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용문산 산행 후기
그저께까지 동장군이 봄처녀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서운 삭풍이 몰아치는 봄과 겨울의 밀당에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소식이 “대농55동기산악회” 산행 날 따스한 봄볕을 품고 우리 곁에 왔다.
큰일엔 날씨가 가장 큰 부조라 하는데 하루 전만 해도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세가 확 누그러지고 따스해지는 걸 보니 산행 날은 길일을 택한 것이 틀림없는데 병신년 첫 산행길이 북적거려야할 텐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른 10시 롯데백화점상인점 건너편 하이마트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20분전에 집을 나섰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낯익은 얼굴 둘이 서성이고 있다. 반가이 인사하고 양 교장을 찾으니 양 교장은 주변을 둘러보러 갔다고 했다. 좀 있으니 특유의 미소를 머금으며 양 교장이 다가온다. 어제(2일) 오후 2시 회장과 재무와 같이 시산제를 지낼 장소를 둘러보고 시산제 제물을 장만하러 월배 시장에 갔다. 시산제에 필요한 제물과 물품을 사고 돼지수육을 주문해두고 산행 날 아침에 재무가 떡을 사고 돼지고기를 찾아오기로 하여 재무와 연락한 후 월배역으로 출발했다. 월배역에서 재무를 만나 떡과 수육을 싣고 산행지로 출발했다.
화원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서성인다, 반갑게 인사 후 둘러보니 열두명 예상을 벋어나지 않는 수이다.
산신제에 쓸 제물을 나누어 배낭에 담은 후 어제 시산제를 지낼 장소로 봐둔 삼림욕장으로 출발했다. 등산로 초입엔 볼펜 굵기의 철사로 엮어 만든 터널이 산기슭에 50m쯤 길게 드러누워 한층 따스해진 봄볕을 쬐고 있으나 검은 회색빛깔의 철사로 만든 앙상한 터널위에 마른 덩굴이 조금 덮인 터널의 모습은 아직 겨울의 찬기가 가시지 않은 을씨년스런 느낌이 든다. 터널 끝 8부쯤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따라 산위로 올라갔다. 도시 근교의 등산로의 특징인 잘 정비된 등산로는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고 걷기 참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봄이라 하나 등산로 응달진 곳곳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멀어져가는 동장군의 옷자락을 겨우 붙잡고 흰 속살을 조그맣게 드러내며 지난 겨울날을 추억하고 있다.
20여분 걸어가니 “삼림욕장”간판이보이고 운동시설과 방부목으로 만든 벤치 등이 있어 산행객이 삼림욕을 하며 힐링 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고 삼림욕장 위쪽에 평상이라 하기엔 너무 큰 데크가 오늘 시산제를 지낼 장소다. 이구동성으로 야! 장소 좋~~~타~~~
자리를 깔고 제상을 차리고보니 초와 향이 없다. 난감하다.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황주운 친구가 “햇살 존데 햇빛으로 초하고 향하면 된다.”하며 부실한 준비를 탓하지 않고 넘어가고 공감해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어 산과 산행행사 준비에 무지해도 사무장의소임을 그럭저럭 할 수 있는 것 같다. 제수에 쓸 돼지머리는 시산제 후 먹지 못하니 먹을 수 있는 수육을 하자는 의견이 있어 수육으로 준비했다. 산신령님께 바칠 뇌물(?)을 꽂을 곳이 마땅치 않아 모양새가 좀 어설퍼도 시산제를 지낸 후 먹을 수 있는 수육이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 돼지머리의 수금(?)능력에 비해 올해 수육의 수금(?)능력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산제 후 음복을 하며 산신이 내려주신 복덕을 물려받고 즐겁고 무탈한 산행이 되기를 기원했다.
음복주가 몇 잔 오간 후 산대장이 4월 산행계획을 발표하고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4월 산행은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설흘산(482m) 산행 및 다랭이마을을 경유하는 테마산행으로 정했다.”
인증샷 한 컷 오늘도 향기짱님이 수고했다. 양 교장이 5분후에 카톡에 올린다며 휴대폰으로 연신 오늘 자취를 담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친구 몇은 하산하여 예약된 “마비정 암반수 미나리 1호점”으로 먼저가고 등산로를 따라 정상 쪽으로 올라갔다. 바위를 품은 전망대 입구 안내판에 화원의 유래가 “화원읍은 설화현에서 화원동산의 풍치에 반한 신라 경덕왕에 의해 화원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가까이 있는 명곡지구와 성서지구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처럼 펼쳐진 푸른 소나무로 덮인 산 아래 풍광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인증샷 찰칵 후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시 오늘 산행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정표엔 비슬산 7.47km, 휴양림 1km로 표시되어있으나 숲이 우거져 산마루인 것을 가름하기 어려웠다. 용문사 쪽으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 식당 예약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육각정자에 갔다가 하산하기로 했다. 이정표엔 육각정자까지 700m로 되어있으나 약간 내리막길이라 잠시 걸으니 도착했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1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예약된 “마비정 암반수 미나리 1호점”으로 향했다.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식당(?)안은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에 쌈을 싸 먹는 손님들로 꽉차있고 삼겹살 굽는 고소한 냄새와 향긋한 미나리향이 코를 즐겁게 하고 술잔을 기우리며 큰 소리로 얘기하는 손님들로 왁자지껄한 난장판을 연상하게 한다. 3월 3일이 삼겹살 데이라 던데 오늘은 제대로 된 푸짐한 행사를 한다. 잔을 부딪쳐 축배를 들며 병신년 첫 산행을 기념하며 두툼한 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워 싱그러운 향을 머금은 미나리에 싸서 먹는 그 맛 알랑가 몰라..., 4월 산행과 산악회 발전을 위한 회원들의 의견을 나누며 4월 산행 땐 더 많은 회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다짐했다. 3시를 조금 넘은 시간 인근에 있는 “마비정 벽화마을”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도시 속에 아직 시골풍경이 많이 남아있는 곳인데 달성군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벽화를 그리고 환경을 정비하여 옛 농촌 마을 풍경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정비하였으나 너무 인공적이고 상업적인 냄새가 물신 풍겨 개발에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거북바위와 남근석이 있는 앞쪽 정자에 앉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삼필봉 쪽으로 넘어가면 월광수변공원에 4~5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 월광수변공원에 가서 칼국수 한 그릇 먹고 가자는 황주운회원의 의견에 따라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회원은 삼필봉 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월광수변공원으로 가고 차를 가지고 온 회장, 산대장, 나는 옥산, 기호와 같이 차를 몰아 월광수변공원으로 갔다.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삼필봉 쪽으로 간 회원들이 도착하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알아보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숲밭골 식당”에 예약을 하고 공원 쪽으로 가니 식당에 가서 기다리자는 의견에 따라 식당으로 갔다. 5시 좀 넘은 시간 버스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식당을 안내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정구지찌짐에 쇠주잔 기울이며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잔을 부딪쳐 건배를 한 후 칼국수로 오늘 산행을 끝내고 밖을 나오니 해는 삼필봉을 넘어 서쪽 나라로 가고 어둠이 깔려 오늘이 마감 되었다고 전한다. 식당 마당을 넓게 덮고 있는 오래된 등나무 줄기 끝에 달린 봄을 기다리는 새싹몽우리가 어둠속에서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새싹몽우리 속에 잠들어 있는 봄처녀가 긴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4월 산행 예정인 설흘산(482m) 및 다랭이마을을 경유하는 테마산행이 벌써 기다려진다.
인간의 삶이란 어떻게 보면 기다림의 연속 아닐까?
기다린다는 것은 보다 나은 것을 구하는 것이다.
오늘 산행보다 더 나은 4월 산행을 기다려본다.
2016년 3월 3일
대농55동기산악회 사무국장
첫댓글 사무국장 님..2016년 55산악회 시산제 행사 준비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2016년 산행에는 보다 나은 발전을 기원드리며 회원님들의 열열한 관심표명 기대합니다...
사무장 수고 많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55산악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무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행 후기 감명 깊게 잘 읽었구요 다음달 산행시엔 많은 인원 참석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