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족여행] 비 피해 다닌 3박 4일 1

[쌍둥이 아빠]

8월 1일 새벽 5시

아직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수진이네와 우리는 카니발 한대에 짐을 쑤셔넣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캠핑을 해보겠겠다고 짐을 꾸리다보니, 짐이 장난이 아니다. 산처럼 쌓인 가방이며, 짐들을 9인승 카니발 한 대에 다 집어 넣고 8명이 타고 움직여야 한다. 어쨋든 그 많은 짐들이 다 실리고 사람이 편히 다리 펴고 갈 수 있도록 수납을 마쳤다.(솔직히 나로서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수진이의 수납실력에 놀랬다) 삼호의 국밥집에서 소고기 국밥으로 뱃속을 든든히 한 다음 단양으로 향하였다.

첫번째 목적지는 단양의 도담삼봉. 전날 비가 온 까닭에 물은 맑지 않지만 강위에 우뚝선 봉우리 세개가 우릴 반긴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에어콘 시원한 차로 들어간다.

(도담삼봉: 더위에 지친 아이들 짜증만 내고 있다)

두번째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장회나루로 향하였다. 우리가 탄 유람선은 3층짜리 제법 큰 유람선으로 약 한시간 40분간을 충주호 따라 이동하는 유람선이었다. (어른 20000원 할인해서 16000원, 아이들 15000원) 3층 제일 앞에 자리를 잡고, 호수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주위의 기암절벽이며, 절경을 맛보는 기분은 일상에 찌든 심신을 맑게 해주었다. 특히나 절경을 보며 마시는 캔맥주 한 잔의 맛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리오.

 (더위에 지친 아이들도 주변 경치보며, 좋다고 뛰어 다니더니 30분 지나니 슬슬 지겨워한다)

유람선을 내려서 점심을 해결하러 다시 단양으로 들어왔다. 단양의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그냥 상호에 끌려 들어간 집 "그집 쏘가리" 에서 잡고기 매운탕과 올갱이 파전으로 점심을 때운다. 매운탕은 상당히 괜찮았지만, 올갱이 파전은 솔직히 메뉴에서 빼라고 말하고싶다.

다시 고씨동굴쪽으로 숙소를 구하러 간다. 솔직히 재작년에 수진이가 이 동네에서 예약없이 그냥 가도 방이 괜찮더라고 해서 예약없이 갔는데 상당히 불안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작은 방은 다 예약되었지만 큰 방이 남아 있었다. 방의 크기가 운동장만하다. 대학생들 MT오면 3~40명도 잔다는 아주머니 말이 아주 뻥은 아니다. 10만원에 방을 얻었다. 벽도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로 뒤에 동강이 보인다. "양지골가든:043-423-8883) 강력히 추천. 이 집의 장점은 여기서 숙소와 식사와 래프팅이 원스톱으로 된다는 것이다. 짐을 풀고 바로 래프팅에 나섰다. 우리 일행 여덟명이(어른 4, 아이들 4) 한 배에 탔다. 다섯살짜리 수진이 막내 딸도 재미있어한다. 두시간 좀 넘는 래프팅 비용은 어른 20000원 아이들 15000원.

중간기착지에서 막걸리 한잔에 파전으로 목을 축이고, 음주 래프팅을 즐겼는데, 막걸리가 한 잔 들어가야 더 신난다.

래프팅을 마치는 장소가 바로 숙소여서, 샤워 후에 바로 식사 들어간다.

(래프팅후 숙소에서 가람이: 통유리 뒤에 동강이 보인다)

샤워를 마치자마자 폭우가 쏟아지며, 번개가 불꽃놀이처럼 우리를 환영한다. 저녁 메뉴로 생각했던 숯불 바베큐가 비 때문에 안된다고 해서 송이닭백숙과 두부전골을 시켰다.

닭백숙은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 내가 백숙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작년에 공주에서 먹었던 누릉지 닭백숙과  여기의 송이 닭백숙이 그중 으뜸이다. 두부전골도 아주 맛있어서, 뭐든 잘 먹는 새미는 물론이고, 입이 짧은 가람이도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잘 먹는다. 물론 우리도 소주를 잘 비웠다.

피곤들한지 식사 후 다른 가족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수진이와 소주를 두어병 더 비우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보니 잠이 몰려와서, 오늘은 이만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어제의 그 폭우와 뇌성벽력이 웬말이냐는 듯이 말끔히 개였다.

 
(팬션앞에 아름답게 핀 이름 모를 꽃)

오늘은 강원도 화진포로 가기로 계획되어있었지만, 일기 예보를 보니 강원도만 집중호우가 예상되고, 태풍이 동해안을 거쳐 일본으로 빠져나간단다. 갑론을박 끝에 안면도로 방향을 바꾸기로 하였다.

이번 휴가는 이상하게 계획대로 안된다. 처음 제주도였다가, 강원도 횡성에 리조트를 그냥 쓸 수 있어서, 강원도로 계획했는데, 리조트도 이중예약이 되어 안되고...어쨋든 강원도가 나를 강력히 거부한다.

가람이 새미의 강원도 여행은 또 다음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아침을 숙소에서 올갱이 해장국으로 시원하게 해장을 하고, 안면도로 향했다. 동해에서 서해로 급선회.

소백산맥을 넘고, 박달재를 넘어서(터널말고 옛 박달재길을 넘어가는 것이 더 운치가 있더군요)

(박달재 넘다보면 이런 돌장승이 있고 절이 있던데, 절까지는 못가고...)

가다가, 네비를 믿지 않는 수진이 때문에 좀 돌긴 했지만, 차막힘 없이 무사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하여, 바닷가 가까운 괜찮은 솔밭에 텐트를 쳤죠.

텐트를 치고는 아이들은 바로 바다로...우리는 숯불에 삼결살구워 소주 한잔 거하게...

하옇은 이 소주란 놈은 신기하게 짝이 없는 놈이라, 무산되어버린 제주도며, 강원도를 싹 잊게 만들어주고 텐트치느라 흘린 땀도 시원하게 닦아주는 희한한 놈이라, 나하고 친하게된지 이제 25년쯤 되는데, 그동안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는 단짝이다.

소주 한 잔 하고 물에 들어가, 노는데 이 서해바다는 동해바다와는 영 느낌이 다르다. 동해는 물이 맑고, 깨끗하며, 2~3미터만 들어가도 키를 훌쩍 넘는데, 여기는 물이 좀 탁하고 한 3-4백미터를 들어가도 가슴정도 밖에 물이 안온다.

아이들도 물놀이가 지칠 때쯤, 공연장을 찾아갔다. 소공연장에서는 '콘서트 70-80' 이 한창이다. 생맥 한잔 하면서, 사랑의 하모니의 '야화'를 듣다보니,  병규형이 눈 지긋이 감고 숟가락 하나들고 '밤~에 피는 너는 야~화'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못본지 거의 20년은 된 것 같은데, 잘 살고 있는지...

(뒤에는 사랑의 하모니가 열창중, 옆에는 지겹다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

역시 애들에게 70-80콘서트는 아니다싶어, 아이들을 깨워서 대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는 루미나리에가 펼쳐지고 있다. 올 초에서울시청앞 광장이며, 청계천에서 루체비스타를 신물나게 봐서 별 다른 감흥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루미나리에하고 루체비스타하고 다른 점을 모르겠다. 서울은 작년까지 루미나리에였다가 올해부터 루체비스타로 이름이 바꼈던데 여기는 아직도 루미나리에라고 한다.

대공연장에는 비보이 축제, 뮤지컬, 중국기예단의 공연이 순서대로 이어졌다. 하옇든 볼만한 공연이다. 아이들도 신나하고, 모기들도 신나하고, 여기 모기들은 피를 너무 많이 빨아서 날아다니지를 못하고 공중에서 그냥 바닥으로 떨어진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나니 , 피곤해서 그냥 잠이 쏟아진다. 텐트에 들어와 쓰러지듯이 둘째날이 지나갔다.

셋쨋날.

김치찌게 맛있게 끓여,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다시 물로...나도 역시 물로...

몰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수진이의 다섯날배기 딸내미랑 모래장난이 한창이다. 하옇든 원없이 잘 논다.

[쌍둥이 아빠]

제 23년된 친구 이름이 수진입니다. 이 친구와 한달에 한 두번을 이렇게 놀러 다니는데, 캠카가 없어서리...다른 카페에 먼저 올렸던 글을 수정없이 올리다보니, 좀 거시기한데, 게시판 성격에 맞지않으면 비호님 지워주세요.

[비 호[趙烽均]]

캠카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텐트 하나만 랑 가지고 여행을 기시는분도 계십니다. 가족과 함께 한다는게 더 아름다운거지요. 잘 보고 갑니다.^^

[초심]

즐감했습니다..33년된 우정이 너무 부럽습니다..(^^)

[햄코(李相默)]

두분중 어느분이 기분나쁘실지 모르겠지만 위 사진중 피시는 모습에서 비호님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비 호[趙烽均]]

뭔소리요 그런것 같기도하고... 몇년전 피던 제 모습이 저랬을까...^^

[조정윤]

저도 그런것 같아요.

[아태네]

같은생각입니다 흠흠

[조정윤]

예쁜 따님을 둘씩이나 두셨네요.부러워요.후기도 잘 감상했습니다.

[아태네]

저보다 더많은거리를 운행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