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녹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9명인 초미니 학교다. 5학년이 10명이고 나머지 학년은 5명 안팎이다. 그런 학생을 죄다 끌어모아 지난 4월 '녹명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그 주역이 오케스트라 창단 한 달 앞에 이 학교로 온 박은승(35) 교사다.
올해 교사 생활 13년차인 그는 지난 1999년 부산교육대(음악 전공)를 졸업했다. 앞서 일했던 학사초등학교(화명동)에서도 그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부산교육대 졸업생으로 구성된 '에듀필오케스트라'에서는 줄곧 플루트를 불었다.
"전교생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학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는 노인숙 교장이 교육부의 학생오케스트라사업에 신청한 뒤 음악교사를 초빙했는데 운이 좋아 오게 됐다며 웃었다.
녹명윈드오케스트라는 오는 10일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부산 시내 13개 학교 오케스트라가 기량을 뽐내는 '꿈나무 음악회'의 출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첫 무대는 아니다. 창단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3차례의 크고 작은 공연을 가졌다.
첫 무대는 학교 강당이었다. 지난 9월 '별밤 연주회'로 창단 공연을 치렀다. 그때 아이들도, 선생님도, 부모들도 모두 울었다. "말이 부산이지 농어촌이나 다름없습니다. 음악 사교육을 받아 본 아이가 거의 없고요. 그런데 오케스트라 단복을 입고 무대에 섰으니 기분이 어땠겠어요?"
감흥이 컸던 만큼 사실 출범의 산고도 만만찮았다. "악기를 배정했는데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악보를 읽을 줄 아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시설도 낙후했다. 음악실이 없어 폐허가 된 유치원 시설을 이용했다.
"연습은 방과 후와 점심시간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음계를 가르치기도 어려웠지만 이해도가 다른 1∼6학년 모두를 데리고 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연습 도중에 도망 간 아이도 많았어요. 호호."
분수령은 여름방학이었다. 학교에 음악캠프를 설치하고 2주 동안 매일 3시간 이상 연습했다. 창단 음악회는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이후 아이들이 변했다. 자신감이 붙었고 끈기와 집중력도 좋아졌다. "연습할 때 고학년 아이들이 저학년을 돕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음악가를 꿈꾸는 아이도 더러 생겼다
지난달에는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제1회 전국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오케스트라를 위해 그는 집도 학교에서 가까운 명지로 옮겼다.
그는 두 가지 바람이 있다. 하나는 전문 연주자에게서 개인교습을 받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연주회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이미 성취됐다. "부산시립교향악단에 의뢰했는데 선뜻 오는 26일 특별 레슨을 해주기로 했어요."
해외연주회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지역 기업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삼성자동차가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데 지역 아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움을 호소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