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의 최신 연출작으로, 1910년에서 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수년간 일어난 실화를 다룬다. 이른바 '오세이지 인디언 살인 사건'이라 불린 사실에 근거해 제작된 영화는 그러나 대체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상의 고향에서 먼지가 많고 척박한 오클라호마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한 오세이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그들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졸지에 부자가 된다. 당시 백인들은 '정해진 운명'이라는 개념과 '붉은 피부색'의 오세이지 부족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했고, 그러한 그들이 부자가 되어 평화롭게 사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백인들은 스스로 석유를 장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꾸민 가장 사악한 음모는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남작 윌리엄 킹 헤일(William King Hale)과 그의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Ernest Burkhart), 바이런 버크하트(Byron Burkhart)가 교활하게 오세이지 원로들의 신뢰를 얻고 가장 부유한 가문의 여성들을 유혹하여 결혼시킨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을 살해해 결국 광구권을 백인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영화에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가 헤일 역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 Caprio)가 어니스트 역을, 릴리 글래드스톤(Lily Gladstone)이 어니스트의 인디언 아내 밀리 역을 맡았으며, 존 리스고(John Lithgow), 브렌단 프레이저(Brendan Fraser)가 조연으로, 제시 플레몬스(Jesse Plemons)가 범죄 해결을 위해 파견된 FBI 요원으로, 현재 오세이지 부족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조상 역으로 출연했다.
<플라워 킬링 문>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비열한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문화 충돌,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백인 이민 침략자들에 의해 고의적이고 가학적이며 조직적으로 학대당한 방식에 대한 더 큰 이야기의 축소판이다. 사랑과 가족, 탐욕과 탐욕,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에 관한 영화로 스코세이지 감독 특유의 우미(優美)하고 시적이며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스타일로 촬영되었다. 세 시간 반여의 상영시간이 드니로, 디캐프리오, 글래드스톤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만으로 꽉 찬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택시 드라이버>,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등과 같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화들에는 대부분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와 재즈 스코어가 사용되었으며, 버나드 허만(Bernard Hermann), 엘머 번스타인(Elmer Bernstein),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등 거장이라 불린 영화음악가들이 그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영화에는 그러나 전혀 다른 영화도 상당수 있으며, <성난 황소>(Raging Bull), <좋은 친구들>(Goodfellas), <카지노>(Casino)와 같은 영화에는 클래식 음악이나 현대의 대중음악이 사운드트랙에 사용되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또한 <라스트 왈츠>(The Last Waltz), <조지 해리슨: 물질세계의 삶>(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노 디레견 홈: 밥 딜런>(No Direction Home: Bob Dylan),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와 같이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오랜 지인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에게 도움을 청했고, 1980년 <성난 황소>, 1982년 <킹 오브 코미디>(The King of Comedy), 1986년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 2019년 <아이리시맨>(Irishman)에서와 같이 로비에게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고, 선곡하고, 때로 필요한 경우 악곡을 작곡하도록 했다.
로비 로버트슨은 알다시피 그룹 더 밴드(The Band)의 작곡과 기타 연주자로 활약한 미국 정통 포크 록 음악가 중 한 명이며, 스코세이지의 1973년 영화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를 보고 호감을 느낀 로버트슨이 1978년 밴드의 콘서트 기록 영화 <더 라스트 왈츠>의 감독으로 스코세이지를 낙점하면서, 둘의 우정은 계속 이어졌다. <성난 황소>를 첫 작품으로 40여 년간 몇몇 영화에서 의기투합했지만, 자신의 영화에 음악을 전적으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플라워 킬링 문>이 최초. 2023년 8월 안타깝게도 별세해 최초이자 최후가 되어버린 유작에서 그는 최상의 영화 음악을 남기고 떠났다.
<플라워 킬링 문>의 음악은 우선,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통적인 악보 음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음악이 등장하더라도 심장 박동 소리나 우울한 기타 연주로 시각적인 면을 보조하거나,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처한 상황에 반응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슨의 음악은 시대적 배경 음악과 수많은 정통 오세이지 성가와 함께 경쟁적 구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실 서사적인 측면에서 음악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으며, 대신 긴 침묵과 분노와 슬픔의 폭발의 폭발과 그 틈새를 조용히 메우는 분위기와 질감에 관한 기재로 작동한다.
영화의 도입부, 오세이지 부족이 땅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땅에서 치솟아 쏟아지는 검은 비를 맞으며 기뻐 날뛰고 갑부가 되어 백인 귀족과 같은 호사를 누리는 장면이 몽타주처럼 펼쳐질 때만 예외적이다. 이 몽타주는 오클라호마에 도착한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보호구역을 지나 삼촌의 목장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후 오세이지의 운명은 기름이 아닌 피로 물든다.
전기 기타와 베이스 기타, 플루트, 전통 목관악기, 다양한 타악기를 주도적 악기로 편성해 리듬 중심으로 전개한 오프닝 사운드트랙은 1910년대가 시대적 배경인 극의 무대와는 엄밀히 괴리감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아메리카나 록/블루스/부족의 음악적 조합은 맥락상 매우 효과적이며 그 자체로 압권이다. 여기에서 로버트슨은 대체로 영화의 본질적 개념과 감정적 요소에 집중해 장면의 전개에 조응하거나 보조적으로 강조하는 식으로 작동하게 음악을 악보에 썼고,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를 통합해냈지만, 오프닝 시퀀스를 위해 쓴 지시 곡은 특별히 매우 강한 음악을 요구한 감독의 의향에 따라 예외적으로 전통적인 영화 음악 작업방식을 따랐다.
감독은 작곡가에게 "코요테처럼 울부짖는 기타와 볼레로 같은 리듬이 중심에서 춤추듯 동작하는 등장인물들을 관통하게 하는 한편, "위험하고 육감적이며 섹시한" 곡조의 음악을 요구했다. 로버트슨은 자신에게 친숙한 아메리카나의 영향을 받은 컨트리 록과 블루스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보컬, 목관악기, 타악기를 혼합한 곡으로 이에 화답했다.
로버트슨은 여러 면에서 이 영화의 악보에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담아냈다. 그는 부분적으로 모호크 부족 출신의 아메리카 원주민이었고, 어머니는 토론토 근처의 캐나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자랐다. 여기서 그의 음악은 곧 자기의 뿌리 찾기이자 진심의 표출인 것이다. 로버트슨은 고인이 되기 직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릴 적 식스 네이션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들었던 음악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사진을 모으고 있었다. 친척들이 모두 악기를 들고 둘러앉아 한 사람이 리듬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멜로디를 따라 부르곤 했는데, 그 음악이 잊히지 않았어요. 옆에서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음악의 느낌, 그 그루브와 느낌이 제 피부에 와 닿았고 영원히 기억에 남았죠." 그는 악보의 음악에 대해서는 또 "기타를 주축으로 다양한 악기로 변주한 오케스트라를 구현해내고 싶었다"고하면서 "오케스트라를 계속해서 구축했다가 해체하고, 음악에 담긴 혼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드니로의 킹 헤일의 사주받아 악행을 저지르기 전까지 어니스트 버크하트의 삶에서 마지막 평온의 순간을 보여주는 동안, 서정적이고 가족적이며 낙관적인 기타와 하모니카 합주로 시작되는 ‘My land...My land‘(여기가 누구 땅이지 라고 버크하트가 묻자 인디언 기사가 한 응답)는 다른 몇몇 지시 곡들과 함께 주목할 만하다. ’이 지시 곡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버크하트가 광활한 대지를 가로질러 집에 도착해 헤일과 포옹과 인사를 하는 장면까지 계속된다. Heartbeat theme/Ni-U-Kon-Ska’는 볼레로와 같이 끊임없는 쿵쾅거리는 비트를 소개하며, 한 맺힌 블루스 하모니카, 해먼드 오르간, 숨 막히는 부족 목관악기의 멋진 조합으로 장식되어 현대와 고대의 음악적 충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예쁜 기타로 시작하여 바이올린으로 바뀌고 경쾌한 부족 타악기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사랑스러운 테마가 특징인 ‘The wedding’은 또한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로맨틱한 화음이 매력적이다.
반면 ‘Reign of terror’는 ‘My Land...My Land’에서 들었던 기타 테마를 변주한 곡으로, 오케스트라의 저음 목관악과 하트비트 테마를 사용하여 잔인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며, 버크하트의 인생이 그늘진 여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Insullin train’은 블루스와 재즈, 포크에 반복적인 록 퍼커션, 그리고 헐떡이는 보컬이 더해져 도시로 약을 실어 나르는 증기 기관차의 소리와 단순히 'Wasting sickness(소모병)'으로 치부되는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여성들의 거친 호흡을 모방하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
악보의 나머지 부분에는 기타 하모닉스, 무언의 보컬, 베이스 기타 리프, 거칠게 우짖는 하모니카, 신음하는 듯한 현악기, 그리고 하트비트 테마에 대한 암시가 더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질감은 수많은 오세이지 여성에게 닥친 폭력적인 운명, 헤일과 그의 동료들이 꾸민 사악한 음모, 공동체 전체에 울려 퍼지는 죽음에 대한 고뇌에 찬 반응 등, 이야기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지시 곡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털사 대학살 뉴스릴'의 울부짖는 기타 소리와 침울하고 극적인 첼로의 질감, 그리고 특이한 엠보싱과 일종의 원형 호흡처럼 보이는 인상적인 하모니카 음질을 흥미롭게 활용한 '셰임 온 어스'의 복잡한 부족 타악기 패턴과 인상적인 하모니카가 .
마지막 큐인 ‘구원 아다지오’는 애절한 기타, 느리고 침울한 솔로 트럼펫, 블루지한 기타 장식, 섬세하고 경쾌한 플루트의 특이한 조합으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억압자들에 맞서고 백성들을 위해 정의를 위해 싸우는 밀리의 침착한 도전과 내면의 힘을 강력하게 그려내고 있다. 클래식 아메리카나 작곡가 페르데 그로페의 ‘메트로폴리스 - 푸른 환상’과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부족의 노래 ‘와자제(내 민족을 위한 노래)’를 비롯한 여러 민속적인 소스 음악으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또한 로버트슨이 작곡하고 연주한 오리지널 곡 '스틸 스탠딩(Still Standing)'도 있는데, 이 곡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세이지 부족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의 손에 희생된 대부분의 원주민 부족이 겪은 과거의 잔혹한 일을 인정하는 낙관적인 가사와 함께 저항과 불굴의 의지를 표현하는 곡이다.
이 영화는 비평적으로 성공했고, 스코세이지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로버트슨은 그의 첫 번째 '제대로 된' 악보를 작곡한 영향력 있는 록 뮤지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규정의 한 조항에 따르면 "악보는 자격을 갖춘 장편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어야 하며 영화 전체 음악의 최소 60%를 차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악보가 영화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미지수. 앨범에 수록된 많은 음악이 문맥상 거의 들리지 않고, 일부는 최종 컷에서 아주 삭제되었을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실제 기준의 충족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플라워 킬링 문>은 오케스트라 반주에 따른 라이트 모티프 음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타 중심의 아메리카나 블루스/록, 전통적인 컨트리풍 악기, 정통 아메리카 원주민 타악기 및 목관악기의 조합이 독특하지만 매우 효과적이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매우 다른 두 문화가 점점 더 비극적이고 불안한 상황에서 충돌하는 시대와 장소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미국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에 대한 진정성 있고 적절한 음악적 반응으로 로비 로버트슨이 스크린을 위해 작곡한 최고의 음악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