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광인도장(狂人道場)
군옥산(君玉山) 기슭, 인간금지(人間禁地)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광인도장(狂人道場).
백 묘(畝)의 면적에 달하는 산채(山寨)인데, 그 안에 어떠한 건물
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안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소문난 바 많았다.
광인삼법(狂人三法).
광인도장에 기거하는 자는 세 가지 법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첫째, 어느 분야에서건 죄인(罪人)이어야 한다.
그 죄는 클수록, 씻어질 수 없는 죄일수록 가치가 있다.
둘째, 한 가지 재간이 남들보다 탁월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금기(禁忌)로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셋째, 들어가는 것은 자유이나 나오는 것은 관주(觀主)의 명에 따
라야 한다.
광인삼법은 바로 광인도장의 초석(礎石)이었다.
광인도장은 그 세 가지 법으로 인해 일 년에 천 명씩의 강호악적
(江湖惡賊)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광인도장은 외부에서 활약하는 바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날이 갈수록 커져서 이제는 색향림(色香林)이나 마마찰(魔魔刹)은
항상 광인도장 아래로 여겨졌다.
그 안에는 구광(九狂)이 있다고 했다.
무검제일검(無劍第一劍).
그는 검광(劍狂)이다. 검도(劍道)를 터득하다가 발광(發狂)한 자.
그는 제 손으로 제 자식들을 다 죽였고, 그 다음 자신의 두 팔을
잘랐다.
- 혈연(血緣)을 끊은 이유는 검도(劍道)에 완전 몰입하기 위함이
고, 나의 두 팔을 자른 이유는 초식(招式)에 연연하지 않기 위함
이다.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고금무림계(古今武林界)에 유래가 있는 강
검( 劍)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것은 토기성검강(吐氣成劍 )… 이강제적(以 制敵)의 무서운
살인수법이었다. 결점이라고 하면 내력의 소모가 너무도 크다는
것이었다.
무도제일도(無刀第一刀).
그는 도광(刀狂)이고, 내력이 무검제일검과 흡사했다.
그는 본시 무검제일검에게 사부를 잃은 사람이었다.
그는 살사지수(殺師之讐)인 검광을 잡아 죽이기 위해 강호로 나왔
다가 그만 무검제일검의 도(道)에 매혹당하게 되었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의 두 팔을 잘랐다. 그리고 무검제일검을 따라
광인도장에 들었다.
그것은 이십 년 전, 광인도장이 현판(懸板)을 달던 때의 일이었
다.
주광(酒狂) 호로주옹(葫蘆酒翁).
그는 큰 호로 속에 산다. 호로에는 항상 술이 담겨 있다.
그는 호로 안에 세상에서 가장 독한 술을 가득 부어 놓고 그것을
마시며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그를 무시할 사람은 없다. 그가 쏘아 내는 주전(酒箭)이
이백 장(丈) 밖을 폭사되어 나가 천 관 거석(巨石)을 깨뜨리는 것
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색광(色狂) 상침색정랑(常寢色情娘).
그는 바퀴가 달린 침상에 누워 산 지 벌써 이십칠 년째가 되는 사
람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답던 여인, 무림일미(武林一美) 비연선자(飛燕仙子)
당치(唐治)!
그녀는 십칠 세 때 초야(初夜)를 바로 앞에 두고 산에 목욕을 하
러 갔었다.
그 날 그녀는 우연히 색혼광정초(色魂狂情草)를 캐어 먹게 되었
고, 그것은 그녀의 일생을 괴이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초야 때 그녀는 신랑(新郞)을 밤새 내내 들볶아 결국 말라 죽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그녀는 장원(莊院)의 건장한 하인 열다섯
을 동시에 고사(枯死)시켰다.
그녀는 색정(色情)을 무조건 빨아들이는 여인이었다. 하루라도 사
내 없이는 살지 못하는 여인이고, 그 덕에 천하대공적(天下大公
敵)이 되어 쫓기다가 광인도장을 찾은 여인이었다.
나이 벌써 사십 이상이나, 겉보기에는 항상 소녀(少女)이다. 채양
보음술(採陽補陰術)이 이미 신(神)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었
다.
독광(毒狂) 천외광독마(天外狂毒魔).
그는 독만을 식량으로 삼고 산다.
한때는 고루마의( 賜魔醫)와 더불어 강호쌍독(江湖雙毒)이라 불
린 바 있던 괴인이었다.
의광(衣狂) 금채파파(金彩婆婆).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걸치고 사는 노인이었는 바, 그녀는
강호제일추(江湖第一醜)이기도 했다.
옷은 그녀의 열등감을 감추는 수단이었으나, 그 경지에 점점 심오
해진 나머지 그녀는 의선(衣仙)이라 불릴 정도가 된 것이다.
그녀는 천잠(天蠶) 천 마리를 기르는 강호의 유일한 직녀(織女)이
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천잠을 남이 기르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어 천잠
을 기르는 기인이사(奇人異士)만을 골라 살해한 결과, 공적이 된
여인이기도 했다.
광불(狂佛) 군림마불(君臨魔佛).
그는 소림사(少林寺)의 파계제자(破戒弟子)였다.
남에게 파계당했다기보다 자신이 자신을 버렸다고 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무공은 소림사 출신의 어느 고승보다도 고강했다.
과거, 그는 소림의 한 사람과 싸움을 한 바 있었다.
그는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심취한 광불을 타이르기 위해 싸움을
자청했었다.
당시만 해도 광불은 고수로 평가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단 한 번
의 싸움은 그를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도전자를 삼 주
야(晝夜) 결투 만에 반 초(招) 차로 패배시켜 버린 것이다.
패한 사람은 그 날부터 소림의 사람이라는 말을 남에게 하지 않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