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조석(朝夕)으론 제법 쌀쌀하다.
흰 이슬이 내리면서 가을이 깊어 간다는 백로(白露)가 지났고
이제 벌 키울 시간도 20여일 채 안 남은 것 같다.
내 봉장 주변으로
팔공산 지역 양봉장은 대부분 [가시응애]로 몸살이다.
어떤 분은 계상 20군, 단상 40군으로 부업양봉을 했는데,
지난 주 40군이 몰살됐고, 남은 벌을 털어서 20통으로 모았는데
약제로 방제가 불가능해서 포기했다고 한다.
20년 이상 전업으로 양봉을 하시던 분들도 올해처럼 응애가 심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계상을 내려도 단상벌이 안 된다고 한다.
내 봉장에는 아직 날개 말린 불구봉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날아다니는 곤충인지라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불길한 예감이다.
지난주 교미상 2통이 몰살돼서 혹시나 했는데,
확인결과 아사(餓死)로 판명됐다.
게으른 주인을 잘못 만나서 굶어 죽었다. 통상 굶어죽은 벌들은 머리를
소방에 처박고 죽는데, 그대로 입구와 벌통에 떨어져 죽어서 의아했다.
대구지역 연구회 모임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니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굶어 죽었단다. 분봉군은 도봉을 당하거나
굶으면 소방에 머리를 박지 않고도 죽은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9월20일 경까지 산란된 것이 태어나면 월동 벌이다.
아무리 강했던 벌이라도 이 기간 중에 산란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이른봄에 내검해 보면 약군으로 [채밀자격군]으로 육성이 매우 어렵다.
환삼넝클 등 가을 밀원에서 자연화분과 화밀이 제법 들어오긴 하지만
최대산란을 유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위적으로 화분떡과
설탕물 사양을 해 주어야만 산란을 촉진시킬 수 있다.
지금 이 시기에는 벌통 소비 상잔에 화분떡이 늘 얹어져 있어야 하고
설탕물 사양은 격일로 한 홉씩 주어, 소비에 많이 쌓이지 않으면서
자극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계상은 2층에 [광식사양기]를 두고 한 주에 한번씩 사양기 가득 넣어주고,
단상은 [자동사양기]를 이용해서 격일로 석양에 한 번씩 사양을 한다.
산란촉진을 돕기위해 계상군 상.하단의 소비를 확인해서 봉충판과
공소비의 위치를 서로 바꿔주는 전환과 반전을 1주에 한번씩 한다.
주변에 있는 봉장들이 가시응애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고 놀라
매주 진드기약 [왕스]를 한 장씩 넣어주고 있다. 단상은 2장, 계상은
상·하단에 2장씩 4장의 진드기 약이 항상 들어가 있는 상태다.
벌이 약으로 좀 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하게 약제 처리를 하지 않으면
거의 월동이 불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철저한 방제만이 살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