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21일차 3-B코스
미세먼지 약간 있는, 쾌청하고 바람 시원한 날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14.6킬로.
서명숙 이사장님이 길동무 쌤도 모르게 깜짝 등장하심
게다가 최쌤의 깜짝 선물까지. 제 거 보고 진짜 깜놀. 제 올해 소망이 '가슴 뛰는 일을 하자'였거든요. 직장생활에 감성이 메말라가는 듯 하여 올해는 책 읽고 길 걸으며 감성 채우기를 하자고. 가슴 뛰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답니다. 꼭 들어맞는 포춘마들렌. 고맙습니다
소녀 같은 서이사장 님과 발걸음도 가볍게 걷습니다. 온평포구를 걷는 내내 혼인지 푯말 보이고
첨성대 모양의 도대불. 도대는 마을사람들이 고기잡이 다닐 때 필요해서 자체적으로 만들었던 거라 모양이 마을마다 다른가 봅니다. 입구가 제주어로 '도'랍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세운 불이란 뜻이겠죠.
찻길로 계속 걷게 할 수 없으니 바닷가 가까이 돌 사이로 길을 만들었을 겁니다.
오늘 오전에도 멀리 성산이 간간이 보였어요.
바다가 돌틈에서 자라는 숨비기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으며 자라서 숨비기라고. 자녀들이 자라서 시집을 갈 때면 숨비기 열매를 넣어 베개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숙면에 좋다합니다. 서이사장 님 말씀으로는 생선 비린내 나지 말라고 생선 위에 잎을 따서 덮기도 했다는
바닷가 길을 벗어나 숲길도 걷습니다
높이 올라간 게 아닌데도 나무가 울창해서 숲 같은 느낌의 길입니다
농로를 한동안 지나면
다시 바닷길이 나옵니다
갯가에 피는 갯메꽃
온평에도 환해장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삼별초 막으려고 쌓기 시작한 성은 조선시대 왜구를 막기위해서 계속 쌓아 제주 섬을 한 바퀴 돌렸다는. 안내판에 성의 길이는 나오는데, 높이는 없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이라면 기본 2미터나 3미터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오늘 해녀 분들 많이 나오셨네요. 요즘은 성게나 홍해삼을 주로 잡는 철이랍니다.
전복은 씨를 뿌려도 생존율이 낮아서 주로 완도에서 가져온다고 하시네요
다시 찻길로. 차가 그리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닙니다
오늘 코스에는 광어 양식장이 많습니다
오늘은 바당올레. 신산리 바다를 지납니다. 제주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마을이 세 군데 랍니다. 고내리·대평리, 그리고 오늘 걷는 신산리.
제주올레는 길을 내면서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의 삶까지 고민합니다. 마을과 길이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겁니다.
신산리 마을을 찾아 논의를 할 때, 주민들이 딱히 우리 마을엔 내세울 게 없다했답니다. 한라산도 안 보이고 감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라며 낙담할 때 서 이사장님 눈에 들어온 게 녹차였답니다. 마을 안쪽에 녹차밭이 있고 주민들은 그 녹차를 전통방식대로 가마솥에 덖어 아모레에 원가로 납품을 하더라는. 안은주 이사가 우리나라 1세대 쇼콜라티에 고영주 대표(한달걷기 식구여요)에게 부탁해서 녹차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작업을 부탁했다 합니다. 카카오봄 대표인 고쌤이 주민들의 열정과 의지에 감동하여 기꺼이 도움을 주었고 그렇게 오늘의 마을카페가 탄생했습니다. 원래 중산간 올레인 3코스 20킬로 코스에, 카페를 지나는 바당올레 B코스를 추가로 개통했다 합니다.
중간스탬프가 카페 바로 앞에 있습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제주올레의 일은 길을 만들고 그 길로 제주를 살리는 일일 겁니다
대망의 녹차 아이스크림. 오설록에서 먹은 녹차 아이스크림은 음...비싸기만 하고 괜히 먹은 거가 되어버립니다.
이거 꼭 드세요. 한 입 먹는 순간, 진정한 녹차 아이스크림이란 이런 거구나 깨우치게 됩니다. 이거 먹으러 제주 또 올 듯.
한 때 닉네임이 면도칼이었다가 서 이사장님 권유로 '로망'이 되신 후 핑크빛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의 선물입니다. 단호박·어성초 비누.
로망 님은 홍길동 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하시더니, 표선 해수욕장 못 미쳐 들른 카페에서 우리에게 한라봉슬러시를 하나씩 돌리고는, 오후 일정 있으신 이사장 님 모시고 가심. 고맙습니다. 늘 핑크빛 삶이시길^^
바다목장을 향해 갑니다
바다 바로 앞에 드넓은 목장이 있습니다. 사유지라 지날 수 없던 곳인데, 어떤 설득에도 거부하시어 고민이셨던 이사장님이 올레길을 사랑하시는 오폐수 담당 공무원에게 그러한 고뇌를 나누셨고, 그분이 목장주에게 부탁하여 마침내 통행 허락을 받으셨다는. 처음엔 마지못한 허락이었으나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이내 마음을 푸시고 지금은 아주 좋아하신답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겨울이면 이 드넓은 초원에 귤껍질을 널어 말린다지요. 그 또한 장관이라 합니다
드넓은 바다목장은 신풍리와 신천리에 걸쳐 펼쳐집니다
거기서 바다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수평선이 보이는 김에, 신팀장 모델 따라하기 놀이. 신팀장이 올레 별책부록에서 파는 여름 티셔츠 모델로 이 포즈를 취하여서..그 거 따라하기 입니다. 마침 색깔도 비슷 ㅋ
모델 두 분이 나서주시고 ㅋ
전복 따러 갔다가 용궁 구경 하고 오셨다는 상군해녀 송씨 할망 얘기도 듣고
잠시 누워 바람과 햇살과 파도소리에 버무린 여유도 느껴보는 시간
마을이나 집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제를 지냈다는 고짓당. 풍파 많은 곳일수록 미신이 성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영에도 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이 있습니다. 해안가는 어디나 무속이 성합니다. 전에 봤던 각시당 외에 제주 곳곳에 할미당이나 월별로 제 올리는 곳이 있다 합니다
주린 배처럼 밑으로 쑥 꺼졌다고 이름이 배고픈 다리라 합니다. 배부른 다리도 어디 있으려나
원담. 밀물 때 물이 찼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석방렴, 독살이라고도 합니다
멀리 표선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물이 많이 빠져 있네요. 맨발로 건너기로 합니다
첨벙첨벙. 수심이 얕으니 햇살을 받아 물이 따뜻합니다
물결도 잔잔하고
그 물결에 다져진 단단한 느낌의 모래를 밟아봅니다.
해수욕장 벗어나면 바로 종점. 오늘만 같음 좋겠습니다. 설렁설렁 천천히 걷고 중간중간 카페도 들어가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ㅎ
아침은 토스트
점심은 올레정식
돌솥밥을 주셔서 제가 좋아하는 누른밥 만들어 먹었어요. 옥돔과 우럭 구이에 딱새우장
일요일은 외식하는 날. 길동무 김쌤이랑 다같이 근처 횟집에 갔습니다. 한 상 10만원에 싱싱한 해물과 갓 잡은 참돔 회, 갈치튀김, 고구마튀김, 회 뜨고 남은 뼈로 맑은 탕을 끓여 주시는데 그 깊은 맛이 거의 곰국 수준입니다. 고사리로도 장아찌를 담네요.
어쩌자고 오늘도 맥주가 달더라는. 한달걷기 1기 회장으로 추대되신 박쌤과 총무 최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