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스케치와 현지도착
탑승 시각이 저녁 8시다. 겨울옷으로 단단히 채비를 한다. 목도리와 장갑까지, 음력으로 섣달그믐이 내일 모레니 떠나는 날 이름값을 하느라 눈발이 펄펄 날린다. 집 가까운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한다.
인천공항 끝에 자리 한 대한항공에서 미비 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곧 바로 출국절차를 밟는다. 후르르 면세점을 둘러본다. 창밖에는 시야마다 북극처럼 흰 눈이 쌓였고 항공기 동체도 흰 차일을 씌운 듯 눈사태다. 이륙하기 전 더운 물 소나기를 쏘아 올리고 있다. 승객을 가득 싣고 김이 풀풀 오르는 더운물로 동체가 샤워를 한다. 눈의 무게를 들어내고서야 이륙할 것이라는 기내방송이 들린다. 하기는 눈옷을 한 겹 더 입고 어찌 새처럼 가볍게 날까.
여행지 하와이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다섯 시간 시차가 적용되고 아니면 열아홉 시간을 더해야 한다. 호놀룰루공항에 도착하면 낮 시간대, 기내에서 눈을 붙여야한다. 담요를 덮고 목 베개를 받치고 눈을 감는다. 잠깐 졸은 느낌인데 쇠고기와 빵 그리고 비빔밥이 제법 구색을 갖춰 나온다. 세 가지 식단 중 내가 지정한 기내식을 옮겨본다. 미역국과 찹쌀떡 두개 고추장과 참기름 호박과 버섯나물 무 생체가 비빔밥 재료다.
좌석에 붙은 모니터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다시 잠깐 눈을 감는다. 그런데 어느 사이 조식이다. 시계를 보니 우리시간으로 밤 3시, 하와이 현지 시각으로 아침 8시다. 녹차 죽과 오무라이스 수박과 레몬 한 조각 그리고 작은 크기의 약밥 한 덩어리가 내가 택한 메뉴다. 쪽창으로 일출이 보인다. 머리에 깃을 꽂은 단정한 여승무원의 연두색 상의도 함박눈 내리던 추운 인천공항에서는 서늘해 추워 보이더니 여기 호놀룰루공항에 도착하니 일출과 맞물려 한결 산뜻하다.
기류가 기체 꼬리 쪽에서 밀어서인지 예정시간보다 조금 빠른 착륙이다. 이륙한지 여덟 시간쯤, 벌써 호놀룰루공항이다. 인천공항에서 덜덜 떨며 입고 온 패딩 잠바가 여기서는 어색하다. 공항 주변은 꽃이 만개하고 사람들은 티와 반바지차림이다. 낯선 호놀룰루공항이건만 태극마크도 선명한 우리항공기를 타고 온지라 수월하게 입국수속을 끝내고 화장실 한쪽에서 미리 준비해 온 여름옷으로 갈아입는다.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낀다.
한 팀으로 나설 사람들을 현지가이드를 통해서 만난다. 여덟 명이 한 조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미니카에 올라 태평양지역 국립묘지 펀치볼로 간다. 현지에서 첫 코스가 국립묘지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잠든 곳으로 ‘휴식의 언덕’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무덤은 장교와 사병의 구분이 없다는 여기, 잘 가꾼 나무와 숲이 청청하다. 무덤이 지면보다 약간 낮은 것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