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 좀 올라와 봐."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때는 겨울방학이 나흘 앞인지라 매우 분주했다. 내가 있는 기록보존실에서 2층 교무실로 향하며 또 어떤 사항이 발생했음을 감지했다.
그랬다. 수 년 동안의 체험으로 볼 때 기독교 학교가 아닌 이 영훈 학교는 유난히 영적 싸움이 치열한 곳이다. 개교 초에 그렇게 활성화 되었던 기독교반이 설립자의 큰아들인 현재의 이사장이 오시며, 기독교반은 학교 앞의 교회를 전전하며 예배를 드려왔었다. 그렇게 16년이 흘렀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2000년도에 학교 안으로 들어왔고, 어떤 기독교 학교보다 더 활발한 신우회와 기독학생회의 기도와 섬김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증거되어 왔다. 그리고 믿는 분이 교장으로 오셨다.
6개월 간 작정해 드린 우리의 기도 응답으로 오신 교장 선생님. 그러나 믿지 않는 이사장님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는 몰라도, 기독교장로회 권사이신 현재의 교장선생님은 그다지 믿음의 색을 학교 안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아이들과 나는 하나님께서 더욱 기도하라는 뜻으로 알고 매일 아침 교장 선생님을 놓고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펼치시는 교장선생님이시길 간구해 왔다.
폐쇄하고 불 태워
교장실로 들어갔더니 교장, 교감선생님과 학생부장, 기술과 부장, 정보부장 선생님들이 계셨다. 교장선생님은 대뜸 말씀하셨다.
"최선생, 기술실 관리하는 선생이 누구야?"
교감선생님께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기술실에 컴퓨터가 널부러져 있고 청소도 안 되고…"
나는 상황을 판단했다. 아침 직원회의 때 모든 전열기를 철거하라고 했고, 나는 그것이 단순한 것인 줄 알았다. 그저 방학을 앞두고 환기시키고 정리하라는 의미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왠지 떨떠름한 마음이 들어 예배실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실에 내려가 전기 난로 세 개를 기록보존실로 옮겨놓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니, 다른 소리 할 것 없고 기술실 폐쇄하고 그 안에 있는 너저분한 것 꺼내서 다 불태워 버려."
순간 나는 경악하며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기술실은 이 교장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이미 예배 공간으로 사용되어 온 곳이다. 하나님께서는 학교 밖에서 우리를 이 안으로 불러들이신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간을 폐쇄하라니, 게다가 그 안에 있는 집기를 태워버리라니. 그 안에 있는 작은 강대상, 헌물로 들어 온 피아노, 드럼, 마이크와 스피커, OHP, 음향기, 성경 찬송 등이 있었다. 나는 교장선생님께 기도하는 심정을 가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교장선생님, 그 곳은 기독교반 아이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곳입니다. 기독교반 아이들의 특별활동 시간에도 사용되구요."
"아니, 기술실이면 수업을 하든지 해야지, 왜 매일 학생들이 들락거리고 그런다는거야.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응 불이라도 나 봐. 어디로 도망갈거야? 기술과 부장이 얘기해 봐."
사고가 난다는 걱정의 표현은 기술실을 폐쇄하고자 하는 방편의 언급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신우회 선생님이신 기술과 부장 선생님은,
"교장선생님, 깨끗이 청소하고 사용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공간도 없는데…"
교장선생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아, 글쎄. 폐쇄하라니까. 애들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란 말야."
도대체 무슨 계획이세요?
기록보존실로 돌아와 잠시 기도했다.
"하나님, 어쩌시려는 뜻입니까? 교장선생님께서 왜 저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기술실은 우리에게 성전과 다름 없는 곳이다. 기도 모임과 예배, 성경공부, 그리고 고3기도회를 하는 성령께서 허락하신 공간이다. 그 곳을 폐쇄하고 태워버리라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 너무도 엄청난 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다니엘 2장을 생각나게 하시며 또한 기도하기를 원하고 계셨다.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해석하지 못하면 모두 죽인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다니엘은 시간을 벌었고, 세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이상으로 다니엘에게 꿈의 내용을 보여주셨다.'
문제의 확인, 함심 및 중보기도, 그리고 응답. 하나님께서는 성전을 놓고 기도하길 원하고 계신 것은 틀림없었다.
기독학생들과 예배를 드리며 나는 말을 꺼냈다.
"얘들아, 우리가 학교 안에서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야. 올 한 해도 하나님께서 놀라운 기적도 보여주셨고, 체험도 주셨고, 은혜를 많이 부어주셨지 않니?"
아이들은 모두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얘들아, 때로는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할 때가 있지 않니? 아니, 하나님께서 기가 막힌 계획을 갖고 계셔서 잠시 고난을 주시는 것 말야."
아이들은 그제서야 어떠한 일이 있었음을 감지하는 듯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기술실을 폐쇄하라고 하시는구나. 그 곳은 예배 공간인데 말야. 선생님은 이 말을 듣고 몸도 마음도 떨렸어."
아이들은 잠시 놀라는 듯 했으나 이내 조용해졌다.
"우리에게는 고난도 유익이라 하셨고, 또 근 3년간 우리에게 놀라운 것들을 허락하신 하나님이시니까 분명 어떠한 계획이 있으실거야. 하지만 우리, 올해를 점검하며 먼저 기도하자. 우리가 하나님 앞에 범죄한 것은 없는지. 회개해야 할 것은 없는지 그리고 우리 성전을 놓고 기도하자꾸나. 어쩌면 지하기술실이 아닌 지상으로 올라오게 하실 계획이신지도 모르잖니? 하나님께서 변화를 주실 때는 분명 어떠한 계획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거니까."
"선생님, 교장선생님도 믿는 분이잖아요, 그런데 왜 그래요?"
나는 간단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다만,
"글쎄다. 선생님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믿는 분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라는 건 나도 너희들과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우리, 그 분보다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우리는 교장선생님을 놓고도 더욱 기도해야 할거야."
아이들과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 소리는 더욱 커지고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으리라 믿으며 그렇게 기도했다. 신우회 선생님들과 내가 아는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중보기도 요청을 했다.
동역자들의 메일
기도 요청을 받은 동역자들의 답메일이 들어왔다. 항시 기도로 도와주시는 그분들께 감사하며 그 메일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다.
이땅에 가장 낮은 곳에 친히 오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이번 일도 가장 선하신 방법으로 해결하여 주실줄 믿습니다. 우린 단지 성령하나님이 어떻게 하실지 기대하며 바라봅시다. 기도의 풍성한 열매가 맺혀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형제님과 학생들을 훈련시키시며, 성장시키시고 성숙시켜가시는 성령님의 손길을 느끼시며 기도하실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영훈고등학교에 주님의 나라가 건설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이미 주님이 승리해놓으신 싸움임을 믿습니다. 할렐루야!! 승리하십시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뉴이어 샬롬. 김00
힘내세요 기도해 드릴게요. 화율
할렐루야! 최관하 선생님! 힘내세요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 영훈고와 선생님을 더 크게 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기도하겠습니다. 강력하게 하겠습니다. 승리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할렐루야! 마산에서 이00
참 학교 성전(?) 문제는 아직 계속 그런건가요? 해결이 잘 되야 할 텐데.. 저두 생각나는 대로 기도하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김00
선생님, 힘내세요. 하나님께서 반드시 선생님과 기독 학생들의 부르짖는 기도에 응답해 주시리라 믿어요.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요,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이 선생님과 가정에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한00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2003년 새해가 밝았네요. 올해도 선생님의 가정과 학교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얼마 전 기술실 폐쇄 문제는 잘 해결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편집부에서 드리는 오전 기도회 시간에 선생님을 위해 기도해 드릴게요. 이번 한 해도 소중하고 예쁜 사연들 많이 만들어 나가시구요,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000
할렐루야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새해에도 형제님과 가정, 영훈고의 모든 기독인들이 주님의 사랑안에 거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그러하여도 나는 주께 의지하고…내 시대가 주의 손에 있사오니”(시편 31:14-15). 000
예배와 찬양 공간으로 쓰고 있던 지하 공작실 폐쇄건은 어찌 되었는지요...? 오늘 아침, 아버지 학교 기도모임에서 영훈고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형제님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스도 예수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샬롬~~~~ 안00 드림.
평강을 주신 하나님
방학을 했다. 기술실은 큰 변화가 없었다. 기술과 부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깨끗이 청소를 한 것 외에는. 그러나 수리해야 할 컴퓨터도 그대로 있고, 낡은 책상도 그래도 있었다. 열쇠를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입하는 데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번복되지 않았다. 지금은 방학이라 그냥 지나가지만 개학을 한 후에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성전을 놓고 사흘을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에 평강을 주셨다. 그것은 분명 하나님께서 성전을 허락하신다는 것이었다. 어디가 되든지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예배를 받으실 것이라는 마음을 주셨다. 우리는 기도하고 있고, 기도를 외면하지 않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도 걱정할 것은 없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
아침 기도회나 성경공부, 예배, 고3기도회 등을 어디서 할 것이냐 하는 장소를 구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현재 우리가 말씀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헌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셨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는 마음도 주셨다. 그저 기도하면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염려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는 우리에게는 인내와 소망을 잃지 않는 마음이 필요했다. 하나님께서는 교장선생님을 단독으로 만나라는 마음을 주셨다.
예배를 어디서 드리나
방학을 한 지 나흘 후 결재 받을 일이 있어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선생님은 한가로이 신문을 보고 계셨다. 결재를 받고 나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말했다.
"교장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하세요."
"지난 번 말씀하신 기술실은 청소를 깨끗이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아, 애들 못 들어가게 해요. 거기 사용하면 안 돼."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힘주어 말했다.
"교장선생님, 그 곳은 교장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시기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예배를 드리던 공간입니다. 기독교반 아이들과 신우회 선생님들의 예배 공간 말입니다."
"아, 그런데 그렇게 더럽게 쓰고 말야…
"교장선생님, 저희 학교는 아시다시피 공간이 없습니다. 그곳에는 헌물로 들어온 피아노도 있고, 드럼도 있습니다. 그곳을 페쇄하시면 그럼, 일주일에 두 번 드리는 예배는 어디서 드리면 좋겠습니까?"
교장선생님는 대답을 피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최선생, 여기는 기독교학교가 아니잖아. 새학기에 선생님들의 생각을 적어 내라고 한 걸 한 번 읽어 봐. 우리가 기독교 학교냐고, 왜 기술실에서는 수업도 안하고 최선생이 쓰면서 애들이 들락거리냐고 말야."
나는 그제서야 어렴풋이 짐작했던 사실을 확연히 깨달았다. 결국 믿지 않는 선생님들을 통한 영적 싸움이었다. 그것을 교장선생님이 막지 못하시고 이렇게까지 된 것이었다.
나는 아까보다 좀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교장선생님, 안 그래도 기독교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학교를 위해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제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술실은 예배를 드리던 성전입니다. 교장선생님과 학교 방침이 기술실을 폐쇄하는 것이라면 어쩌겠습니까? 사실 저희들은 어디로 가든지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잠자코 듣고 계셨다.
"그럼 저희들이 어디서 예배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장소를 알려주십시오."
교장선생님은 한동안 말이 없으시더니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허, 참. 그럼, 어디서 예배를 드리게 하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했다. 방학 때도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 했다. 영적으로 침체하기 쉬운 이 겨울방학에도 나태하지 않게 쉴 틈 없이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어느 곳이든 허락하실 것이다. 우리는 방학 동안 작정해서 성전을 놓고 기도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은 어려운 입장에 놓여 계시며 일종의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실로 다시 사용하게 하라고 하기도 그렇고, 다른 공간을 주기도 그런…….
우리 또한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다만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며 기도할 수밖에. 학교 밖에서 16년간이나 돌던 우리를 학교 안으로 불러 들이신 하나님. 그 분께서 어떤 방법으로로든 함께 하실 것이며 우리의 기도에 귀 기울이시고 필경 응답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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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시는 믿음의 동역자 여러분!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 계속되는 영적 싸움의 승리자는 결국 하나님이시며 자녀된 우리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또한 우리들이 품고 기도하며 전도해야 할 대상자들입니다.
믿는 우리들이 좀더 겸손하게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방법에 의해 저희들에게 성전이 허락되기를 소망합니다.
* 기도로 도와주십시오.
영훈고의 이사장님이 예수님을 영접하시도록
교장선생님이 예수의 향기를 드러내는 믿음의 교육자로 서시도록
영훈고의 신우회 교사들의 합력이 일어나도록
믿지 않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영혼의 회복이 일어나도록
영훈기독학부모와 기독학생들의 기도가 응답되기를
부족한 종에게 때에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시고, 지혜를 내려주시길