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원수와 적
철모모 나고파는 정말 성질이 불같이 급하여 당장 뛰쳐나갔던 것이다.
연능운도 나고파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알았다.
그는 금화마모에게 공수의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후배는 현음이귀와 혐의가 있으니 나가 보겠습니다."
하면서 한 가닥 연기처럼 신법을 발휘하여 급히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궐한향 제갈현이 일러주던 일이 생각났다.
과연 궐한향의 사도와 홍능녀 갈비경, 그리고 산주 모녀들도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나오게 되었다.
이에 앞서 나간 팽뇌는 평소 침착하고 기지가 있는 사람이다.
강적이 눈앞에 당도했음을 본 그는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십이 명의 고수들을 거느리고 채 밖으로 나간 팽뇌는 적당한 곳에서 적을 기다렸다.
이때,
절벽 아래에는 이십여 명의 일자형으로 쭉 늘어져 서 있었다.
더구나 현음이귀는 묘령파의 제자 한 사람과 나란히 서 있었는데 경멸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광경을 본 팽뇌의 눈에서 살기가 무섭게 번졌다.
그들 중 낙혼무사는 팽뇌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손가락질하면서 먼저 외쳤다.
"궐청성 늙은이는 어디로 갔느냐? 설마 집에 틀어박혀 있진 않을 텐데……"
절성사조 손무기도 덩달아 분노하면서 외쳤다.
"팽가 놈아, 어서 너희들 어른을 불러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본 조사가 강호의 예절도 무시하고 단번에 단혼재로 쳐들어 가겠다."
그들은 자기들 신분만 과시하면서 상대방을 멋대로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팽뇌는 일부러 현음이귀를 모르는 척하면서 손무기를 향해서 공수의 예를 취했다.
"본문에선 귀산과 평소 아무런 관련도 없소. 한데 이렇게 친히 왕림하신 이유는 뭣입니까? 우선 그 사유부터 말씀하시면 가사에게 전달하여 영접하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말은 진실에서 우러난 말이었으나, 절성사조 손무기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그는 무섭게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일전에 이미 본산의 용호령을 훔쳐 갔으며 또한 노부의 문인을 암산하고 절성궁에 불까지 질렀는데 그런 말을 하느냐?"
하더니 더욱 무서운 음성으로 외쳤다.
"너희들의 죄가 무거운데 본 조사가 그대로 둘 줄 아느냐? 이 짐승처럼 미련한 것들아."
그는 무슨 증거가 있었는지 그 사건들을 모두 묘령파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었다.
팽뇌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악혼무사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귀하는 또 무슨 오해가 있어서 오셨소?"
그러자 귀곡자 마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빨리 너의 주인에게 보고해라. 노부는 활당산 귀곡자 마강이다. 내가 온 이유는 연가란 어린 녀석이 본문의 보물인 태음신검을 훔쳐 도망친 후 너희들 묘령에 숨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니 더욱 생기에 찬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왔다. 그리고 너희들 궐가 늙은이가 딸을 단속하지 못하여 현음제자 금광량을 죽였기 때문에 그 대가를 받으려고 오늘 노부가 왔다. 알겠느냐?"
이 노마두는 과연 도깨비와 같이 연능운에게 태음신검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마침 철모모 나고파가 유성처럼 달려오더니 대뜸 화난 소리를 질렀다.
"낙혼애의 늙은 녀석아, 함부로 날뛰지 마라. 이곳엔 무산 나고파가 와 있다."
그녀는 말을 끝내자 번개같이 절벽에서 날아 내렸다.
팽뇌는 그의 행동을 만류할 기회가 없었다.
철모모 나고파의 경공은 절정에 달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은 평소에도 얕잡아 보지 못했다.
그녀의 성질이 불같이 급할 뿐만 아니라 무공도 대단했기 때문에 무림 고수들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한데 오늘 묘령에 그녀가 나타났기 때문에 상대방은 내심 놀라면서 경계했던 것이다.
귀곡자 마강이 웃음을 터뜨린 다음 나고파에게 말했다.
"원래 남들이 칭하는 철모모로써 무산의 주인이란 것을 알겠소. 정말 이렇게 만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소."
이어 작은 눈을 깜빡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엇을 급히 생각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는 이번에 궐천성 늙은이를 찾으러 온 거요. 한데 우리완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인데 시비를 벌일 필요가 있겠소?"
그의 뜻은 무산파와는 화기를 손상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고파는 철괴를 들면서 냉소를 쳤다.
"흥, 화기를 손상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
다시 귀곡자 마강을 향하여 사나운 어조로 외쳤다.
"마가야, 너희들은 듣지도 못했을 거다. 이 연소협이 노신과 어떤 사이인지 아느냐? 너희들은 본문의 철목령을 무시하고 금릉에서 멋대로 독수를 썼더냐?"
현음이귀는 내심 놀라며 생각해 보았다.
'연가 녀석이 어찌하여 강호 각처마다 모든 사람들이 찬사를 하는지 모르겠군. 저 늙은 사괴물에게까지 저러는지 모르겠군.'
귀곡자 마강은 작은 머리를 약간 흔들면서 음흉스럽게 웃다가 그에게 반문했다.
"나노파, 분명히 말하시오, 저 연가 녀석이 무산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말하시오!"
이 늙은 마두의 그런 태도는 연능운의 밑바닥을 슬쩍 탐색한 다음 따지려는 계산이리라.
팽뇌가 언덕 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명랑하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그건 내가 대신 말하겠소, 연소협은 바로 무산과 본문의 사위가 될 사람이며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당신들을 찾아서 이전에 진 빚을 보상받으려고 함이었소."
나고파는 성난 음성으로 귀곡자 마강에게 외쳤다.
"마가 노적아, 잘 들었으면 어서 병기를 뽑아라."
하더니 직접 철괴를 휘둘렀다.
"창!"
푸른 광망이 쭉 뻗으면서 세찬 파공성이 귓전을 때렸다.
동시에 그는 지천획지의 신묘한 초식을 펼치면서 쏜살같이 귀곡자를 덮쳐 갔다.
그런 신법은 과연 강맹 무비하여 관전하는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게 했으며 위력이 대단했다.
그녀의 철괴에는 심오하고 신비한 위력이 실려 있었다.
귀곡자 마강은 그녀의 명성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얕잡아 보지 않았다.
그는 사납게 웃으면서 외쳤다.
"좋소!"
그는 괴이한 병기인 자모 낙혼환을 꺼내더니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편광이 쭉 시선을 그으면서 반격을 가했으며 그의 위력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과연 이 늙은 마두는 이름 그대로 수법이 악랄하고 초식이 신기하여 한 가닥 싸늘한 기운이 몰아쳤다.
순간 구경하던 사람들은 가슴이 써늘함을 느끼면서 내심 놀랐다.
그러나 강맹한 적과 기인 고수들과 싸운 경험이 많은 나고파 그녀는 매우 침착했다.
그녀는 공력까지 심후하여 즉시 횡소천군의 신기한 초식을 전개하면서 옆으로 피했다.
아울러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무산의 독문 절학인 삼십육로 풍마괴를 사납게 휘둘렀다.
다시 무서운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일진 일퇴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고수와 고수의 대결, 과연 처음부터 살기가 풍기는 싸움이었으며 모두가 기묘한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각기 상대방이 공격할 때에는 급히 피했다가 즉시 사나운 기세로 반격을 가한곤 했다.
괴영과 한영이 서로 엇갈리면서 우뢰와 같은 폭음이 들렸고 두 사람은 교묘한 신법으로 움직였다.
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그들이 움직일 때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때 강한 돌풍이 몰아치며 돌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들 두 사람의 무기에는 본래 장단점이 있었다.
철괴는 먼 거리에서 싸우기에 유리했고 낙혼환은 그와 반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하기가 편리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여 보는 사람들의 눈을 혼란하게 했다.
그중에도 철괴에서는 풍운이 일었고 나무가 흔들리고 허공에는 화영으로 가득했다.
맹수들의 싸움은 과연 보통이 아니어서 주위 십여 장 내에는 얼씬도 못했다.
"휘익!"
하는 강맹한 바람 소리와 사나운 고함 소리, 그리고 사람의 가슴을 서늘케 하는 살풍경이 퍼졌다.
절벽 위와 아래에서 관전하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결과만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에 두 사람은 사오십여 합을 어울렸다.
본래 나고파의 동작은 마치 사나운 호랑이와 같아 그 날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의외에도 귀곡자가 초식을 변화시키며 반격했다.
쌍환을 휘두르며 접근하더니 괴성을 지르며 나고파의 정면에서 공격을 계속했다.
"얏!"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할 정도로 무서웠다.
그는 전후 좌우로 잽싸게 돌면서 나고파의 반격에 대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듭되는 공방전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이때,
철모모 나고파의 초식이 산란해졌고 신형이 둔하게 변하여 열세에 몰린 것 같이 보였다.
다시 말해서 귀곡자의 괴상한 무기의 위력이 대단했다.
사람의 혼을 없애 버린다는 낙혼환은 과연 신비한 마력을 지녀서 계속 나고파의 정면에서 극성을 부렸다.
전세가 이렇게 되었지만 나고파의 신묘한 초식도 대단하여 누가 누구에게 승산이 있을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므로 뒤따라 왔다가 잠시 절벽 저쪽에서 관전하던 연능운이 돌연 몸올 날려 가까이 와서 섰다.
그는 태음신검을 치켜 들고 사납게 외쳤다.
"마강 노적은 꼼짝 마라! 나 연능운이 왔다."
동시에 몸과 신검이 일체가 되어 마치 파란 무지개처럼 공중을 가르면서 급강하하였다.
신검을 쭉 앞으로 뻗은 채 번개같이 내리 치닫는 그의 모습은 과연 유령같이 보였다.
그는 아래로 내려서더니 즉시 기이한 초식을 전개하면서 곧장 마강을 덮쳤다.
실은 관전하는 사람의 눈에는 그의 신형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푸른 광선만이 보였다.
번개같이 빨랐기 때문에 그들이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수법은 강호에서 처음 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관전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경탄을 하는 표정이었다.
노마두 마강은 그런 광경을 보자 황급히 나고파를 버리고 몸을 피해 물러섰다.
이와 동시에 궐한향 모녀도 뒤를 따라 장내로 날아 내렸다.
금화마모는 연능운을 향하여 외쳤다.
"연소협, 잠깐 멈춰라! 모든 일은 소신이 감당하겠다. 소신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곳 운무산에 와서 날뛰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어 현음이귀를 향하여 냉소를 날렸다.
"나는 어떤 놈이 감히 담도 크게 본문에 와서 소란을 피우나 했더니 바로 두 노귀들이었군."
그는 손에 구장을 들고 엄숙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노신이 당신들을 직접 찾아 이전에 소녀가 난혼에서 당한 모욕을 씻으려던 참이었다."
연능운은 이곳 주인인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뒤로 물러나 분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러자 무의식 중에 궐한향 모녀들과 나란히 서 있게 되었다.
궐한향은 자기 어머니를 한 번 본 다음 야릇한 시선으로 연능운에게 말을 했다.
"조금 전에 소매가 낙혼애 사람들과 결탁하여 연소협을 모략한 줄 알고 오해하셨지만 이제는 충분히 아셨을 거예요."
과연 연능운도 그녀의 그런 말에 모든 것이 진정임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조금 전 경솔했던 행동을 생각하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연능운은 미안한 생각에서 미소를 지으며 궐한향을 바라보았다.
한데 궐한향 그녀는 연능운이 자기를 보면서 미소를 짓자 내심 매우 기뻐하면서 큰 영광이라도 찾이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마강을 가리키며 금화마모에게 말했다.
"어머님, 금릉에서 연소협을 암산한 놈은 바로 저 노귀예요. 우리가 오늘 노귀를 그냥 보내선 절대로 안돼요."
나고파도 금화마모의 말을 듣다가 마강을 손가락질하면서 부르짖었다.
"노적 마가야, 너는 요법을 써서 남을 암살하려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노신과 실력으로 대결하여 결판을 내야 될 게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연능운의 수중에 있는 긴 검만 보일뿐이다.
태음신검, 천하 명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현음이귀들의 시선이 괴이하게 빛났던 것이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음신검을 탈취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잠시 후.
낙혼우가 금화마모와 나고파를 무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든 오늘 우리도 연가 녀석을 사로잡아 본산으로 돌아가 뼈를 갈아 마셔야만 한이 풀리겠다."
전날 옥경산에서 여자로 가장하고 나타났던 사람이 바로 연능운이란 것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절성사조 손무기가 금화마모에게 외쳤다.
"노부가 이왕 묘령에 왔으니 당신들이 어떻게 해결을 짖겠는지 한 번 말해 보시오."
이때 그의 뒤에는 이십여 명에 가까운 고수들이 성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었다.
원래 금정산 일파는 각기 나름대로 강호에서 날뛰다가 드디어 발붙일 곳도 없게 되었으니 그들인들 어찌 이를 갈면서 분개하지 않겠는가.
금화마모는 힐끗 쳐다보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본문에서는 강호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를 원했어요. 그러나 손관주가 이미 본문까지 찾아와 도전하고 있어요."
그녀는 더욱 무서운 눈초리로 주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쌍방이 서로 실력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손무기가 대꾸했다.
"좋소."
연능운은 손무기의 광언을 듣자 즉시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즉시 앞으로 나서며 그들에게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노적들이 입은 아직 살았군. 오늘 난 너희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
말하면서 수중의 신검으로 허공을 향하여 후려쳤다.
"팍!"
날카로운 검풍이 세차게 들리면서 차가운 검광이 사방으로 뻗었다.
순간.
산봉우리 위에서 누군가가 명랑한 음성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우리 조사님의 명령이오. 연소협은 즉시 법대로 집행하여 본문의 마강과 배원 두 제자를 놓치지 마시오."
이 말은 신기묘산 제갈현이 지어낸 심리적인 공세인 것이다.
물론 마강과 배원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무형 중에 내포된 위력에 의하여 흠칫 놀랐다.
연능운이 검미를 꿈틀거리면서 위엄 있게 외쳤다.
"개 같은 노적들이 끝내 목숨을 내놓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는 거냐?"
마강과 배원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즉시 몸을 날려 속공을 가했다.
그들도 역시 괴이한 수법으로 쌍장을 맹렬히 움직였다.
네 개의 손바닥에서 백여 가닥 장염이 뻗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게 했다.
좌측으로 공격한 마강은 연능운에게 당장 치명상을 입힐 속셈이었고 우측에 있던 배원은 신검을 빼앗으려는 협공 작전이었다.
두 사람의 수법을 본다면 상대방을 단숨에 처치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무림에서 제일 악독한 마두로서 악독한 수법과 사나운 위력은 대단했다.
쌍방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으며 궐한향 모녀가 손무기와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강과 배원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믿고 행동했다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연능운은 연전 금릉에서 대했던 실력이 아니란 것을 모를 것이다.
그들이 지금의 연능운이 금릉에서 보았던 약세의 연능운이라고 생각했으니 큰 오산이었다.
연능운은 그들의 공세를 보자 즉시 신비한 육종잠보를 펼쳐 귀곡자 마강의 공격권에서 귀신같이 피해 버렸다.
이어 푸른 광망이 하늘을 덮으며 사나운 검풍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런 광경을 본 손무기는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고 급히 피했다.
이때 궐한향도 행여 연능운이 다칠세라 걱정한 나머지 철비파를 들고 장중으로 가담했다.
그녀의 동작도 빨랐기 때문에 모두가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관전하던 사람은 쌍방이 한 번씩 공격하고 물러서는 것만 보았을 뿐 어떻게 대적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공포에 떨면서 결과를 기다려 가슴을 조이고 있었다.
범정산 수하들은 더욱 불안해하면서 안색까지 변했다.
절벽 위에서 관전하던 팽뇌는 싸우는 광경을 보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연소협, 정말 훌륭하오. 검을 한 번 휘둘러 두 노귀의 간담을 서늘케 했으니 정말 초식이 신비하군."
이어 마강과 배원을 향하여 비웃었다.
"낙혼암에선 그렇게 위세가 당당하더니 오늘은 나이 어린 소년에게 쩔쩔매고 있으니 아마 관 속으로 들어갈 모양이군."
연능운도 뒤로 물러서더니 신검을 치켜 든 채 마강과 배원을 향하여 사납게 외쳤다.
"더 이상 건방지게 날뛰면 한시라도 빨리 죽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궐한향이 나서면서 외쳤다.
"그 미친 금광량은 내가 죽였소. 한데 두 노귀는 나에게 어찌할 셈인가요?"
원래 활창산 오귀들은 유명한 마두들이었는데 오늘은 왜 이처럼 기가 죽었단 말인가?
물론 그들의 공력도 대단하지만 오늘 이처럼 선수를 빼앗긴 것은 상대방을 너무 가볍게 보았으며 또 신검의 위력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