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의 친구들과 엄마들이 서로 연결된 네 집의 모임에서 아이들 졸업을 앞두고 여행을 가자고 한다. 중학교의 추첨 배정으로 인해 2월이 지나면 모두 흩어질 터여서 예전처럼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정이 되는 터라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아쉬워하며 여행 떠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작년 개성여행에 이어 엄마들끼리 계모임 비슷하게 어느 정도 모아둔 돈도 있어 움직이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고......
원래 여행 계획에서 엄마들은 주말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아빠들을 놔두고 방학기간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만 가는 외국여행을 내심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불어 닥친 불안정한 경제사정과 급격하게 오른 환율이 국내여행으로 급선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정도 1박 2일로 간소하게(?)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남쪽 여행으로 거제도를 여행 장소로 정했다.
네 집의 인원에서 두 집의 아빠는 일요일에도 있는 바쁜 일로 빠지고, 우리 집을 제외하고 각 집마다 있는 고등학생들은 초딩 동생들의 모임에 왜 자기들이 가느냐며 혼자 집에 있기를 원해 제외되었다. 전체 인원 10명. 스타렉스 12인승 렌트카 빌리기. 그러다 보니 본인과 다른 집의 한 아빠가 각각 운전사와 조수의 처지가 되었다. 교대로 운전하기로 하고........
서울에서 토요일 오전에 출근하여 급한 일을 마무리 하고 KTX를 타고 대구로 내려왔다. 집에 와서 여행 짐정리하고 집 앞에서 렌트카를 인수했다. 간단하게 차량을 점검하고 출발. 차를 서서히 몰면서 승합차에 익숙해 가고 각 집 식구들이 기다리는 장소를 거치며 대구 구마고속도로로 나가는 입구에서 마지막 팀을 태웠다. 이제 본격 출정. 엄마들의 즐거워하는 표정과 시작되는 여러 이야기, 아이들 네 명은 뒷자리에 앉아 각자 게임기를 들고 뭐라 떠들며 자기들끼리의 세계에 빠져든다. 나와 다른 집 한 아빠는 오늘의 여정을 서로 가늠하며 마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마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로 들어간다.
이례적으로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모두 만족하며 제대로 날을 잡았다고 하며 여행의 설레임을 즐긴다. 엄마들은 여행 시작 화두는 여행의 일정보다는 전날 있은 아이들의 학교 배정 추첨이야기다. 각 집마다 원하는 중학교가 있었던 터라 제대로 배정받은 집은 만족한 반면, 그렇지 못한 집은 섭섭해 하고.......... 아빠들 입장에서 두 사람은 엄마들의 얘기를 주워들으며 ‘그게 아이들의 중학생활 모두가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엄마들이 너무 학교에 연연해 한다고 비평 아닌 비평을 한다.
평상시 같으면 고속도로 상에서는 휴게소만 보이면 먼저 들어가자고 난리를 펴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의 놀이에 빠져 들어있고, 엄마들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화제로 시간 가는 줄 몰라 어느 듯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진주 남강 휴게소를 지날 때까지도 한 번 쉬고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진주 부근 문산 휴게소 부근에 다가서자 그제 사 아이들이 한 번 쉬고 가자고 얘기한다. 문산 휴게소 잠시 휴식. 커피 한 잔과 간단한 간식. 출발. 진주를 지나서 이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남해 고속도로와는 달리 조용한 편. 이 고속도로가 아니었으면 마산으로 들어가서 진동을 거쳐 경남 고성을 통해 들어갔을 터인데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가 어느 듯 이내 고성까지 접근했다. 공룡 발자국 상족암으로 유명한 고성. 그래서 지나가는 길의 고성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름이 고성휴게소가 아닌 공룡나라 휴게소로 명명되어 있다. 대구에서 지금까지 대략 2시간정도 걸려 지금의 시계 바늘은 오후 5시를 조금 지나고 있다. 첫 여정을 어떻게 시작할까라고 고민하다가 충무해저터널 또는 거제 서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일몰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일몰을 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고속도로를 북통영으로 빠져나와 지나가는 길에 거제와 통영 여행지도를 받아들고 지도를 확인하며 통영 외곽도로를 거쳐 거제 14번국도로 내려간다. 거제 입구의 거제대교 대신 구거제대교를 거쳐 거제 서쪽 해안으로 내려가기. 저녁 6시 무렵...... 구거제대교를 거쳐 1018번 국도로 접어들며 거제도 서쪽 해안쪽 도로로 접어들었다. 가끔씩 보이는 바닷가와 아직도 높이 떠 있는 태양은 일몰의 석양이 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그렇지만 거제도 남쪽 명사해수욕장 부근까지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듯 해서 지나치는 길에 보이는 청마기념관과 청마생가를 지나쳐 간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아쉽다. 청마 유치환...... ‘깃발’, ‘그리움’, ‘행복’.....그리고 시조시인 이영도와의 사랑, 최근에는 통영과 거제의 태생지 소유 분쟁까지....... 지나치면서 나는 학교시절에 본 ‘행복’의 유치환 시를 생각했다. 운전을 하면서 잠시의 생각, 이 시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의 빗대면서........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1018번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도로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도 가끔 보면서 거제의 중심부를 기준으로 봐서 남쪽으로 반 정도 왔는데 아니 당황스럽게 어느 듯 해가 벌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우리들의 석양 일몰 시간 추측이 잘못된 듯, 벌써 해가 내려갈 채비를 차렸다고 인사를 한다. 해안선 위로 구름이 다소 있었던 관계로 생각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는 해. 뭔가 아쉬워 차의 속력을 내면서 온전한 석양의 해를 보기 위해 서둘렀다. 그러다가 동부면에 이르자 길은 바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다시 해안으로 차를 빠르게 몰아나갔다. 내려가는 길에 우측 창으로 바라보는 해는 조금씩이 아닌 무척 빠른 속도로 야속하게 내려간다. 운전하는 본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차창밖의 해를 바라보면서 감탄사...... 그러나 한 곳에 내려서 온전하게 보지 못함을 모두 아쉬워한다.
해는 내려가고, 이제 그 붉은 기운이 남아 거제 시골촌은 밀레의 만종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땅거미가 몰려오기 전의 잠시의 여유 시간. 여행에서 이 시간은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런데 차의 속력을 너무 낸 나머지 길의 많은 굴곡으로 인해 뒷 좌석에 앉아있던 라파엘의 친구 한 녀석이 차멀미를 한다. 차를 급하게 세우기 직전, 잠깐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민망하게 바로 자신의 속에 있던 것을 토해낸다. 옆에 있던 녀석들을 모두 처참하게 만들고....... ㅎㅎ 아이는 먹은 것을 거의 토한 만큼 몸에 별 이상은 없었던 반면, 렌트카 뒷 좌석은 그야말로 뱉어낸 오물로 인해 초토화되었다. 아이들 옷 갈아 입히고, 시트 좌석과 아래바닥 닦아내고...... 그러는 가운데 아이들은 다시 공 하나를 꺼내어서 빈 공간에서 축구를 한다.
차 내부를 청소완료하고 출발. 일몰은 본 터라 이제는 남서쪽 해수욕장으로 내려갈 의미가 없어졌다. 거제도 동부면에서 오늘의 숙소가 예정되어 있어 구조라 해수욕장 위 쪽에 있는 지세포/일운의 한 황토맨션으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거제도 중심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관통하기. 거제도 중심선을 따라 남북으로 거제지맥이라고 해서 높은 산들이 위에서부터 남쪽 해안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이 산을 따라 넘어가야 되는 상황. 예전 같으면 다시 북쪽으로 가거나, 남쪽으로 가서 해안을 따라 가야되겠지만 이제는 동서 관통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어서 그대로 넘어간다. 넘어가는데 저녁의 붉은 빛은 사라지고 검은 색의 기운이 몰려온다. 동쪽으로 넘어오자 길은 어느 듯 어두워지고 이제 우리 일행들의 모두 관심사는 예약된 펜션으로 빨리 들어가는 것. 동쪽 해안 14번 국도와 다시 만나서 이제는 위쪽으로 올라가기. 올라가는 길에 지세포 부근에서 바비큐 할 돼지고기 목살을 사고 소동면의 펜션으로 들어간다.
휴양림 가격 대비 별 차이가 없는 거제도의 황토 펜션. 물론 여름철이면 가격이 다소 올라갑니다.
엄마들의 사전 심사숙고와 오늘 같이 온 한 집의 부부가 열심히 거제 여행정보를 둘러본 끝에 전화로 예약해 둔 황토펜션. 선택의 이유는 이 펜션 내에 참숯 찜질방이 있다는 것이었고, 방이 황토방이어서 웰빙 기분을 내는 엄마들의 기호에 우선 맞았기 때문이란다. 7시경 도착. 예약된 방을 받고 나니 짐을 옮기는 가운데 벌써 주인집에서 붉게 달아오른 숯을 한 가득 바비큐 판에 가득 담아서 내어 놓았다. 서둘러 어른들은 각자 짐을 넣어놓고 바로 식사 준비하기. 아이들은 방에서 서로 게임하기. 이제부터는 게임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 가져온 카드를 들고 자기들만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엄마들은 맑은 공기와 높은 곳에 펜션에 위치한 관계로 전망이 좋다면서 흔쾌히 모두 주방에서 야채와 그릇 등을 씻으면서 여행 첫날 저녁 기분을 누린다. 6년 내내 같이 봐 왔던 이들이어서 그런 지 마치 엄마들은 여고 동창생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먹거리를 준비한다. 본인과 같이 온 아빠 두 사람은 숯불 챙기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고....... 그런데 내어 준 숯불이 너무 많아서 고기가 굽히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올리는 순간 고기가 바로 숯이 될 지경이다. 얼굴을 확확 달아오를 만큼의 바비큐 통에 한 가득 담긴 숯불. 참숯 찜질방이어서 그런지 숯의 인심이 그야말로 무한정.
달아오른 숯을 일부 꺼내서 불 높이 낮추고 소시지부터 구우면서 바비큐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바비큐 소시지에 열광하고, 몇 집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맛보는 바비큐 소시지에 백세주 한 잔을 가볍게(?) 걸쳐 나간다. 목살 올리고 굽는 가운데 엄마들도 모두 밖으로 나오고, 아이들은 의외로 방안에 있기를 원한다. 좌상 넓은 테이블에 앉아 자기들끼리 카드를 치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졸업여행을 만끽하겠다는 의도. 구운 고기는 창문을 통해 배달하기로 하고..... 덕분에 바깥 나무 테이블은 어른들만의 우아한 자리가 되었다. 바깥 잔디밭 위에 세워진 베란다 나무식탁에서 넉넉한 식사. 두 아빠는 고기 구워서 봉사하고, 그러는 가운데 소주 한 잔씩 하면서 서로 이런 저런 얘기하고.... 엄마들은 엄마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얘기하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한다. 2월 초순의 날씨임에도, 밤으로 접어 들어가는 시각임에도 바람 거의 없고 춥지 않은 날씨에 환상의 야외식사가 된다.
여행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첫 날의 여정, 출발 준비해서 내려오는 첫 날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집에서 여행지를 그리며 나서는 ‘설레임’이라는 큰 여행 선물이 있기 때문일 듯. 이 ‘설레임’의 흥분이 오늘 내려온 모든 가족들의 얼굴 면면에 넉넉하게 배어있음을 나는 문득 발견한다. 그리고 ‘부대낌’. 우리 가족만의 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오늘은 각자 나름대로의 부대낌과 배려가 있어서 모두 즐거워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자기 또래의 너무나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먹는 것이 없어도 한없이 즐겁고, 엄마들도 같은 또래 아이들로 인해 쉽게 그 관심사를 공유해온 만큼 거리낌이 없어 서로 편안한 듯 했다. 그런 반면에 나를 포함한 두 집 아빠는 뭔가 머쓱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두 집 아빠 모두 나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여행이야기와 남자 아이들 이야기를 화제로 삼고, 나름대로 가족들 일행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점에서 흔쾌히 서로 넉넉한 기분이 되었다.
소주 한 잔과 이야기 속에 거제도 저녁의 식사 여행 1막을 장식하고 2막 숯찜질방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참숯 찜질방. 개인적으로는 찜질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모두들 들어가는 만큼 혼자 방안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우리 집을 제외한 다른 집은 찜질방에 자주 가본만큼 의외로 모두 익숙한 분위기이다. 간단하게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숯 굴로 들어가기. 약한 기운이 있는 방에 모두 모였다. 나로서는 다소 쑥스러운 분위기. 그렇지만 아이들의 이런 저런 얘기, 엄마들의 거리낌 없는 얘기들에 나도 쉽게 동화되어 간다. 그러는 가운데 한 집의 아빠가 후발로 대구를 출발해서 거제도로 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 한 이십분이 지나자 바쁜 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집의 아빠와 딸이 같이 내려왔다. 부녀간에 다정한 여행을 통해 밥을 못해서 내려왔다는 넉살과 함께 반가운 서로 오랜만의 인사. 이 집 아빠와는 작년에 같이 개성 여행을 한 터라 익숙한 얼굴. 다시 모두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고...... 좀 더 온도가 높은 방으로 옮겨가고, 나와서 쉬고, 한 두 번 가본 일반 찜질방과는 달리 참숯 찜질방은 찜질방 특유의 땀 냄새가 없어서 좋다. 거기에다 밤 늦은 시각이어서 투숙객들 이외에는 일반 고객들은 거의 없는 듯...... 한 방을 우리 일행들이 모두 독차지 하기도 하는 터라 아이들은 한 일곱 개 되는 참숯 찜질방을 배경으로 숨바꼭질 한다. 그러다가 꼴찌가 되면 가장 높은, 뜨거운 방에 들어가야 하는 벌칙을 정하고 치열하게 술래를 피해 구석구석 숨는다. 저녁 늦게 단체 가족이 이렇게 참숯 찜질방에 들어오는 것도 재미있는 일. 엄마들은 고와진 피부와 땀을 흠뻑 흘려낸 것에 대해 대만족을 하는 표정이고.
방으로 되돌아와서 맥주 한 잔과 차 한 잔...... 이바구. 아이들은 결코 자지 않은 듯한 태세와 노는 것에 대한 열공. 어른들은 12시를 넘어서는 시각이어서 그대로 자기로 하고, 아이들은 안쪽에 있는 별도의 방을 내어주기로 했다. 엄마들은 다른 방으로 옮겨가고..... 이후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 들어갔지만 아이들은 모처럼만의 자기들의 세계가 주어진 만큼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의 새벽 4시까지 잠을 자지 않은 듯. 아빠들의 경고와 주의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학여행 온 것처럼 선생님 눈을 피해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면서 노는 것에 열중한다. 아빠들로서도 이제 자주 보지 못하게 될 이 아이들은 심정을 감안하여 오늘만큼은 묵시적으로 아이들로부터 마음을 놓기로 했다.
아이들이 겨우 새벽에 잠이 든 후 잠시의 깊은 잠 끝에 여명의 빛이 창문을 가볍게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1박 2일의 여행에서 맞는 아침의 행복. 요즘 인기프로그램 1박 2일에서는 이 여행의 의미인 이른 아침의 행복이 결코 없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들의 세계에서는 분명 이른 아침의 여행 행복이 있다. 일출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 기운을 만끽하는 넉넉한 행복. 세 집의 아빠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베란다 넓은 창문을 통해 아래 내려다보이는 멀리 거제도 동쪽 바다와 바로 아래 지세포 포구를 바라본다.
거제도 지세포 일출
붉게 물든 하늘과 약간 검은 푸른 바다......... 짐작컨대 곧 해가 오를듯한 분위기. 시계를 보니 6시 40분경. 구름의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일출을 볼 수 있을 듯 했다. 잠시 후, 해는 구름을 뚫고 바로 떠오른다. 해안가 한 언덕 위, 펜션에서 바라보는 일출. 마치 동해 칠보산 휴양림 소나무방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흡사하다. 태양의 의미가 무엇일까? 그냥 사람들은 ‘왜 해를 바라보면서 모두 경외함을 표시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태양이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자연과학적 논리를 떠나 정신적인 인문과학 영역까지 해는 인간에게 정신적 에너지가 된다. 나는 해를 통해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 해를 바라보는 것에 무한한 희망을 담고........
우리 아빠들만 보는 것이 아까워 한 아빠가 전화를 해서 엄마들을 깨웠지만 엄마들은 여전히 한 밤중. 짐작컨대 엄마들도 돌아가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진 듯. 아침 커피 한 잔의 행복.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춥지 않은 날씨에 바깥에서 커피와 국화 차 한 잔을 하기로 했다. 그러는 가운데 엄마들이 우리 남자들이 있는 방 쪽으로 넘어왔다. 같이 차 한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엄마들은 아침 준비를 하지 않고 이렇게 베란다 바깥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차 한 잔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쌀을 물에 담그고 밥을 지어야 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좋고, 맑은 공기와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 차 한 잔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고....... 아이들이 한 밤중일 동안 어른들만의 아침 행복. 모두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 떠오르는 이른 아침 햇살찜질을 하고 있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뒤돌아본 지세포/구조라 해수욕장 일대 해안
엄마들의 경쾌한 아침 식사 준비. 아빠들은 잠시 주변 둘러보기. 그러는 가운데 본인은 바로 뒤에 있는 옥녀봉 등산로 입구를 따라 잠시 올라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거제 옥녀봉을 다녀오기로 하고 배낭과 등산화도 챙겨왔는데, 어제 밤 너무 늦게 자고 찜질방에서 땀을 낸 터라 단체여행이라는 점에서 나만의 산을 오르는 것을 포기했던 터. 그렇지만 옥녀봉은 거제 지맥에 있는 한 봉우리로 우리 최초(1910년)의 삼각점이 있는 자리여서 관심은 계속가고.... 펜션 뒤에 난 길을 따라 오르는 숲 길, 편백나무가 주위에 있고 의외로 등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좀 올라가 보고 되돌아 나오기로 작정하고 올라간다. 그러는 가운데 점점 욕심이 생겨나고 돌아갈 것인지, 올라갈 것인지를 갈등하는 가운데 우선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을 감안하면 두 시간 내에 돌아오면 될 듯 해서 다른 집 아빠에게는 미안스럽지만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원래 첫 욕심은 아침 일출 때 바라본 지세포 포구를 온전히 바라보는 위치까지로 가기로 했지만, 그 지점까지 오르고 나니 옥녀봉 정상의 철탑이 바로 지척이어서 그대로 정상가기 가기로 했다. 종종 걸음. 한 한시간 30분 정도 걸려 올라섰다. 올라서니 방송 중계탑 시설이 있고, 옆으로 돌아나가니 정상 지표석이 서 있다. 해발 554.7 m밖에 되지 않지만 바로 해안으로부터 솟아오른 봉우리여서 그런 지 제법 야무진 봉우리. 그리고 삼각점이 하나 있는데, 일제 시대 때 이 곳과 일본 대마도와 부산 영도를 잇는 대삼각본점이 만들어졌다는 설명 표지석이 있다. 이 최초 삼각본점을 통해 전국 토지조사가 이루어졌다는 부언과 함께.......
옥녀봉 정상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각점
정상에는 팔각정이 서 있고 올라온 반대편은 북쪽으로 거제 옥포조선소가 바로 눈 앞에 들어온다. 산 아래 바로 너머 건조중인 거대한 배들의 모습은 아침의 햇살을 비스듬히 받아 나름대로 장관이다. 조선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 광경을 보는 순간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정상에서 잠깐의 여유. 다시 바로 빠른 속보로 하산을 재촉한다. 하산 하는 길에 라파엘 엄마의 전화가 걸려온다. 먼저 본인을 놔두고 식사라는 얘기를 하고 쏜살같이 내려선다. 한 30여분 만에 펜션으로 내려온 듯. 땀범벅. 그렇지만 나만의 흐뭇함, 약간은 미안함. 샤워하고 정리하기. 아이들은 예상대로 이제 사 일어나서 씻고 있다. 아침식사. 같이 온 아빠들에게는 잠시의 미안함. 잠시의 일탈의 즐거움.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둘러 짐을 꾸려 바로 펜션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남쪽 해안에 위치한 도장포의 ‘바람의 언덕’. 14번 국도를 따라 학동 몽돌 해변 옆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볼만한 길. 오늘은 어제 같이 온 아빠가 운전을 하는 터라 본인은 조수석에 앉아 넉넉하게 거제 해안과 오른쪽의 거제 산맥을 바라본다. 거제 휴양림이 위치한 노자산과 남쪽 가라산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은 비록 2월초지만 완연한 봄 길이다. 도로 옆에 문득 동백나무와 동백꽃이 조금씩 보이고.... 싱그러운 푸른 색 바다는 창연함을 가져다준다. 모두 거제도는 한 번씩 와 본 터이고 학동 몽돌해변과 외도는 들어가본 터라 생략하고 지나간다. 우리 집으로서는 라파엘이 7살인 유치원 때 거제 휴양림에 텐트를 치고, 몽돌해수욕장과 외도에 들어와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였던 바람의 언덕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집처럼 의외로 다른 집들도 거제 최남단에 위치한 터라 이 곳을 들려보지 못했다고 한다.
거제도 남쪽 도장포에 있는 바람의 언덕
도장포 해안으로 들어가서 차를 세우고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기. 올라가는 길에 거제시에서 기념 조형물을 건축하고 있는 듯. 막연하게 오르는 길과 언덕에서 나는 바다 바람을 마음껏 맞기를 나는 바랬다. 그냥 바람 불어 좋은 날처럼 싱그러운 하늬바람을 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바람이 나에게 걸리지 않는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나무 계단을 따라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푸른 거제 북쪽 바다를 보고,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서는 아기자기한 도장포 앞 바다와 거제도 중심부 쪽으로 우뚝 솟은 거제의 명산 노자산을 바라본다. 이곳이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냥 조그만 경치 좋은 전망대? 어떻게 보면 이 곳은 이름의 자체에 담긴 이미지가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체 분위기의 반을 던져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바로 옆에 위치한 또 다른 명소 신선대와 비교해 보면, 전망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특히 요즘의 젊은이들에게는 분명 ’신선대‘라는 이름보다는 ’바람의 언덕‘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바람의 언덕‘을 돌다가 문득 오늘의 일정을 잠시 가늠했다. 오늘의 일정의 주된 하이라이트는 ’지심도(동백섬)‘였기에 출발하기 전 펜션에서 배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었다. 하루에 다섯 번 들어가는 배편 일정에서 지금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배 시간은 장승포에서 12시 30분, 그리고 이 배를 타고 들어가서 지심도를 둘러보고 나오는 것을 감안해서 오후 2시 50분의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이 최적의 조건이라고 가늠했다. 그렇지만 현재 시간은 11시 40분에 남은 시간은 50분이어서 타는 곳 장승포까지 가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잘 하면 장승포까지 갈 수 있을 듯해서 서두르기로 했다. 바람의 언덕을 모두 다 둘러본 듯 해서 아이, 어른할 것 없이 모두 총총 걸음으로 내려와서 차를 타고 장승포를 향해 출발한다. 렌트카가 먼저 앞서고, 어제 뒤늦게 내려온 아빠의 승용차가 뒤따르며 씽씽, 쌩쌩하며 장승포로 달린다. 그 가운데서도 14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의 오른쪽 거제 바다 풍경은 나름대로 볼 만한 거리가 된다. 거제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만한 곳. 운전으로 주의를 하며 달리는 아빠에게는 미안했지만 조수인 나와 뒤 자리에 탄 엄마들은 멀리 거제 바다 주변 정경을 바라보면서 감탄한다. 시간에 쫓기지만 않으면 천천히 달리면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서 약간은 아쉽다. 전망이 좋은 길을 지나서 우리 차는 이내 학동 몽돌해수욕장 부근에 이르지만, 이때부터는 차들이 많아지고 차선이 편도 차선이어서 천천히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배 시간에 쫓기는 우리 일행들로서는 답답, 전전긍긍......... 조수석에서 나는 시계를 계속 바라보고, 가끔 1분에 몇 km를 갈 수 있느냐를 가늠한다. 현재 남아있는 km는 몇 km?........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과는 달리 몽돌 해수욕장을 완전히 벗어나자 의외로 차들이 줄어들고 찻길의 사정이 다소 좋아진다. 다시 열심히 달려 별 어려움 없이 우리 일행은 배가 출발하는 장소인 장승포로 들어왔다. 한 10여분 남은 시각에 장승포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섰다. 그러나 ’휴~‘라고 숨을 내쉬면서 차에서 내려 여객 터미널로 들어가며 “지심도 배표를 끊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 본인에게 안내하는 아저씨가 당황하며, 이곳은 지심도 가는 배를 타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아니~‘ 당황..... “모두 빨리 차에 다시 타세요!!!” 본인은 우리 일행들에게 큰 소리 치며, 모두를 다시 태운 차는 유람선 터미널 주차장으로 넘어간다. 배 출발 5분전 도착. 통상적으로 배를 타려면 신상에 대한 내용을 적어야 했기에 혹시 갈 수 없을지도 몰라서 초조했지만, 이 배편을 타지 못하면 오늘 오후 여정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에 적극적으로 매표에 나섰다. 지심도행 전용 매표실에 들어서자 다행스럽게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선승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탑승 신상명세서를 다행스럽게 대표자 한 사람에게만 적게 한다. 나머지 인원은 이름, 남/여 구별, 나이만을 하나의 용지에 적게 한다. 덕분에 한 숨 돌리면서 여유를 갖고 배를 탄다.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서 지심도 행에 선승. 일명 동백섬으로 불리는 지심도행 유람선. 배를 타는 자체는 뭍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분명 큰 설레임이다.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표정. 얼마 있지 않으면 중학생 까까머리가 되는 이들 얼굴에는 여전히 소년의 천진난만함이 있다. 유람선을 타고나자마자 바로 선상으로 올라가기. 선장실 위까지 올라가서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 위에 있기를 원한다. 드디어 출발. 장승포 등대를 지나 지심도로 들어간다. 2월 초는 비록 겨울이지만 오늘만큼은 선상에서 맞는 바닷바람이 전혀 차갑지 않아 봄을 느끼게 한다. 지심도로 가는 배의 선상에서 바라보는 거제도 해안과 산들의 모습들도 볼 만하다. 구조라 해수욕장 일대, 오늘 내가 오른 옥녀봉 등등 까지, 그리고 바로 앞에는 갯바위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일요일이어서 그런 지 적지 않게 보인다. 아이들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지만 아쉽게 이들은 강태공의 위치를 계속 견지한다.
배 위에서 바라본 지심도(동백섬)
장승포-지심도를 오고가는 유람선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지척에 지심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 때부터 안내방송이 나오며 선장은 지심도에 대한 소개를 시작한다. 조선시대에는 15가구가 이주하여 살았다고 하며, 일제시대 때는 살고 있었던 주민들이 쫓겨나고 주거지가 아닌 군사목적의 포진지 등 일본군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관계로 아직도 일본군 포진지와 탄약창고의 흔적이 남아 있고 현재는 그 부근에 국방과학연구원 분소가 들어와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해방이후 다시 들어와서 지금은 밀감, 유자, 낚시와 민박을 업으로 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심도는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보이며, 동백나무, 후박나무 숲으로 유명하단다. 특히 우람한 동백나무가 많아서 현 지명인 지심도라는 이름 이외에 별명으로 ‘동백섬’이라고 불리고 동백꽃은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피는데 3월 초순 중순 정도가 절정이 된다고 한다. 돌아보는 시간은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고 하며 봄의 향기를 만끽하시라고 하며 선장은 친절한 안내방송을 마무리 한다.
지심도 동백나무 숲
2월의 동백꽃
동백섬 지심도 도착. 탔던 이들이 모두 내리자 다시 뭍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태우자마자 우리가 타고 왔던 배는 바로 장승포로 되돌아 나간다. 배에서 내렸던 관광객들은 선착장에서 바로 앞의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모두 올라간다. 한 1백여 미터를 올라가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이내 우거진 동백나무 숲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숲길. 많은 동백꽃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동백꽃 몇 송이도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숲의 모습에 우리 일행들은 모두들 잘 들어왔다고 한마디씩 한다. 동백섬의 오솔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기. 첫 번째 맞은 동백 숲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타나고 여러 민박집들이 위치한 미니 마을을 지나친다. 그 가운데 성당공소도 보이고......... 몇 집 안되는 마을 길을 지나자 이제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함께 살고 있는 상록수림을 만난다. 그 곳을 거쳐 들어가니 바로 해안절벽이 있는 끝자락 전망대에 다다른다. 여기서 바라보는 하늘을 향해 마음껏 뻗은 소나무와 편백나무, 여기에 어울린 절묘한 해안절벽, 그리고 해안절벽을 왔다 갔다하는 파도들의 물결. 다소곳함과 편안함. 우리 일행들은 잠시 여기에 앉아서 봄 바람을 맞으면 여유를 각자 나름대로 찾는다. 가져온 쿠키과자 한 조각과 쥬스 한 잔을 먹으면서...... 야외 자연카페가 되었다. 섬 여행의 숲과 해안 경치가 가져다주는 축복.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해안 전망대
일제시대 때의 포진지
일본군 탄약고
지심도 동백나무 숲 끝에 있는 그네 전망대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타야하는 배 시간에 쫓겨 다시 되돌아 나와서 지심도의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지심도를 다 둘러보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다소 빠듯할 듯 했다. 해안절벽에서 너무 많이 머무른 터라 이제부터는 서둘러 둘러보기로 했다. 다시 지심도내 미니마을로 되돌아 나와 순환오솔길을 따라 이제는 포진지와 탄약창고로 올라가기로 했다. 좀 올라간 지심도 8,9부 능선에서 바라보는 지심도내의 조그만 집들은 볼만한 거리. 그리고 동백나무들로 주변주변이 알맞게 우거진 작은 숲. 지심도 상부 고개 마루에 올라서자 벤치가 나타난다. 모두 제법 걸어서인지 본인과 두세 명을 제외한 이들은 여기서 쉬기를 원한다. 아이들도 벤치 앞이 넓은 공터여서 보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게임이나 뛰어놀기를 더 좋아한다. 떨어진 솔방울로 눈싸움 하듯이 하고...... 그런 가운데 포진지와 탄약창고를 두 집 아빠만 둘러보기로 한다. 일본군 진지가 있던 자리로 들어가다 문득 시멘트로 만든 원형 바닥 축조물이 나타나는데, 이 것이 뭔가 했더니 그 앞에서 안내판이 있어 보니 바로 이 원형 축조물이 일본군이 당시 만든 포진지였다. 대나무 숲에 거의 싸여 있어 섬밖에서 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했다. 포진지 바로 옆에는 산 속에서 땅굴처럼 만들어 역시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일본군의 탄약창고가 있었다. 지금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진 듯. 아름다운 섬에 군사 시설물이 들어선 국내 역사 한 순간의 아픔.
둘러보고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빠져 나오니,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중 한 아빠와 아이들은 궁금해졌는지 들어간다. 엄마들은 걷기를 싫어해서 여전히 벤치에 앉아 봄옷으로 갈아입는 이곳 2월의 지심도 오후의 동백 숲을 즐긴다.
바다 끝 전망대
이제 다시 잔디 광장으로 이동한다. 포진지에서 이곳으로 가는 섬 마루 길은 오르막이 아닌 평탄한 산책 길. 한 10분 정도를 걸어 나가자 잔디광장이 나오고 멀리 바다를 내려다 보는 여행객들을 위한 그네 벤치가 만들어져 있다. 연인들이면 더 좋을 듯. 이 곳 벤치에 앉아 모두들 흔들흔들 거려보고...... 아이들은 다시 여전히 뛰면서 자기들끼리 깔깔거리고, 엄마들은 이 곳 섬 분위기에 어느 듯 빠져들어 나름대로의 감탄사를 내어놓는다. 40여분 남은 시간, 아직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처음 보았던 해안 전망대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전망대로 넘어가기. 이곳으로 넘어가는 길은 지심도에서 가장 깊은 동백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좁은 오솔길. 3월 동백꽃이 한창 필 무렵이면 이 곳은 나름대로 장관일 듯 했다. 동백나무 숲을 한 참을 따라 걸어나가서 마침내 마지막 해안 전망대에 섰다. 해안 경치 감상과 함께 단체 사진 한 장. 잠시 둘러보고 이제는 지심도 안내 지도를 보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다른 순환 오솔길로 들어선다. 시간이 다소 모자랄 듯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별 시간 쫓김없이 주어진 두 시간을 최대한 잘 사용하게 되는 듯. 한 15분을 걸어 내려가자 선착장이 보이고, 우리가 처음으로 출발해서 만났던 민박집들이 나타난다. 나름대로 행복했던 두 시간 동백섬 산책. 그 넉넉한 기분을 안고 다시 우리는 배를 타고 장승포로 빠져 나온다.
장승포항 도착 3시 20분. 다소 늦은 점심을 인근 ‘막썰이횟집’에서 하기로 했다. 라파엘맘에게 이 집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어보니 펜션 아주머니가 체크아웃할 때 배 시간 안내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천한 집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산 회 1kg에 2만원. 점심시간에는 제법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한창의 점심식사 시간을 지난만큼 우리 대군 일행이 앉을 자리가 있다. 섬에서 제법 걸은 편이어서 이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모두들 다리가 풀리는 듯. 피곤했지만 나름대로 넉넉함과 즐거운 기분, 그리고 시장기에 이내 회가 나오자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생선회에 소주 한 잔이 빠질 수는 결코 없고...... 크~ 꿀맛. 모두들 자신들 앞에 나온 회 접시가 자연스럽게 비워지고, 아이들도 별 불평없이 잘 먹는 편이다. 공기밥과 함께 매운탕으로 식사 마무리하기. 경비 계산을 하는 라파엘맘이 그야말로 실비 정산이라고 만족한다. 나름대로 추천할 만한 곳. 생선횟집의 여러 구색 맞추기 음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회와 쌈 야채와 소스만이 나오는 곳임을.....
이제 장승포에서 통영으로 들어가기. 거제 포로수용소 등도 있지만 대부분 와본 적이 있어서 통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 여정에서 마지막 일정은 본인이 소개하는 통영 동피랑 마을. 통영이라고 하면, 해저터널, 통영항, 문학관, 충무김밥 등을 꼽지만 대부분 동피랑 마을은 생소한 편. 지난 해 KTX 타고 왔다갔다 하다가 좌석 앞에 높여진 ‘KTX 매거진‘ 특집면에 소개된 통영 동피랑 마을을 보고 통영에 오면 한 번 올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작년 어느날, 통영항을 내려다 보는 빈민촌 마을에 통영시의 미화사업 일환으로 빈민촌에 어울리지 않게(?) 야외 화랑이 들어섰다. 통영시에서 마을 정화 사업 차원에서 이 곳을 지정하고 공모해서 화가와 지망생들이 신세대에 맞는 에니메이션 그림과 밝은 색 그림을 그려놓아 입소문을 타고 졸지에 젊은이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동피랑 마을 입구에서 위로 바라본 동피랑 마을
동피랑 마을 그림(1)
통영 중앙시장 뒷 편 윗마을에 위치한 동피랑 마을. 잡지에 소개된 동피랑 마을을 가늠해 보면 이 마을은 오르는 길에서 바라보는 여러 작은 그림들이 많아서 우선 볼 만하고, 어른들로서는 예전 이웃, 마을 친구, 가족들과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았던 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예전으로 돌아 가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 곳이 통영항의 산 위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바로 아내 통영항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서, 만일 화가라면 통영항을 비롯한 통영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수채화에 넉넉하게 담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동피랑 마을 그림(2). 꿈이 살고 있어요.
동피랑 마을 그림(3)
통영항에서 동피랑 마을로 올라가기. 통영 관광 안내 지도를 보고 동피랑 마을 찾은 후 통영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간다. 아이와 몇 몇 엄마들은 오늘 지심도에서도 제법 걸었던 터라 다시 별 볼 없는 허름한 곳에 ‘왜, 이런 곳에 가느냐?‘라는 다소 실망스러워 하는 표정. 그런 얼굴 표정에 안내하는 나 자신도 처음 가보는 터여서 동피랑 마을에서 너무 볼 것이 없으면 더 실망스러워 하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이 든다. 우리 집은 평소 이런 사정들을 거의 개의치 않는 편. 그렇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이들로서는 실망할 수도 있는 것. 다만 예전부터 모두 잘 알고 서로 편안하게 지내온 이들이었기에 나름대로 스스럼없이 데리고 올라가니, 동피랑 마을의 동화 그림 속에 모두 즐거워 한다. 아울러 지금 어른들이 어린 시절, 모두들 이런 허름한 집에 살았다고 얘기하니 요즘 아파트의 편리 주거지 시설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정확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세대의 그 때, 그 시절.....통영항 위 동피랑 마을에서 아이들과 잠시나마 즐거운 한 때와 사진 한 컷씩.
동피랑 마을 위에서 바라본 통영(충무)항
동피랑 마을은 가장 큰 풍경은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통영항의 전경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비록 이 곳이 빈민촌이지만 이곳에 사는 어려운 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선물을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의 나폴리 항으로 불리는 통영항을 온전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 저녁 무렵이어서 석양이 어울린 통영항을 내려다보며 우리 일행들은 다시 통영항으로 내려온다.
내려와서 통영 중앙시장으로 들어가서 해산물 시장 구경을 하려다가 거의 모두가 피곤해 하는 듯 해서 여기서 그대로 대구로 올라가기로 했다. 대구로 올라가기 전에 식사를 해야했는데, 점심 식사를 한 지도 오래 되지 않아서 저녁을 대신하여 통영 명물 충무깁밥을 사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다 같이 먹어보기로 했다. 충무 김밥 식당에서 먹는 것을 대신해서 이 곳에서 대표적 충무김밥집으로 알려져 있는 ‘한일김밥’에 들러서 인원수대로 충무김밥을 사서 포장했다. 이제 충무, 통영을 벗어나기. 통영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고성일대를 지나 남해고속도로 상 진주부근에 이르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대진 고속도로에서 다시 남해 고속도로로 들어서니 차가 많아진 편이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심한 정체는 생기지 않는다. 심한 정체없이 바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대구방향으로 들어섰다. 현풍 휴게소 다시 집합. 휴게소에서 맛있는 충무김밥을 꺼내고, 우동 몇 그릇을 사서 저녁 식사를 대신한다. 아이들이 충무김밥을 꺼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다른 지역의 충무김밥과 달리 오뎅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 나로서는 맛이 담백해서 좋았다. 시래기 국도 곁들이고..... 즐거운 성찬.
이제는 이곳에서 어제 늦게 통영으로 들어온 가족과 우선 이별. 다음은 중학생이 된 후 여름에 한 번 어디로 떠나보자고 하면서 모두 다음 날을 기약한다. 그리고 며칠 후 있을 아이들의 졸업식에 한 번 볼 수 있으면 보자고 인사하면서 오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아쉬워한다. 나머지 가족들은 대구에 들어와서 이별. 오늘의 여정에 모두 즐거움과 어울림, 부대낌과 배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분명 감사할 일.
메모) 거제도와 통영을 연결하면 갈 곳이 많습니다. 주제를 정해서 간다면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중심의 문학, 윤이상 음악, 통영오광대 공연, 이순신을 중심으로 여정(한산도, 통영 일대), 섬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심도, 매물도, 욕지도, 연화도, 산을 기준으로 하면 노자산, 옥녀봉, 망산을 잇는 거제지맥.......... 그리고 숙박은 우선 거제자연휴양림,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펜션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는 멍게비빔밥, 충무 김밥, 굴, 멸치가 좋은 곳입니다. 우리 집이 간 음식점에 대해서 장승포의 횟집은 막썰어 횟집(681-2151), 충무김밥은 충무한일김밥(645-2647)이었습니다. 참고로 충무김밥은 한일김밥과 뚱보김밥 두 집이 유명한 곳입니다.
서울에서는 대전을 경유하여 대진 고속도로로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확대된 여정을 감안하면 고성 공룡에 관한 상족암, 남해도 여행을 같이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제도와 통영을 동시에 제대로 보려면 최소 2박 3일이 되어야 합니다.
첫댓글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후기...간만에 잘 읽었습니다. 5월 첫째주에 고성에서 해남까지 한번 가 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성영아빠님 후기를 읽어보니 남해안 길이 너무 구불구불해서 4박5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휴양림 드나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어쩌면 팬션이나 일반 야영장을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연우나 준기도 초등학교 졸업할 때 이런 여행을 해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4박 5일 ? 저한테는 꿈같은 얘기인데....... 부럽습니다. 요즘은 그야말로 후기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 휴양림 자꾸 다니다 보니 요즘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립니다. 민박집이나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영장 등등.......... 연우나 준기에 대해서도 연우엄마의 엄마들 모임이 생길걸요. 이 점은 아이와 아빠의 의지와는 별 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엄마들의 의지라고나 할까요.....
떠나는 첫날의 행복에 대해 지극히 공감합니다. 빡빡한 도시삶에서 탈출하여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릴 때 감기에 막혔던 코가 서서히 뚫릴 조짐을 보이는 것같다가 한적한 지방 국도에 접어들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도시의 삶에 찌들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은 아쉽게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꽉막힌 고속도로에서 다음날의 도시에서의 일정을 생각하며 다시 서서히 원상태로 답답해지긴 하지만요. 차에다 토를 하면 그 냄새가 아주 기가 막힌데... ㅎㅎ 애좀 먹으셨겠습니다. 토를 한 애의 엄마가 많이 민망해했겠네요. 제가 원래 충무김밥 무지 좋아하는데 작년에 가서 먹어보니 예전만 못한 느낌입니다. 뭐랄까 조미료 느낌이 좀
나는듯 하던데 제가 너무 민감한건지 맛집을 잘 못고른건지... 늘 보면 성영아빠는 참 알차게 다니시는 느낌입니다. 여행의 교본, 여행의 FM! 뭐 이런 말이 어울릴 듯합니다. 동피랑도 저흰 너무 시간이 걸릴 것같아 애초에 포기했는데 이렇게 보니 못가본게 아쉽게 느껴지네요. 담에 꼭 가봐야겠네요. 벌써 성영이 중학생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학교 생활 잘 하고 있죠?
의외로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ㅎㅎ 시트 정리하고 다시 물휴지로 닦고... 요즘 물 휴지 요긴하게 쓰이더군요. 그리고 아이들은 옷 갈아입고....... 아무래도 아이 엄마가 민망할 듯 해서 이 집 아이 몸을 본인이 닦아주었습니다. 마무리는 아이 엄마가 하고..... 현지 충무김밥은 특이하게 오뎅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 다를 바가 없지요. 오히려 시락국이 맛있습니다. 동피랑도 어떻게 보면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집에는 별 의미가 없는데, 현지네 집에게는 의미가 클 듯.... 특히 DSLR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듯...... 월말이 가기전에 한 번 봐야 하는데.... 이번 주 스케쥴 가득입니다.......
한 달도 더 전에 다녀오신 여행인데 봄바람이 느껴지는 건 요며칠 따땃한 봄바람을 묻히고 쓴 여행기라서 더 그렇겠지요? 거제, 통영 정말 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여직 한 번도 못 가 봤네요. 얼마전에도 통영 다녀 왔다고 자랑하던 지인이 있어 누렇게 색이 바랜 청마의 편지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꺼내서 다시 읽었더랬습니다. 몇 십년을 어쩜 그리 절절히도 사랑했는지... 예순을 넘기도록 이어지던 편지를 읽으며 이영도시인을 생각했는데 유치환보다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더만요. 성영이 중학생활은 어떤지, 또 현지의 중학생활은 어떤지.... 차암 빨리도 물어 봅니다. 학교 잘 다니고 있지요? ^^
비록 한 달 전이었지만 지금의 서울날씨보다는 훨씬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더워서 동백섬에서는 물을 자주 마셨던 기억이 있고...... 하동 내려가시면서 한 번 들리세요. 통영은 어떻게 보면 유진맘의 책에 대한 취미와 맞아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네요. 성영이 요즘 전쟁입니다. 토요일도 저녁 10시...... 이 것이 맞는지는 의문스럽고, 무엇보다도 1박 2일로 어디간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예전 주은이 목마하고 옥녀봉 올라가던 기억이 이른 아침 나는 군요.. 올라가면서 변강쇠는 어디에 있지 ? 잘지내시죠.. 바쁘신 와중에 아이들과 함께 멋진 곳에 다녀오셧네요..아이들 오래 기억되겠네요.. 동파랑 마을처럼 요즘 가꾸고 있는곳이 많이 있더군요 참 보기 좋은것 같아요 바람에 언덕은 가보지 못했는데 참고 하겠습니다. 갑자기 하와이에 바람에 언덕이 생각나네요.. 동전을 던지면 바람에 다시 돌아오는 곳이라 참 신기했는데.. 긴내용을 속독으로 읽었지만 이젠 내면까지 이해할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것 같아요..ㅎㅎㅎ 그럼 즐거운 하루되세요..
전국에 옥녀봉이 만만치 않게 많지요. ㅎㅎ 의외로 통영, 거제도 가면 잘 가지 않는 곳이 바람의 언덕과 동피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모두들 한 번 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지금 제주도 출장 갔다와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인데, 제주도는 벚꽃이 꽃망울 터뜨리기 직전이더군요. 서울에 벚꽃이 필 날도 한 열흘 후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 이제사 보았네요. 잘 잘 잘 잘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