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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바다와 산,먹거리의 예향마을 통영기행
일시:2016년 11월 4일5일 1박2일
행사명 : 오오동기회 제15회 경부합동 연례산행
장소: 경남 통영시 미륵산 (정상:해발461m)과 통영시 명소
1.프롤로그
지독히 덥고 길었던 여름도 가고 북향집 창문에 드는 햇살처럼 늦게 왔다 잠간 머물다 가버리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겨울을 알리는 입동을 바로 앞둔 상쾌한 아침 8시, 시끄러운 세상사를 뒤로 하고 우리들 어르신들은 45인승 관광버스에 가득히 몸을 싣고 오랜만에 북위 36도선 아래 반도의 끝 통영 미륵산으로 산행을 간다. 오늘 행사는 금년으로 열다섯번째를 맞이하는 오오동기회 경부합동 산행회 명목.
물론 산만 타러 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화려한 계절의 향연을 즐기려면 단풍진 숲길이나 기묘한 산악미를 간직한 높은산 계곡으로 찾아들어가야 하련만 모임의 집행부는 일찍부터 통영으로 장소를 결정했다고 하니 우리가 모른는 깊은 뜻이 분명 있다.그 깊은 뜻은 희규회장의 입을 통하여 처음 알려졌는데 그것은 이기대 해안둘레길 탐방과 금정산 등산의 즐거움, 부산동기회의 환대를 잊을수 없는 작년의 부산기행의 추억때문이고 또49년전 소풍의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 시종일관 큰 도움을 준 현지숙소 동피랑게스트하우스의 사장 유국명도 만나보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많고 등 겸사겸사 그리 결정하였다 한다. 굿초이스. 사실 지난 1박2일 동안 그분의 물실 양면의 지원은 미리부터 컸으리라 짐작한다 .구체적인 사항은 뒤에 더 언급하기로 하고 그럼.
2.대전통영간중부고속도로와 관광버스
우리가 고향쪽으로 갈 때 이제는 더 이상 추억어린 금강휴게소나 추풍령 고개를 넘어가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의 대전 대구구간은 거의 이용안한다는 뜻이다. 부산으로 가려면 문경새재 근방으로 곧게 뻗어 있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구미쪽으로 질러 가버리고, 진주나 서부경남지역을 가려면 말할 것도 없이 통영대전간 고속도롤 타게 된다.
현재의 정식명칭은 기존의 중부고속도로를 포함시켜 통영대전간 중부고속도로. 통영대전간 고속도로는 비교적 최근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도로가 구불구불함이 덜하고 특히 교량과 터널을 많이 건설함으로써 도로의 높낮이가 별로 없다. 비교적 높은지역을 달리게 되므로 조망이 탁트이고 풍광이 아름다우며 모든 마을들을 도로면보다 아래에 두고 있다. (그렇지 않은 유일한 구간은 진주 남강다리를 지날때의 고층아파트가 올려다보일 때 뿐)
지난번 운전자 졸음운전으로 둔내터널 입구에서 서행중이던 소형승용차를 시속100킬로로 직격하여 20대 초반의 꽃다운 처녀들 4명이 죽게하고 얼마전에는 운전과실로 차량에 큰 화재가 나면서 승객 10여명이 희생된 사건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 관광버스
를 타고간다. (지금 이 시점에도 관광버스가 전복되어 많은 사상자가 난 사고가 있었다고 하네) 그러나 경남관광은 그런 것과는 관련없는 매우성실하고 안전한 평가를 받고 있는 관광버스 회사이니 안심해도 되겠지. 버스는 명품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려 인삼재배지로 유명한 충남 금산인삼랜드 휴게소를 거쳐 왼편으로 전북 무주군 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 사이의 긴 덕유능선을 왼쪽으로 올려다 보면서 전북 장수에서 시작되는 60령고개를 관통하는 터널(3900m)을 빠져 나간다. 경남 함양이다.“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로 시작되는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연상되는 그런 긴 터널이다. 이제 부터 약 2시간동안 경남도를 종단하며 달리다 바다가 나오면 그곳이 통영이다.가는 도중에 공룡마을로 유명한 고성이 있고 전국적으로 꽤 유명한 옥천사 IC 도 거쳐가고 거류산 벽방산 같은 이지방에서는 알아주는 중규모 산봉우리들도 몇 보인다. 아마 졸거나 한다고 이런 바깥세상을 바라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
3. 통영시 한산면 제승당
약 다섯시간 걸려 통영에 도착.임란때 경상전라충청삼도를 관할하는 수군통제영이 이곳에 설치되었다하여 통영이라 명명되었단다. 처음 도착한 곳은 관광유람선 터미널. 통영의 고전적 관광명소인 한산도 제승당을 참배하기 위함이다. 인근 식당에서 해물탕뚝배기탕으로 첫 식사를함으로써 통영기행의 시작을 연다. 식사후 곧바로 터미널로 들어가 90명 정원의 유람선을 통 전세내어 그리던 남해바다 위에 떠 있어본다. 아마도 다들 비로소 미항 통영항을 조망하며 점점히 떠 있는 다도해 속으로 들어서 모처럼의 홀가분한 기분이었으리라. 오른쪽으로는 낼 올라갈 미륵산이 우뚝 솟아있는데 400m급 산으로는 아주 웅장해 보이기까지 하다. 명물 미륵산케이블카가 여러대 줄에 매달려 분주히 오르내리는 모습이 앙증맞다.
한산도 가는 중간에 영운리 해안둘레길 쪽 바다위에 작은 바위섬 둘이 떠 있는데 그중 묘하게 생긴 것이 남자바위란다. 남근 같이 생겼다고 해서 그리 부르고, 얼마후 배는 한 무인도의 동굴앞에 다다라 선장이 보라는대로 바라보면 동굴모양이 여자의 국부를 빼어닮은 형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여자바위라 부른단다. 남자 있으면 여자 있는법. 그래서 가급적 부부동반 해라 했는데 6명정도는 홀애비 신세.
통영앞바다의 다도해 바닷길에서 탁트인 망망대해는 볼수 없다 워낙 많은 섬들이 떠 있고 그 뒤편에는 거대한 섬 거제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해상상황을 잘 모르면 어느곳으로 빠져 나가야 하는 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임란초기 이 한산도 앞 해역에서 이순신의 유명한 학익진 전법이 주효하였을 것이다. 물길사정에 어두운 왜군전함들을 퇴로로 착각하기 쉬운 한삼섬 제승당 앞 바다에 유인하여 몰아넣은후 학의 날개처럼 감싸듯이 공격하여 적들을 모조리 격침시켜 대승을 거둔 한산대첩. 세계 전쟁사에 남는 해전이란다. 그러나 이같은 해상대첩이 있었다하여 임진왜란의 전체 판세를 뒤바꾸지는 못했던지 전쟁은 그후 6년간 더 지속되어 강토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지.일명 7년전쟁.
유람선은 이순신이 왜함들을 유인해 들어가는 물길을 따라 한산도 선착장까지 항해하여 우리를 내려준다. 제승당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기념하는 사당. 건물의 현판에 쓰여있는 제승당의 한자초서는 이를 制勝堂이라 읽을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럽다. 제승당외에도 영정을 모신 충무사등 여러 건물이 있는데 그중 가장 핵심이라 할수있는 수루戍樓(착각하기 쉬운 한자戊戌戍무술수)는 아직 몇 년째 수리중이어서 그곳을 올라볼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전망이 아주 좋을 것 같은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로 시작하는 난중일기의 원문이 이 수루앞 안내판에 쓰여있다. 몇 명이 모여 그것을 관찰하는데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부분의 일성호가 부분의 한문은 一聲呼歌 쯤이라 생각할수 있겠는데 그와는 완전히 다른 一聲羌笛일성강적, 회원 한명은 그 글자를 오랑캐 강이라 하였다. 그의 한문실력 하나 넘사벽.
제승당을 둘러보며 뱃머리로 돌아가는 길에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주목을 끈 것은 일대의 울창한 소나무숲. 줄기는 붉은데 적송인가. 잎은 검푸르며 싱싱한 것이 정말 장관이다. 활엽수 한그루 없이 오로지 소나무 단일수종으로만 이루어진 이토록 넓은 수림지역이 또 어디 있을까. 물론 인공조림이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곳 제승당만 둘러본후 외지 사람들은 한산섬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사람이 살지않는 무인도라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 행정구역상 엄연한 한 개의 면다위 (한산면)섬이다.제승당 뒤산너머로 꽤 넓은 들도 있고 인구도 많으며 중학교도 있는 큰 섬이다. 통영관내 수백개 섬중에서 가장 큰 섬이고 고구마로 유명한 욕지도, 지리망산과 옥녀봉 등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명산의 사량도와 더불어 통영시 3대 면단위 섬이다.
옛날과 달리 섬지역이 농촌지역보다 사는게 오히혀 풍족하다. 양식어업이 융성하고 해산물은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쌀은 남아서 처치 곤란이지만 활선어와 굴 멍게 해삼 전복은 어떤가 긴말이 필요없다. 욕지도만 하더라도 처녀가 태어나서 쌀 한말을 못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었다. 고구마가 주식이었다는 뜻. 지금은 어업 전진기지이고 바다낚시 명당자리가 많아 관광업종사자도 많은 부촌이 되었다 한다.
회장님은 우리가 3학년 가을 소풍때 이곳 한산섬을 왔다갔으며 이번이 반세기만의 재 방문이라고 다시한번 목소리를 높이신다. 그때 그시절 이를 기억하는 사람 많이 있나? 소생은 고성촌놈이라 초등학교 수학여행때 비룡호 타고 충무 와서 한산섬 와 보고 그 뒤로도 몇 번.
4. 달아공원에서의 일몰에는 환호가 없다
다음 코스인 산양면 일주도로를 가기 전 잠간 틈을 내어 통영국제음악당앞에 내렸다. 처음 본 사람들은 이 음악당 건물의 크기에 놀라와 한다. 원래 이곳은 호남정유 창립자 서정귀 씨등 통영의 명문 서씨집안이 세운 통영 최초의 관광호텔이 있던 자리.
익히 알고 있듯이 이곳 통영은 많은 예술인들이 배출되었다.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전혁림등 등, 인구 5만도 안되는 이 작은 도시에서 이토록 출중한 인물들이 이렇게 많이 배출되었을까.정말 신기한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동백림당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던 저명한 재독 음악가였던 윤이상의 음악을 기리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개최를 위하여 오륙년전쯤에 이 음악당이 세워진 것이다. 매년 개최되는 동 국제음악제는 올해는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중 피아노부 부문 콩쿠르가
11월 3일부터 열리고 있다. 음악당 건물은 그 규모 빼고는 별로 볼것없는 건물이지만 콘서트홀 입구 로비에서 바라본 바다쪽 풍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도시규모에 비하여 너무 과분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음악당을 뒤로 하고 버스는 산양면 일주관광도로를 달려 조망이 빼어난 달아공원에 도착한다. 다도해 섬들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곧 다가오는 화려한 일몰을 기다린다. 우리들외에 나이먹은 사람은 거의 없다. 푸른 꿈과 거친 야망을 품은 젊은 남녀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지는 해를 바라보고자 서서 기다리고 있다. 생계와 취업 걱정을 잠시 잊은채.
해는 서서히 바다를 향하여 떨어지고 있다. 때 맞춰 음력 시월 초닷새의 가는 초생달도 수줍은 듯이 먼 서쪽하늘에 떠있다. 오랜만에 해와 달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함께 기울고 있는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내려올 때 차안에서 들었던 대통령의 슬픈 담화발표장면이 오버랩되는 듯 하다. 현직 대통령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나?
광채가 얕아져 바로 처다 보아도 눈이 부시지 않는 지는 해는 정말 빠른 속도로 바다 수평선을 가리고 있는 오염된 대기층 뒤로 떨어져버린다. 이후엔 고요와 어둠만이 밀려올뿐. 일출은 화려하고 힘차며 생동감이 넘치고 순간 환호가 터지는는데 반하여 일몰은 어쩐지 우울하고 음침하며 퇴영적이라는 생각을 오늘도 지울수 없다. 왠지 씁쓸한 여운만 남는 것은 나만의 심정일까? 사람들은 하나 둘 조용히 자리를 뜬다.
우리는 배고픔을 달래러 석식장소인 굴 코스요리가 준비된 굴사랑식당으로 몰려간다. 통영에 수많은 양식어업이 성행하지만 제일 경쟁력있는 분야는 수하식 굴 양식. 이곳 통영과 고성일대의 굴은 청정해역에서 생산되어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신선도 면에서 뛰어나고 토실토실하다 한다. 오늘 숙소인 동피랑게스트하우스의 유국명 사장이 여기 굴요리식당을 소개한 것 같다. 유사장은 우리 오오산악회의 다수 멤버들과는 함께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등. 이미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하였지. 코스의 마지막은 굴 떡국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많이 먹었다. 가성비가 높은 저녁메뉴였다고 해야겠다.
5.이름도 멋있는 동피랑게스트하우스
설명이 없으면 도저히 짐작하기 어려운 단어 동피랑. 동쪽 비랑(벼랑끝 하는 그 벼랑의 사투리. 비탈면)에 다닥다닥 지어진 오래된 집들의 동네 이름이다. 여행객들이 회먹으러 주로 찾는 유명한 통영중앙시장 바로 뒤편 높은 비탈면에 작은 단층 집들이 오래전부터 옹기종기 지어져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곳 동네 거리의 벽돌벽에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 단장을 하고 작은 찻집이나 기념품가게 같은 것을 열어 장사도 하는 그런 명소가 되었다. 언덕 꼭대기에는 정자도 지어져 있고 통영시내 사방을 바라볼수 있어 전망이 좋다. 마치 서울 한복판 가까이 있는 북촌같은 동네쯤 된다고 할수 있을까. 다만 비교적 못사는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 서피랑도 있다.
동피랑마을에 옛날 교회를 재 단장하고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하여 개업한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유국명씨임은 회장님이 여러차례 소개하였다. 외모가 예술가 같기도 하고 어쩌면 조폭계의 거물같기도 하고 아뭏든 꽤 매력적으로 생긴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무척 의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어보지는 않았지만 남의 일을 잘 보아주는 집사 같은 이미지도 강하다.
오늘 하루 그의 업소 방 전체를 우리가 독차지 하였단다. 마당에서 문어요리 안주와 많은 술을 준비해 주어 마음껏 먹고 마셨다. 일부인사들은 밤 늦게까지 마셨다나. 홀애비 4명이 한방에 몰아넣어진 별실에서 잠버릇이 예민한 나는 룸메이트들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확실히 단체 숙박여행은 나로서는 못할짓이다.
숙소는 위치도 좋고 시설도 깨끗하여 장사가 잘될 것 같다. 다만 한가지 바로 앞에 10층 건물의 나폴리 모텔이 조망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
비수기여서 인지 도시 전체가 비교적 조용하게 밤이 깊어가는 것 같다.
6. 동피랑 관광과 남망산 조각공원 둘러보기.
통영기행 두 번째 날이 밝았다. 룸메이트 한명은 이른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바스락거린다. 새벽에 잠간 잠이든 나는 그의 전화거는 소리에 깨어버렸다. 전화의 내용은 총무님 한테 아침식사시간 문의. 6시가 되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 시장통에 식사하러 간다고 나간다. 그 길로 마산으로 돌아간다나.무척이나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부럽기도 하다.
다들 모여서 잘 잤나 주무셧나 등 문안인사를 나눈다. 지난밤 부부합방 배정을 받은 한명에게 누가 인사를 한다. 밤에 별일 없었냐고? 그러자 대뜸 열달 뒤에 보면 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내년 팔구월쯤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날지 모른다.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인 요즈음, 한 예순 아홉 노부부가 늦둥이를 보아 화제다. 운운.
식전에 남망산 조각공원을 단체로 둘러본다.뭐 대단한 조각작품은 없는 것 같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 또한 더 없이 아름답다. 역시 이곳에도 오래된 동백나무가 눈길을 끈다. 숙소마당에 있는 두그루의 동백나무의 수령이 100년 넘었다 하니 여기 있는 나무는 이백년도 넘었겠다.
다시 동피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비탈거리 관광에 나선다. 누구는 통영의 몽마르트라 하기도 하고 누구는 남부 이태리 아말피 해안의 포지타노에 견주기도 한다. 이름이 아름답다. 운치가 있고 색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 한바퀴 돌아서 도로 내려오게 되어있다. 꼭대기에는 정자도 있어 마음놓고 쉴수도 있고. 도중에 유치환시비가 있다. 회원한명이 시인의 깃발을 끝까지 외워 암송을 한다.“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편다. 아아 누구던가...“
7.경부동기회 합동산행 : 미륵산 461m정상 등정
이상으로 식전 행사가 끝나고 가까운 서호시장으로 가 시래기 국밥으로 조식을 해결하고 이사장의 주선으로 건멸치도 싸게 구입하는등 지역경제 기여를 한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 미륵산을 부산동기생들과 함께 등산하고자 용화사 입구 주차장에서 그들을 기다린다. 이윽고 동기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고 도열하여 내리는 동기들과 악수로 인사나누고 기념촬영을 한후 등산에 돌입. 바닥이 거의 드러난 수원지를 지나자 올라가는 길이 제 법 가파른 데가 있다. 돌들이 많고 울퉁불퉁하여 마치 설악산 어느 구간을 오르는 그런 느낌을 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학교 산악모임의 회원들이니 이정도는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다. 단숨에 미륵산461m라 적힌 정상석을 마주하게 된다.이곳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풍경은 정말 압권이다. 세계 어느 미항에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이다. 동양의 나폴리 등 뭐 이런 수식어 따위는 필요가 없다. 그저 세계 최고의 미항이다 이렇게 자부하기에 충분하다.
높으나 낮으나 산의 정상은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법. 멀리 사방으로 보이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 또한 형언할수 없는 감동과 환희를 선사해준다. 크고 작은 배들이 먼 곳을 향하여 가는 것이 보인다. 돌아오는 배들은 느릿느릿 항구로 들어온다. 돌아오는 배는 좀 피곤해 보인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한참동안 머무르고 싶어 이곳저곳을 자꾸만 바라본다.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아 멀리 사량도나 욕지도 같은 통영시 관내 섬들 마저 선명하게 보이지 아니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지금 이시점 미륵산 정상에 서 바라보는 세상이야말로 맑고 탕평한 세상이 아닐까 그리 짐짓 생각해본다. 머물고 싶은 맘을 달래며 하산길을 재촉하여 발 아래로 보이는 미래사를 둘러보러 내려간다. 미래사. 미륵세상이 온다는 뜻의 사찰이다. 사찰 경내가 이외로 안온한 기분을 안겨준다. 철철 넘치는 감로수를 한바가지 퍼서 마신후 편백 나무 몇그루를 지나 산행 원점 부근의 용화사로 가는 길에 친근한 부산 동기생 두명을 만났다. 이야를 나누다 몇 년사이 유달리 초췌해진 한명에게 근황을 물으니 얼마전 장 수술을 받았다 한다. 6-7년전 덕유산 향적봉 공동 등반행사때 보고 처음인데 무척이나 야위고 지쳐보이며 자신 없어 한다. 누가 말했지 .여행과 암 이 둘의 공통점은 인생을 뒤돌아보게 한다고. 그는 그동안 오만했던 자신이 후회된다는 뜻의 말을 했다. 좋아지고 있다니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한시가 훌쩍 넘어 자연산 회식당으로 몰려간다.70여명의 어르신들이 버스에서 내려 횟집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작은 구경거리가 되겠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급히 회를 내어놓을 큰 주방의 식당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금방 준비되어 나온다. 부산동기회에서 지정한 식당인데 규모가 크고 종업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잘한다. 십여분간 세리머니가 있었다. 양측 집행부의 회장님들이 소회를 피력하며 환영사와 덕담을 하고 후원자들의 후의에 감사하는 말도하고 또 금년이면 2년 임기가 끝나 회장자리에서 물러난다는 퇴임의 변도 곁드리고 하면서 건배사도 하니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왁자찌껄하는 와중에 누구 말도 없이 다들 왕성하게 먹기 시작한다.
하도 배고파 푸짐하던 회 사라가 금방 굴어버린다. 졸깃한 것이 자연산이 맞는 것같다.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있어 소위 뜨내기들 상대라 내용이 부실할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는 것 같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술과 음식이 어느 정도 들어가니 이번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매우 소란스러워진다. 오랜만에 삼천포 거주 동기 한명이 미모의 부인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정말 오랜만이란다. 부산동기생들이 매우 반가와 한다. 삼학년때 어느 미용실집 뒷방에서 함께 하숙했던 친구사이여서 나도 무척 반갑다. 여전히 늘씬하고 건강해 보인다. 그 당시 나는그런 그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같이 회식을 해 보니 대체로 부산 동기생들의 목소리가 더 크고 우렁차며 머리숱도 더 많아보인다. 아마도 살고 있는 환경탓이리라. 대양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니 더욱 호방하고 기세가 높은 것 같다. 우리들은 갑갑한 기분을 풀려면 산속에나 들어가는 일 밖에 없으니. 물론 아직도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넓은 초원을 누비며 마음껏 라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먹고 마시는 작업이 약 두시간 걸려서 끝났다. 관광버스 곁에 도열하여 작별인사를 악수로 나누고 서울팀이 먼저 대절버스에 오르면서 2016년 경부합동산행회는 막을 내린다.잘가세요 잘 있어요
8.당신은 통영을 떠나고 있습니다.
1박2일의 국내여행도 보는 것은 많다. 가느곳 마다 새롭고 신기하다. 대강이나마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양대 재래시장을 둘러보았지만 시장 상인들과 치열하게 흥정하며 물건을 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이곳 통영이 배출한 예술인들의 거리와 생가 기념관 같은 곳을 외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의가 큰 해저터널과 세병관 같은 사적을 다 보지 못하는 등의 여러 아쉬움은 그곳에 다시 가고싶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몇 번 와본 나도 이런 생각인데 초행인 사람에게는 어떻겠는가? 다음에 꼭 혼자 또는 둘이서만 다시 찾아와서 여유와 낭만을 느껴보시길.
이제 문화향기 가득한 이곳을 떠나 다시 생활터전으로 돌아가느라 우리는 통영을 떠난다. 버스는 왔던길의 반대편 차선을 타고 북으로 올라간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어제밤에 설친 잠을 자다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뜬다. 언뜻 보니 TV에서 영화를 틀었는데 중국여배우 탕웨이의 요란한 성애장면이 한창이다. 에이 이 나이에 뭐 이런 영화보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영화 끝나고 차안에서 저녁을 먹는다. 메뉴는 천하 일미 충무김밥. 통영의 삼대 별미 충무김밥 꿀빵 뻬떼기죽. 이번에도 유사장이 실어준 거란다.맞나?
그렇게 많이 먹고도 또 들어간다.역시 충무김밥은 맛있다. 서울에도 명동 역삼동등에 가게가 있다.
이제는 얼마 안 남았다. 버스는 일로 북진한다. 왕복하는 차안에서 보여준 정재환 산악대장의 수준 높은 와이당은 정말 우습고 재미있었다. 능란하지는 않지만 걸죽한 그의 입담은 거침 없고 과감하다.우리들은 남 앞에 서면 쫄려서 말 잘 못하는데 우리의 대장님은 전혀 구애 받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것은 거의 외설 수준에 가까운데도 워낙 천연덕스럽게 말을 하니 전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엔터테이너 기질이 있어보인다.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그가 한 고추장 개그하나 여기 소개 한다. 한국사람들이 미국 중서부 지방을 여행가서 인디언 레저베이션의 체로키 마을을 방문했을 때, 가이드가 인디언부족의 추장을 소개했는데 그 추장이 매우 높은 듯 거드름을 많이 피우자 당신보다 더 높은 사람 한국에 굉장히 많다고 하니 그게 누군데 하며 묻길래 추장보다 높은 것은 고추장.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은 초고추장 그보다 더 위에는 누구길래? 태양초고추장. 정답.
이번 경부합동산행회는 국외자 같은 저도 많은 인연을 맺고 온 기분이 든다. 주류들에게는 더욱 그렇겠지? 기획하고 준비하고 섭외하고 통솔하고 정말 어려운 이 모든 일들을 조금의 착오도 없이 수행하신 경부 양측 집행부의 노고에 회원의 한명으로서 깊히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대화한번 해보지 아니했지만 전전회장님의 중학동기 유사장에게도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지금의 각박한 세상에 친구의 친구들에게 이와 같이 헌신하는 사람 별로 없지. 하시는 사업 번창하기를 기원해본다. 그리고 궂은 일 도맡아 하신 집행부 임원들의 엄마들께도 무언의 감사를 드리고.
그럼 다들 건강하세요. 오오 동기회 홧팅, 산악회 홧팅.
2016년 11월 7일 입동 아침, 경기 남부지역에서 최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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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익히 님의 필력을 알고 후기를 부탁할까했다가
부담을 드리는게 도리가 아닌듯 하였다오.
여하간 이런좋은 후기를 올려주셔서 동기회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립니다.회장 이희규.
잘 읽었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늘 건강하길 바랍니다.
다시 곰곰히 여행지를 되 돌아보는 듯 합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