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톡·톡·톡… 새해 인사가 공해 수준
메시지 범람에 피곤한 연말연시
구아모 기자
조재현 기자
입력 2024.01.02. 03:00업데이트 2024.01.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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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아침 직장인 임모(55)씨는 ‘카톡’ ‘카톡’ 알림음에 잠을 깼다. 수십명씩 가입돼 있는 학교 동창 단체방, 직장 동료 단체방 등에 잇따라 메시지가 올라온 것이다. 한 사람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디지털 연하장과 일출 사진을 올리자 다른 사람들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년 모임 한번 합시다”라고 줄줄이 답을 했다. 새해 인사를 위해 한 사람이 따로 만든 단체방에서는 아무 답을 하지 않은 채 바로 나가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임씨는 “온라인에서 오고가는 새해 인사가 공해(公害) 수준”이라며 “형식적인 인사이지만 답을 하지 않으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찍히거나 오프라인 모임에 불러주지 않을까봐 답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온라인 새해 인사말을 포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에서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고모(23)씨는 “챗GPT에서 새해 인사말을 여러개 받아 부모님, 친구들, 선후배 등에게 맞춤형으로 보냈다”면서 “진심이나 성의가 담기지 않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규모 단체 대화방에 연하장과 신년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답장과 인사를 강요하는 ‘집단 압력’으로 작용해 불편을 줄 수 있다”며 “단체 대화방 참여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지 않도록 원칙을 정하거나, 친밀한 개인끼리만 연하장이나 신년 인사를 주고받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새해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일어나면서 예전처럼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들거나 쓴 종이 연하장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있다. 직장인 한모(28)씨는 “종이에 펜으로 직접 쓴 연하장을 이번에 처음으로 받아봤다”면서 “작년에 고마웠다, 새해에도 잘 부탁하고 행복을 기원한다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손글씨로 직접 쓰면서 잉크가 번진 부분도 있어 정감이 가고 인간적이었다”고 했다.
한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정모(48)씨의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의정 보고회나 출판 기념회를 홍보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정씨는 “내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최근 사흘 연휴에 받은 정치인들 문자메시지가 수십건이 넘는다”면서 “오전 6시부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아침 시간을 방해받았다”고 말했다.
전남에 살고 있는 이모(41)씨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아무 상관이 없는 정치인들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런 걸 받으면 짜증스럽다”고 했다. 또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김모(29)씨는 “정치인 문자메시지에 차단을 걸었지만 곧 다른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그 정치인을 미워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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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는 문자메시지 발송 대행 업체들도 한몫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 등의 광고 문구를 앞세워 영업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후보자 얼굴 사진을 최대 10장까지 문자메시지에 첨부할 수 있고, 선거 유세 현장 영상도 촬영해 함께 보내 줄 수 있다”며 “사진·동영상 발송에 실패하면 텍스트 메시지라도 반드시 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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