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개요
ㅇ 언 제 : 2023. 5. 31(수) / 708차
ㅇ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26명 / 50,000원
ㅇ 어 디 : ‘해파랑’길 41, 42구간(강원 양양군 현남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구 간 : - 41코스 : 원포해변 – 지경해변 - 남애해변 – 휴휴암 – 인구해변 - 죽도
- 42코스 : 38선 휴게소 – 기사문항 – 하조대
- 거리/시간 : 15km/5시간
트레킹정보
‘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따라 걷는 길입니다.
해변과 숲, 그리고 마을 등을 이어 구축한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약 750km의 대장정입니다.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 그리고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입니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뜻합니다.
바다를 벗 삼아 걷는 사유(思惟)의 길이기도 합니다.
‘해파랑’길 41코스
강릉 ‘향호’해변에서 출발하여 양양 ‘죽도’까지 이어지는 12.2km의 도보길입니다.
난이도가 쉬워 약 4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항구와 해안 따라 걷는 길로 석호(潟湖)와 소나무가 있는 해변풍경이 다채롭습니다.
볼거리로는 하천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생성된 ‘향호(香湖)’해변과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으로 사랑받는 ‘지경’해변을 비롯하여, Healing에 좋은 일출명소 ‘휴휴암(休休庵)’과 지금은 육지가 된 ‘죽도(竹島)’가 있습니다.
빨간색과 하얀색 등대가 그림같이 서있는 강원도 3대 미항(美港) ‘남애’항은 덤입니다.
곳곳에 편의시설과 화장실, 매점 등이 있어 불편하지 않습니다.
‘해파랑’길 42코스
양양 ‘죽도’에서 출발하여 ‘하조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9.6km의 도보 길입니다.
이 코스도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편으로 약 3시간 정도면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동해를 감상하며 우리나라의 분단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길입니다.
볼거리가 다양하여 걷는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사시사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하고 기암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이 일품인 죽도(竹島)해변에서의 서핑모습도 볼만합니다.
38선 휴게소가 있는 기사문해변과 애국가 영상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자라는 국가명승 하조대전망대에서도 동해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군사지역으로 출입가능한 시간이 지정되어있습니다.
트레킹여정(앨범)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5월의 마지막을 붙잡았습니다.
훌쩍 떠나 무작정 걷고 싶은 동해안이 그리워서죠.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길은 있게 마련입니다.
‘해파랑’길 -.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둥둥거립니다.
짙푸르고 망망(茫茫)한 바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안 바닷길입니다.
2014년 2월에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아직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그동안 잊고 지냈다가 다시 시작하니 지독한 열병에서 헤어난 기분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몸도 마음도 무력해지면서 세월만 탓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파란 바다, 그곳에서 향기 짙은 해당화를 볼 수 있었으면 더 좋겠네요.
그냥 걷기만 해도 Thank you입니다.
강원북도(?) ‘양양(襄陽)’을 찾아 새벽부터 설칩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
흥얼거리며... ㅎ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제28회 ‘바다의 날’이네요.
원포해변
‘주문진’해변과 ‘지경’해변을 건너뛰고, 한 마리의 매가 앉아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와 화상정자가 있는 ‘원포’해변에서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강릉과 양양의 경계에 있다는 유명한 ‘BTS’버스정류장을 보지 못해 아쉽죠?
‘방탄소년단’이 부른 ‘You never walk alone’ 앨범재킷 촬영장소라는데, 인증하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군요.
‘BTS’와 무관한(?) 노인네들은 그저 시큰둥할 뿐입니다. ㅎ
사취(砂嘴)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면서 생긴 석호(潟湖)인 ‘향호(香湖)’변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에 모두를 이끌기 위한 대장의 고민이 엿보여 꾹 참습니다. ㅎ
정자 앞에서 떼 사진 찍고, ‘해파랑’길 양양구간의 첫 번째인 41코스를 시작합니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화상’천을 경계로 북쪽으로 길게 펼쳐진 해변인데요, 곳곳에 솟아있는 바위섬 정취가 볼만합니다.
청명한 날씨에 바람까지 솔솔 불어주니 걷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난이도가 별 2개라니 덩달아 기분 Up입니다.
내륙 쪽엔 위용을 뽐내던 백두대간이 찾지 않는다는 듯 뽀로통해 있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시리도록 파란 바닷가가 참 좋습니다.
금방이라도 명승지로 만들어버릴 태세입니다.
남애해변
해안선이 바다로 둥글게 굽어지고, 그 끝에 빨간 등대가 서있는 포구로 들어섭니다.
등대 안쪽으로 자리한 그림 같은 항구는 삼척 ‘초고’항, 강릉 ‘심곡’항과 더불어 강원도 3대 미항(美港)에 속하는 ‘남애’항입니다.
오전부터 낚시하는 노인과 만납니다.
이렇게 바다를 매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깊이가 궁금하여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노인네가 심심했던지 갈 길 바쁜 길손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여러 종류의 길꾼들과의 대화재미도 무척 쏠쏠합니다.
곳곳에 돌고래 조형물이 서있는데요, 1984년 상영된 영화 '고래사냥'의 마지막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죠.
“♪~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라떼’세대라면 쉽게 떠올려지는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고래고래 불러댑니다.
그동안 40여 성상(星霜)을 훌쩍 넘겼음에도 변함없이 그 속에 녹아있는 추억 한 자락이 여전히 정겹고 그리운 이유입니다.
여전히 조그만 예쁜 고래 한마리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남애’항을 기웃거리다가 방파제 끝 스카이워크(Sky walk)에도 올라봅니다.
원래 군(軍)초소였다는데, 길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손질을 했답니다.
위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동해안 풍경이 참 아름답네요.
예쁜 다리가 반기는 ‘남애’해변입니다.
동해안 해변이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곳 역시 숨겨진 비밀 해변답습니다.
연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때문인지 ‘남애’해수욕장은 잘 정돈되어있는데요, 설치된 인조 야자수가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해안을 걸으며 뒤돌아본 스카이워크는 그림입니다.
해변 의자그네에 앉아 잠시 멍도 때립니다.
휴휴암
낑낑거리며 언덕사면을 올라 ‘휴휴암(休休庵)’을 찾아갑니다.
쉬고 또 쉰다는 의미를 내포한 암자입니다.
자비와 지혜를 상징하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상’부터 친견합니다.
몇 번 들렸지만, 여전히 곳곳에 돈 냄새가 풍기는 곳입니다.
그래도 풍광하나는 쥑입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방생한 고기들과 오리 떼도 볼 수 있습니다.
‘악어’바위, ‘발가락’바위를 못 찾으면 바보라네요. ㅎ
기력쇠진으로 누워있는 해수관음상 찾기도 포기하고, 쉬는 곳이라니 그냥 쉽니다.
어쩌다보니 오늘도 혼자가 되었습니다.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커피 빵으로 번뇌하는 입부터 달랩니다.
불심(佛心)이 없어도 마냥 좋은데요, 무념무상으로 잠시 멍 때립니다.
무심으로 불이문(不二門)을 나섭니다.
오늘도 둘이 아닌 혼자입니다.
41코스 종착지인 죽도가 빨리 오라 손짓하네요.
죽도
‘광진’해변을 거쳐 ‘죽도(竹島)’로 입성합니다.
옛날엔 섬이었겠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접한 육계도(陸繫島)입니다.
정상에 올라 죽도정(竹島亭)에서 잠시 퍼지려다가 몇 번 들렸다고 그냥 해안가를 택합니다.
마중 나온 바위들 앞에서 탄성을 쏟아냅니다.
유명한 ‘부채바위’는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흔적이랍니다.
신선바위와 버섯바위 등 여러 전설이 깃든 바위들이 절로 입을 벌려놓습니다.
짧은 산책로이지만, 풍경만큼은 기대 이상입니다.
추억의 ‘죽도암(竹島庵)’을 지나 해변으로 나옵니다.
사찰과 어우러진 바다풍경도 그림입니다.
이제는 이국적인 모습까지 띤 죽도해변을 거닙니다.
양양이 서핑의 성지가 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서퍼들이 환호소리가 들립니다.
과거 피서지로 이름을 날렸던 죽도해변은 최근 들어 서퍼들의 메카(Mecca)가 되었습니다.
수심이 비교적 얕은데다가 파도까지 밀려와 서핑하기 안성맞춤이랍니다.
사람과 풍경 -, 부러움의 눈총을 애써 감춘 채 한참을 구경합니다.
‘해파랑’길 42코스(기사문)
이젠 ‘해파랑’길 42코스를 걸어내야 하는데, 고맙게도(^^) 기사문까지는 버스로 이동합니다.
멀리서 찾아와 하루 2개 코스를 주파하기엔 무리라 판단한 대장의 현명한(^^) 결정입니다.
얼굴은 애써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다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ㅎ
‘해파랑’길 42코스는 죽도해변 - 동산해변 - 38선 휴게소 - 기사문항 - 하조해변에 이르는 총 9.6km의 구간입니다.
3시간여 걸리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버스타고 후다닥 도착한 ‘38선 휴게소’입니다.
추억 서린 ‘기사문(基士門)’입니다.
70년대 중반 해군고속정의 전진기지가 이곳에 생겼을 때 6개월여 전개(展開)했었습니다.
그리고 해군에 입대한 아들 녀석이 근무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가끔 군대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오지에 방치했다며 무관심한(?) 애비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마을은 당시 삶의 터전을 해군기지에 내어준 주민들이 이전하여 형성한 곳입니다.
가끔씩 38선 표석까지 구보하곤 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지금은 휴게소 뒤에 서핑 레저스쿨이 있을 정도로 서핑열풍이 불어 시끌벅적하네요.
기사문항도 '양양 서핑'의 영향인지 서핑업소들이 줄을 지었습니다.
‘서핑 = 양양’을 실감합니다.
‘파도를 탄다! 행복을 탄다!’
서핑 양양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문구인데요, 마케팅은 대성공인 것 같습니다.
벽화마을도 지납니다.
한국전쟁 이전엔 이곳이 이북지역이었습니다.
기사문항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다시 해안과 떨어져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3.1만세운동 유적지가 있는 ‘만세고개’를 지나 하조대 이정표를 만납니다.
하조대
온갖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암석해안 ‘하조대(河趙臺)’입니다.
입구부터 울창한 송림이 절경을 연출하는데요, 조선 개국공신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은둔하며 혁명을 도모한 곳이랍니다.
두 사람의 성(姓)을 따와 명명했다는 등 많은 설화와 전설을 품은 역사문화 경승지입니다.
계단 따라 올라가다보면 기사문등대와 마주칩니다.
건너편엔 애국가 영상에 등장한다하여 일명 '애국‘송이라 불리는 백년송이 수려한 자태를 뽐냅니다.
건재한 소나무를 비롯하여 절벽과 기암들 사이로 밀려드는 파도는 변함이 없네요.
볼수록 신비한 해송들은 한 순간도 멈춤 없이 환상적인 아우라(Aura)를 만들어냅니다.
눈이 부실 정도인데요, 먼 길 찾아온 꾼들을 위해 아낌없이 보상해주고 있습니다.
몇 차례 들렸던 ‘등대카페’에서도 추억을 소환해냅니다.
기사문등대를 내려와 반대편 언덕에 자리 잡은 하조대전망대로 향합니다.
전망대에 올라 일망무제 거침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봅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잘 분간이 안 되듯 당시에도 누가 충신이고 간신인지 구별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평선이 하늘과 바다를 둘로 갈랐다가 다시 하나로 합칩니다.
정치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조대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속이 훤히 보이는 해변으로 하얀 파도들이 밀려옵니다.
바다 View에 취하다가 뒤돌아서면 흐릿하게 다가오는 설악도 낯익습니다.
’해파랑‘길이 주는 선물입니다.
하조대해수욕장을 바라보며 다시 북으로 이어질 해파랑 트레킹을 꿈꿉니다.
뒤풀이
동해안의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걸었습니다.
늙은이들이 추구하는 해파랑 트레킹의 기본은 ‘느림보걷기’ + ‘맛 집 탐방’ + ‘인증 샷’입니다.
그동안 동해안 트레킹에서 빼놓지 않았던 물회를 '하조대횟집' 뒤풀이에서 만납니다.
오늘도 Luxury한데요, 반갑습니다. ㅎ
[한걸음, 한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놓고 걷고, 또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번, 천 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과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고 가세요.
발길 닿는 대로 그냥 가는 겁니다.
우린 지금 이 순간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법정’)
에필로그
오늘도 후기를 남깁니다.
댓글은 고사하고 읽는 사람 별로 없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카페에 올립니다.
그동안 콕 쑤시는 지적에 자책하며 반성하던 적도 있었고, 가끔은 과분한 칭찬에 으쓱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었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접으려는 찰라 얄궂게도 팬이라 자처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길거나 무슴슴하여 지루할 수도 있는 글들을 열독하는 이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차일피일 하던 자판을 또다시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또 씁니다.
대부분 넋두리입니다. ㅋ
오늘 모처럼의 ‘해파랑‘길 트레일 참 좋았습니다.
수고하신 임원진과 도움주신 손길께 큰 박수 보냅니다.
Amen~!
목욜(6. 1)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정말 최고의 글입니다 ~~~~~~~~~~~~~
열독하는 1인입니다.
다음 편도 기다리겠습니다.^^
힘든 만큼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실실 조금씩 보폭을 넓혀 볼까요. ㅎ
송창식 노래 "고래사냥"이 생각나는 동해안 해파랑길은 싱가포르, 필리핀 등
해외에도 손색없는 멋진 투어코스였군요. 개인사정상 함게 못해 아쉽지만
갯바위 형님 덕분에 명품 사진과 여행기로 대리 만족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함께 부를 사람이 없었습니다. ㅋ
어느덧 추억 먹고 살아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