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초에 자동차 1대 찍어내는 현대차 아산공장

[강헌]

쏘나타 30년이 남긴 기록①

충남 아산의 현대차 아산공장 패널 자동적재 보관창고. /현대차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로의 현대차 아산공장. 지난 6월 22일 아산공장 내 프레스공장으로 들어가니 세계 최대 규모의 5000t급 프레스 라인이 위용을 드러냈다. 5000t급 프레스는 분당 최대 15장의 자동차 패널을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핵심장비. 인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생산된 두루마리 철판들은 1차 가공을 끝낸 뒤 5000t급 프레스 기계로 빨려 들어갔다. 소요되는 철판만 하루 200t에 달한다고 했다. 프레스 기계로 들어간 철판들은 이내 현대차 LF쏘나타와 HG그랜저의 앞뒤 문짝과 트렁크, 본네트 등 각양각색 모양으로 찍혀져 나왔다.

프레스 기계를 통해 찍혀 나온 자동차 패널들은 바로 옆 패널 자동창고로 옮겨졌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패널 자동창고는 프레스에서 찍혀 나온 패널들을 1560개의 방에 자동분류해 보관하는 국내 최초 자동적재 창고다. 각각의 방에는 LF(쏘나타), HG(그랜저) 등으로 이름 붙여져 모양·크기·색깔별로 나뉘어진 채 보관돼 있다. 이후 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공장으로 옮겨진다. 현대차 아산공장 류호철 의장부장은 “하루치 정도 재고만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시간당 생산하는 자동차는 66대. 무려 54초 만에 자동차 1대를 찍어내는 셈이다.

도장공장을 건너뛰어 의장공장으로 이동했다. 안내 의전담당인 현대차 아산공장 성낙신 대리는 “자동차에 색깔을 입히는 도장공장은 먼지유입 우려로 들어갈 때도 에어샤워를 해야 하고 가급적 외부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동차의 최종조립을 담당하는 의장공장에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작업장 곳곳에 손세정제가 비치돼 있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이한 점은 하나의 생산라인 위에는 신형 쏘나타인 LF쏘나타와 HG그랜저가 동일라인 위에 번갈아 서 있는 점. 단일 생산라인에서 2~3개의 차종을 동시 생산하는 소위 ‘혼류(混流)생산’ 방식이다.

2~3개 차종을 단일 생산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은 생산라인 구축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각종 로봇팔과 자동화 장비가 많이 필요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하려면 족히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또 차량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혼류생산라인의 특징이다. 같은 작업을 하루 종일 계속하는 것보다 작업자들의 집중도도 높다.

일본 도요타(豊田)자동차는 혼류생산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한 바 있다. 도요타를 맹추격 중인 세계 5위 현대차 아산공장에도 역시 이런 혼류생산이 체화돼 있었다. 작업자들은 능숙한 방식으로 동일라인 선상에서 작업주문서에 따라 쏘나타와 그랜저를 번갈아 조립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현대기아차 서해안 벨트의 핵심공장이다. 현대기아차 화성 남양연구소, 기아차 화성공장, 현대차·현대모비스 아산공장, 현대제철·현대로템 당진공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차 서해안 산업벨트’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1996년 11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아산 최대 산업시설이다. 당시 돈으로 약 2조원을 투입해 만들었는데, 축구장 243개 넓이의 183만㎡ 부지에는 프레스공장, 차체공장, 도장공장, 의장공장을 비롯 주행시험장, 하치장들이 들어서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연간 30만대. 현대차 글로벌 생산능력의 6%를 차지한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도 아산공장에서는 연간 60만대가 생산된다. 주변 인주공단으로는 현대차의 각종 부품 협력업체들도 빼곡하다. 아산시는 현대차 아산공장으로 진입하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아예 ‘현대로’로 명명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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