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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님은 열심히 집에 전화하고 인터넷 뒤지고 해서 근처 호텔 한식당을 알아냈다.
미리부터 이번엔 풀스하고 내가 내겠다고 말해두었는데 백호님은 또 백호님대로 자기가 산다고 하
고.. 남은 시간 동안 우리도 방에 올라가 좀 쉬었다.
실은 너무 긴장한 뒤라 몸이 힘들어 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에구.. 구경도 힘겨워..
7시에 내려가니 잠시후 사범님과 영호씨가 내려왔다.
택시 잡느라 밖에 서 있는데.. 와이셔츠에 양복은 안 입고 외투만 걸친 사범님 목이 좀 썰렁해보였
다. 내 목도리를 벗어 걸어드리고 싶었는데.. 그리 말했다가 빈축만.. ㅠㅠ
사범님은 괜찮다는데 영호씨가 자꾸 나랑 둘은 안에 들어가서 서 있으라고 떠민다.
영호씨 "잠깐 사이에 감기 걸릴 수도 있단 말이야. 들어가 있어."
이럴 때 보면 꼭 형 같다. 하긴 한 살 차이니..
택시가 안 잡혀서 거의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피곤할 텐데.. 괜시리 미안한 맘..
잠깐 들어온 영호씨가 나한테 "힘드시죠?" 하고 묻는다.
나: "네~ 힘드네요^^ 죄송해요. 대국하시는 게 더 힘드실 텐데.. 제가 힘들다고 해서요~^^"
사범님: "아니에요. 지켜보는 게 더 힘들어요. 삼성화재배나 다른 대국 때 가끔 보러 가거든요. 그
럼 오후 2-3시부터 보는데도 보다 보면 힘들거든요. 대국할 때는 오히려 집중하느라 잘 모르는데.."
"어젯밤엔 좀 쉬셨어요?"
내가 묻는다.
"네. 전 그냥 쭉 방에 있었어요. 밤에 관광은 좀 하셨어요?"
"아뇨~ 전 풀스하고 이경민 기자하고 커피 마시러 갔었어요. 그냥 얘기 나눴어요."
"관광을 하셔야 할 텐데.." (괜히 조금 신경 쓰이시는 듯~)
"아.. 괜찮아요. 관광하러 온 거 아니니까. 내일 대국 다 끝나고 나서 하죠 뭐~
사범님은 일요일에 바로 돌아가세요?"
"네. 전 일요일에 예약해 두었어요."
"관광도 안 하셨는데.. 하루 더 계심 안 되나요?"
"일요일 저녁에도 약속이 있고.. 월요일에도 일이 좀 있어서요."
(음....돌아가는 날도 약속이 있다면.. 흑.. 이럼 잡을 수가 없잖아..ㅠㅠ)
택시가 드뎌 잡혔다. 인원이 다섯이라 한 차에 불가능.
(나) "가까운 거리인데 영호씨가 앞에 앉고 그냥 우리 뒤에 끼어앉을까요? 택시 잡기도 어려운데?"
(사범님) "그건 안 돼요~ 여자들이면 모르겠는데.. 다들 덩치가 있어서요.." ㅎㅎ
(풀스) "내가 백호형이랑 금방 뒤따라갈 테니까 누나가 사범님 모시고 먼저 가요. 예약해 두었으니
까."
(나) "그래? 그럴까? ㅎㅎ"
지하터널을 통해 황포강 건너 포동지역으로 갔다. 택시비는 16원.
사범님은 그래도 피곤한지 가끔 목을 뒤로 기댄다.
상해 차 번호판에 대한 얘길 하다가 우리나라도 번호판을 긴 모양으로 바꾸는 실험 중이라는 얘길 했
는데..
역시 사범님은 현재 우리나라 번호판 모양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 -_-
포동지역 건물들을 영호씨가 간단히 소개하며 88층짜리 건물이 상해 최고라고 일러주었다.
사범님 " 저게 그럼 동방명주인가?"
나 "아뇨~ (뒤돌아 동방명주를 가리키며) 저 건물이 동방명주예요."
이화원에 가보니 오히려 뒤에 출발했던 풀스와 백호님이 먼저 와 있었다.
<웃지요의 상해 메모장> 중에서 발췌^^
<2005 특집! 제 6회 농심배 상해대첩 현장 직격 취재기> vol 19
택시가 왔을 때, 난 순서를 정할 수 밖에 없었다. 모두 함께 탈 수 없으므로...
일단 이창호 사범하고 잉하오가 같이 타야 한다. 중국에서 이창호사범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그럼 나머지 한팀은 백호형하고 같이 타야한다. 아무래도 상해지리를 가장 잘 아니까....
그럼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회장님의 표정을 본 순간 말이다....-_-
아마 따로 타라고 했으면 살인났을거다^^;;
그래서 회장님을 이창호사범차에 태우자 백호형 혼자 남잖아? ....내가 또 백호형 혼자 타고 가게
할 수 없잖아?...그래서 백호형과 나는 두번째 차에 탔다...이게 전부다...
세상일이란게 참 묘하지 않나?
5명이 두 차에 나누어타는 방법은 몇가지나 될까?
이것이 바로 순열 조합에서 나오는 5명이 2개의 서로 구별되는 택시에 타는 방법이라는 유명한 문제
다.....출제빈도 33.3% ^^
동시에 출발하는게 아니므로 2대의 택시는 첫번째 출발하는 택시와 두번째 출발하는 택시 이렇게 구
별되어 진다.
(편의상 첫번째 출발하는 택시를 1번 택시로, 두번째 출발하는 택시를 2번 택시라고 하자^^)
그럼 이런 문제 어떻게 풀면 좋을까?
이런 문제는 우선 구조적으로 나누고 시작하는게 정석이다.
1번과 2번 택시에 5사람을 우선 먼저 배정해본다.
1-4 , 2-3 , 3-2 , 4-1 이렇게 4가지 경우로 나눈 후 각각의 경우의 수를 구해서 모두 더하면 된다.
그럼 시작해볼까?^^
1) 1번 택시에 1명, 2번 택시에 4명 - 이 경우는 쉽다. 다섯명중에 한명을 고르는 것과 같으므로 답
은 5가지가 된다
2) 1번 택시에 2명, 2번 택시에 3명 - 이 경우는 컴비네이션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5명중에 두명
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뽑은 두명의 순서는 상관없으므로 컴비네이션으로 족하다. 계산은 다음과 같다
5C3 = 5*4*3/3*2*1 = 10가지 방법
(* 별해^^;;
또는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 먼저 A가 차에 탄후 자신의 파트너를 고른다.
B,C,D,E 이렇게 4가지, 즉 A-B, A-C, A-D, A-E 이렇게 된다.
그 다음에는 B가 차에 탄 후 자신의 파트너를 고른다. C,D,E 이렇게 3가지
즉 B-C, B-D, B-E ....주의할 사항은 B가 A를 고르는 경우는 첫번째 A-B의 경우와 겹치므로 빼주어
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C-D, C-E 2가지
마지막으로 D-E 의 1가지....그래서 모두 합하면 10가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컨비네이
션을 쓰는게 간편하다)
3) 1번 택시에 3명, 2번 택시에 2명 - 이 경우는 따로 계산할 필요없이 2번 경우와 똑같다고 생각하
면된다. 5명중에 3명을 뽑는것은 5명중에 2명을 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2)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답은 10가지
4) 마지막으로 1번 택시에 4명, 2번 택시에 1명인 경우- 이 역시 1)번의 경우와 같다. 그래서 5가지
따라서 답은 1),2),3),4) 의 모든 경우를 합쳐서 30가지 방법이 나온다...
(기껏 5명인데 30가지 방법이나 나온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 하나씩 해보면 30가지가 맞
다^^)
어떤가 여러분?
별로 어렵지 않지? ...처음에 그냥 5명이 서로다른 택시에 나누어 타는 방법...이라고 하면 막막해
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구조적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여러분들도 금방 할
수 있다.
이렇게 별거 아닌 이런 문제 하나 때문에 여러분들이 가는 대학이 달라진다면 그건 얼마나 모순적
인.....아! 이게 아니구나^^;;.... 미안하다.....옛날 직업병이 도졌다^^;;
뭐 어쨌든^^....하여간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애기는 이거다....
수학적으로는 이렇게 30가지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그러나 세상일은 절대로 수학적으로 되지 않는다
는 것...
2대의 서로 다른 택시에 5명이 타는 방법?
여기서는 딱 한가지 경우뿐이다 -_-
1번 택시에 이창호사범, 이영호, 회장님.....2번 택시에 백호형과 맘약한 풀스....이렇게 말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원리원칙이 아니라 권력과 힘, 탐욕과 집착, 의리와 동정, 기득권과 안면생깜^^
....뭐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 그리고 구조적인 부조리가 개입되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
서...이전 수학선생 시절 학생들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했었다.
-선생님! 그런데 이런거 배워서 나중에 써먹나요? 써먹지 않는다면 수학을 왜 배우죠?
-물론 특수한 직업이외에는 거의 써먹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들이 졸업하고 접하게 될 사회는 결코
수학적으로 맞아 떨어지지도 않는다.....그러나....
비록 세상일이 원리원칙되로 되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로는 자신이 주관대로 소신있게 살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하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무엇이 원칙인가를 알고 행하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그의 삶
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수학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믿는다!
<선생님! 수학을 왜 배워야 하나요?> 중에서 발췌^^
(상해시내에 있는 한국음식점 이화원에서)
우리만 방 하나를 따로 쓸 수 있어 좋았다. 역시 내가 사범님이랑 나란히 앉았는데..
영호씨까지 3명이 왼손잡이라 백호님과 풀스는 약간 위축된 듯^^
사범님이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일단 고기 좀 먹죠? 생삼겹살 어떠세요?" 하고 묻는다.
풀스 "사범님이 삼겹살 그런 거 좋아하실 줄 몰랐어요~"
사범님 "예전엔 안 먹었는데요.. 테니스 치면서 먹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주 먹는 건 아니구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었더니 이젠 잘 먹어요. 참! 아까 영호가 그러는데 빅맥 3개 드셨다면서요?"
ㅋㅋ
나 "빅맥 2개 먹는 사람도 전 한번도 못 봤어요~"
백호 "전 아까 집사람한테 전화하면서 빅맥 2개 먹는 사람 봤어? 하고 물어봤다니까요~"
영호 "저도 2개는 안 먹어요. 빅맥 하나하고 다른 걸 먹지~"
사범님: (나를 보며) "근데 전 빅맥 2개 먹는 사람은 많이 봤어요. 김승준이라고 아세요?"
나: "네. 흑기사."
사범님: "네. 그분도 2개 드시고.. 또 최명훈도 그렇고.. 전 물론 하나면 충분하지만 남자들은 먹을
때 2개 먹는 사람은 있어요. 한국에서 맥도날드 가보셨어요?"
나: "전 거의 안 가는 편이에요. 왜요?"
사범님: "거기 천원짜리 햄버거가 있거든요. 전 그게 딱 좋더라구요. 물론 그걸 먹고 배가 부른 건
아니지만.. 그냥 허기는 가시거든요."
나: "아~ 저도 천원짜리 먹어봤어요. 저도 그 정도가 좋아요!"
풀스: "누나 또 공통점 생겼다고 좋아하겠다?"
나: "풀스! 그 얘기 좀 제발 그만할래?"
<웃지요의 상해메모장> 중에서 발췌^^
그만하랜다...나 참....어차피 내가 안하면 자기가 나서서 역시 자신은 이창호사범하고 닮은 점이 많
다는 둥 온갖 얘기를 다 갖다 붙일거면서.....-_-
이미 여러분들도 이쯤와서는 모두 눈치채셨겠지만, 이창호사범하고 함께 있을 때는 회장님 정말 조심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자기 신경 건드리면 최소 사망이다^^
....흠....그러면서 사람 민망하게 빅맥3 얘기는 그렇게 재미있게 하나? -_-
그래...내가 빅맥 3개 먹었다....뭐 어쩌라고.....-_-
원래 백호형과 함께 5개 샀다. 하나씩 먹고 김사범님이나 이경민기자 등 드릴려고....
근데 백호형과 회장님 그리고 나까지 3명만 먹고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먹는덴다. 아예 보지도 않
더라....
그러니 2개가 남지 않나? ....버리나?.....
아니면 밤에 혼자 먹을려고 추잡하게 그걸 계속 들고 다니나? 사진도 찍고 이동도 해야 되는
데? .....
그래서 먹었다...아무도 안먹는다고 해서....자취생인 내가 먹었다...여기 하얼빈에 내가 사는 곳에
서는 헴버거 하나 살려면 버스타고 한참가서 사와야 한다. ㅜ.ㅠ 이 근처에는 없기 때문에...흑...
왜 눈물이......그래서 내가 먹었다 왜.....
더구나....더구나 말이다.....최소한 자신들은 따뜻하고 시설 좋은 호텔에서 부페로 식사하는 사람
들 아닌가? ....혼자 고독하게 떨어져서 그 추운 민박집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그래 빅맥3개 좀
먹었기로서니 그렇게 비웃을 수 있나? 흠.....
그러면서 뭐? 공통점 얘기 하니까 그 얘기 좀 그만 하라고? ....나 참.....이.. 세상이 말이쥐...
이렇게 돌아가도 되냔 말이쥐 흠흠.....^^;;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그렇다 또 다시 시작된 메뉴선정 화산논검...기억나실거다...^^;;
...어쩜 표정도 그때하고 똑같냐^^;;)
이창호사범만 찍을려고 해도 옆에 찰싹 붙어있는 회장님때문에 불가능하다....다른 방법을 찾아야겠
다^^;;
삼겹살에 더덕구이, 모듬전, 도토리묵, 낚지볶음 등을 시켰다. 음식이 깔끔하니 맛이 괜찮았다.
사업가 영호씨 "음.. 우리 식당에도 모듬전 개발해야겠다." "전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요~"
원래 첨에 내가 국물 있는 게 먹고 싶다고 전골을 시키려고 했는데.. 사범님이 그건 고기 좀 먹고 나
중에 시키자고 했다. 술은 맥주와 붉은포도주.
근데 막상 나중에는 배가 불러서 "전골은 안 시켜도 되겠는데요?" 했더니
사범님은 "그래도 밥은 쬐끔은 먹어야죠~ 전골 종류 고르세요~" 한다.
버섯전골로 고르고 밥은 3개만 시켜 나눠먹었다.
후식으로 수정과와 배가 나왔는데 영호씨가 "사과는 없나요?" 묻는다. "형이 배를 못 먹거든요."
"어~ 복숭아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봤는데.. 배는 처음 봤어요."
사범님 "전 배를 먹으면 속이 뒤집어져요~ 저희 할머니도 그러세요"
나 "그럼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사범님 "사과나 자두, 오렌지 같은 건 잘 먹어요."
나 "과일 많이 드시는 편이세요?"
사범님 "특별히 챙겨서 먹지는 않고도 집에 있으면 그냥 먹어요."
나 "대국 장면 10분 촬영시간에요. 곤혹스럽지 않으세요?"
사범님 "네. 좀 신경이 쓰여요. 어떨 때는요. 카메라 플래쉬 땜에 바둑판의 줄이 잘 안 보여요."
(같은 질문을 성룡사범한테 할 때는 그런 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프로는 단련이 돼서 괜찮다
고 했다.)
나 "대국장 바로 옆에 검토실이 붙어 있잖아요? 혹시 대국 중에 검토실에서 하는 소리 들리세요? 들
릴까 봐 조금 신경 쓰이던데."
사범님 "아~ 검토실이 바로 붙어 있어요? 전 문밖에서 떠드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들려요. 조금. 성
룡이 목소리하고 웃음소리 같은 거....."
<웃지요의 상해메모장> 중에서 발췌^^
정말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다...왠일로 잉하오가 다른 식당 음식 칭찬을 하나 해서....
- 140개 메뉴가 전부 맛있죠....(잉하오) -
....잠깐 자성의 시간(?)이 지난 후 난 결국 알게 되었다. 그게 자기 식당 자랑하는 얘기라는 걸 -_-
세상에....자기식당 자랑을 저렇게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나? ....그것도 다 아는 사람끼리 있는 자
리에서...듣는 내가 다 민망하네...흠....-_-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겸손해졌다 잉하오....전에는 144개라고 하더니 흠^^;;
관전 얘기가 나오자 잉하오 또 잘난척(^^) 하면서 한 마디 한다.
-만약에 형이 중국에서 계속 바둑두면 저 살 금방 빠집니다. 풀스님도 이번에 보셔서 아시겠죠?
정말 장쉬전같은 바둑 한번 관전하면 최소한 1Kg는 빠져요...집에 가시면 한번 몸무게 재 보세요
제말이 거짓말인가...-
(그래서 내가 집에 와서 몸무게 직접 재봤다 잉하오...뭐.. 빠지긴 뭘 빠져? ...내가 중국어 3개
월이면 끝난다고 할때부터 알아봤어 흥!^^;; )
일단 물을 한잔 시킬려고 하다 보니까 '슈웨이'의 악몽이 떠올랐다-_- 또 개망신 당할 순 없지.....
그래서 이번에는 종업원이 왔을 때, 아예 물잔을 들어보였다. 바로 알아들은 종업원....진작 이럴
걸....흠....
근데 갖고온 물은 아주 뜨거운 물.....찬물을 달라고 하자 백호형이 얘기한다
-찬물은 돈을 받는다 풀스...
-나 그거 이상하데.....형 저번에 말이야 북경에 갔을 때인데...내가 어디 가서 목이 너무 말라서 물
을 달라고 했더니 ....정수기가 있는데....물한잔에 돈을 달라네? 그래서 할 수 없이 종이컵에 반잔
정도 물을 돈주고 사먹었다는거 아니겠수...그것도 되게 비쌌어요...근데 진짜 열받는건....그때가
엄청 더운 여름이었거든? 내가 목이 타서 할수 없이 돈주고 사먹는데... 근데 아주 뜨거운 물을 주는
거야....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데니까?
-풀스...그게 원래 중국에서는 차를 많이 마시잖아...어느 식당에 가든 차는 거의 공짜다...그래 뜨
거운 물은 항상 있는기야...근데 찬물은 냉장고에 넣어야 되니까 돈을 받는거라 이말이다.....
근데....풀쑤! 바쁜일 없으면 앞에 앉은 이창호 사범님 맥주 한잔 안따라 드리나?....술잔이 비웠잖
아...
앗! 이런.....^^
-아! 죄송....전 포도주 마시는 줄 알았어요....^^ 진작 말씀을 하시지....
-......울고 있었어요.....^^ (이창호9단)
백호형이 또 한마디 하신다
-..이 사범님 그렇게 하시면 안되지예....혼자 따라 마시면...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장가를 못
간다 카데예....
하하....아무 생각없이 백호형에 말에 같이 웃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은근히 기분 나쁘네 -_-
.....
(우린 모두 저기다가 삼겹살 구워먹는줄 알았지...근데 굽는건 옆에서 종업원이 부탄가스에 굽고 저
기다가는 고기만 올려놓는다-_- ....그래서 나중에는 저거 치워달라고 했다...^^)
(뭐 이런 음식들이다....맛은 어땠냐고? ...글세 뭐....자취생한테 빅맥3나 저거나 차이가 있나
^^;; )
백호님 "근데 우리 회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 "저는 64년생 용띠예요."
사범님: "그럼 마효춘하고 나이가 같으시네요?"
으음.. 사범님은 전에 드린 책에 내 약력이 나와 있어 아는 줄 알았더니만..
전에 산행 때 사람들이 내 나이를 물으니까 사범님이 "60몇 년 생 아니신가..?" 하고 중얼거리셨기
에..
마효춘이라니 갑자기 늙은 느낌이 팍~~~
영호씨가 날 보고 "이한청님 글 읽으셨어요?"
"네. 이기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다. (사범님을 쳐다보며)
근데 사범님은 원래부터 그러지 않으셨어요? 사범님은 전부터 쭉~ 이기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
다..
그렇게 생각하셨죠?"
사범님: 수긍하는 듯한 태도로 슬쩍 미소를 내비친다.
나 "사범님은 그런데 저희들만 괜히 조바심 내고 그런 거 같아요."
영호 "향이님한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너무 긴장하시는 거 같아서요. 거의 저하고 똑같은 정도
로 계속 안절부절 못 하시던걸요!"
나: ㅠㅠㅠㅠ
<웃지요의 상해메모장> 중에서 발췌^^
이창호9단과 함께 있을 때의 회장님의 독점욕.....이거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그녀는 이창호9단과 같이 있을 때 나이 얘기하는거 정말 싫어한다....괜히 멋모르고 40대니 마
효춘하고 동갑이래느니 이딴 얘기 했다가는 기냥 그자리에서 바로 매장당한다...^^;;
그래서 이런 순간에는 절대 나서면 안된다....쥐죽은 듯이 있어야 한다....괜히 끼어들었다가는 아
까 나처럼 무자비하게 당한다^^
그래서 '빅맥3' 를 권력과 억압의 상징이라는 하는 것이다^^
대화가 한창일 무렵.....개인기자 풀스는 압박과 위축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생각한다...
이때쯤 되서 연습샷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풀스는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그렇다!!...난....처음부터 그러고 싶었다.
이창호9단의 평소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보는것.....
그러기 위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촬영을 해야한다....몹시 어려
운 일....그러나 이것은 내가 꼭 해야 할 일중에 하나다...
그래서 식탁위에 놓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 그대로 놓은 상태로 On을 시켜 이창호9단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자! 이제까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창호9단의 다양한 표정들.....
이제 그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감상해 보자! ^^
9시가 다가와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했다.
우리가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나보다 안쪽에 앉아 있던 사범님이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가신다.
풀스더러 빨리 가서 막으라고 했는데.. 사범님이 먼저 계산하면서 "2차를 사세요~" 했단다.
2차? 그만 쉬게 해드려야 되는데..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는 건가? 내일 시합이 남았는데..
사범님은 커피는 마셔도 된다고 하면서도 발마사지나 받고 쉬셔야겠단다.
풀스가 갑자기 우리는 오늘 나이트에 가야 한단다.
나 "사범님~ 나이트는 안 가시죠?"
사범님 "네. 오늘은.."
나 "상해에 천 명이 들어가는 나이트가 있대요. 가보셨어요?"
사범님 "2-3년 전에 한번 가보긴 했어요. 어차피 거기도 호텔 근처니까 같이 일단 호텔 쪽으로 택시
타고 가죠?"
풀스 "누나~ 오늘은 일단 사범님을 여기서 보내드리자."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뭐~ 사범님~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웃지요의 상해메모장> 중에서 발췌^^
이창호,이영호형제를 먼저 택시를 태워서 보내드린 후,
회장님은 피곤한듯이 말한다...
-풀스! 나이트 꼭 가야돼?
음......
이건 원래 관전기 진행상 예정되어 있던 계획....상해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줘야 한다는 나의 지론
에서 나온 생각이었다....이미 오기전에 벌써 얘기가 다 되있었다....
근데....이창호,이영호 형제가 가버리고 나니까 그때까지 온갖 웃음과 친절이 가득하던 회장님의 표
정이 대번에 굳어진다.....피곤하댄다.....음....
이거 아무리 이창호사범이 좋다지만 차별이 넘 심하잖아.....^^
알고는 있었지만...그 순간 갑자기 그 동안 상해에서의 회장님의 모든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가며 섭섭함이 밀물처럼 가슴을 치고 올라온다....
...시간이 필요하다.....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섭섭한 마음으로는 취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한다.
-누나! 나 잠시 화장실에 좀.....
-응...그래...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수를 한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내 마음을 본다.....
힘들고 여유가 없던 시절....
우리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했었다.
서로 도와가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면서.....이창호9단의 우승을 위해 모든 정성을 함께 했었
다.
그러나....
하루 하루 그가 승리해가고....
모든 상황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면서...어느덧 지원팀은 모두 배가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 그토록 한뜻으로 결집되었던 마음은 어느새 각자의 욕망과 자존심싸움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
었던 것이다...
이래선 안돼!...
우리가 누군데....우리가 바로 상해지원팀인데...이럴 순 없어!!....
거울에 비친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풀스! ....넌 지금까지 잘해왔다....여기까지 와서 무너질 순 없어!!
잘 생각해봐라....지금 니가 섭섭해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어차피 넌 알고 있었다.
어차피 넌 처음부터 밝은 태양빛 아래 찬란히 빛나는 유명인사가 되기 보다는,
음지에서 언더그라운드의 초심을 지키며 살기로 하지 않았냐?
무엇이 섭섭한가?....무엇이 그렇게 아쉽나? ...
그녀가 이창호,이영호 형제한테는 친절하면서 너한테는 막 대하는거? 차별이라고? ...
그따위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 섭섭한건가? 사람들이 회장이라는 직책만 알고 개인기자인 너
는 안중에도 없어서? ...그게 섭섭한건가?....
문득 피식 웃음이 나온다....이럴 줄 몰랐나? 어차피 언더그라운드 개인기자로서 당연한 것 아니었는
가.....치아라 마! 풀스!! ....쪼잔하게 소심해지지 말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라!!
거울을 보면서 한번 웃어본다.....
풀스....너는 바로 이 시대가 낳은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개인기자 아니냐....
니가 바로 흑룡강 취모검 풀스라 이 말이다...
척박한 이땅의 대중바둑문화를 보다 못해, 취모검 하나를 들고 강호에 뛰어든 열혈남아....
모든 바둑팬들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바둑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너무나 재밌는 그런 대
중바둑문화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서 이 험난한 강호에 들어온거 아니냐!
마음의 안정......풀스는 다시 웃으면서 화장실을 나선다.....
백호은침님과 회장님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러나....그런 풀스를 보자마자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회장님의 한마디에 마음의 안정은 온데간
데 없이 박살나버렸다.....
- 풀스! 배탈난거야? 그러길레 무슨 빅맥을 3개나 먹고 그래?
-...........-_- ...음.......으......
순간적으로 흐트리지는 마음.....솟구치는 울컥함......^^ ....
- ...음.....나....잠시....다시...화장실에.....
뒤에서 회장님과 백호님의 비웃음소리가 들린다...... ㅠ.ㅜ
다시 들어온 화장실....뭔가 잘못됐어....아까 원인분석할때 뭔가 빠진게 있었어..^^;;....그렇지 않
고서야 이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릴 리가 없어!!....
아!...문득 깨닫게 된다.....그거였구나!!
그때서야 난 비로소 알게 되었다....난 회장님과 파워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옛날 처음 이창호9단 홈페이지에 들어왔을 때는,
게시판은 그야말로 황량한 벌판과도 같았었다.
번역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 황사가 날리던 게시판은 조금씩 조금씩 비옥하고 활기를 띄기 시
작했다.
그리고 들어온 제 2기의 두터미들....그 중에 향이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향이님이 두터미 팬클럽회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나도 함께 기뻐했었다. 그러나 그 마
음 한구석에는 어차피 모든 권력은 나한테 있다는 바로 그 권력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다. 전면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다는 그 권력의 매력에.....
아마도,
난 지금까지 계속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상해에 오면서 모든 것이 다 변
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그게 지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회장님은 처음에는 예상대로 나한테 모든것을 의지했었다.
처음맡는 자리이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을 내 의지대로 관철시킬 수 있었다.
권력의 정당성이라는 것은 갑자기 누군가 나선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권력으
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그 힘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마치 내가 처음에 그랬듯이......난 그 힘을 이영호와의 협상타결에서부터 시작해 나갔었다.
<3박4일간의 북경여행기>에서 이영호와의 타결장면을 홈페이지 게시판에 띄우면서 마치 내가 이영호
를 대신해 모든 중임을 맡게 되었다는 그런 이미지를 슬쩍 보여줬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들은 모두 그 권력의 정당성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후로는 일사천리.....취모검은 그렇게 홈피의 간판으로서 절대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던 것이
다.
팬클럽 회장,부회장,총무 등등 운영진이 결정되고 나서도 그러나 실질적인 모든 운영결정에 강력한
발언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후의 변화를 그는 몰랐던 것이다.
웃는 향이.....이 전무후무한 바둑팬클럽 여회장은 바로 그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권력을 창출
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선 그때까지 댓글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호호마마님과 비밀리에 H-H(향이-호호) 상호 불가
침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댓글 순위 1,2위의 이 엄청난 두명의 아줌마들이 게시판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었으므로....
(유심히 보시면 알겠지만, 각자 딴지와 테클을 난발할때도 두 사람은 절대로 서로에 대해서는 비방하
지 않는다...^^;; )
그리고 유명무실한 운영진을 그녀의 구미에 맞게 개편하기 시작한다.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총무 아르마다와 매일매일 메신저로 의논을 하면서 자신의 사
람으로 만든 것을 비롯....부회장 루야, 기술고문 전날의 섬까지 그렇게 강력한 회장중심운영체제로
체질개선을 해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두시회.....
기력향상과 친목도모라는 명분의 이 모임은 그러나 과거 군부세력의 상징이었던 하나회 처럼 그렇게
친회장세력의 양상소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연기바둑이후의 빨래터 분위기에서 그녀는 그때까지 두터미내에서 존경받고 있던 사범들을 하나씩
하나씩 자기의 팬으로 만들어 갔다.
(무명과 부동이라는 이 강의계의 존경받는 두 동갑내기 쌍두마차를 자신의 절대지지세력으로 만든
것 등은 그녀의 놀라운 수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안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확고히 하는 한편, 밖으로는 정모와 응원전 등의 모임을 통해 확실한 자신
의 위치를 각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제 잉하오-풀스 로 이어지는 권력라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
예 이창호9단과의 공고한 모습을 홈팬가족들에게 보임으로써 새로운 권력창출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거야 말로 다른 어떠한 정당성보다도 강력했으므로....
(정모에 나가신 분들이라면 모두 부지부식간에 느꼈을 것이다^^)
아!....
생각해보면 그녀의 치밀함은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운영진 창단때, 그때까지의 기존라인인 이영호-풀스를 상임이사라는 명목으로 묶은 점은 그녀의 장기
적이면서도 치밀한 분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겉보기에 화려한 상임이사라는 직책은 그러나 이번
상해행에서도 보듯이 아무 실질적인 힘이 없는 허명에 불과한 자리였던 것이다.
누가 물었을 때, 스스로 상임이사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 시절 강호에서 은퇴하여 중국 동베이의 추위속에 묻혀버린 풀스는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고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고등 시절...
'삼국지'를 읽으면서 난 왜 제갈량이 관우를 죽게 내버려 두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제갈량의 질투라고 얘기하지만, 그러나 그 후 내가 사회의 비정함을 직접 겪으면서 제갈량
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조직의 수장이 자신의 조직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지 못하면 그 조직에 대한 운영은 사실상 대단
히 껄끄럽게 된다. 뛰어난 한명의 장수는 초기시절에는 그 조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지만, 그
러나 조직이 점점 커지고 안정이 되가면, 그 뛰어남은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제갈량은 관우를 수족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관우는 문무를 겸비한 인재인데다가 많은 사람들의 상징적인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관우에게는 집권자의 첫번째 의형제라는 강력한 정당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타협을 모
르는 그의 성격은 운영자인 제갈량으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것이다.
뛰어나지만, 그가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운영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선택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이며, 이 순간 그 상황에 맞는 조직개편을 하지 못하면 그 단체는 도태되어 버리는 것을 우리는 현
재에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다.
그렇다.....
점점 조직화되고 커져가는 두터미에 있어서 어느덧 풀스는 향이회장에게 있어서는 바로 그러한 껄끄
러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새롭게 정비된 조직에 편입시키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럽고, 그
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결국 자연스럽게 힘의 균형이 역전될때까지 기다렸고...마침내
그 시간이 오게 된 것이었다....
강호를 떠났던 6개월동안,
이제 게시판에서 풀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이 시점에서...
상해대첩의 마지막 대국을 대국을 남겨놓은 이 밤에....
취모검 풀스는 그에게 주어진 부정할 수 없는 한가지 현실을 받아드린다.
- 이제 취모검의 시대는 지나갔다 ......라는.......
남은 것은 앞으로의 행보뿐.....
어떻게 할 것인가.......
문득 한나라를 세웠던 일등공신 '한신'이 떠오른다. 유고조가 당대의 실력자 황우를 쓰러뜨리고 한나
라를 세울 때 가장 많은 활약을 했던 3사람....한신과 장량 그리고 소하.....
소하는 처음부터 권력에 순종하던 인물....그는 한이 천하를 통일한 후에도 계속해서 기용된다. 그러
나 나머지 두 사람은 그 뛰어남으로 인해서 오히려 통일 후에 집권자의 마음에 껄끄러움을 남기게 된
다. 그들이 돌아서면 대단한 골치거리이므로.....
장량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강호를 떠난다...그래서 그는 나중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남긴
다....그러나 한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젊은 시절 술주정뱅이 무레한들의 가랭이 사이를 지나
가며 자신이 날개를 펼 수 있는 그때를 기다려 온 바로 그의 가슴에 맺힌 '한' 때문에.....
그는 쉽게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집권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한신.....마지막에 '토사구팽'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장량과 한신....바로 그 기로에 지금 내가 서 있는 것이다.
문득 세면대의 수도꼭지가 아까부터 계속 틀어져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물을 잠구자 갑자기 이창호9단이 생각난다.....첫날, 그 겹겹히 쌓인 어려움속에서 그는 그렇게 말했
다.
....다만....내일의 한판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그래! 내가 그래도 이창호9단의 팬인데 그래도 한가지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나....
여기서 추하게 굴지 말자....깨끗하게 모든것을 비우고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만을 생각하
자....
지금 가장 중요한 일?
물론 당연히 내일 이창호9단이 승리를 하여 이 상해대첩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되게끔 최선
을 다해서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그것만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는 깨끗하게 이 강호를 떠나자!
여기까지가 바로 취모검 풀스의 역할이다.....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거니까....
창문밖으로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따뜻하게 비쳐온다.....
차분해지는 마음......그래! 괜찮아.....지금까지 훌륭했다 풀스! ....이제 유종의미를 거두자!.....
이것이 마지막 강호행이라고 생각하자 모든 것이 소중해졌다.
작은일에 자존심 세우지 말자.....이게 마지막이니까.....모두 소중한 추억이니까......웃으면서 모
두를 대하자......
거울에 비친 풀스는 차분하고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쳤는지 백호님과 향이님은 로비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 풀스를 보자 향이님이 다시 한마
디 한다
-배탈이 단단히 났구나?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이제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씨익 웃어준다.
-아! 누나...그리고 백호형...우리 여기서 나중에 관전기에 넣을 사진 한번 찍자....아주 단란하고
재밌는 모습으로....어때?
그래서 우리는 삼각대에 타임셔터를 설치한 채 사진을 찍는다...
-..아!...흔들렸잖아....그러니까 모두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말아야 돼!....다신 한번! ^^;;
됐다...이제 제대로 나왔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셋이서 뭔가 재밌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겠
지^^;;
그러나 사실은 저 자세로 10초간 정지해 있는 장면이다. 백호형의 표정에 향이님과 나는 웃음을 참느
라고 혼났다^^;;
(웃고 있으나 그러나 이 두 장의 사진에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웃고 있는 취모검 풀스의 남모르
는 눈물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
상해에 있는 나이트로 가는 택시안에서 풀스는 회장님의 손을 잡는다.
내가 그녀를 이해하고 편안하게 해주자......
-누나....우리 처음에 상해온날을 생각해봐....그때 얼마나 마음 졸이면서 구경했어? .....첫날 지
면 어떻하나....얼마나 서로 걱정 많이 했어....근데 이제 내일이 벌서 마지막 날이 됐어....우리 이창
호9단이 우승하는 그날까지 유종의미를 거두자.....-
풀스의 진지하고 따스한 말에 권력의 여왕^^ 향이님도 잠간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녀의 표정이 한결 풀어지며 약간 감동받은 듯 말한다^^
-그래.....알았어.....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지원팀인데 지원을 너무 못 받은거 아니니?
-무슨말이야? 지원을 못받다니?
-아니 지원팀이라고 왔는데, 홈피에서도 우리한테 지원해준게 너무 없잖아...
-...-_-;;... 누나! 지원팀이라는 것은 지원을 하기 위해서 온 팀이지 지원을 받을려고 온 팀이 아니
야!
-그러니?.....-.-;;
음.....도대체 그녀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나이트 입구의 모습...
두 번이나 화장실에 가서 근 30분을 끌고 오더니 풀스가 기어코 나이트에 가잖다.
홍콩플라자 5층 로젬. 풀스가 원했던 천 명 들어가는 나이트는 아니었지만.. 꽤나 번화하고 화려했
다.
입장료 1인당 50원(한국돈으로 7000원 정도)
요즘 한국에선 나이트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 대담하게 춤을 추는 젊은 여자들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공중에서 이따금 비누방울과 눈 같은 느낌의 비누거품이 내려와 환상적인 분
위기를 자아냈고 한 사람만이 올라가서 춤출 수 있는 양쪽의 작은 무대에는 일정 시간마다 아마도
준비된 댄서들이 올라가서 춤을 추는 모양.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 풀스는 열심히 사진을 찍더니 조금 음악에 몸을 맡긴다.
백호님은 나보다도 한살 아래면서 어찌나 점잖을 빼든지.. 노는 물이 다르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12시 정도까지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 앞에서 날 내려놓고 바로들 간다.
결전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웃지요의 상해메모장> 중에서 발췌^^
자! 이제 세번째날의 마지막 이벤트......상해의 나이트가 여러분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숨막히는 기도들의 감시속에 소매속에 카메라를 숨겨서 들어간 개인기자 풀스가 여러분께 전해드리
는 그 현장의 열기를 감상해보자!!....
스테이지는 이렇게 좀 잘나가는 애들(^^)이 무대위로 나머지는 바닥에서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흥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는... ^^;;
이렇게 DJ들이 컴퓨터 모니터로 음악을 선곡하고 이어간다...
이제 저 무대위의 잘나가는 애들을 가까히서 감상해보자^^;;
...음....^^
...으흠.....^^;;
앗! 아르마다! 니가 왜 여기에 있냐? ^^;;
아르마다 신났네? ^^;;
뭐 이렇게 춤추다가 스테이지에서 쉬기도 한다^^;;;
(돌발퀴즈! 이 나이트에 유일한 40대 한명을 찾아보시오^^;; )
보통 중국나이트는 이렇게 단상위에 아르바이트 직업댄서들이 나와서 흥을 돋군다...직업 댄서들의
춤솜씨를 함께 감상해보자^^;;
...험험^^;;...
흠흠^^;;; 근데 반대쪽에도 한명이 있다....그럼 그쪽으로 가볼까? ^^;;
..앗!...이 사진이 왜 갑자기 여기에... 흠흠....^^;;
이렇게 양쪽에서 빨간색과 검은색의 쌍끌이 장으로^^;;
한쪽에 마련된 바의 모습....
또 한쪽에서는 이렇게 쉬면서 구경하기도 하고...
천정에서 비누거품이 내리는 모습....
이걸 마지막으로 해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기로 한다....
나이트앞에서 기념으로 찍어달라고 해서^^;;
나이트를 나오면서.....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하루.....그러나 기분은 좋다.....승리하였으므로......
택시안에서 우리는 모두 지쳐 늘어진다^^ 백호형한테 하소연해본다...
-백호형...이 기자라는게 말이죠...이렇게 힘든 건데 말이에요.....이렇게 몸이 피곤해도 독자들에
게 많은 것을 보여줄려고 이렇게 뛰어다는데....남들은 그럴거 아냐? 맨날 놀러만 다녔다고....아 이
것 참...^^;;.
앞에 앉은 백호형....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풀스야....이왕 하는거 즐겁게 하자.....즐긴다고 생각하고 하는거다.....그라면 훨씬 힘이 덜 든
다....안그렇나? 풀스...
...역시....짠밥은 뭔가 달라도 달라....풀스는 감동해서 말한다^^
-아아!! 맞어요 형......형 말 들으면서 뭔가 확 가슴에 느껴졌어요....형! 앞으로 저도 즐긴다고 생
각하고, 논다고 생각하면서 일 할게요...^^;;
그래서 우리는 즐긴다는 기분으로 상하이의 나이트를 취재한 것이다^^;;
마침내 벌어지는 왕시와의 최종국.....
갈등과 내분을 수습하고 다시 무적의 톱니바퀴로 돌아간 상해지원팀!
이 하루는 정말 수많은 얘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날까지 온 상해관전기......
전세계 바둑팬들의 모든 이목이 주목되었던 이 역사적인 한판....
바로 그 생생한 현장이 vol 20에서 펼쳐진다는데.....
- product by fool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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