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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땅 3-15
"여어,미스터 김.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소.이거 기다리게 해서 미
안합니다. "
김이라고 불린 사내는 크링거의 손을 잡으며 따라 웃었다.
"그 동안 이쪽에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별일 없으
셔서 다행입니다. "
"그거야 언론들의 놀음이지. 뭔가 터져야 시청률이 높아질테니까."
그들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았다.
"아마 사건이 없으면 사건을 만들려고 할거요.그래서 경찰과 기자
는 사이가 안 좋은 겁니다. 하나는 사건을 막으려고 하고 한쪽은 될 수
있는 한 길게 끌려고 하거든, "
김종무는 머리를 끄덕였는데 건성이었다. 크링거가 아무렇지도 않
은 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예전의 그와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전에는 LA에 도착하면 그의 부하들이 리무진에 태워 곧장
패사디나 근처에 있는 크링거의 저택으로 모셔다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LA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야 크링거를 만날
수가 있었다. 그것도 호텔을 세 번이나 옮기고 나서 크링거가 호텔 방
으로 찾아온 만남이었다.
"어했플 그 일 때문에 내가 활동에 조금 제약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크링거가 한쪽 다리를 꼬아 걸치며 김종무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미스터 리는 별고 없습니까?"
"네, 저희 보스는 저에게 대신 안부를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고맙군. 그렇게 전해 주시오."
크링거는 머리를 들어 김종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를 두 번째
만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쪽에서 단단히 기대를 하고 온 모양이었
다.
서울의 이성철이 세 번이나전화를 해서 그쪽시장의 가능성을 선전
하면서 이번에는 4백만 달러어치의 물량이지만 5개월 후에는 1천만 달
러어치의 물량을 가져갈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이다.
"김, 내가 듣기로는 당신들이 홍콩하고 태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려고
한다던데, 그것이 잘 안되었소?"
크링거가 웃음 띈 얼굴로 묻자 김종무가 눈을 깜박이며 덕을 들었
다.
"들여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했을 뿐입니다. 잘 아시학
시피 국내의 일부 세력들이 그쪽에서 물건을 들여 놓고 있어서요."
"그러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던데, 한국도 패 살벌해진 모양이오. 죽
은 미스터 강은 그쪽에 패 기반을 굳혔다던데."
"그렇습니다. 동남아의 공급자들하고 패 친했다고 들었습니다. "
"이젠 경쟁자가 없어져서 미스터 리가 한몫 잡겠군. 그렇지 않소?"
김종무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렸다. 떤히 알면서 묻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마약의 거래는 이성철보다유장수의 기반이 더 굳었
고 경력도 길었다.
이성철은 동남아 지역의 공급자들과 직거래를 맺으려고 노력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공급업자들이 강일준의 거래 라인
을 례들어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강일준은 공급받았던 마약을 대부분
유장수에게 넘겼으므로 유장수측에서 그들에게 거래 제의를 했다면
성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 지역에 하나의 거래업자를 내세워 지역별로 가격의 차이
를 없애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이쪽은 다르다.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
은 대부분 크링거의 은을 통하는데, 한국은 아직 크링거로부터 구매를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 시작인 것이다.
"미스터 리는 한국 시장을 곧 장악하게 될겁니다, 크링거 씨. 미스터
유는 동남아에서 들여온 물건을 팔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냐하면 미스터 강을 살해한 것이 미스터 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스터 강을 유인해서 榮아 죽이고는 물건을 강탈해
서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
김종무가 준비해 두었던 것처럼 막히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자크링
거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핀국은 잠채력이 있는 시장이었다. 국민소득에 비추어 마약의 공급
이 너무 적은 것이다. 그만큼 단속이 심한 탓도 있지만, 반대로 이윤은
단속이 심한 만큼 많이 남는다.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세 배
가까운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가 있었다.
"미스터 유라는 작자는 믿을 수가 없겠구만. 언제 총부리를 나한테
겨눌지 모르겠어."
크링거가 그를 향해 웃자 김종무가 어깨를 내리며 따라 웃었다. 마
약의 원산지인 콜룹비아의 카를로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
를 만날 길도 없으려니와 그에게 4백만 달러를 들고 값다가는 그 돈으
로 코를 풀어 내버리든가 돈만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겨우 살아나온다 하더라도 이쪽 크링거의 일당에게 잡혀 뒤통
수에 바람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들은 생산업자와의 직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좋소,미스터 김.우리 이제부터 거래관계를 맺어 봅시다. "
크링거가 상체를 세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진작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소."
김종무는 가습이 뛰었으므로 어금니를 물고는 시선을 내려 시치미
를 떼었다
이쪽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마약공급뿐만 아니라 판매에 대한 지원
까지 받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물품의 통관부터 판매에 대한
견제 세력이 있으면 그것까지도 청소해 주었다.
김종무는 머리를 끄덕이며 자세를 고쳐 맞았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지미 골드는 차 안으로 들어와 고영무의 옆자리에 앉더니 차 안을둘
러보았다.
"워싱턴에 있는 우리 빅보스가 이런 차를 타고 있는 걸 보기만 했는
데 오늘 처음 타 보는군, "
그는 가죽으로 된 시트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다가 앞쪽에 놓인 소형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이런, 샴페인 대신 위스키를 넣어 두다니, 자네도 형편없는 친구로
군."
"지미, 용건을 이야기해. 차구경 하려고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니겠
a1?"
고영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자 지미가 냉장고의 뚜껑
을 닫았다.
"동양인들은 대체적으로 유머가 없단 말이야. 여유 있는 생활을 하
지 못하고 있어."
"이봐, 자네가 만나는 동양인은 마약 소지자이거나 그런 혐의자야.
마약부원 앞에서 유머러스해지겠나?그런다면 당장에 자네 주먹에 얻
어맞을텐데 말이야."
"자네를 봐도 알 수가 있다니까, 고. 저쪽 옆자리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나? 우지 기관총인가?"
그가 고영무의 옆쪽팔걸이를 가리켰다. 대형 링컨 콘티넨털을처음
타 본다는 그는 팔걸이의 뚜껑을 열면 물품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잘 아는군, 지미 . 실탄 60발이 장전되어 있지."
힐끗 고영무의 얼굴을 바라본 지미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두 다리
를 주욱 뻗었다.
"크링거는 백악관에서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보류시키고 있는거야.
그 이유는 우리 빅보스인 로스만하고 안보 보좌관인 포크너,그리고
대통령밖에 몰라. 그걸 가지고 날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난 오늘 2주일 만에 자넬 본거야. 자낼 볼 기회가 없었어, 지미 ."
"나이 삼십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차를 끌고 다니고, 백만 달러가 넘
는 해변가의 저택에서 살고 있어,자네는.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는 생
각이 들거야. 그렇지 않나?"
지미가 손바닥으로 가죽 팔걸이를 가법게 두드리며 말했다.
"UCLA의 모통이 길에서 건달 세 놈이 벌통 세 개가 되어 죽어 있
더구만, 신문에는 폭력배들의 영역 다통이라고 났고 경찰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날 이후로 자네의 콘티넨털이 없어지고 이놈
이 나타났단 말이야."
그는 다시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나는 자네에게 경고해 주려고 왔어.자네 할 일은 이제 끝났어,고
자네 원수도 갚았지 않나?보상도 충분히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영무는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지미, 자네가 만나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 자네는 잘못 찾아왔
어. 내가 자네에게 페르난도를 알려 줬지만 자네는 페르난도는커넘 그
하수인 매린과 밀리카를 하루도 안되어서 집으로 돌려보냈지,"
"그리고 자네가 매린을 美았고."
지미는 입술 끝으로 웃으며 손으로 권총 모양을 해 보였다.
"그리고 밀리카를 잡아다가 무슨 흥정을 하였나?크링거의 저택이 2
차대전 때 노르망디 근처의 농가꼴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저희들끼리의 싸움이었겠지 "
지미 의 얼굴이 팽평해졌다.
"고, 난 증거가 있어, 제보도 받았고. 크라우스를 처치한 것도 자네
습씨야."
"그렇다면 잡아 넣지 그러나?"
"그럴 작정이야."
"아닌 것 같은데. 자네는 날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빌어먹을."
지미가 주먹을 쥐고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세게 쳤으나 가죽의
탄성이 좋았으므로 주먹편 괄이 우스꽝스럽게 튀어 올랐다.
"네가 라파엘의 일만 하지 않고 있었다면 벌써 잡아 넣었을거야!"
그가 얼굴을 붉히며 고영무를 노려보았다.
"그 빌어먹을 포크너가 언제부터인가 라파엘을 싸고 돈단 말이야!"
"어줬든 넌 운이 좋은 줄 알라구, 고."
"당연한 일이야, 지미."
고영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동안 차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문득 고영무가 창 쪽의 가죽 팔걸
이를 손으로 두드리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이봐, 지미 . 이곳을 열어 보고 싶겠지?"
지미가 눈샙을 치켜 뜨고는 그를 榮아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시가 피우겠나?"
그는 팔걸이의 뚜껑을 열고 시가 상자를 꺼내었다.
"선물로 주겠네, 한 상자를"
"보스, 지난번 UCLA 옆길에서 부딪친 놈들은 다운타운의 건달들
입니다. "
짐 버클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놈들은 페르난도나 크링거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놈들이었어요. 그
중 두 놈은 폭력행위나 절도 등의 전과자였고 한 놈은 마약복용으로
벌금형을 받은 놈이었는데,"
고영무는 팔장을 편 채 잠자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놈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그했는지 저희들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는 놈들이어서."
"알았어, 짐. 어차피 경찰이나 마약부 쪽에서도 알아 내려고 하겠지.
마약부가 누구에게 당했는가는 아는 모양이니까 왜 그했는가를 찾아
볼거야."
고영무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짐은 머리를 돌렀다. 지미를 만나고
나서 산타모니카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를 만나 서로 언성을 높이고 화도 내었지만 고영무는 그를 향해
언제나 호의를 감추고 있었다. 그가 미국인으로서는 처음 가슴을 털어
놓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또 모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매린과 밀리카를
찾아 내기 위해 함께 움직였던 동류 의식이 기억에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는 오늘도 경고하러 왔다면서 화를 내고 비꼬았지만 그와 헤어진
지금 정리해 보면 그는 충고를 주고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규칙을 벗어
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보도 주었다. 미국에서 라파엘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의 말대로 라파엘의 일을 맡기로 한 자신에게 커다란 우산 역
할을 한 것이다.
"짐, 카를로스의 집행관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문득 고영무가 묻자 짐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저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보스."
페르난도의 거처를 찾기 위해 짐이 부하들을 동원해 보았으나그는
자취를 감춘 채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페르난도가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LA에 있는 콜를비아
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고영무 때문에 돈과 명예
와 가족의 일원인 매린까지 잃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
다.
"페르난도가 그렇게 되었으니 누가 그를 대신해서 크링거와 거래를
하겠군 그렇지?"
"그렇습니다,보스. 당연하지요.지금은 내전이 심해져서 자금이 더
많이 들겁니다. 카스틸로 정권은 썩었습니다. "
짐은 아예 뒤쪽의 고영무를 바라보고 돌아앉았다. 그의 얼굴은 상기
되어 있었다.
"전에는 카스틸로 정권의 고위급들이 마약 대금의 일부를 상납받았
지요. 그것으로 군사장비도 사고 어떤 때에는 다리도 놓고 했습니다.
그령지만 이제는 모두 저희들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
"지금은 부대별로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
"부대별로 돈을 받다니?"
"지역에 주둔해 있는 카스틸로의 부대들이 카를로스의 부하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전보다 및 배
더 돈이 들어가지요."
H‥‥
"위에서 섹은 냄새를 풍기니까 아래에서는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지요."
고영무는 이제 어렴풋이 백악관의 고위층에서 라파엘을 지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권을 쥔 카스틸로는 이제 공공연히 카를로스
의 사업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콜롬비아의 고원지대에서
얼마든지 거둬 들일 수 있었다. 한 달에 10톤의 물량을 실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 카스틸로 대통령이 미국군과 합동으로 작전을 벌였다던
데, 중부 고원지대에서. 그건 어떻게 된거야?"
고영무가 묻자 짐이 입맛을 다시면서 머리를 저었다.
"정보를 미리 주어서 놈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합니다. 애꿎은 원주
민 마을 두 개를 폭격해서 원주민들만 죽였습니다. "
"미국 신문에도 백여 명을 체포했다고 했어. "
"원주민들입니다. 지금증 모두 풀어 주었거나 미국 눈치를 보느라고
총살시켰거나 했겠지요."
고영무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으로 라파엘의 대리인 노릇을 하게 되는 명분은 싫다. 카스틸로
정권이 부패했다는 것은 보고타에 있을 적에 어렴풋이 짐작하였고,어
졌든 그 정권하에서 살인범의 누명을 쓴 입장이었다. 그것을 벗어나려
면 그와 반대쪽인 라파엘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덕었던 것이 이제는
명분까지 얻게 된 것이다.
가르시아는 장신의 베스티조였다. 키가 1미터 90이 넘었을 뿐만 아
니라 몸무게도 150킬로 가깝게 되는 거인이었는데도 행동이 빨랐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수준 이상의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힐튼 호텔의 프런트에 다가서자 위압감을 느편 담당계원이 눈
을 껌백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난 예약을 했는데."
그를 향해 웃어 보이자 그의 얼굴에서 어린아이 같은 천진스러움이
배어났다.
저도 모르게 따라 웃으며 계원이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온 가르시아요. 여기 내 여권이 있습니다. "
그는 여권을 그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아, 외교관이시군요, 선생님."
여권을 펴 든 계원이 놀란 듯 머리를 쳐들자 옆쪽애서 백발의 지배
인이 다가왔다. 그는 여권을 힐끗 보고는 가르시아를 향해 머리를 숙
였다.
"저희 호텔을 찾아주석서 영광입니다, 대사넘. 이쪽으로 오시지요."
"지배인, 내 일행이 있습니다만."
가르시아가 웃는 얼굴로 뒤쪽을 가리켜 보였다. 두 명의 사내가 이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말쪽한 정장 차림이
었는데, 한 명은 스페인계 백인이고 다른 한 명은 혼혈임에 틀림없다
고 지매인은 생각했다. 그들도 모두 외교관일 것이다.
그들에게 여권을 받아 프런트의 계원에게 넘긴 지배인은 자신의 예
상이 적중한 것에 만족했다. 거인은 대사급이 소지하고 있는 1급 외교
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영사급인 2급 여권이었다.
잠시 후 지배인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18층의 특실에 들어딘다.
"이 방이 대사넘의 방이시고 영사넘들의 방은 옆으로 나란히 있습니
다. 불편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고맙소, 지배인. 친절하십니다. "
가르시아가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지배인이 방을 나가고 등뒤로 문을 닫은 가르시아의 얼굴에서 순식
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외교관 여권이 편하기는 하군."
이맛살을 찌푸린 그가 소파에 털썩 않았으므로 소파의 스프링이 찌
그덕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돈이야, 가르시아. 돈이 그렇게 만든거야."
로베르토가 빙긋 웃었다. 그는 스페인계 백인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지배인이 짐작한 대로 그는 스페인이 콜름비아를 정복한 이후로 350년
간 순수한 혈통을 지녀 온 가계의 사내였다.
다른 사내는 말없이 창문을 열어 베란다를 내다보다가 화장실 문을
열어보면서 분주했는데, 그는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메스티조인 키토
싫다
以
,
,
"우선 파올로를 찾아야 돼."
가르시아가 넥타이의 매듭을 잡아당겨 늦추면서 및듯이 말했다.
"그놈이 빌빌거리고 돌아다니는 곳을 알아두었지?시간이 없어.오늘
저녁부터 찾아봐."
소파로 다가오던 키토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눈에 음침한 분
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파올로는 내가 찾아보겠어, 여랫이 다니면 귀찮기만 하니까."
"좋아, 키토. 나하고 로베르토는 따로 갈 곳이 있어. 그럼 방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출발해. 로베르토는 내 방으로 다시 오고."
모두 짐을 가르시아 방 입구에 내려놓았으므로 문 앞으로 다가가던
로베르토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가르시아, 오늘 총을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옆에 있던 키토가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가르시아가 자르듯 말했다.
"시간이 없어,로베르토.페르난도를 보는 즉시 사살해도 상관없어.
이미 판결은 내려졌어."
그들은 잠자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가르시아는 문 옆의 짐 받침대에 내려놓은 철제 트렁크를 들고 와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이것은 아침에 보고타에서 외교행낭 편으로도
착한 가방이다. LA의 콜름비아 대사관에서 금방 찾아온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가방의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열었다.
자물쇠는 이중으로 되어 있었으므로 그가 다른 열쇠를 찾아 구멍에
틀어 넣고는 비틀자 가방에서 철컥 소리가 났다. 가방을 연 가르시아
는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콜룹비아 외무부는 카를로스에게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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