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30505) 강춘근 목사(한국교회) <5월 가정의 달! 가족의 변화를 생각한다.>
초록 잎이 풋풋한 향기를 내며 어디를 눈을 돌려도 싱그러운 푸른 자연이 물결치는 신록의 계절 5월이다. 사람마다 5월이 갖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가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으로 생각한다. 근로자들에게 깨알 같은 숨통에서 작은 행복을 주는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날(5일)’, 늘 퍼주시기만 하는 부모들도 이날만큼은 자식들에게 작은 기대를 하는 ‘어버이날(8일)’,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사랑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입양의 날’(11일)과 함께 예전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자들이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스승의날(15일)’, 만 19세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년의날(20일)’, 부부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만든 ‘부부의날’(21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며 가정의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family가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면 가족의 소중함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을 무렵만 되면 미디어를 채우는 것은 온통 정상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된다. 우리 사회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나 소수자들의 가족에 대해서는 잘 가시화되지 않는다. 기존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이벤트보다, 가족의 형태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친밀한 삶의 울타리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정상은 더 이상 결혼과 4인 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 보편적 가구가 되었고, 한부모 가족의 비율도 7%를 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0%를 넘어섰다. 이런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1인 가구나 비혼 동거가구 등 다양화하는 가족 형태를 고려하여 제도 개선이 필요해지고 있다.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 2022)에서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고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 형태만 갖추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정상화’로 이해된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정상적으로 추구하다가 정상가족을 이루기가 힘들어져 버린 특이한 나라가 되었다. 가족이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는 주로 결혼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 위주로 육아정책이 이뤄어져 왔다면 이제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다채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만 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싱글맘(single mom), 싱글대디(single daddy)도 혼자서 충분히 아이를 잘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혈연과 법률로 맺어진 가족 틀, 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고 있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여성가족부·2021년)에 따르면 1인 가구를 포함해서 가족 범위를 혼인과 혈연을 넘어 사실혼·비혼·동거까지 확장하자는 응답이 62.4%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법은 이 구성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의 경우 혈연관계도 아니고 혼인을 전제로 하지 않는 비혼 1인 가구가 주거를 함께 한다면 이도 가족으로 인정해주자고 한다.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고 자발적으로 친밀한 연대를 구성하는 행위도 가족 관계로 보자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나서 정상, 비정상, 가족 해체다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국가적 책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며,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적 장치를 혼인계약으로만 가두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가족이 사라질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가족을 단순히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열린공동체 필요성이 시급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