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통신비 지출은 평균 13만 8,603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통신비 지출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갈수록 높아지는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 망을 빌려 쓰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 저조한 가입자 수, 원인은 ‘번호이동 불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시작된 MVNO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화 품질은 같지만 기본료와 통화료가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VNO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다. 방송통신위원회(www.kcc.go.kr)가 지난 2011년 12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SK텔레콤 MVNO 서비스 가입자는 5만 5,449명, KT는 31만 4,048명, LG유플러스는 3만 3,188명으로 모두 합쳐도 40만 명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MVNO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인데다 가입자를 유치해서 수당이나 수수료를 받는 별정통신업체와 MVNO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MVNO 사업자들이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꾸준히 실시하고 CJ헬로비전(www.cjhello.com)과 같은 대형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인지도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지도와는 별도로 번호 이동 문제도 있다. 즉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쓰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MVNO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 때문에 약정 기간이 끝났거나 보다 저렴한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싶은 사람들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 4월부터 ‘전면 번호이동’ 시작된다
그러나 MVNO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번호이동 문제는 오는 4월경 해결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4월 말부터 이동통신 3사와 MVNO 사업자간 번호이동을 시행한다고 밝힌 것. 이 조치에 따르면 기존 이통사-MVNO 사업자간 번호이동 뿐만 아니라 MVNO-MVNO 사업자간 번호이동도 가능해진다.
▲ 오는 4월 말부터는 MVNO 사업자간 이동이 자유로워진다.
여기에 정부도 오는 7월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시행등에 관한 기준’을 개정해 MVNO 사업자들의 번호이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전산망만 이용하는 일부 MVNO 사업자는 별도 절차를 거쳐 7월 1일부터 번호이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처럼 4월까지의 번호이동전에 SKT MVNO사업자인 한국코리아텔레콤은 번호이동외에 저연령층이나 고연령층등을 중점으로 저렴한 요금의 신규개설을 위하여 4월전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케이블텔레콤 공식대리점인 티플러스센터는 오는 3월 31일까지 3無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행사 기간에 가입하면 중고 3G 휴대전화를 무료로 제공하며 가입비•유심칩 비용•약정 기간 없이 MVNO 서비스를 써볼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 2G나 3G 공기계 단말을 보유하고 있다면 별도 비용이나 약정 부담 없이 2만원까지 공짜로 MVNO 서비스를 써볼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kct.tplusi.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헬로모바일도 기존 MVNO 업체들에 맞서 요금을 한 번 더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MVNO사업자의 전체적 번호이동전에 KT MVNO사업자인 헬로모바일은 1월부터 번호이동이 부분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번호이동 및 스마트폰 제공 등의 적극적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2월말일 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번호이동이나 신규로 가입할 경우 가입비, 유심비, 배송비가 무료이며 요금제에 따라 5,000원에서 9,000원까지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는 기존에 쓰던 제품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정기간도 없다. 자세한 정보는 헬로모바일 홈페이지(cj.hellocj.c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부족한 스마트폰, 블랙리스트 제도로 푼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단말기 부족’이다. 현재 MVNO 사업자들은 3G 중고폰이나 유심 칩만 제공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피처폰만 가지고 가입자를 모으기는 어렵다. MVNO 사업자 중 갤럭시 넥서스, 베가레이스, 테이크 타키, 갤럭시S2등 가장 많은 스마트폰 라인업을 준비한 CJ헬로비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갤럭시 넥서스’ 공급 때문에 마찰을 빚기도 했다.
▲ 개인수입한 스마트폰 개통 절차도 간단해진다(HTC 차차).
이 때문에 MVNO 사업자들은 오는 5월 시행되는 ‘IMEI 블랙리스트’ 제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마다 주어진 기기 식별번호(IMEI)를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으면 개통이 아예 불가능했지만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장벽이 사라진다. 이를테면 대형 할인마트에서 약정 없이 스마트폰만 구입한 다음 원하는 통신사에 들고 가 개통할 수 있고 해외 스마트폰도 수입 신고를 마친 다음 바로 유심을 꽂아 쓸 수 있다.
결국 그동안 이동통신사만 가지고 있었던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대형 할인마트나 제조사 직접판매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 MVNO 사업자들은 이렇게 단말기만 구매한 소비자들이 MVNO 서비스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역시 2012년 한 해 동안 MVNO 시장 규모가 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