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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便(편):①편(偏). 편짝 
       ②몇 패(牌)로 갈리거나 나뉘었을 때의 그 하나하나의 쪽 
       ③'어떤 방향(方向)이나 쪽'을 이르는 말 
       ④전하여 보내는 데 이용(利用)하는 계제 



편(便)..

참 오랫만에 생각해 보는 말이다.


"편(便)이라... 
 
 아! 그래 니 편.. 내 편.. 

 그랬었지.. 우리편!"


세상에 그렇게 다정다감한 말이 또 있었을까..??

그저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정(情)을 품고 있는 따스한 말 '편(便)!'


어릴 적 골목길에서 동네 꼬마 아이들..

열심히 뛰어 놀다가 무슨 놀이라도 할라치면

그 때부터는 꼭 '편(便)'을 갈라야만 했었다.


"내 편 할 사람 요기 요기 모여라!"


그러면 또 한쪽에선..


"내 편할 사람 요기 요기 붙어라!" 


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면..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가서는 그 엄지 손가락을 잡고 늘어졌다.


키가 작은 나 같은 아이는 발뒤꿈치를 들고 '깨끼발'을 해야만

겨우 그 엄지 손가락에 닫을 수가 있었고..

생각보다 '편(便)'이 적은 쪽 아이는 이내 시무룩해지지만

그렇다고 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무슨 놀이든 할려면 똑 같은 숫자의 '편(便)'이 갈려져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많은 쪽의 우두머리가 제 '편(便)' 중에서 몇 몇을 골라

'편(便)'이 적은 쪽 대장에게 주곤 했었다.

(솔직히 그럴 때는 조금 마음에 덜 드는 순서대로일 확율이 높다)

가끔 다른 '편(便)'에 안가겠다고 삐치거나 찔찔 눈물을 짜는 

'일편단심파(派)'도 있었지만..

그런 때는 별로 마음에 안들어도..

대장은 그런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대신 바꿔주기도 하면서

나름대로는 골수'팬(?)'을 감싸고 도는 넉넉함과 너그러움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낙동강 오리알'은 있게 마련이어서

담벼락에 기대앉아 그냥 아이들 노는 모습만 지켜보는 아이도 있었고..

끝끝내 어느 '편(便)'에도 들지 못한채 새까맣고 애꿎은 손톱만 물어 뜯으며 부러운듯 

'편(便)'을 갈라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면 어떤 때는 멋있는 대장이 나서서..

그 아이를 상대편에 한 명 더 넣어주거나  아니면 자기 편에 넣어주는 댓가(?)로

자기 편의 쓸만한 아이 하나를 상대편으로 보내는.. 

그런 넉넉함과 대장다운 너그러움 그리고 양보심을 보여 주기도 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런 '편(便)'의 순수함을 상실해 버렸다.

그리고 '편(便)'은 '패(牌)'로 변질되면서..

'편(便)'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비방(誹謗)과 음모(陰謨)와 술수(術數)만이

온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춤추고 난무(亂舞)했다.

나는 결코 '패(牌)'는 갖고 싶지 않다.

그러나 '편(便)'은 갖고 싶다.

진정한 내 '편(便)'을 정말로 갖고 싶었다.

언젠가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을때..


"누가 뭐래도 나는 당신 '편(便)'이에요. 언제 까지나..."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순간 숨이 멎는 줄로만 알았다.

정말이지 사랑한다거나 나만 좋아한다는 말보다...

더욱.. 더욱 더 가슴 가득 환희(歡喜)를 채워주는 말이었다.


내 '편(便)'..!!


세상에 그 말보다 더 나를 감동시키는 말이 어디 있었을까..??

진정한 의미에서 '편(便)'이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아주 몹쓸 짓을 저지르지 않은 다음에야

세상 그 누가 나를 몰아 세우고 비난해도 끝끝내 나를 믿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 분명히 그렇게 된데는 무언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야.

 그렇지 않고는 절대 그럴리가 없어.. 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난 그 사람을 믿어!"


나는 이제 누구에겐가 정말 진실하게 대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사랑'같은 통속적이고.. '변덕'이 심한 말보다는...


"그래요.. 나는 당신 '편(便)'이에요.. 아셨죠..??" 라고 말해줄 것이다.


사랑보다 한결 더.. 소중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아.. 지금도 누군가 진정한 내'편(便)'이 되어 줄 사람이 있다면......



	 					

[그리움(박시정)]

참으로 아름다우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