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BMW, 2월 렉서스, 3월 렉서스, 4월 BMW, 5월 렉서스, 6월 BMW, 7월 렉서스, 8월 BMW . 올들어 국내 수입차 시장 월별 판매량 1위 추이다.
BMW와 렉서스는 올들어 순위가 매달 뒤집어지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를 보면 BMW가 3699대(시장점유율 24.8%)로 렉서스 3492대(23.4%)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월별 판매량은 ‘공평하게’ 4번씩 1위를 차지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몇 년새 판매 시장을 보면 렉서스의 BMW추격은 특히 맹렬하다. 2002년에 BMW가 5101대를 팔았을 때 렉서스는 2968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렉서스는 BMW(5432대 판매)와의 간격을 더욱 좁혀 3772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거의 격차가 없어진 셈이다.
BMW의 경우 5시리즈와 7시리즈 각각 2개씩 4개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고, 렉서스의 경우 ES330 등 3개 모델이 인기다. 지난 8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를 보면 상위 10위안에 BMW가 4개(530, 520, 745, 735), 렉서스 3개(ES330, LS430, RX330) 등 양사가 7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는 혼다 어코드 3.0과 메르세데스-벤츠(E320), 크라이슬러(지프 그랜드 체로키 2.7) 등이 명함을 내놓고 있다.
단일 모델로는 렉서스 ES330의 독주 체제다. 시판가 5800만원대로 세단인 ES330은 8월까지 총 2032대가 팔려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58%나 차지하고 있다. 이어 LS430이 767대, RX330 577대, IS200은 80대가 팔렸다.
이에반해 BMW의 주력 모델은 올들어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530모델(시판가 8690만원·판매량 787대)과, 520(481대) 745(403대) 735(321대) X5 3.0(310대) 525(278대) 730(221대)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팔리는 편이다.
BMW코리아 김영은 홍보담당이사는 렉서스의 추격에 대해 “BMW차는 다르다”며 비교를 거부했다. 김 이사는 “다이내믹함, 퍼포먼스(성능), 사람과 자동차의 일체 등이 BMW의 이미지며 ‘진정한 고급차’로서 성공한 사람들이 사는 자동차”라며 “경쟁사 판매 추이는 보지만 따로 대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BMW의 중기 목표는 ‘연간 1만대 판매’. 광고도 ‘질주’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영화나 드라마에 차량을 제공할 때도 정적인 것보다 다이내믹한 역할에 투입하고 있다.
2001년 1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렉서스는 초창기 대중적 이미지가 낮았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3년여 노력을 통해 ‘고급 브랜드’로 정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특히 ‘고객만족도 1위’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코리아 마케팅팀 정해양 부장은 “우리는 최고 품질과 최고 고객 만족도를 제공하고 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이라며 “다른 회사에 신경쓰지 않고 자체 판매 목표인 1년 5000대 달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최고 고객 만족도’의 예로 최근 시판에 들어간 ‘뉴 ES330’을 들며, 도요타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즉 뉴 ES330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사양에만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를 장착했는데 이는 한국 고객들의 요구를 본사에 전달해 반영됐다는 것.
현재 7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렉서스는 내년에 대전과 대구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매장 숫자에서 36개의 BMW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렉서스는 ‘원스톱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란 1층 쇼룸, 2층 서비스 센터, 3층 부품 창고 등 차를 산 곳에서 수리와 관리가 한번에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올해 신차 출시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BMW가 훨씬 많았다. BMW는 올들어 X3, 645Ci, 730i, 545i 등을 공격적으로 내놓았고 내년에는 럭셔리 소형차인 ‘미니(Mini)’를 들여올 예정이다. 세계적 스포츠 세단인 ‘M5’ 시판도 계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적극적인 프로모션(판매증진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BMW의 장점 중 하나다. 한동안 5ㆍ7시리즈보다 판매가 부진했던 3시리즈는 차량가격의 30%인 선수금을 없앴다. 자체 금융할부사를 통해 리스 프로그램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하고 있다.
렉서스는 올해 ‘뉴 ES330’을 출시하는데 그쳤지만 미국 시장을 제치고 세계시장 중 한국에서 처음으로 뉴 ES330 판매를 시작할 정도로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ES330는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시장이다.
BMW와 렉서스가 맞부닥치는 곳으로는 모터스포츠도 있다. ‘포뮬러BMW아시아’라는 국제대회에 국내팀과 공동으로 참가하고 있는 BMW는 국내 대회에서는 ‘캐스트롤-BMW 레이싱팀’에 부품 제공 등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렉서스는 스포츠 세단인 ‘IS200’ 경주차로 ‘시그마PAO렉서스’팀을 구성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양사간 직접 맞대결은 아니지만 올해 5번 싸운 결과는 렉서스의 판정승. 렉서스는 2~3위를 오가고 있지만 BMW는 4위가 최고성적이다.
치열한 1~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BMW와 렉서스의 뒤를 쫓는 다른 수입차들은 판매 대수에서 비교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가 늘어난 2093대를 판매했고 크라이슬러는 1118대, 포드 842대, 볼보 705대를 각각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