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의 벤처기업 근무를 그만두고 3년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 밀집지역 상권에서 선술집 스타일의 퓨전보쌈집을 차렸던 C(45)씨는 개업 1년만에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업종 선정을 잘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C씨와 같은 자영업 폐업 사례는 연간 80만건 이상 일어나지만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감추는 문화 탓이다. 성공은 드러내놓고 떠들지만 실패담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보긴 극히 힘들다.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자라면 대박을 냈다는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을 들어보는 게 훨씬 유익하다.
C씨는 용인시 수지구에서 12년간 살았기 때문에 지역 상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지와 상권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주먹구구식 매장 운영까지 겹쳐 실패했다. 처음에는 부지런히 일해 하루 평균 50만원 매출을 올리면 한 달 순익 500만원은 손에 쥘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임차보증금 3000만원과 시설비 5000만원도 손쉽게 회수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가게 배후상권이 인구 5만명의 주거형 아파트 밀집지역이어서 점포 수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주점이 별로 없어 과당경쟁 위험성도 낮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분석에 불과했다. 이곳은 주거지역이란 성격이 강한 곳이어서 소비 인구가 다양한 업종과 가게가 발달한 수지구청 인근 상권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 실패 원인을 짚어보면 첫째, 이 지역은 낮시간 상권의 특성이 강한 곳으로 상가와 업종이 다양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밤 시간 상권이 형성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둘째, 차를 타고 이동해 식사할 수 있는 가든 형태의 상권이 주변에 형성돼 있어 아파트 주민들은 외식할 때 차량으로 이동해 주차하기 쉬운 가든 형태의 식당으로 간다는 점을 그는 몰랐다. 더욱이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수지구청 인근 상권에 식당과 주점들이 널려 있는 실정이다.
셋째, 그는 정확한 손익계산에 무지했다. 음식 장사는 무조건 30% 이상 남는다고 오판했다. 하지만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중 순익 30%를 남기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만 건지면 다행인 게 현실이다. 실제 C씨의 가게는 개점 이후 하루매출 30만원을 넘지 못했다. 매출대비 50%나 되는 식재료비, 월세, 인건비, 공과금 등을 빼고나면 집에 가져갈 돈이 없었다. 상권분석, 업종선정, 손익계산 등 복잡한 사전준비 과정을 전문가 도움 없이 혼자서 진행했던 초보자에게 실패는 예정된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실패를 담은 창업지침서는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뿐더러 위험요소를 줄이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