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나) 역장은 먼지 낀 유리를 통해 대합실 안을 대충 휘둘러 본다. 대합실이라고 해야 고작 국민학교 교실 하나 정도 의 크기이다. 일제 때 처음 지어졌다는 그 작은 역사 건 물은 두 칸으로 나뉘어져서 각각 사무실과 대합실로 쓰 이고 있는 터였다. 대개의 간이역이 그렇듯이 대합실 내 부엔 눈에 띌 만한 시설물이라곤 거의 없다. 유난히 높 은 천정과 하얗게 회칠한 사방 벽 문에 열 평도 채 못 되는 공간이 턱없이 넓어 보여서 더욱 을씨년스런 느낌 을 준다. 천정까지 올라가 매미마냥 납작하니 붙어 있는 형광등의 불빛이 실내 풍경을 어슴푸레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중략> 사람들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대합실 벽에 붙은 시계가 도착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넘긴 채 꾸준히 재깍 거리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창 밖엔 싸륵싸륵 송이송이 쌓여가고 유리창마다 흰보라빛 성에가 톱밥 난로의 불빛을 은은하게 되비추어 내고 있 을 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 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당 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 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 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의 손바닥 들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 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소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올랐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믓이간디......”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말꼬리를 붙잡고 저마다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 일까....... ㉡중년 사내에겐 산다는 일이 그저 벽돌담 같은 것이 라고 여겨진다. 햇볕도 바람도 흘러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 그곳엔 시 간마저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이 작은 산골 간이역을 빠른 속도로 무심히 지나쳐 가 버리는 특 급 열차처럼...... 사내는 그 열차를 세울 수도 탈 수도 없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다릴 도 리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 남겨진 자기 몫 의 삶이라고 사내는 생각한다. 농부의 생각엔 삶이란 그저 누가 뭐해도 흙과 일뿐이 다. 계절도 없이 쳇바퀴로 이어지는 노동. 농한기라는 겨 울철마저도 융자금 상환과 농약값이며 비료값으로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보낸 큰아들놈의 학비에 이르기까지 이 런저런 걱정만 하다가 보내고 마는 한숨 철이 되고만 지 도 오래였다. 삶이란 필시 등뼈가 휘도록 일하고 근심하 다가 끝내는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리라고 여겨졌으므 로, 드디어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는 듯이 농부는 한숨 을 길게 내쉰다. 1. 1) 시(가)를 소설(나)로 바꾸어 쓸 때 새로 추가되거나 달라진 것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밖에 눈이 내리고 있는 사평역 대합실의 정경은 시․소설 모두 비슷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삶 을 부각시키기에는 소설의 배경이 훨씬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② 시에서 ‘몇’명의 사람은 소설‘사평역’에서 구체적인 아 홉 명의 인물과 역장 등으로 등장한다. ③ 시에서 화자로 나오는 ‘나’는 소설에서도 1인칭 주인 공 시점으로서의 ‘나’로 나타나며 이는 곧 역장이다. ④ 시에서 사용된 ‘톱밥’, ‘감기’, ‘기침소리’, ‘한 두릅의 굴 비’ 등의 단어들은 소설에서 톱밥을 난로에 넣는 역 장, 병든 노인 등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⑤ 시 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설에서는 간간 이 대화를 이어나가며 각자 회상을 통해 개인의 사건 을 드러내고 있다. 2. 2) 소설 (나)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춘심이를 빼고는 모두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이는 인물들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 해서이다. ② 밑줄 친 ㉠은 사람들 사이의 무거운 침묵을 깨 고 분 위기를 밝게 전환해주는 기능을 하는 말이다. ③ 밑줄 친 ㉡은 중년 사내가 교도소에서 출감했음 을 알려주면서 또한 이제는 그곳에서 벗어났으므로 의욕 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④ 밑줄 친 ㉢은 사회의 주류로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된 채 변두리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들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다. 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고향의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게 함은 물론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 발점으로 서의 공간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라,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다) 마이 어린 후니 하 일이 다 어리다 만첩운산(萬疊雲山)에 어 님 오리마 지 닢 부는 애 행여 긘가 노라 3. 3) 시 (나)에서의 시인의 정서로 시(가)를 해석해 본 다면 시(가)에서의 ‘너’는 무엇인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민주주의 ② 자유 ③ 평화 ④ 새로운 시대 ⑤ 사랑하는 연인 4. 4) 시 (나)에 대한 설명이다. 옳지 않은 것은? ① 갈망하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밑줄 친 ㉠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는 민주주의 회복 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낸 것이다. ③ 밑줄 친 ㉡ ‘발자국 소리~탄식소리’는 불안하고 급박 하고 격렬한 느낌을 주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투쟁 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④ 밑줄 친 ㉢ ‘외로운 눈부심’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민 주주의 성취는 희망을 주지만, 또한 그것을 얻기까지 지난한 고통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⑤ 밑줄 친 ㉣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는 민주 주의 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로 인한 망설임의 감 정을 보 여준다. 5. 5) 시 (다)의 밑줄 친 부분과 같은 시적 발상을 보이 고 있는 표현을 시 (가)에서 찾아보았을 때 가장 유 사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6) 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 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 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난 건너 집엔 복숭아 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後妻)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 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土山)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 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 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 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 머니 할아버지가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 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 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 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 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 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 깨돌림하고 호박떼 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 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 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 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육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 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 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 가 올라오도록 잔다. 6. 6) 이 시를 읽고 난 후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은? ① 신리 고모, 큰골 고모, 삼촌 등 등장인물 등은 특별히 잘나지 못하고 무언가 한 가지 이상씩 결격사유를 가 진 인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보 통 사람들인 것 같아. ② 이 시는 시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 해 명 절날의 즐거움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하네. ③ 어린이 화자의 눈을 통해 보는 명절날 풍경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되었어. ④ 이 시를 보면 1930년대에는 조국을 상실하긴 했 지만 그래도 가족 공동체의 상실로는 이어지지 않았어. 명 절날 모두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 고 있네. ⑤ 인물의 외모와 성격, 삶의 내력이 구체적으로 묘 사되 어 있어서 친근감이 들고, 그들에 대한 화자 의 그리 움과 애정을 느낄 수 있어.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내는 이제 얼굴빛이 참혹할 만큼 힘이 빠져 있었다. “그래 여자는 그럼 자기의 눈을 멀게 한 비정스런 아비 를 어떻게 말하던가?“ 몇 잔째 거푸 술잔을 비우고 난 사내가 이윽고 다시 조 용한 목소리로 여인에게 물어 왔다. “그 여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답니다.” 사내 앞에선 이제 더 이상 숨길 일이 없다는 듯 여인의 말투가 한결 고분고분해지고 있었다. “여자가 말한 일이 없더라고 평소에 아비를 대하는 거 동 같은 것을 보아 그 여자가 제 아비를 용서하고 있는 지 못하고 있는지는 맘속으로 짐작해 볼 수가 있었을 거 아닌가 말이네” 빈틈없이 파고드는 사내의 추궁에 여인은 거의 억지 짐 작을 꾸며대고 있는 식이었다. “행동거지로만 본다면야 말도 없고 원망도 없었으니 용 서를 한 것 같아 보였지요. 더구나 소리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까지도 그걸 외려 당연하고 장한 일처럼 여기고들 있었으니께요.” “그 목청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멀게 했을 거라는 얘기 말인가?” “목청도 목청이지만, 좋은 소리를 가꾸자면 소리를 지 니는 사람 가슴에다 말 못할 한을 심어 주어야 한다던가 요?” “그래서 그 한을 심어 주려고 아비가 자식 눈을 빼앗았 단 말인가?” “사람들 얘기들이 그랬었다오.” “아니지 -- 아닐 걸세.” 사내가 다시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고 있었다. “사람의 한이라는 것이 그렇게 심어 주려 해서 심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살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긴 긴 세월 동안 먼지처럼 쌓여 생기는 것이라네. 어떤 사 람들한테는 외려 사는 것이 바로 한을 쌓는 일이고 한을 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 되듯이 말이네······. 그보다도 고인한테 좀 미안한 말이지만, 노인은 아마 그 여자의 소 리보다 자식년이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해 두고 싶은 생각이 앞섰을지도 모르는 일일 거네.” 여인은 드디어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사내는 이 제 그 여인이 알아듣거나 말거나 아직도 한참이나 깊은 상념 속을 헤매듯이 아득하고 몽롱한 목소리로 혼잣말처 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여자가 제 아비를 용서한 것은 다 행한 일이었을지 모르는 노릇이지. 아비를 위해서도 그 렇고 그 여자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여자가 제 아비를 용서하지 못했다면 그건 바로 원한이지 소리를 위한 한은 될 수가 없었을 거 아닌가. 아비를 용서했길 래 그 여자에겐 비로소 한이 더욱 깊었을 것이고······.” 여인이 문득 다시 사내를 건너다 보았다. “손님께서는 아마 그렇게 믿어야 마음이 편해지는가보 군요.” 그리고 여인은 그제서야 사내가 안심이 된다는 듯 모처 럼 만에 웃음을 한 차례 보이고 나더니 이번에는 별로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스스럼없이 물어 왔다. “그래, 손님께서 이제 그 여자가 장님이 되어 버린 것을 아시고도 여전히 그 누이를 헤매 다니실 참인가요?” 여인의 그 갑작스런 발설에도 사내는 무얼 좀 새삼스럽 게 놀라워하는 기색 같은 것은 전혀 안 보였다. “그저 여망이 있다면 멀리서나마 그 여자 소리라도 한 번 만나게 되었으면 싶네만, 글쎄 언제 그런 날이 있을는 지······.” 지나가는 소리처럼 힘들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고 나 서는, 그녀가 불쑥 자신의 맘속을 짚어낸 것이 새삼스럽 게 크게 궁금해지기라도 한 듯 비로소 조금 생기가 돋아 오른 눈길로 여인 쪽을 그윽히 건너다 보았다. 하니까 이젠 여인 쪽에서도 벌써 사내의 그런 눈치를 알아차린 듯, 그러나 어딘가 지레 시치미를 떼고 있는 목 소리로 엉뚱스레 의뭉을 떨어 대고 있었다. “아마 그 여자 어렸을 때 소리 장단을 부축해 준 북채 잡이 오라비가 한 분 계셨더라는데, 제가 여태 그걸 말씀 드리지 않고 있더가요?” 7. 7) 위의 글을 읽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①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딸의 눈을 멀게 하였다. ② 딸은 아비의 행동을 용서하고 이를 소리로 승화 시켰 다. ③ 사내는 눈먼 여인을 만나고 싶어한다. ④ 주막집 여인은 사내와 눈먼 여인이 남매 사이임 을 모르고 있다. ⑤ 사내는 아비가 여자의 눈을 빼앗은 것은 여자를 그의 곁에 묶어 두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8. 8) 소설 ‘서편제’는 영화로 만들어져 작품성을 인정받 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소설 원작의 분 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에서, 이 작품을 영 화로 만들 때 고려했을 사항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시나리오 작업 - 인물의 대사뿐만 아니라 창이 들어 가는 부분의 화면과 스토리 전개를 고려해 야 할 것 이다. ② 배우 섭외 - 요즈음 관객의 성향을 고려하여 다 소 서구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창을 어 느 정도 할 줄 아는 배우여야 한다. ③ 촬영 장소 설정 - 소릿재 초가 주막을 잘 표현 해 줄 수 있는 곳으로 전통적이면서도 1950년대 의 분위기 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④ 음악 및 음향 - 작품에 나오는 판소리에 대한 고증과 연습이 필요하며, 배경음악으로 창을 넣 거나 작품 분 위기에 맞는 음악을 작곡, 편곡하여 삽입한다. ⑤ 촬영 기법 - 사내와 소리하는 여인의 대화 진행 에 따른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얼굴을 클 로즈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현재와 과 거를 오버랩하여 자 연스럽게 기억을 불러내는 느낌을 주어야 할 것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을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더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나)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 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 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중략)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다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이 부끄럽게 푸릅니다. (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부끄러운 고백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마)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9. 9) (가), (나)에 대한 감상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 은? ① 지원 - (가)에는 상실과 부재의 서술어로 떠나 가 버 린 것에 대한 시적 화자의 상실감이 표출 되고 있어. ② 제동 - (나)에는 시적 화자가 별을 바라보며 평 화로 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해. ③ 민준 - (가)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절망과 좌절감, 허무감이 감상적으로 드러나 있어. ④ 재석 - (나)에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과 무 관하게 별의 아름다움을 낭만적, 비유적으 로 표현하 고 있어. ⑤ 효리 - (나)에는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현 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나타나 있어. 10.10) (가)에 사용된 어미 “~아/어야 한다”에서 느껴지 는 시적 화자의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 한 것은? ① 당연히 해야 함을 나타낸다. ② 도덕적 의무 사항임을 나타낸다. ③ 현실을 체념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④ 현실에 대한 담담한 관조의 자세가 드러나 있다. ⑤ 현실 극복의 의지와 자세를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11.1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좌표, 방향을 잃은 현대의 모습 ② ㉡ - 자신에 대한 자부심, 자신감의 표현 ③ ㉢ - 감정 이입의 대상 ④ ㉣ - 희망․소생․부활의 시기, 광복의 날 ⑤ ㉤ - 자아 성찰의 매개체 12.12) (나)~(마)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공통된 정서로 알 맞은 것은? ① 동경 ② 외로움③ 기다림 ④ 그리움 ⑤ 부끄러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3-15) (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다) 텨…ㄹ썩, 텨…ㄹ썩, 턱, 쏴…아. ㅅ다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태산 갓흔 놉흔 뫼, 딥태 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은 무어야 오게 무어야. 나의 큰 힘이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ㅅ가디 하면서, ㅅ다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텨…ㄹ썩, 텨…ㄹ썩, 턱, 쏴…아. 내게는, 아모 것, 두려움 업서, 욕상에서, 마모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압헤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압헤는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라)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산마다 불탔을 겐 데 그래도 외로워서 슬퍼서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싹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 줄게 손때 수줍은 분홍 댕기 휘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마) 새도 짐승도 슬피 울고 산 바다마다 찡그림은 ㉤무궁화 핀 이 강산 이미 물 깊이 잠겼음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돌아보니 한 세상 배운 이 노릇하기 진정 어렵더라 13.13) (가)~(마)중 <보기>의 등장 인물 ‘그’의 삶의 현실 과 가장 유사한 현실 상황이 반영된 것은? <보 기> “고향에 가시니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습디까?” “반가워하는 사람이 다 뭐기오. 고향이 통 없어졌더마.” “그렇겠지요. 구 년 동안이면 퍽 변했겠지요.” “변하고 뭐고 간에 아무것도 없더마.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얼씬을 않더마.” “그러면 아주 폐농이 되었단 말씀이요?” “흥, 그렇구마. 무너지다 만 담만 즐비하게 남았드마. 우 리 살던 집도 터야 안 남았는기오.” 하고 그의 짜는 듯한 목은 높아졌다. <현진건의 ‘고향’에서>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14.14) ㉠~㉤ 중 함축적 의미가 나머지 넷과 대조적인 하 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15.15) (다)의 문학사적 의의와 한계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의의 -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시 ② 의의 - 창가에서 근대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형태 ③ 형식상 한계 - 각 연의 각 행이 동일한 리듬임 ④ 내용상 한계 - 계몽적인 성격이 강함 ⑤ 내용상 한계 - 관념이 정서로 승화되지 못함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6-19) (가)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 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 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해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 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나)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어지고, 별들 서 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의 형 아우 총총히 돌 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 와 꽃다발과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라)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 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마)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6.16) (가)~(마)에 대한 감상을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라)는 종교적인 힘에 의지하여 시련을 극복하고 자 한다. ② (나), (다)는 시적 화자의 의지와 소망을 명령형 어법 으로 드러내고 있다. ③ (다), (마)는 대립적인 의미의 시어를 사용하여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④ (다), (마)는 동일한 어구의 반복으로 운율감을 주고 의미를 강조한다. ⑤ (다), (마)는 부정적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로 현 실 참여적인 성격이 강하다. 17.17) ㉠과 동일한 발상과 표현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① 차가울수록 사무치는 정화(情火) ②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③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④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 물 흘 리오리다. 18.18)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꽃피는 아름다운 봄을 의미한다. ② ㉢ - “껍데기”와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었다. ③ ㉣ - 현실의 속박과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다. ④ ㉤ - 따뜻하고 온화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⑤ ㉥ - 사회적 약자로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9.19) ⓐ~ⓔ 중 함축적 의미가 나머지와 구별되는 하 나 는? ① ⓐ ② ⓑ ③ ⓒ ④ ⓓ ⑤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쇠뚝이 얘, 그 제밀할 놈들이 그래 구경에 미쳐설랑 의막 을 정해 달라고 그래. 그래, 네가 참 대 단히 옹색하겠다. 내가 그래 보마. (의막 정 하러 나간다고 장내를 여러 번 돌고 말뚝이 앞에 와서) 자, 의막을 정했다. 말뚝이 너 어떻게 정했느냐. 쇠뚝이 뺑뺑 돌린 말장을 박고 허리띠를 매고 문을 하늘 로 냈다. …(중략)… 말뚝이 그럼 그놈들이 들어가려면 물구나무를 서 들 어 가야겠구나. 쇠뚝이 영락없지. 말뚝이 그럼 돼지새끼 같구나. …(중략)… 쇠뚝이 (타령조에 맞추어 양반 일행 앞뒤를 돈다.) (샌 님을 보고는) 제길 양반의 자식인 줄 알았 더니 양반의 자식은커녕 잡종이구나. 두부 보 자기를 쓰구 화선(畵扇) 을 들구 도포를 입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게 화랭이 자식 이로구나. (서방님을 보고는) 관을 쓰기는 썼다마는 도포 입구 이 놈두 화선을 들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것두 화랭 이 자식이로구나. (도령님을 보고 는) 이 놈이 사당보를 뒤집어쓰구 전복을 입 구 전대띠를 매구 부채를 들어서 이 놈두 양 반의 자식은 맹물도 안 됐다. (말뚝이에게 와 서) 얘, 가 보니깐 그 놈들이 멀쩡한 화랭이 자식들이지 어디 양반의 자식들은 아니더라. 말뚝이 그래, 그럴 듯하다. 네가 그럴 듯하다마는 그 댁 이 간고(艱苦)허셔서 세물전에 가 의복을 세 를 내 얻어 입느라구 구색이 맞지 않아 그렇다. 쇠뚝이 옳아, 따는 그것도 그렇겠다마는 그 양반의 자식 들은 아니더라. (나) 개똥이 아버지, 그렇게 부화만 내지 마시구 내게 한 밑천 만들어 주. 나같이 바다에서 빌어먹던 놈 더러 농사를 지으라니 될 말이오. 여기서 이냥 놀기만 해두 갑갑해 죽겠는데. 국 서 이놈아, 네가 아무리 뱃놈이기로서니 애비가 바빠 서 이러는데 좀 거들어 주었다구 뼈다귀 가 뿌러질 게 뭐냐? 개똥이 -저 이것 봐요 아버지. 우리 집 소, 그만 팔아 서 주. 나 밑천해 가지고 항구에 가서 돈 많이 벌어가지구 올게. 일천오백 냥(30원)만 있으면 돼요. 국 서 원, 이 지각없는 자식놈의 소리 좀 들어보게. 이놈 아, 우리 소는 저래뵈도 딴데 있는 그런 너절한 소하고는 씨가 다르다. 너두 알지? 우 리 집 소의 아버지뻘 되는 소가, 그 소가 읍내 공진회에 나가서 도 장관 나리한테서 일등상 을 받았어. 정신 채려라! 일등상이야. 그런 내 력 있는 소를 함부로 팔어? 저 소가 그저 밭 이나 갈고 이 웃에 불려가서 품앗이나 들고 하 니까 그저 이놈이 업수 이 여겨서. 개똥이 아버지, 요즘 바닷가에 나가면 장사할 게 참 많아 요. 이 때가 바로 물땝니다. 국 서 너 따위 농사꾼의 자식놈이 대가리에다 기름 을 처바르고 게다가 양복까지 잡숫고 그래가 지구두 돈을 벌어? 당최 그런 생각일랑 염두 에두 두지 말고 소마굿 간이나 치워라. 그리고 성 녀석 만나거든 어서 타작마당 으로 오라구 그래. 개똥이 아버지, 그렇지만. 국 서 얼른, 이놈아! 시키는 대로 좀 고분고분히 해 라! (개똥이 하는 수 없는 듯이 집 뒤로 나간 다.) …(중략)… 말똥이 (부르퉁해져서 쓰고 있던 가마니를 심술스럽 게 뜯는다.) - 아무리 아버지가 그래두 뒷간에 서 개 부르드 키 그렇게 쉽게는 나를 못 불러 쓸 거야. 빌어먹을! 누가 일을 헌담! - 흥, 죽 쑤어서 개 좋은 일 시키게. 나는 싫 어. 막 죽 어두 일은 안 헐 테야. 20.20) (가)를 읽고 알 수 있는 사실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는 서민들의 일상 대화를 반영 하고 있다. ② 양반들을 위한 의막의 모습이 돼지우리와 비슷한 것 으로 보아 양반들을 돼지로 비하하고 있다. ③ 양반들의 복장이 그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우스꽝스 러운 것은 양반들을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다. ④ 조선 후기 양반 계층의 경제적 몰락이나 신분제 의 변동을 추측할 수 있다. ⑤ 말뚝이, 쇠뚝이는 조선 후기에 상업의 발달을 통 해 성장한 상인 계층이다. 12345678911111111112)))))))))01234567890)))))))))))③④④⑤②④④②④③②⑤④③①①⑤③⑤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