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고가
유다인 부모들이 수천 년 동안 자녀들에게 거듭해서 가르쳐 온 그 교육의 내용은 "토라", 곧 율법이다.
우리는 자녀의 출세나 성공을 위해 교육을 시키지만, 유다인은 자녀들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글을 가르친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것이 있는데, 유다인은 세 살이 되면 토라를 배워 그것을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그런데 회당(그리스어로 "시나고가")은 이 율법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곳이다.
유다 민족을 아예 없애버리려 했던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이 오늘날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시나고가에서 끊임없이 토라를 익혔기 때문일 것이다.
회당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바빌론 유배지에서 생겼다는 견해이다.
사실 유배지에서는 성전 예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회당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회당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 그러했기 때문에 자연히 회당에서는 제사의식보다 말씀의 선포가 더 중시되었다.
모든 회당에는 구약의 두루마리 성경이 특별한 궤 안에 보관되었으며 회당은 토라가 중심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가르침과 배움의 장소이기도 했다.
경건한 유다인들은 매일 회당을 방문하였으며 랍비들은 회당에서 율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매유 기쁘게 생각했고, 모든 유다인들은 안식일과 절기 때에 회당을 방문하였다.
회당에서 진행되는 예식의 순서는 먼저 회중이 일제히 예루살렘을 향해 일어서서 기도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다음은 예배의 핵심 부분으로 성서를 낭독한다. 그리고 율법을 낭독한 뒤에 예언서에 대한 해석이 뒤따르며, 마지막으로 낭독자는 기도를 바치고 축복하는 것으로 회당 예식은 끝난다.
이러한 하느님 말씀 중심의 회당이 신약시대에 와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회당에서 박해를 받기도 하고(마태 23,34 참조), 또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루가 12,11 참조), 그리스도를 증거하는(마르 13,9 참조) 장소로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나고가는 서기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 유다교의 명맥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시나고가는 시대에 따라 다소 변화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주님의 말씀처럼 하늘과 땅이 없어지는 일이 있더라고 회당 안에 있는 말씀, 곧 토라는 일 점 일 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마태 5,18 참조).
왜냐하면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는 그 말씀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 김지영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