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는 위대한 뱃사공이니 생사의 바다를 건네준다. 계는 온갖 번뇌를 씻어낸다. 계는 두려움을 없애는 묘법이니 사해의 독을 제거한다.”(마하승지율)
뱃사공인 계가 없으면 정(定)과 혜(慧)에 도달할 수 없다. 삼학(三學)의 제일 문은 계(戒)로서, 불자(佛子)들에게 계는 생명이다. 그 생명을 버린다면 불자는 불자가 아닐 것이요, 승보 역시 그러할 것이다.
재미 교포인 이 아무개 불자가 최근 「법보신문」에 보내 온 한 통의 이메일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불경스러워 입에 담기조차 버거운 내용이었다. 몇 번이고 이 글을 보낼까, 말까라며 불자로서 깊이 고민한 흔적을 이메일 머리에 남긴 이 씨는 “미국에도 한국에서 오신 스님들이 많이 살고 계시고 한국에서 여행 온 스님들도 참 많다”며 “왜 법당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부처님의 계율은 적용되지 않나요”라며 외마디 질문을 던졌다.
여성 불자인 그녀는 “한국 사찰에서의 빡빡한 대중 생활에서 벗어나 너무도 좋은 탓인지, 계를 너무나 가벼이 여기는 한국 스님들이 간혹 있다”며 미국 속 한국 스님들의 파계를 꼬집었다. 승복입고 술집에, 노래방에, 도박장까지 버젓이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승보의 우위를 상징하는 법복은 벗어던진 채 반바지 차림으로 낚시를 즐기는 스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실들을 떨리듯 열거했다.
그녀가 제보한 내용들은 「법보신문」이 이 씨와 재미 교포 불자들과 직접 통화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기집, 술집 한두 번 드나드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며 넘겨 버릴 수도 있겠으나 그로 인해 미국의 불자들은 귀의할 마음을 잃고 혼란스러워 한다”며 “남들도 (미국에 오면) 하는데 나도 한번쯤”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한국 스님들의 방일에 일침을 놓았다.
그녀의 충격적인 증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법명만 말하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원로 스님의 상좌가 미국에서 남긴 파계의 흔적과 불자들에게 준 피해는 상상을 뛰어 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단 소속의 스님이면서도 불자들 몰래 혼인 신고를 하고 또 다른 여성과 동거를 하면서 자식까지 낳은 정황을 낱낱이 설명했다.
이 스님은 이런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불자들을 속여 보시(?)를 종용하면서 돈을 갈취했다.
이 씨와 재미 교포 불자들은 이 스님이 혼인한 사실을 입증하는 호적 등본을 떼어 소속 종단의 호법부에 고발했고 이 스님은 결국 환속 제적됐다.
그녀는 “제발 미국에 오셔서도 승보로서의 우위를 꼿꼿하게 지켜 달라”는 간절함이 배인 염원을 담아 글을 맺었다.
“佛子들의 피안의 세계는 자신과 신도들의 눈을 피해 하고 싶은 일 다하며 살 수 있는 미국(제3국)이 아니라 내 자신 속에 있습니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866호 [200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