봤다. 첫날은 그런대로 맞추면서 넘어 갔고 둘째 날도 대충 형식은 갖추었던 거 같다. 하지만 세째 날인지 언제 부터인가 큰소리로 진언하는 이도 리드하는 이도 앞 뒤 옆 사람들과 맞추려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구름 걷힌 하늘처럼 먼지 털어낸 맑은 거울처럼 우리는 우리들의 참자성 본래면목을 되찾아 도로 아미타불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웅웅웅웅 시끌시끌 왈왈왈왈 아니면 졸고 있는지 쉬고들 있는지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가끔 우리가 먼저 끝나고 나서 보살들 처소에서 능엄주 하는 소리라도 들을라치면 천상의 옥구슬 소리 말로만 들었네, 어찌나 그렇게도 술렁술렁 넘실넘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잘하는지 아마도 우리 거사들은 죽어서도 그 경계는 접할 수 없음을 알고 저 멀리 남쪽 하늘 지는 노을 붉은 노을속의 산비둘기 바라보다 한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누구 탓이 아니다. 이상하게 맞질 않는다. 할 수 없지 능엄주는 보살들이나 실컷 하라 하고 우린 법신진언으로 결딴을 내자
둘째 날 즉 입재 후 다음날 전날 다들 피곤한지 푹 자고났는데도 뭔가 잠이 부족한 거 같다 새벽 세시 20분경 아비라기도 둘째 날 첫파트를 시작하는데 가만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오는데 앞줄의 혜도거사를 보니 새벽예불을 5분 만에 끝냈을 뿐인데도 등 뒤가 완전히 젖어 있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부터 온 몸이 젖어 축축하다 이어지는 108참회를 하고 나니 옷은 완전히 젖어 버렸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자마자 땀이 계속 나온다. 계속되는 법신진언 30분은 사우나 실에서 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새벽이 이럴진대 해 뜬 오전 세 네 파트 오후 나머지 파트는 상상플러스이다 이때는 더 심하여 온몸은 물론이지만 특히 진언 15분을 넘기면서 머리털에서 부터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땀이 아니다. 폭포수에서 물이 떨어지듯 샤워기에 몸을 맡기듯 연신 흘러내린다. 방울방울이 계속 이어져 내리는 게 아니라 장마철 우산 없이 맞았을 때의 소나기처럼 얼굴로 흘러내리는데 특히 눈썹을 지나 눈 속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손을 풀고 닦을 수도 없고 무릎은 아파 죽겠고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하여 눈을 감아보는데 이때는 진언에 집중이 잘 안되고 소리도 작아지면서 뒤이어 졸음이 쏟아지는데 다시 몸이 흔들흔들 휘청휘청한다. 할 수 없이 다시 눈을 뜨면 기다렸다는 듯 눈물인지 감로인지 안구를 뒤덮는다. 찝찝해 죽겠다. 땀물이 숨을 쉬는 코로 소리치는 목구멍으로 연신 들락날락 한다. 무릎은 아파 죽겠고 창자는 끊어지는 듯 아프고 이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 또한 한 경계일까. 감을 수도 뜰 수도 없는 경계를 넘나든다.……. 경계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잘 살피면 있을 듯도 하지만 난 관심 없다. 지금은 아니다 어서 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났으면 싶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라도 좋다 그저 소금 바다로의, 제발 고해의 항해가 멎기만 바랄뿐이다 삑삑삑삑삑삑 이곳이 팔열지옥중 한곳이 아니었음을,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음을 알리는 법음만 기다릴 뿐이다
아무튼 기도 내내 더위와 땀과의 피나는 전쟁이다 어떤 이는 장궤 합장한 팔꿈치를 타고 땀이 떨어지는데 30분이면 종이컵 하나는 나오는 거 같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무릎을 타고 흘러내린 땀으로 배를 띄워도 된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하도 많이 땀을 먹어 놔서 쉬는 시간 물을 안 먹어도 된다고도 한다. 선풍기라도 틀면 좋겠는데 작년에 쓰던 선풍기는 고장이 났다고 한다. 아 불쌍한 거사림 남자들이여 칙칙한 책방에 갇힌 것도 서러운데 선풍기 하나 챙겨주는 행자 한분도 확보를 못해 두었네 그려 내가 입고 있던 동방은 둘째 날 오전부터 소금에 허옇게 절여져 무늬가 생기기 시작한다. 도장거사는 앞으로 다시는 여름 아비라를 백련암에서는 안하겠다고 한다. 그분만이 아니다 나부터 당장 내년 걱정이다. 북한에선 수해로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우리 역시 때 아닌 물난리다. 그들은 민물에 우리는 소금물에 난리다. 아 동족상잔의 아픔을 꼭 함께 나누어야만 하는가, 미련한 백련문도들이여
수선거사가 없어졌다 어찌된 일인가 하면 예전엔 보통 불단 바로 앞에 영암거사가 집례를 하고 그를 중심으로 左慧道 右德道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수선거사가 기도발 좀 받으시려고 했는지 아님 진실로 깨침을 원하여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덕도를 우측으로 밀어 내고 그 자리에 右修禪이 터를 잡았다. 근데 둘째 날 아주 무더운 오후기도 시작하려는데 수선 거사님 자리에 목소리가 좋으신 소운거사가 있는 게 아닌가! 수선거사가 얼마나 덥고 힘들었으면 기도 중에 맨 뒷줄의 소운거사와 자리를 바꾸었을까. 아무래도 문 쪽이 조금이라도 낫겠지 끝나고 나서 심소가 한마디 농을 던지는데 "거사님 어쩌려고 자리를 바꾸셨습니까. 잘못하면 두 분의 몸이 서로 바뀝니다. 바로 달마처럼요……." 내말 때문이 아니다. 뒤로 가도 별 차이가 없다고 하시며 다음 진언부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수박얘길 안 할 수가 없다 입재 당일 저녁예불 마치고 나니 원택스님의 격려 법문이 이어진다 스님 말씀이 이번엔 수박 공양이 많이 들어 왔다고 하시면서 아비라기도 내내 원 없이 먹을 만큼 되니 열심히 기도에 집중하라 하신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 대중들의 수박 공양 후에 쓰레기통을 보니 빨간 부분이 많이 남았다고 하시며 큰스님 계실 때의 수박사건을 다시 들려주신다. 스님께서는 우리가 내 돈 내가 내고 먹는 음식이지만 농부들이 고생해서 재배한 음식임을 잊지 말고 정성스럽게 먹어 주어야 한다고 하시며 그 외 여러 일화를 들려주며 말씀은 재미있게 하셨지만 깨끗하게 먹으라는 충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스님 말씀대로 다음날 이후로 수박은 원 없이 먹었다. 1년 치 수박을 거기서 해결했다. 하지만 수박 속의 빨간 부문은 해결이 잘 안 되는 걸 보면, 스님의 충고에도 잘 안 되는 걸 보면 이 역시 평소 개개인의 습인가 보다 사소해 보이고 맘만 먹으면 고쳐질 거 같은 것도 이렇게 힘드니 우리가 평소 알게 모르게 지어온 습을 제거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것도 같다 한편 재미있는 건 이번에 처음 오신 정념(正念)거사가 옛날 큰스님 계실 때 일어났던 수박사건의 현장에 있던 당사자라고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하고 대학교 때까지는 백련암에 자주 왔었다고 한다. 근 이삼십 여년을 밖으로 돌다 이번에 백련암 기도에 동참을 하였다고 하는 그의 목소리가 얼핏 슬퍼 보인 것도 같다. 삶이 힘들어서였을까,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안타까워서일까, 뒤늦게 깨달은 큰 스님의 일갈에 죄스러움 때문이었을까 당시를 회상하는 깊이 있고 그윽해 보이는 그의 눈망울에 담긴 아쉬움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나도 덩달아 가슴이 무거워졌던 거 같다. 결국 그는 회향하는 날 불명 신청한 부인과 함께 고심원에 갔다가 원택스님 눈에 띄었는데 오랜 시간이었음에도 스님께서는 한 번에 알아보시곤 여태 어딜 갔다 이제야 나타났는가고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따로 염화실로 불려 갔다.
다시 진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거사림에서 칠십 여명이 참가를 하였는데 칠팔여 연로하신 분들은 공양간 옆방에서 따로 하니 장경각에는 대충 육십 여명이다. 이 중에 스무 명 정도가 처음 오신 분들이니 삼분의 일이 아비라 초심자인 셈이다. 갈수록 처음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백련암에서의 아비라기도가 세상에 점점 더 알려지고 있다는 반증이라 도반들 모두가 반갑게 맞이한다. 다만 작년 여름 아비라 때 아흔 명 가까이 왔었는데 이번엔 그에 미치지는 못해 좀 아쉽다.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였던 그때 보다는 적당하니 딱 맞다고 하는 분들도 상당수이다 처음 온 분들은 골고루 분산 배치를 한다. 근데 가만 보면 기존에 오던 분들은 은연중 자기 자리들이 고정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있는 주위로는 이렇다. 항상 맨 앞줄 왼쪽 끝은 이번에 참가를 못한 여월, 두 칸 건너 역시 못 온 정벽거사, 그 바로 옆으로 혜강 법성 혜도 그리고 정중앙에 영암 그 바로 우측이 덕도 순이다 법성거사님 바로 뒤쪽으로 심소 그 왼쪽으로 묘천 계현 도장 순이다. 송암 거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친구를 데리고 왔다 친구 분은 이번이 처음인데 불명은 일상(一相)으로 받았고 바로 내 옆에서 동거 동락했는데 참 성실하신 분이다. 아비라기도 마지막 날 밤 소감 발표 때에는 송암과 더불어 내게도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내 아닌 척 했지만 기분이 참 좋더이다. 그를 비롯하여 처음 참가한 분들이 너무들 잘한다. 처음하면 발음도 힘들도 무릎 고통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어설프고 서먹하여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데 모두들 금방 숙지하여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데 대단하다 이들이 이렇게 잘하니 도반 전체가 사일 내내 한 목소리로 끊이지 않는데 영암과 법화 회장님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다만 진언의 소리가 아주 크고 끊이지도 않아 좋기는 한데 아직도 '옴' 과 '훔'자(字)에의 어세가 정확하지 않고 불완전하여 자꾸 '캄스바' 소리로만 힘이 실리고 조금만 더 빨랐으면 하는데 3단 이상을 못 밟아본다. 또 전체가 통일된 울림, 즉 공명(共鳴)이 되어야하는데 그렇질 못하고 자꾸 분산되어 맥이 빠지는 게 흠이다 아마 무더위 때문일 것이다. 나부터 그렇다. 서로들 진언에 집중하다 다른 이들이 힘 있게 치고 들어오면 귀가 왕왕하면서 손끝에 열이 나고 머릿끝이 찌릿찌릿해 오는 때가 있는데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계속 쉬지 말고 진언이 끊어지지 않게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금씩 올린다. 특히 옴, 훔에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시 서로의 호흡을 느끼고 진언의 교감이 지속됨을 서로가 감지하는 순간 전체의 통일된 진언이 완전히 일치함을 맛보게 된다. 그리하여 계속하게 되면 어느 순간 공명의 상태를 서로가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흥분상태로 돌입하게 되는데 이때 비로소 4단 5단 6단으로 차츰 속도를 끌어 올려 주게 되면 어느 한 순간 문제의 바로 그 경계 환한 세상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 경계에 이르기가 혼자서는 안 되므로 아비라기도는 집에서 하지 말고 반드시 백련암에 와서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고 영암거사가 일러준다. 그런데 소리는 쉬지 않고 지르나 흥이 나질 않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어느 정도 이상은 속도가 나질 않고 순간 옆 사람들의 진언이 커지면 같이 박자를 맞춰 주어야 되는데 자꾸 힘이 빠지고 지쳐 버려 몸 따로 마음 따로 맞춰 주질 못하고 마음속에서는 잡생각이 자꾸 일어나고 ‘어서 빨리 시간이여 가라, 에라 도저히 이번 판은 안 되겠다. 땀도 많이 나고 너무 힘이 드니 이 판은 대충 이 정도로 끝내고 쉬는 시간에 제대로 푹 좀 쉬고 나서 다음 파트에 들어가서는 진짜 정말로 제대로 정식으로 해야겠다. ‘ 이러하다. 곰곰 생각해 보면 더위 먹은 거 같다. 아마 땀을 너무 흘려 기력이 완전 쇠잔해져서 일 것이다. 사실 진언을 더할래야 할 수도 없다. 눈물 아니 땀이 눈을 덮고 있으니 앞이 보여야 눈을 부릅뜨고 시선을 고정하고 집중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경험들 해 보셨으리라. 눈을 감고는 진언이 되질 않는다. 둘째 날은 아직 여독이 덜 풀려서 그렇겠지 하고 위로하고 넘어 간다 세째날 즉 회향 전날은 참 모두들 열심히 했다 영암 왈 "이제는 도반 여러분들이 알아서 점점 더 잘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여러분의 내공이 쌓여 간다는 증거입니다" 법화 회장님 "이제는 누가 밖에서 보고 있어도 괘의치 않을렵니다. 여러분이 너무들 잘하기 때문이지요.…….보여줄 만합니다. " 영암 "……여러분들이 지금 너무 무더워서 힘들어 하는걸 잘 알기에 제가 주문을 드리기가 뭣 합니다만 조금만 더 빨리 진언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신명도 나고 힘도 덜 듭니다." 죽비가 이어진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엄 아비라 움 캄 스바하, 어마비라 엄 캄스바, 어마비라 후움 깜쓰바, 어마비라 우움 깜쓰바, 어쩌구저쩌구 훔깜스바……깜쓰바 깜쓰바 깜쓰바…….’ 시작부터 천장이 들썩들썩한다. 시끄러워 죽겠다. 모두들 신심이 난다. 좋아 바로 이거야 그래 한번 해 보자. 이번 파트는 니죽고 나죽고 한번 결판을 내보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우리가 놀러 왔나. 우리가 한두 번 해봤나. 까짓거 삼십분도 못 버티랴. 소리만 지르다 집에 갈건 가. 하나 오 분을 지나지 않아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도 태산 같던 기상도 곧 개장수 앞의 못된 개 숨죽이듯 다들 이내 꼬리를 슬며시 감춘다. 그저 떠드는 소리만 있을 뿐 시끄럽게 고함치는 소리만 있을 뿐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소리만 있을 뿐 빨리 집에 보내 달라는 애원만 들릴 뿐 통일이 안 된다. 처절하다 다들 불쌍해 죽겠다.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돼 울고 있는 얼굴들을 차마 눈뜨고는 볼 수가 없다. 수선거사는 아예 잠이 들었나 보다. 개인의 출력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합일이 잘 안 된다 속도가 빨라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힘들 줄 일이야 나부터 무더위에 진이 다 빠져버려 모처럼 옆에서 분심을 내어 치고 올라오는데 쉰 목에서 헛바람만 자꾸 나오고 그나마 금방 지쳐 버려 장단을 맞추기도 힘에 겹다. 물론 옆의 도반들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무튼 기도 내내 그 상태 그대로 어수선히 끝이 났다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낙오하는 사람 한명 없이(한명은 첫날 5파트 끝나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사라졌다) 더군다나 초심자가 삼분의 일이나 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잘한 기도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이번 아비라팀은 절대로 못한 게 아니다 지난번 아비라 때에의 환한 경계에 근접하지 못해 그것이 못내 아쉽고 서러워서 하는 말이지 다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차게 기똥차게 어느 때 보다 잘해준 진언 기도였다. 아비라기도 진언은 선정이니 관 한다느니 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도법이다. 이는 바로 대중기도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아상 아집이랄까 유아독존 스타일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지 않을까고 보여진다 절을 아무리 잘하고 삼매를 아무리 잘해도 이 기도법은 여간해선 익히기 어렵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단도직입여래지 십지돈초무난사로 들어가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좀 뻥튀겨 말한다면 마음이 따뜻하고 세상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볼 줄 알고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이 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도이고 주위 객관에 쉽게 쓸리지 않고 남의
얘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남의 허물을 굳이 들추어내려 하지 않고 주변 경계에 내 너 옳으니 분별 시비를 가리지 않으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들 한마디로 잘난 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좀 더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 백련 문도들에 있어 가장 중요다고도 할 수 있는 큰스님을 향한 의심 없는 언구에의 믿음, 큰스님이 정하여 주신 길, 큰스님이 전하여 주신 원상, 불기자심, 진리,설, 법등에 대한 절대적이고 미련할 정도의 맹목적이기도 한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시라 70이 넘은 거사님들도 그렇지만 80이 다 된 보살님들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고 목소리도 거의 힘이 없는 분들이 아비라기도를 해내는 힘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 말에 너무 신경 쓰지는 마시라. 그저 자랑 삼아 약 좀 올리려고 해 본 얘기이다.
벌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입재 당일부터 큼지막한 말벌이 하나 들어와 온 방안을 붕붕 날라 다닌다. 아마 둘째 날로 기억 되는데 법신진언 중 너무도 피곤하여 잠시 졸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벌이 나타나 바로 앞에 계신 혜강거사님 머리 뒤에 싸악 하고 앉는다. 우웅 왕왕 난 그 벌이 나한테로 올까봐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드는데 순식간에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근데 그놈의 벌이 근 10여분을 뒤통수에(죄송) 달라붙어서는 뭘 하는지 다른 데로 갈 생각도 안하곤 꼼지락 꼼지락하는 거였다 그 덕에 난 무서워서 졸음 없이 30분 진언을 신나게 했는데 마치고 나서 거사께 벌 얘기를 물어 보는데 "참 이상하다 생각 했지. 뭐가 날라와서 뒷목에 앉는 건 알았는데 무슨 긴바늘 같은 게 쑤욱 들어오는 느낌이 들데. 따끔하기도 한 거 같고 굉장히 아픈 거 같기도 했지.하지만 진언 중이라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아파서 꽤 애를 먹었는데 그게 큰 벌이었나?…….세상에." 진언의 기가 느껴지는가. 진언 삼매에 들면 이와 같이 즐거움도 아픔도 다 사라지고 오직 대일 법신과 호흡하고 있는 나 혼자만 있다 또 그게 우리가 이곳에 와서 울부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성거사님도 예전 아비라 때 큰말벌이 정수리 정확한 백회혈에 침을 놓은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때도 전혀 아픈 걸 몰랐다고 하신다. 결국 문제의 그 땡벌 놈은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수복거사께 들으니 회향전날 마지막 기도하러 방에 들어온 꼬마거사가 접어놓았던 자기 좌복을 펴려고 손을 대는 순간 좌복 속에 있던 왕땡벌이 어린 소년의 손바닥을 쏘고야 말았던 것이다. 울고불고. 이래도 울고 저래도 울고 안 그래도 울고 싶었는데. 그 소년거사는 의무실로 긴급 후송되었고 명철거사는 또 요술을 부린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당당…….'
기분 좋은 아비라를 마치고 집에 오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들이 다시 고개를 든다. 아 맞어 이명박씨가 이겼었지, 주가가 연일 폭락 했었는데, 그리스에선 큰 산불도 났네, 참 아프칸 사태는 어찌 되었지? 큰스님께서 분별 시비를 경계하라 하셨기에 또 민감한 사안이라 말을 아낀다. 다만 인질 석방이 완료 되었다고 하니 한마디만 한다. 판소리 흥보가에 보면 놀부가 박을 써는 대목이 나온다. 이 대목은 화초장 대목과 더불어 흥보가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조상현 명창의 버전은 압권이다 욕심이 많기론 이미 인근 백 여리 밖까지도 자자하고 인색하기론 시궁창 쥐들도 굶어 죽을 판인 놀부란 놈이 어느 날 갑자기 흥보가 떼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궁금하여 죽겠는데 아우인 흥보가 어떻게 하여 벼락부자가 되었는가 물어 보고는 싶은디, 밉상인 흥보 얼굴만 생각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 사흘 밤낮을 뜬 눈으로 지새운다. 직접 물어 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 몰래 알아보는데 박을 썰고 나서는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이에 놀부 멀쩡한 생까치 다리를 붙잡고는 강제로 부러뜨리는데. 아이고, 까치 살려 헬프미요 헬프鵲이라 그리고는 부러뜨린 생다리에 고약도 발라주고 아주 정성스레 꼬매고 상처 부위에는 쌩피가 줄줄줄 흐르는데, 놀보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갑 보다, 입으론 연신 호호 불어 주며 천으로 둘둘둘 말아 준다. 자아 드디어 나도 착한 일을 하였으니 박을 하나 내려 달라고 천신께 지성으로 밤과 낮을 괴기반찬 밥도 굶어 가며 진짜 열심히 빌어 본다. 이에 하늘에서 박이 뚝하니 떨어지는데 놀부, 놀보 마누라와 함께 박을 썰기 시작하고 쓰윽싹 쓰윽싹 쓱싹~ 두 연놈 부부 금실도 좋아라 싸악싹 싸악싹 싹싹~ 하늘 아래 천생 연분이로고 사각 사각 사각~ 여보 마누라 톱날이 다 되었구려 에고 아깝고 아까워서 쯧쯧 저걸 어찌할꼬 어쩌면 좋을시고 써걱 써걱 써걱~ 전에 흥보서방님 집 애들이 우리 집 누룽지를 훔쳐 갔지 않소. 그래 내 흥보 색시한테 가서 크게 경을 쳤지 않소 옜소 영감 가져올 건 없고 이거라도 챙겨왔지. 형만 한 동생 없다고 하던데 딱 당신 반만 따라가도 좋겠소 쓰윽쓱 쓰윽쓱 쓱쓱~ 잘했군 잘했군 잘했군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아아지~ 자 드디어 박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아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 펑! 뻥! 뽕?
부탄의 행복지수가 전세계에서 1위라도 하더군요. 우리는 알고 있고 이미 경험을 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물질이나 돈이란 그저 편리하고 참 좋기만 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 불교건 기독교이건 이슬람이던 다른 모든 종교들이 행복을 모든 이에게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마음이 깨끗함을 알아차리고 저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본래 마음 따뜻한 우리의 마음을 끌어낼 줄 만 알면 됩니다.
청담스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겨울 사원은 언제나 적막하다. 더욱이 흰 눈이 며칠이고 계속 내려 시내로 가는 산길은 흔적도 없어지고, 눈과 나무라는 단조로운 형태로 산이 정리되고 나면 산엔 바람소리밖에 그 고요를 깨뜨리는 것이 없다. 겨울 산의 바람 소리는 쓸쓸하다. 더욱이 황혼이 어둠속으로 묻히고 그림자들이 밤으로 밤으로 밀리는 초저녁의 바람소리는 산사람들의 가슴을 몹시도 심하게 흔들어 놓는다. 그런 날의 승려들의 모습은 웬지 쓸쓸해 보이고 왜소하다. 앞뜰의 눈을 쓸고 있는 승려들, 그리고 묻힌 길을 더듬으며 걷고 있는 승려들, 꽁꽁 닫힌 방안에서 불경을 낭랑하게 외고 있는 승려들, 그들의 모습에는 속세를 떠나온 사람들의 떠나왔다는 슬픔이 그리움과 함께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러한 슬픔속에서 그 많은 겨울을 맞이하고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이 떨쳐버릴 수 없도록 힘차게 몸에 달라붙어 나의 일부분으로 화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 대지의 숨결이 흰 그름에 엉겨 아스라이 지평선 위에 둥실 떠 흘러간다. 양광에 구멍 뚫린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도도히 소리치며 흐른다. 후미진 웅덩이에서 송사리 한 마리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도약을 시도한다. 태초로부터 이어오는 생명의 약동이다. 검은 잿빛으로 시들어 오그라진 쑥대밑에서 파란 연두빛 어린 싹들이 짖눌리는 고갈을 제치며 앞 다투어 올라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흘렀다. 코끼리 모양으로, 젖먹이는 어머니 모양으로, 산 모양으로, 바다 모양으로, 물 긷고 가는 아낙네의 모양으로, 그리고 염소 모양으로 그토록 자유자재로 변하는 구름 모양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수만가지로 변화하는 생의 무상이었을까, 아니면 다만 흐르고 변한다는 구름의 형용이었을까.'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나라를 폭격으로 폐허를 만들어 놓고 그 와중에 당연히 병들었을 몸 아픈 몸들을 고쳐 주며 지친 그들에게 그들 보다 조금도 나아 보이지 않을듯 싶은 나의 철학을 부드러운 미소 속에 숨긴다. 마치 배가 부른 사람에게 좀 더 먹으라고 강제로 먹이는 격이다. 나는 배가 불러 죽겠는데 소갈비 냄새 맡게 하며 자꾸만 더 먹으란다. 아예 까스활명수까지 먹여 가며 억지로 먹인다. 생까치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사실 애초부터 까치 따윈 관심도 없었다. 탈레반은 반군이 아니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내전 중이다. 모든게 해결된 지금 이제부터라도 나를 선으로 그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기도는 아주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많은걸 배우고 왔다. 초심자들을 위해 몇 가지 알려둔다. 다른 분들은 어디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시라. 내가 평소 일과를 할 때 파리나 모기들 때문에 보통 신경이 쓰이질 않았는데 영암께 물어 보니 그 놈들은 빨리 생을 마감시켜 주는 게 그들에게도 이롭다고 한다. 단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을 세 번 정도 해 주라고 한다. 될 수 있는 한 불단 주위에 나타나지 않기를 미리 손을 봐 놓는 게 좋다. 되도록이면 예불 중엔 살생을 안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예불때 마지 초 청수 등을 올려도 되지만 가정에서는 향 만 켜 놓으면 된다. 집에서는 불상이나 부처님 그림이나 사진 등을 원상과 함께 놓지 말고 원상만 놓고 하면 된다고 큰스님이 그러셨다고 한다. 원상이나 부처님 사진 등은 부부 침실에는 걸어 놓지 말고, 땀이 많이 나더라도 예불을 마친 후 한30분이라도 참선 또는 좌정을 한 후 씻는 게 좋겠다고도 하고,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를 틀어 놓고 하는 건 괜찮지만 반바지 반팔내의 런닝 티셔츠 등을 입고 예불을 드리면 안 된단다.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면서 힘들고 땀이 많이 난다고 옷을 대충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절을 몇 배를 하든 몇 천배를 하든 그건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부처님을 불손한 복장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것이다. 비록 집에서 하는 것이지만 엄연한 법당이다. 절에 가서 대충 입고 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다. 절이 아닌 집이므로 동방이 원칙이지만 개량복까지는 봐줄 수 있다고 한다. 일과 순서는 1.부처님께 삼배 큰스님께 삼배 2.오분향예불 3.예불대참회 /이때의 절수는 본인의 의지대로 하되 평소 기력의 80% 정도만 하고 사회 생활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 놓도록 하란다 4.대불정능엄신주 /이것도 몇 독이든 본인 맘대로 하면 된다 5.회향게 6.발원문 /발원문 끝에 반드시 개인 발원문을 하라고 유난히 강조 하신다
7.부처님께 삼배 큰스님께 삼배 집에서는 개인 스스로가 집례자이므로 반드시 이 순서대로 하되 하나라도 빼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내가 처음 백련암에 갔을 때 된장이며 반찬이 얼마나 짠지 고추가 나와도 생으로 먹을 정도로 공양음식이 염전자체였다. 또 기도 내내 변도 잘 나오질 않고 염소 똥이 따로 없다. 칙간만 가면 가는사람 오는사람 너도나도 끙끙 애닯고 애처로워 끄응끙 들리는 소리 묘음일세! 허나 이제는 짠지도 모르겠고 맛있기만 하고 변도 쑥쑥 잘 나온다 허~ 그것참 묘할 묘자네 나도 이제 백련암 식구가 다 된 건가. 큰스님께서 인가를 해 주신 걸까. 난 아직도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성철스님 문도회 회주이시도한 법전 큰스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뭔가가 아쉬운 글을 마쳐야겠다. "도의 길은 따지고 분석하는 데 있지 않다. 그저 온몸으로 부딪쳐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수행자의 생명은 화두다. 다른 것은 없다. 도의 길에는 많은 것이 필요 없다. 화두에 생명을 걸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남이 방일할 때 방일하지 않고, 남이 잠잘 때 잠자지 않고, 쓸데없는 소리할 때 쓸데없는 소리 안하고,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화두참선에 대해서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라.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흘러도, 허공이 다한다 하더라도 간화선(看話禪)에는 허물이 없다. 덤벼들어 공부하지 않는 자들에게 허물이 있을 뿐이다. 지극한 도의 실현은 선악과 시비와 곡직을 넘어선 자연 그대로 사는 것, 남은 시간 가장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살다가 가리라 " 채색구름 그림자 속에 신선이 나타나 彩雲影裏神仙現 손으로 붉은 비단부채를 잡고 얼굴을 가리니, 手把紅羅扇遮面 급히 눈으로 신선을 볼 것이로되 急須著眼看仙人 신선의 손에 있는 부채를 보지 말라. 莫看仙人手中扇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참 다행이다. 기분 좋아 그랬겠지 맘씨 나빠 그랬을까 영각심 보살이 한턱 쏜다. 내겐 겨우 우동 한 그릇이지만 그녀에겐 큰맘이다. 무릇 보살이란 이러해야 하느니라. 옛날 퇴옹당 대종사께서는 공부를 게을리 하는 수좌들에겐 밥값 내놓으라며 여지없이 몽둥이질을 하셨다고 한다. 영각심 보살님 이만하면 내도 밥값 안 되겠소.
가을엔 내 결딴코 환히 웃어보리라 추위가 닥치기 전 우리도 한번 환하게 웃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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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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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기도 ..다녀와서 일주일은 집인지 백련암인지 한동안 힘들었지요 덕분에 다시 그날을 되돌아 봅니다 ... 덕분에 일과수행 하면서 예불 예절을 다시배우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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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_()()()_
아비라기도 후기 .. 잘 읽고... 감동 받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 _()()()_
수고하셨습니다.....개인적인 저의 경험이지만,지난번 기도만큼 소리가 안나온 이유가 화두를 들어보려 화두를 지속하려 무지 애썼던 이번 기도였습니다.그리고 능엄주소리가 후반에 안나온것은 목소리가 앞에서 크게하시던 분들이 대부분 쉬어버려서였습니다.후발주자가 나왔다면 아비라기도 마지막날까지 고르게 한목소리로 갔을 텐데 아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_()()()_
잘읽었습니다.또 배우고갑니다. 이번 아비라기도는 땀의 폭포였습니다. 동방3벌과 적삼2벌 가지고 교대로 입어도 마를 사이가 없었습니다.돌아와 일과할때 큰스님께서 더운데 이해해주시겠지하고 시원해진오늘까지도 소대나시에 반바지를 입고 했습니다 . 예의를 갖추겠습니다.감사합니다. _()()()_
고생 많으셨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스바하..._()()()_ 2007.9.4
감사합니다... _()()()_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_()()()_
정말 좋은데요? 그날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 다음에 더 맛있는 것으로 공양 해 드리겠습니다,,, ㅎㅎㅎ
소심거사님 감사합니다....저는 집에서 기도할때 여름에는 법복바지에 회색 반팔티샤쓰입고 하느데요...그리고 겨울에는 회색긴팔티샤쓰와 법복바지를 입고 합니다....재가 불자들 집에서하는 기도 이정도는 부처님께서 예쁘게 봐주실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감사합니다. 이번 아비라기도 저도 관음전에서 땀 많이 흘리고 기도 열씸히 했습니다 모든 분들 고생많이하셨고 소원성취하시리라 믿습니다 옛말에 한약한첩먹고나면 효과는 천천히 나타난다 했습니다. 꼭 무엇을 바라고해서라기보다는 미리보약먹었다생각하며 살면 되겠지요.? 그리고 죽비보살님 말씀으로는 원택스님께서 내년백중아비라때는 선풍기라도 달아주실것 같다고하시던데 전 비오듯이 땀 흘리며 기도하는 것도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땀 많이 흘리니까 몸도 가벼워지고 기도도 잘 되던걸요...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언제 이렇게 많은 땀 흘리며 기도 해 보겠습니까? 백련암이니까 가능한거 아닙니까 도반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